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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 눈의 아가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18.07.29 16:34
최근연재일 :
2018.11.27 23:07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09
추천수 :
7
글자수 :
184,250

작성
18.11.0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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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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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1)

DUMMY

해가 이제서야 창문에 빛을 주기 시작할 때. 시계는 6시로 도착하기 직전에 일어났다. 식은 땀이 침대를 덮었고. 눈이 따가웠다. 근처에 있던 수건으로 가볍게 만져주고 현관으로 나갔다. 조금 기다리자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나는 문을 열어주었다.


“일찍 오셨군요.” 어제 보았던 장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내가 이 업계에서 살아남는 비결이지. 약속한 정장일세. 조수!”


“네!” 옆에 있던 조수가 옷을 넘겨주었다.


“나중에 경과나 한번 알려줬으면 좋겠네. 내가 옷을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거든. 역사책에 나오는 명사가 내 정장을 입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가슴이 두근거려.”


“당연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갈랄리아라는 아상한 이름이나 가지고 있는 노인네일세. 옆에 꼬마는 ‘코쿠린 로판(COKURIN ROPAN).’ 이샤라이나 어로 ‘대학 좀 가라’라는 뜻이야.”


“잘 부탁드려요! 이번 수당으로 제 등록금의 반은 확보했으니까. 한 벌만 더 사주세요!”


“정장을 또 살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게다가 이렇게 비싼 정장을···” 나는 영수증을 보고는 말했다.


“장담하지. 그 캬리샤 말린이라면 조만간 한 벌 더 살지도 몰라.”


“그래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갈랄리아 양복점, 많이 이용해주세요!” 조수는 해맑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러면 일이 있다면 또 부르지요.” “부탁드려요!”


나는 문을 닫고 뒤를 돌아봤다. 아가씨께서 잠옷 차림으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결국 말을 먼저 꺼낸 쪽은 아가씨였다.


“양복. 도착했습니까?” “네.”


“그러면··· 카리샤 말린, 이라고 적힌 양복 좀 넘겨 주시길. 다른 한 벌은 입고 나가셔도 상관 없습니다. 충분히 잘해 주셨으니까요.”


나는 아가씨에게 양복을 넘겨 주었다. 아가씨께서는 멋쩍은 미소를 짓고 계셨다.


“앞으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이번 일에 목숨을 걸어 봐야죠. 진짜 목숨이 달린 일이니 말입니다.”


“도대체가 아가씨는···”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그대가··· 휘말리지 않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로 해고로 처리하면 칼달리아가 기밀 유지를 위해 쏴 죽이려 할 것이니. 해고 처리는 이번 일이 끝나면 해드리지요. 그동안 월급도 나오고.”


“괜찮으십니까?’ “괜찮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더 이상 바라면 욕심이겠지요.”


“아가씨.” “예?”


나도 머리가 어떻게 맛이 간 게 분명했다. 아가씨는 나를 위해 죄책감 없이 내리라는 모든 배려를 다 해주었고. 나는 그냥 양복을 입고 나가. 수표를 은행에 교환하고. 괜찮은 집을 하나 마련한 다음에 옆 도시에 있는 애들을 데리고 서점이나 하나 운영하면 내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이다. 중부에 까지 전화가 번질 일은 없고 – 남부에 있는 사람들이 계속 고통 받겠지만. 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 그리고 곧 나도 그렇듯이 내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내 손가락에 피가 나는 것이 남부에서 수십 가구가 불타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가씨의 이야기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고.


그렇지만 나는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깊은 곳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사표 찢겠습니다.” 나는 수표를 찢었다.


“잠깐. 뭐하는···” “한번 해보자고요. 양복 갈아 입겠습니다. 마운티이라 가문으로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양복을 확인했다. 검은 색 배경에··· 왠지 모르겠지만. 전투복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이젠 진짜 죽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보니까. 아가씨. 이번 일을 하면 퇴직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어제와는 말이 다르지않습니까?” “몰라요. 어제 커피를 잘못 마신 걸지도 모르죠.”


“그, 그게···” “싫습니까? 그럼 양복입고 집에 갈까요?”


“망할. 이제 다쳐도 제 탓 하시지 마세요!” “애초에 다칠 일을 만들지 마세요. 아가씨.”


