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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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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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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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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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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8화-목동의 인도

DUMMY

74.목동의 인도


스피카는 필사적이었다. 아인즈를 다시금 이 세상으로 불러오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제......한병.’


남은 엘릭서의 숫자. 죽지만 않는다면 그것이 누가 되었든 간에 살려낼 수 있다는 전설의 명약이지만 애초에 그건 인간의 기준.

역작이라고까지 칭할 수 있는 호문클루스인 그녀에게는 맞지 않는 기준이었다.

아무리 정당한 허락을 통해 생명을 부여받았다 한들 호문클루스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생명.

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데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그 대가가 지금에 와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설마 존재의 반작용이 이렇게까지 거세게 올 거라고는......’


거창한 이름이었지만 실상 평소라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 끝없는 무리와 역량의 한계까지 끌어다 쓰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한 결과 이제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고야 말았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이전에 마신 엘릭서의 복용 간격은 불과 한달. 그 전에는 두달이었고 그 전에는 여섯달, 그 이전에는 1년이었다.

아무리 희망적으로 본다고 한들 길어야 2주. 어쩌면 당장 지금이라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스피카는 쉬기는커녕 작업량을 더더욱 늘려 나갔다.

아인즈를 다시금 불러올 방법을 찾기 전에는 잠시도 쉴 수 없었으니까.


‘빨리, 빨리 방법을 찾지 않으면......!’


어쩌면 아예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스피카는 얼마 전 탑의 밖으로 나가 크라켄과의 전쟁에 일부 개입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호문클루스들의 연락을 받았다.

개개의 연락은 별 것 없었다.

그저 전쟁이라는 상황 치고는 사상자가 많지 않다는 것, 세상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할 수 있는 권력층끼리의 대장전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의도를 알게 된 스피카는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틀림없어. 지금 크라켄은 세계의 주도권을 걸고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거야.’


그 옛날. 신화시대에 인간 혹은 필멸자가 신이 되기 위한 가장 어려우면서도 어쩌면 가장 간단했던 수단.

세계의 권력층을 제압하여 세계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을 것.

세계의 과반의 지지를 받게 되면 그는 세계의 그 어떤 상황이라도 의지대로 조작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중간계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것.

만약 그렇게 된다면 크라켄은 그 철두철미한 성격상 반드시 타 차원과의 모든 연결점을 끊어버릴 공산이 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될 터였다.

그리고 거기까지 진행된다면 영영 아인즈를 만날 수 없게 될 터였다.

그것이 스피카는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스피카는 손에서 일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잠깐이라도 쉬게 된다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이제는 그것조차 힘들다. 이미 그녀의 몸은 불가의 문제가 아닌 불능의 문제였으니까.

그래서 스피카는 더더욱 매달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일말의 희망이라도 잡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힘을 쥐어짜내서 마도서를 뒤졌다.

그럼에도 희망의 단서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운명일까, 아니면 지독한 불행일까.

시간이 줄어들고 있음을 느낄수록 스피카는 초조해져만 갔고,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만 갔다.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부모님.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사라져버린 부모와도 같던 초대 탑주 아시오르까지.

처음에는 원망했다. 자신만을 남겨둔 채로 수천년을 외로움과 고통에 머물게 했음을.

다음에는 그리워했다. 너무 힘들다고. 지금 자신에게 부여된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고 잔혹하다고.

끝은 절망과 증오였다. 극복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에 대한 절망과 그런 운명을 자신에게 내려준 세상에 대한 증오.


”더는, 싫어......“


더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더는 누구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더는 상실을 겪고 싶지 않았다.

더는, 더는 싫었다.


”아인즈, 아인즈, 아인즈.“


당신이 있었다면 달랐을까요. 내가 당신처럼 사라져버렸더라도 당신은 나처럼 이렇게 헤매이며 절망했을까요.

나는 이렇게 약하고 약해서 이렇게 아프고 힘들어 금방이라도 포기하고 싶은데. 더는 방법을 찾아갈 용기조차 나지 않는데.

당신이라면 달랐겠죠. 굳건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랑하는 나의 님.


”보고......싶어요.“


끝내 눈물이 흘러내리며 스피카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 * *


스피카가 쓰러진 직후 나약해진 그녀의 육체는 쓰러지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피부가 찢어져 피를 쏟았다.

일반적인 인간의 것과는 다른 붉은 가운데 은빛이 반짝이는 혈액이 책상을 덮고서 이윽고 포이멘의 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천관의 서에 닿았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천관의 서의 표지. 별자리의 모습을 수놓은 은빛들이 각기 배열되며 세줄의 문장을 그렸다.


Per Ardua Ad Astra

Altiora Petamus

Volente Deo, Lucete Stellae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해

더 높은 것을 찾게 하소서

신의 뜻대로, 별들이여 빛나라


지금은 잊혀진, 아시오르를 위시한 신화시대를 기억하던 시절에나 쓰이던 천체 관측자들의 선서.

그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저 하늘의 아름다운 보석들은 세상 모든 이의 것이라 말했던 그들의 선서가 새겨짐과 함께 천관의 서가 펼쳐졌다.

그리고 천관의 서 가장 뒤편 공백의 페이지에 빼곡하게 새겨지는 술식들.

그것은 분명 마도사조차 아득하게 넘어선 대 마도조차도 뒤로 하고 문을 열어낸 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적어낸 술식이었다.


