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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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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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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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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247화-마왕성의 손님(2)

DUMMY

비길리아가 솔리투도의 표식을 인식한 후 아인즈는 곧장 성의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흑요석으로 지은 듯한 검은 건물들과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야광석들의 모습이 꼭 중간계의 밤하늘을 그대로 떼어와 지은 것 같았다.

그런 아인즈의 생각을 눈치 챈 듯 비길리아가 건물들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마왕성의 건설은 중간계의 밤하늘을 그대로 떼어와 만들겠다는 아르펜 후작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이 작업을 위해 대량의 마수를 중간계로 내려 보내며 하늘을 관측했고, 천문도를 제작해 이를 기반으로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실제로 궁의 구조는 천문도에 기반하여 열두 구역으로 나누어 각 달마다 보이는 밤하늘의 모습을 재현하였습니다. 또한 각 건물들에는 야광석들을 이용해 실제 하늘의 모습을 본따 별의 위치를 새겨 넣도록 진행했습니다.“


비길리아의 설명에 아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포이멘의 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고 익히는 것이 바로 천체도와 별자리다.

포이멘의 현 탑주로써, 대 마도에 이르른 자로써 아인즈 역시 천체도를 완전히 외우고 있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도 궁전의 천체 재현률은 뛰어났다. 몇몇 희미한 별이나 변광성 등을 제외한다면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볼 수 있었다.


”시기가 맞지 않아 발견하지 못한 변광성을 제외하면 거의 완벽하군.“


”그렇습니다. 사실 좀 더 완벽한 조사 후 건설에 들어가려 했으나 조사 과정에서 마물이 중간계에 너무 많이 내려가는 바람에 천계 측에서 견제가 들어와 조사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가......“


그러다 문득 아인즈는 물었다.


”그 아이는, 밤하늘을 좋아했었나?“


종종 함께 밤하늘을 구경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밤하늘에 관심을 둔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었다.

밤하늘보다는 함께 있는 그 시간을 좋아한다고 느꼈었다.

아인즈의 물음에 비길리아의 걸음이 멈춰섰다.

그 아이. 아무것도 아닌 말이지만 그녀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 아이라 하심은 혹 왕을 칭하심입니까?“


여태까지의 대화에서 ‘그 아이’라는 말이 칭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한명. 그녀의 왕 솔리투도.

그렇기에 다시 한번 묻는다.


”혹여, 귀빈께서는 왕과 어떠한 관계이신지, 여쭈어도 실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관계라......“


그 물음에 아인즈는 잠시 눈을 감고 솔리투도의 모습을 그렸다. 검은 머리칼, 검은 눈동자와 창백한 피부.

언제나 조용히 입을 다물고 표정 변화조차 거의 없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는 자신의 사랑하는 딸.


”가족. 가족이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족. 가족이군요.“


그 답에 아인즈는 볼 수 없는 비길리아의 얼굴 가득 미소가 어린다.


”왕께서는 밤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하셨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였고, 그 홀로써 완전하여 다른 존재의 영향을 거부하는 고독의 숙명을 지닌 솔리투도에게 언제고 함께 있었던 유일한 존재.

간혹, 중간계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시기가 되면 얼핏 보이곤 하던 그 아름다운 밤하늘과 별의 모습은 그녀에게는 하나의 꿈이자 소망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거리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는.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로서 왕께서는 밤하늘을 바라보셧습니다.“


”그렇군.“


옮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인즈의 얼굴에도 미소가 어렸다.

솔리투도가 자신과, 가족과 함께하며 밤하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은 진정 원하던 것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돌아가면 함께 밤하늘을 구경하는 것도 좋겠어.“


이제 곧 이니까.


* * *


응접실에 도착한 아인즈는 비길리아가 차를 내온 이후 줄곧 질문을 던졌다.

그 주제는 모두 차원이동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니까 마족이 차원을 넘어가는 방식은 임시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식이라는 거로군?“


”네. 저희는 기본적으로 마계의 존재일 뿐 중간계에서는 자리를 차지할 수 없으니까요. 사실 계약을 맺어 내려갈 때에는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임시적인 허가를 받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가......“


”사실 정령, 천사, 마족이 중간계에 방문하는 목적은 단 한가지입니다. 힘을 늘리고 스스로의 격을 높이는 것이죠. 본래의 세계에서 수련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성장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역시 효율로만 따지자면 계약을 통해 내려가는 것이 가장 좋기도 하고요.“


”음.“


아인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에 대해서는 조금 전까지 읽고 있던 책에서 서술이 되어 있었다.