양복을 입고- 아가씨의 핀잔으로 꽤 많은 부분을 뜯어 고친 다음. - 저택에서 나가 마차에 올라타고. 마운티아의 급 경사에 당황하며 도시의 제일 위로 올라왔을 때. 마운티이라 가문의 심장이 보였다.


마운티이라 가택은 ‘산중 위의’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내리자마자 바람이 불었고. 드레스였으면 민망한 상황이 있었겠지만. 우리 둘다 정장을 입고 있었기에 오히려 기품 있고. 어마 무시한 일을 처리하러 온 전문가처럼 보였다.


‘산중 위의’ 저택은 초록색 지붕으로 마운티아의 심장부임을 밝히고 있었다. 그 심장부는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분수가 있었다. 날개는 손님을 제압하려는 위용이 아니라 손님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듯 보였고. 작지만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은 혹시나 이 저택에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듯 했다. 칼달리아의 저택과 다르게 이 저택의 유리창은 속이 아주 잘 보였는데. 1층은 서류를 집어 던지고 있는 사람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었고. 2층은 서류를 서로 던지며 싸우고 있었고. 3층은 신사들이 시가를 태우며 격론을 벌이고 있었고. 4층은 침실에서 베개를 집어 던지며 격론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가 마운티아의 심장인가요?”


“마운티아 애새끼들의 심장이겠죠.” 우리 둘은 그런 저택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머리가 헝클어진 체로 달려 나온 집사를 맞이했다.


“오. 카리샤 말린분과 수행원이시군요. 불편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에 대해서도요.”


“그···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오신 겁니까?”


“아. 민주당 사람들이 저희 주인님을 지팡이로 패 죽이시려 해서 막고 왔습니다.”


“아··· 네.”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그냥 닥치기로 했다.


우리는 혼돈의 1층, 격동의 2층, 종말의 3층을 지나가곤. 드디어 멸망의 4층에 도착했다. 집사가 가주의 방에 노크를 하려고 하는데. 격렬한 소리가 안에서 울려 퍼진다.


“아니! 지금 제가 말하는 건 마운티이라의 가주도 아니고. 형에게도 아니고, 하는 말이라곤 ‘정숙!’ 밖에 없는 하층 의장에게 말하는 것도 아니오! 민주-공화당의 당원에게 말하고 있소! 이번 예산안 상정 좀 해달라는 말을 왜 이리 못 알아 처먹는 것이오?!”


“난 공화당원으로 말 하겠소! 지금 당장 닥치지 않으면. 결투 신청해서 공화-민주당의 당 총수직을 저승으로 이관할 것이오. 알겠소?”


서류를 집어 던지는 소리가 잠시 나더니.


“알아서 하시오! 망할! 이 빌어먹을 연립 정권은 이번 년도가 끝이오! 끝! 한번 잘 해보시오! 역시 공화당 새끼들은 고지식하다는 게 사실이구려!”


“민주당 새끼들이 초등학생보다 학력이 딸린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구려. 꺼지시오! 그리고 총리직은 사퇴할 준비나 하고!”


“까고 있네!”


그리고 문이 열리고, 인상을 잔뜩 구긴 한 신사가 나왔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비켰고. 그 신사는 투덜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우리는 열린 문으로 시선을 옮겼는데. 가장 처음 보인 건 시가를 태우고 있고 서류를 바라보고 있고 – 마운티아 시가지처럼 보이는 설계도면을 배경으로 삼고 있던. 마운티이라의 가주가 보였다. 방 바닥은 수많은 종이가 무질서하게 흩뿌려져 있었고. 비서로 보이는 한 여자가 그 종이를 주어 담고 있었다. 벽 난로도 아직 타고 있었는데. 난방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서류를 소각하는 것이 주 용도로 보였다.


“카리샤 말린? 내 생각보다 일찍 왔군. 무례를 용서해 주게. 내 사랑하는 동생이 오늘따라 히스테릭을 부려서 나도 곤란하니.”


“아닙니다. 다만 오늘은 저택이··· 소란스럽군요.”