”아, 아아......!“


천관의 서에서 뿜어져 나온 막대한 마력의 파장에 깨어나 스피카는 기록되고 있는 술식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너무나 오래된, 그리운 이가 남긴 편지이자 선물이었다.


-스피카. 나의 사랑하는 손녀야. 네가 이것을 보고 있다면 아마도 무수한 시간이 흘렀을 것이고, 너에게도 큰 상처가 있었겠지. 누구도 없는 그곳을 지키며 오랜 시간을 홀로 외로이 보내며 아무도 없는 그곳을 그저 지키고만 있었겠지. 그러다 누군가를 만나고서야 웃고, 행복을 느끼고 외로움을 벗겠지만 지금은 다시금 울고 있겠구나.

미안하다.

내가, 홀로 두는 것이 아니었는데 나조차도 성숙하지 못해 너를 힘들게 하고 말았구나.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는. 아니, 내 존재는 이 세계의 허락을 받지 못했단다. 신들의 의지를 반영한 세계는 신화시대의 족적을 모조리 지우고자 했고, 나는 신화시대의 생존자였으니까. 예전 같았다면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것을 순응하며 따랐겠지만 나도 욕심이라는 게 생기더구나.

해서 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구했고, 실행했단다. 그로 인해서 네가 상처를 입고 포이멘도 상처를 입고 말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단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과거에서 미래에 있는 너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니.

스피카. 너라면 알겠구나. 지금 천관의 서를 채우고 있는 술식들이 무엇인지. 그 술식은 오로지 내게 맞추어 쓴 술식이란다. 차원의 경계. 그 틈새로 숨어든 나를 중간계로 불러들이고 세계에 고정시키는 술식이지. 하지만 나는 애초에 세계의 허락을 받지 못한 몸. 해서 너와 그의 도움이 필요하단다.

세계의 허락을 받지 못한 내가 고정되기 위해서는 그 부담을 나누어 질 수 있는 존재와 나를 고정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인연이 필요하단다. 하지만 너와 나, 그리고 그까지. 모두가 이 조건들을 충족하기 어렵지.

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이 방식에 근거를 더해줄 수 있단다. 우리 마법사들이 언제나 그러하듯 인과를 뒤틀어 결점을 역수로 만들어 다른 결점과 상쇄할 수 있다면 안정적으로 세계에 고정되어 주민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단다.

그 모든 준비를 위해 100년이 필요했고, 그 준비의 결과가 천관의 서란다.

스피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란다. 천관의 서에 기록된 내 술식을 그대로 재현해 그와 나를 다시금 불러내 다오. 그때의 세계에 다른 차원에서 누군가의 존재를 감지하고 포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마법사는 너뿐이구나.

부디 부탁한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고, 정작 모든 계획을 설계하고 알고 있는 나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지만 너를 믿고, 너의 그를 믿는단다. 그의 역량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할지라도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겠지.

스피카. 나의 사랑하는 손녀야. 너는 천문대의 관리인이자 포이멘의 가장 오래된 제자임을 잊지 말거라. 너는 이미 한명의 훌륭한 대 마도사란다.


”할아.....버지.“


아시오르 헤일로드 포이멘(Asior Heilord Poymen).

포이멘의 초대 탑주이자 그녀, 스피카의 단 한명뿐인 할아버지. 비록 피는 이어져있지 않았지만 부모를 모두 여읜 그녀를 사랑으로 보살폈던 사람.

그런 그가 일생에 단 한번 욕심을 내어 스스로를 그리고 손녀를 위해 준비한 단 하나의 술식.

아인즈를 불러오고 어쩌면 아시오르의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 술식을 가슴에 끌어안고 스피카는 다짐했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제가, 제가 꼭 완성해 보일게요. 저도, 그도, 할아버지도, 그 누구도 상처입지 않을 수 있도록.“


천관의 서를 소중히 갈무리하며 스피카는 밖을 향해 외쳤다.


”게럴트!“


”부르셨습니까, 마담.“


스피카의 지시에 따라 밖에 나가있던 게럴트가 엘릭서가 든 상자를 들고서 들어왔다.


”엘릭서를 줘.“


”마담, 혹여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신 겁니까?“


걱정스러운 기색 가득히 묻자 스피카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런 이상도 없어. 단지 준비해야 할 것이 생겼을 뿐.“


”준비라 하시면?“


탁. 모두 마신 엘릭서의 병을 내려놓으며 스피카가 굳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규모 술식 발동 준비를 해줘.“


”마담, 찾으신 겁니까?“


”응. 찾았어.“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게럴트의 얼굴 한가득 화색이 돌았다. 그간 혹시라도 스피카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가슴을 졸이고 있었건만 마침내 모든 것이 해결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러니 가서 서둘러 준비를 해줘. 상당히 대규모의 술식이라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테니까.“


건네어지는 술식을 보며 게럴트가 진중한 표정을 그렸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설프게 준비할 수 있는 술식이 아니었으니까.

이만한 술식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오직 극한에 이르러 진리를 엿본 대 마도사 뿐이었다.


”마담. 이 술식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마법과 술식의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힘을 가진다. 이름이란 그 자체로 정체성이고 방향성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이름을 꼭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술식을 완벽하게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스피카는 미소를 그리며 술식의 이름을 선언했다.


”Parusia(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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