계약을 통해 중간계로 내려가는 것은 패널티를 감수하고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이니만큼 성장을 하는 데에 필요한 경험이건 마력이건 크게 이득이 된다고.


”사실 저희는 중간계에 내려갈 때에나 육체를 가질 뿐 본래의 세게에서는 반 정신체의 상태로 존재합니다. 거기에 육체의 역할 또한 존재를 굳건히 하기 위함일 뿐이니 저희에게 성장이란 정신적인 성장이 가장 큽니다.“


”확실히. 차원을 넘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정신을 성장시키기 충분하지.“


아인즈의 경우에야 워낙 특수한 과정을 거쳐 상황이 꼬이게 되어 험난한 일이 되었을 뿐 본래 차원을 넘는 것은 최상위의 수련 방법의 일종이다.

차원을 넘으며 생기는 압력, 출생과 다른 차원에서의 경험, 환경 등이 모두 막대한 정신적 경험치를 선사한다.


”하여 계약의 기회가 왔을 때에는 대체로 거부하지 않고 중간계로 내려가는 편입니다. 내려가도 본신에는 큰 영향이 없고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실 귀빈께 변명하자면 마족은 살육을 혐오하는 이들이 상당수입니다.“


”음?“


의외의 말에 아인즈의 눈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마족이 중간계에 내려가서 하는 일이라고는 대부분이 살육에 마왕 강림을 위한 대단위 제물을 이용한 공양이 다 였으니까.


”마족이 내려가 살육을 벌이는 이유는 그저 계약의 내용이 그러하기 때문일 뿐입니다. 흑마법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마족소환이다 보니 궁지에 몰린 절박한 이들에게 소환되기 마련이고 그런 이들이 원하는 것은 대체로 정해져있으니까요.“


복수, 전쟁, 저주, 광기.

재능 없고, 힘도, 권력도 없는 이들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빈궁한 자들의 무기.


”계약을 통해서만 내려갈 수 있는 저희에게는 선택권이 없는 셈이죠. 그리고 계산을 해 보아도 혐오하는 살육을 저지르는 것과 그 자신의 성장을 저울질해 보면 성장이 우위이기도 하고요. 더해서 살육이 아닌 지식을 목적으로 소환된 이들은 유명해지기 어렵다는 것도 있습니다.“


”음, 그렇겠지.“


제물 없이. 혹은 인신공양 없이 마족을 소환할 정도의 마법사라면 거의가 지식을 추구할 뿐이다.

마족을 소환해서라도 지식을 얻고자 할 만큼의 열정이 없다면 애초에 거기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테지만.

그런 이들에게 소환된 마족은 활동이 자유롭지만 세간에 유명해지기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아무래도 살육에 비해 단 한명과의 대담은 명성을 떨치기에 많이 불리하니까.


”사실 소환된 횟수로 보자면 지식의 탐구 쪽이 월등하지만 세간의 유명도는 아무래도 살육의 경우가 많이 높은 편입니다.“


”확실히 그렇지.“


당장 아인즈가 외우고 있는 마도서 중에서도 마족의 이름이 언급되는 곳은 많았다. 주로 도움을 받은 존재 중 한명으로서.

그 횟수만 세어 보더라도 세간에 이름을 떨친 마족의 소환 횟수보다 월등하게 많다.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그런데 살육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패널티같은 것이 부여되지 않나? 아무리 허가를 받았다 한들 그 안의 존재를 해치는 것까지 용인되는 데에는 선이 있지 않나?“


”그 경우에는 계약에 의거해 계약자에 모든 책임이 주어집니다. 대규모의 살육, 세계에 맞지 않는 수준의 지나치게 높은 이치의 지식 등이 모두 계약의 주체인 계약자의 책임이 되는 것이죠. 마족이 계약을 준수하는 한 그것은 절대적입니다.“


”만약 계약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굉장히 드문 경우이기는 합니다만 그 경우에는 해당 마족의 존재가 중간계에서 차단됩니다. 단순히 쫓겨나는 것이 아닌 상당한 기간동안 중간계에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비길리아의 답에 아인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녀의 답에 아인즈가 그토록 찾고자 하던 것이 있었으니까.