“아. 오늘 당 총수라는 작자가 공화당원의 허락없이 예산안을 올려버려서 공화당의 당 본부인 이 곳에서 다같이 모여 싸우고 있다네. 아마 조만간 끝날 것 같으니 참게. 우리 공화당원은 말싸움만 아니라 육체적인 싸움도 잘하니.”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난다.


“열정적인 의원님들이군요.”


“그래. 너무 열정적인 게 문재이긴 해도. 여기는 의회가 아니라 그냥 조용한 시골 저택-“


유리창이 박살나는 소리가 난다.


“조용하지는 않군. 비서. 문 좀 닫아주게. 그리고 한 30분 동안은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고.”


“알겠습니다. 후작님.” 그렇게 말하고, 문이 닫히자 신기할 만큼 조용해졌다.


“자. 그러면 칼리샤 말린. 잡다한 건 제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후작 경은 편지를 꺼냈다.


“자네는 마운티아와 칼달리아 후작령이 좋은 관계를 맺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지. 약간의 대가만 지불하면 말이야. 내 말 맞나?”


“네. 맞습니다.” “좋아. 자네 성격상 돈을 노리고 한 일 같은데.”


“죄송합니다만. 그건 아닙니다.” “오. 이제 정치라도 입문할 건가? 그럼 더 골치 아프겠는데. 알라칸 양.” “아. 죄송합니다만, 전 알리칸입니다.” 이름은 중대 사항이었다. “그건 중요하진 않습니다. 알리칸양. 제가 전해달라고 했던 건 전해 주셨습니까?”


아가씨는 숨을 한번 들이키곤.


“네.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치우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틀렸군. 지금까지 칼리샤 말린. 자네가 빚더미를 만들어 죽여버린 귀족들보다 더 높은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자네도 치워버리겠다는 말을 했네. 제 말 맞습니까? 알라칸 양?” “···네. 맞습니다. 그런데···”


아가씨는 표정이 조금 구겨지고는. 그리고 내 이름은 알라칸이 아니라 알리칸이라고 정정하기도 전에.


“죄송합니다. 제 마음대로 단어를 생략한 듯 합니다.” “아니. 자네가 듣고 싶은 말만 들은 것이겠지. 가치를 증명할 자신은 있지만, 지금까지 치워버린 귀족들만큼은 못하겠다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하. 도대체 뭘 들고 왔길래 그 정도로 확신을 가진 것인가?”


“머스킷 백만정.”


후작은 잠시 얼어 붙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아가씨는.


“그리고 칼달리아 후작령의 동맹입니다. 후작님.”


“그래··· 그래. 자네가 치워 버린 귀족들보다는 더 가치 있는 걸 들고 온 것 같군.”


후작은 시가로 책상을 두드리더니.


“대가는 뭐지? 자네 같은 장사치가 공짜로 그걸 줄 일은 없을 건데. 돈? 지위?”


“장관 직을 하나 마련해 주시죠. 그리고 칼달리아가 세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차관도 마련해 주셔야 합니다. 동맹국을 위해서 말입니다. 후작님.”


“장관직. 그래. 선전부 장관을 하나 뽑아야 하기는 한데. 의회가 자네를 가만두지는 않을 거야. 의회엔 한번 가 봤나?”


“아니요.” “하. 그런데 무슨 깡으로 장관직을 달라는 건가? 내가 자네를 장관직으로 추천을 해도, 말로 사람 한 명쯤은 죽일 수 있는 사냥꾼들을 벗어 날 수 있을 것 같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자신 있든, 없든 추천은 해주지. 다만 그걸 얻는 건 자네 몫이고. 자네가 제안한 머스킷 백 만정과 동맹은 결과에 상관 없이 해내야 하네. 괜찮나?”


“차관 부분은 후작경이 설득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 사랑스러운 동생과, 공화당원을 만나봐야 하겠군. 장관 후보직도··· 하. 동생이 안 안 끼는 곳이 없어.”


“그러면 수락하신 걸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뭘 들은 건가? 하긴. 확실하게 말하는 게 덜 불안할 지도 모르겠군. 수락하네. 다만 내 말대로 자네가 가치를 증명하지 않으면 이 제안도 죽어버리는 걸세. 알고 있지? 아. 물론 제안이 죽어도 자네의 백만정은 잘 도착해야 하고 말이야. 동의하나? ”


“동의합니다.” “그럼. 내일 오후 3시에 장관 후보직 질문이 시작되니. 의회가 처음인 자네는 오전 8시에 마운티아 ‘의사의 자유’ 궁정으로 오게. 본 회의는 9시에 시작하고. 한번 어떻게 물어 뜯기는지 봐야 자네도 편할 거 아닌가?”


