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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Kiri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 눈의 아가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씁쓸한설탕
작품등록일 :
2018.07.29 16:34
최근연재일 :
2018.11.27 23:07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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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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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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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흔들리지 않는

DUMMY

우리는 한동안 별 말이 없었다. 이번에는 부담할 수 없는 중압감에 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후작이랑 말할 때는 엄청난 이야기를 아주 쉽게 꺼냈지만. 가슴을 진정해보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반역이었다. 반역. 소설책에서는 흥미진진하고 두근거렸지만 겪는 당사자는 속이 매스꺼울 뿐이었다. 발설하면 죽는다. 하얀 제복을 입은 이단심판관들이 우리 집을 태우러···

“아니. 후작이 바로··· 대사관을 폭파하라거나. 혹은 교황을 암살하라고 말하진 않았을 거잖아요? ‘정확히’ 뭘 부탁한 겁니까?”

아가씨는 내 손을 잡고는 말했다. 차가운 손이 내 머리를 적당히 시켜주어 무시무시한 상상에서 깨워주었다. 사실 부탁 자체는 아주 작은 – 그저 우체부의 대행이었다.

“마운티이라 후작 가문에게 편지 한 통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

“허. 마운티이라 후작 가문에게? 뭐 다른 말은 없었습니까? “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어요. “

“그건 긍정적인 답변을 안 들고 오면 묻어버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

“망할.” 적당한 모험과 즐거운 생활을 꿈꾸던 소녀였을 내가. 왜 1초라도 사고가 안 터지는 날이 없는 생활을 즐기고 있는 걸까.

“···저 배만 들고 가고 시골로 숨어버릴까요.” 내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합리적 결정이었지만.

“후작이 시골이라고 돈만 때 먹고 튄 사람을 못 쫓아 올까요?” 아가씨는 합리적인 반론을 제시해줬다.

“그러면 뭘 어쩌려고요? 진짜 마운티이라 후작한테 가서. 부디 우리 칼달리아 후작님의 반란 행위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하는 거에요?”

“칼달리아 후작은 멍청이는 아니니까. 초면에 바로 그렇게 말하라고 써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길 빌죠. 망할. 빨리 편지나 까봐요. 그래야 우리가 뭐라고 설득할 지 알 거 아닙니까?”

나는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편지의 밀봉을 깨트려, 고풍스러운 신성 이샤라이나의 기하학적인 문자로 되어 있는 종이를 전해주었다. 나는 저런 이상한 말을 모르기 때문에 아가씨에게 전해주었다.

“음. 친애하는 마운티이라 후작님, 귀하 가문의 에어조라의 은총과 이샤라이나의 축복이···”

“귀족 특유의 인사는 다 빼주세요. 아가씨.”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마운티이라 후작령과 칼달리아 후작령의 관세 동맹을 감히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는 양국의 무역 증진과 신뢰도를 쌓게 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이며···”

“관세 동맹이 뭔가요?”

“그러니까. 마운티이라와 칼달리아 후작령 사이에는 관세를 전혀 붙이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

“흐음.” “흐으으음···”

이 정도 내용이면 괜찮지 않을까? 정치에 전혀 무관하던 평민이 생각해서 그런 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잘나신 귀족 나으리들이 거절할 필요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물론 기분 더러운 말은 몇 번 내뱉을 지도 모르지만. 그게 인생의 즐거움인 귀족들이니까. 그 정도는 양해해줄 수 있다.

아가씨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뭐. 이걸로 끝나는 이야기라면 할만 할 것 같네요.”

“그렇죠?”

“그걸로 안 끝날 것 같아 걱정이지만. 80갈리아잖습니까? 이 정도 리스크는 용납할 수 있어요. 이정도는 말입니다. “

“그래도 말이에요. 아무리 80갈리아라도 목숨까지 걸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아가씨?”

“···? 그런가?”

아가씨는 영문 모를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뭐. 됐어요. 그러면 이제 이 빌어먹을 편지만 전해주면. 집에 돌아가서 파티라도 할 수 있는 거, 맞죠?”