”그럼, 그 경우에는 어떻게 차단을 해제하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나?“


”글쎄요......시간을 보내는 것 외의 방법이라......기본적으로 차단이라는 것 자체가 세계의 절대규칙에 의해 생기는 일이라 자력으로 해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방법이 있다면 다른 이의 업이 책임을 대신 태워주는 경우가 있겠네요.“


”대신 태운다?“


”네. 아마......14대 전의 마왕에게 그런 경우가 있었을 겁니다. 당시의 마왕은 유별나서 엘프를 사랑했었는데 그 사랑을 위해서 온갖 영향력을 발휘해 엘프를 꼬드겨 흑마법사로 만들어 강림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엘프에게 온갖 것들을 선물하다 보니 세계가 정한 허용량의 영향력을 초과해버려 곧장 튕겨나 버렸었죠. 그때에 휘하 마족들이 중간계에 일제히 강림해 업을 쌓아 그 업으로 마왕의 업을 대속해 불과 3년여 만에 마왕이 다시 강림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같은 일이 몇 번 있었고요.“


”하.“


기가 막힌 이야기였다. 엘프를 사랑한 마왕이나, 그 마왕을 위해 중간계에서 온갖 선행을 했을 마족들이나.


”사실 마족들 사이에서도 후작급 이상이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거의가 할아버지 대의 분들이 술자리에서 꺼내던 이야기니까요. 그때는 정말 엄청났었지. 하는 느낌으로.“


”흠......그럼 그 경우에 업이 모두 해결되었다는 걸 깨닫는 방식이 있나? 스스로가 느낀다거나 하는?“


”스스로가 느낀다기보다는 어느정도 운이 맞아야 알 수 있습니다. 중간계에서 해당 마족을 찾는 소환이 발생하거나 혹은 그때에 발생하는 마족 소환에 당첨이 되야 가능하니까요. 들은 바에 의하면 업이 해결되어 다시 강림할 수 있게 되면 소환진이 앞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다시 허가가 떨어졌으니 호출에 응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럼 그 경우에 본신을 그대로 이끌고 갈 수는 있나?“


”본신을 이끌고 라......사실 그다지 선호되지는 않습니다. 마족이 중간계에 내려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분신체를 보낸다는 느낌이지 본신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내려가고자 한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마계에서의 존재를 그대로 들어내 중간계에 보내면 됩니다. 세계에는 항상 어느정도 여백이 있어서 그 여백을 채우는 느낌으로 본신을 그대로 이주하는 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 경우에는 마계로 다시 돌아올 때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지금 왕께서 그런 상황이시고요.“


말미에 가서는 솔리투도가 생각났는지 시무룩해지는 비길리아를 보며 아인즈는 생각에 빠졌다.


‘결국 방법은 운이 닿아 업이 모두 해결되어 나를 소환하는 건데......연락이야 마족을 한명 내려 보내면 된다지만 업을 어떻게 해결한다?’


업이라는 게 짐마냥 그저 집어서 옮기는 물건이 아닌지라 더 골치가 아팠다.

마왕이 썼다는 방식은 왕과 그 신하의 관계의 특수성에 의한 응용이었지만 자신의 경우에는 그 어떤 연결도 없는 상태에서 업을 양도받아야 했다.


‘분명 그 녀석은 세계의 규칙에 완전히 개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수준이었지. 그럼 결국 어떻게든 편법을 통해서 사기를 친 셈인데......’


허점은 분명히 있을 터였다. 그, 크라켄 타크락스가 아인즈보다 낮은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하지만 어떻게 찾는다......’


중간계에 접근이라도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존재를 들이밀면서 규명이라도 해볼 수 있겠지만 아예 접근 자체가 차단되어 불가능했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할 즈음, 신경을 자극하는 미묘한 진동감에 옆을 바라본 아인즈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이거야,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겠군.“


아인즈의 앞에서 은은한 마력광을 뿜어내고 있는 순백색의 마법진.

틀림없이 중간계에서 마계의 존재를 호출하는 소환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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