“알겠습니다. 뭘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에어조라 지주교를 믿나?” “믿지는 않지만, 등록은 되어있습니다.” “그럼 고해성사를 해서. 빠짐없이 메모를 하게. 내일 의회에서 여태까지 자네 인생이 만천하에 공개될 거니까. 주로 부정적인 내용으로.”


“꼭 들어 놓겠습니다. 더 당부하실 말이 없으시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의회는 정신병동이야. 대비 잘하게. 그 말밖에 해줄 게 없군. 내일 보세. ”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가주의 방에서 빠져나왔다. 창문에는 정장을 입은 신사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결국 몸싸움에서 패한 듯 보였다.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렸군요.” 아가씨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에어조라께서 도와주신 것입니다. 앞으로 헌금이나 열심히 내세요. 아가씨.”


“헌금. 그래. 헌금 받으러 가야죠. 백작한테 갑시다. 예상했던 시간에 비해··· 많이 남았군요.” 아가씨는 회중시계와 수첩을 비교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마차를 잡아 놓겠습니다.” 우리는 전쟁이 끝난 폐허 같은 층계를 벗어난 다음. 다시 우아한 정원에서 마음을 달래고는 마차를 기다렸다.


“의회라. 의회. 상상이 잘 안가네요. 역시 고상한 사람들이 넓은 곳에 앉아서. 자기 잘났다는 말만 하는 곳이겠지요?” 아가씨는 마운티아를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이 저택에서라면 마운티아 전역이 보일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이 저택의 5층에 있던. 유일한 한 방은 원통형으로 되어 있었다.


“가면 저속한 말 하지 말고. 예의를 갖춰야 할 것 같군요. 알리칸 양. 어떻게 하면 음. 길바닥에 구르던 상스러운 여자인 티가 안 날 까요?”


“다들 샌님들 밖에 없을 거니. 오히려 후작에게 몇 대 맞고도 굴하지 않은 아가씨가 더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죠.”


아가씨는 웃으며 끄덕였다. 마차가 도착해 올라타고 다시 마운티아의 급 경사를 온 몸으로 체감하고. 4일만에 오는 데 한 달 만에 오는 것 같은 – 모든 일의 시작이었던 백작의 저택으로 갔다.


여전히 백작의 저택은 잘 있었지만 페인트 칠을 다시 하고 있었고 – 내가 깃펜 하나로 물리친 사람들과 농부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 인파를 뚫고 다시 노크.


“카리샤 말린입니다. 백작님.”


그러면 가정부가 문을 열어주고 – 밝은 미소로.


“잘 오셨습니다. 카리샤 말린님. 백작께서 이번 일에 큰 감사를 느끼고 계십니다. 지금 맞이실에서 기다리시고 계시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이제 ‘님’ 안 붙이네.” 아가씨는 웃으며 가정부의 어깨를 두들겼고. 아마 드디어 월급을 받은 것 같던 가정부는 환한 미소로 대답해줬다.


“오. 카리샤 말린! 나의 절친한 친구 아닌가!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기쁘군!” 백작은 악수를 청했고.


“오. 칼든 백작님! 그럼. 우리는 절친한 친구가 아닙니까! 무사히 계셨던 것처럼 보여 정말 기쁩니다!” 아가씨는 환하게 미소 짓곤 악수를 받았다.


“어쩜 그렇게 일을 잘 처리하나? 정말로 고맙네. 솔직히 그 칼달리아 후작에게 그 배가 넘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았는데!”


“뭘요. 알리칸 양의 헌신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고 – 백작은 미소 짓곤.


“오오! 역시 유능한 상사엔 유능한 부하가 따라오는 법이지.”


무모한 상사에는 무모한 부하가 따라오는 법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백작님. 이제 돈.”


아가씨는 손을 내밀었고.


“물론이지. 물론! 자. 이샤라이나 금화로 주면 되나?” 백작은 바로 선뜻 돈을 내주었다. 이미 가정부는 준비한 듯 백금의 작은 금화 몇 개를 내주었고, 백작은 그걸 받아 바로 아가씨에게 주었다. 아가씨는 미소를 짓곤.


“감사합니다. 백작님. 그러면··· 아.” 아가씨는 뒤를 돌다가 다시, 백작을 보곤.


“뭔가? 친구여.” 백작은 와인을 한 번 들고는 말했다.


“의회 출석 해보셨습니까?” “해봤기는 한데, 아마 다시는 안 갈 것 같네.”


백작의 좋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리는 도저히 무슨 뜻인지 몰라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고.


“말린. 거기는 안 가는 게 제일 좋고. 가면 중무장을 하고 가게. 알겠나? 중무장일세. 옛날 기사처럼 온 몸을 강철로 두르고 가야해. 그리고 큼지막한 방패도 말일세. 안 그러면··· 깔려 죽을거야!” 가정부는 무표정


“주인님. 고정 하시지요.”


“거긴 전쟁터야! 전쟁터!” 가정부는 들고 있던 원판에 무언가가 있는 걸 보곤.


“아씨. 약을 안 드셨네. 먹어요. 먹어. 옳지.” “거어기이인! 전···하으으음···” 가정부가 약을 먹였고. 백작은 우물우물 거리다가 의자에 쓰러졌다.


“그렇게 막 다뤄도 되는 겁니까?” 나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송구합니다. 주인님께서는 지난 6달 동안 칼리샤 말린이라는 사악한 분에 의해서 갖은 협박과 스트레스를 받으셨기에. 가끔 이렇게 흥분한 체로 달려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정부는 우리에게 허리를 숙이곤 말했다.


“아니 그걸 말하는 건 아니···” “뭐. 그러면 가정부에게 물어보죠. 의회. 어떻습니까?”


가정부는 어깨를 으쓱이곤.


“송구합니다만. 저는 빌어먹을 칼딘 가문의 백작 새끼가 2년 동안 월급을 안 줘 전쟁세를 못 냈습니다. 그래서 투표권도 없을뿐더러, 예전에도 그리 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기에 제 월급 올려 줄 것 같은 사람을 찍었습니다만.”


“그렇게 막 말해도 되는 거에요?” “제가 한번 먹어본 결과. 이걸 먹으면 6시간 동안은 이렇게 뻗고, 마음에 평안이 옵니다.”


“합리적이군요.” 아가씨가 말하고, 가정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렇게 된 건 주로 제 잘못이니까요. 이런 못난 주인이 잘못할 때마다 이 원판으로 머리를 휘갈겨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주로 제 잘못입니다.”


“주인 없다고 진짜 막 말하시네!” “당신도 그렇잖아요?”


아가씨를 기침을 하더니. “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냥 제가 보는 앞에서···” 내가 잠시 노려봤다.


“아. 아니. 그러면 이제 가보겠습니다.” 아가씨는 인사를 하고는 빠져나갔다.


“그러면 들어 가시길. 전 제 주인 좀 침대에 던져놓고 오겠습니다.” 가정부는 백작을 들고는 말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무서워 아가씨의 손을 잡고 뛰쳐나갔다.


“뭐. 뭡니까. 갑자기 왜이리 빨리 나와요?” “귀족을 등쳐 업고 침대에 던지는 건··· 어··· 미친 짓이에요. 남부에서는 사형이라고요!”


“그럼 마운티아 아씨들은 전부 사형이겠네.” “그 말이 아니라! 그건 아씨들이고, 저건··· 아! 몰라요!”


“적어도 마운티아에선 저래도··· 되는 건 아니지만. 귀족 친구들이랑 자유민이랑 다른 건 토지세 적게 물 수 있는 영지밖에 없으니 안심 하시길.” “그게··· 아, 몰라요! 때려쳐!”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거부감을 지우지 못하고 말했다.


“뭐. 그러면 돈도 받았으니. 300갈리아를 제 계좌로 옮긴 다음에 괜찮은 술집에나 가서 술이나 마실까요?” 아가씨는 기분이 좋다는 듯 흥얼거리고는 말했다.


“음. 별다른 준비를 안 해도 될까요?” 내가 내심 걱정 되어 말했다.


“제가 누굽니까? 말로는 그 누구에도 지지 않는 카리샤 말린 아닙니까? 그런 저에게 샌님들이란 그냥 구워먹기 쉬운 존재일 뿐입니다. 내일 똑똑히 보시지요. 처음으로 정계에 입문하자마자 파장을 일으키고. 의회를 장악하는 제 모습 말입니다!”








다음 날. 오전 9시. 우리는 어제 간밤에 숙취를 겨우 깨고 겨우 제 시간에 맞춰 의회 정문에 도착했다. 정문에는 마운티이라 카르신이 회중시계를 보고 기다리다가. 우리를 보자마자 본 회의장에 입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를 따라가며.


“생각보다 늦었군. 카리샤 말린.” 다급한 발걸음을 따라가곤.


“죄송합니다.” “시작부터 좋지 않아. 의회를 어떻게 버티려고.”


“죄송하지만, 저는 말 싸움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그렇나? 일가견이라는 말을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니지?” 후작경은 정복으로 환복하고 – 기나긴 어둠의 복도로 들어갔다.


“오늘 증명하지요. 후작님.” “그래. 증명해야지. 증명하지 못하면··· 여기서 사지가 뜯길 테니 말이네.” 카르신은 어깨를 으쓱이곤. 넥타이를 단단히 맸다. 옆에서 한 여성이 다가오더니.


“의장님, 39초후에 수상 질의시간이 있습니다.” “올게 왔군. 그럼 두 숙녀분들은 위로 올라가게. 아직은 등장할 타이밍이 아니니까.”


“알겠습니다.” 마운티이라 카르신은 대답을 하지 않고- 저 멀리 있는 빛에 끝에서 잠시 멈추더니.


“정신병동에 온 걸 환영하네. 숙녀분들.”


그 말이 들리고 –


“마운티이라 다리샤! 그대는 수상 자격 따윈 없소! 하원에서 꺼지시오!”


“가증스러운 공화당 신사분들이 칼달리아에게 독제라도 배웠나, 왜 이렇게 상소리를 짓꺼리는거요?!”


“정숙! 정숙! 신사 숙녀 여러분들. 정숙하시오!” “오. 우리 정의의 수호자께서 정숙이라 하는군요! 공화당의 정의의 수호자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웃음소리가 들리곤, 잠시 조용해졌다. 그렇지만.


“뭔가······” “이상한데요.”


드디어 우리의 등골을 타고 불안이라는 것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어제 하루 종일 술만 퍼 마시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그리고. 저 안에 있는게 과연 신사일까, 타고난 싸움꾼이었을까?


작가의말

스토리가 깊은 곳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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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1 철혈동맹] I Want to Break Free (2) 18.11.27 34 0 11쪽
30 [EP:1 철혈동맹] I Want to Break Free (1) 18.11.22 58 0 13쪽
29 [EP:1 철혈동맹] I Want to Break Free 18.11.20 64 0 17쪽
28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5) 18.11.16 38 0 15쪽
27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4) 18.11.14 75 0 13쪽
26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3) 18.11.11 68 0 13쪽
25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2) 18.11.09 41 0 11쪽
»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1) 18.11.07 53 0 22쪽
23 [EP:1 철혈동맹] Rolling in the Deep 18.11.04 104 0 16쪽
22 붉은 눈의 아가씨에 관해서. 18.11.02 82 0 12쪽
21 불씨 (1) 18.10.31 59 0 15쪽
20 불씨 18.10.28 56 0 21쪽
19 발화 18.10.26 53 1 15쪽
18 터닝포인트 18.10.24 48 0 10쪽
17 샴페인은 끝날 때. 18.10.23 48 0 13쪽
16 On The Boath 18.10.22 64 0 10쪽
15 두 사람. 18.10.21 66 0 9쪽
14 흔들리지 않는 18.10.21 42 0 20쪽
13 폭풍이 지나가더라도 18.10.21 53 0 14쪽
12 안개 속의 거리에서 18.10.14 62 1 30쪽
11 하늘의 색깔과 도시의 색깔 (7) +2 18.10.14 67 1 12쪽
10 하늘의 색깔과 도시의 색깔 (6) 18.09.30 7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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