“파티라니. 스케일이 작으시군요. 하. 도시 전체를 갈아엎을 연회를 터트리는 겁니다. 그 잘난 마운티이라 후작님도 올만한 거대···한··· 오. “ 아가씨는 손가락을 튕겼다. 나도 놀면서 돈 버는 건 훌륭한 생각이라고 생각했기에.

“괜찮네요. 연회에서 후딱 처리하는 거에요. 마운티이라 후작님한테 술을 퍼 먹인 다음 적당히 대답만 들으면 우리 일은 끝나는 거죠. 겸사겸사 제 월급도 올려주시고 말이에요. 아가씨.” 라고 말했다.

“월급 타령 좀 그만하고. 그렇지만 멋진 생각인 건 분명합니다. 음. 이제 그 빌어먹을 배만 잘 보내주기만 하면 노는 일만 남았겠군요. “

“네. 그냥 빛 수금이면 끝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 좀 놀고 싶어요. 하아아암···.“ 늘어지는 하품을 하곤. 아가씨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지친 기색없이 붉은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빛이 나오는 건 일상적이지 않는 것 같지만. 원래 이런 표현을 많이 쓰기에 그냥 따라 쓴 것뿐이었다.

“오래 붙잡고 있었군요. 그럼 내일을 위해 쉬어 두시길. ···아니. 이젠 오늘이네. “ 아가씨는 다시 창문을 통해 건너가려고 했다.

“하암. 네. 그런데 그렇게 보니까 꼭···”

아가씨의 표정이 차가워지곤 나를 바라보았다.

“꼭?”

“좀도둑 같다고요. “

“비슷하네요. 생각해보면. ” 고개를 끄덕이곤 아가씨는 사라졌다. 나는 아가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잠에 들었다. 이번에는 딱히 꿈을 꾸지 않아 다행이었다. 그래서 아침은 금방이었다.

마운티이라에서 맞이한 아침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축복받은 햇살은 보이지 않았고. 그냥 우중충한 도시가 창문에 보이는 게 전부였다. 여전히 도시는 깨지 않은 체 안개에 잠겨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깨어 각자의 일터로 향하고 있었다.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노크 소리. 하나, 둘, 셋. 아가씨다. 문이 열리고 – 몹시 예의 없는 행위였다. – 아가씨는 건들건들거리며 빨리 나오라며 말했다. 나는 적당히 옷을 차려 입었고. 아침 커피를 한 잔 마시고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틈을 비집고 이 테러의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아침에는 정말 평범한 곳이었다.

“자. 그대가 평안히 주무시고 있는 동안. 저는 조사를 해왔습니다. 좋은 소식 하나, 안 좋은 소식 하나가 있어요. 뭘 먼저 들이시겠습니까? “

아가씨는 내 옆에서 다급하게 걸으며 서류더미들을 들고는 말했다. 덕분에 나도 다급하게 걸을 수 밖에 없었고. 방향은 바다가 보이는 쪽이었다.

“안 좋은 소식부터.”

“빌어먹을 새끼들이 선상에서 총질을 하며 싸워 대고 있습니다! 그 개자식들이 선상 반란을 일으켰어요! 근데 그게 망할··· 상륙하면서까지 총질을 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썅! 되는 일이 좆도 없어!” 아가씨는 서류 중 몇 개를 거리에 집어 던지며 말했다.

“엄··· 좋은 소식은?”

“아. 배가 상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작이 오늘 출항 허가서도 내줬고요. ”

“결과적으로는 안 좋은 소식 아닐까요. “ 합산, 마이너스였다. 양수와 음수를 곱하면 음수가 되는 것이었다.

“네. 뭐. 그나마 좋은 소식은 선원들이 이제 굶주림에 정신이 나가 우리 상품을 태우거나 먹어 치우지는 않는 다는 말인데. 그럼 뭐합니까? 지금 반란으로 선원들이 다 죽어버리면 상품은 누가 옮겨요. “

“저런. 지금 상황이 도대체 어떻길래요. “

“항구 부근을 근 300명이 상륙을 해서 개판으로 만들고, 시가전을 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항구 쪽으로 가고 있는 거 아니에요? “

생각해보니. 가면 갈수록 사람은 없었고 희미하게 들리던 총성이 점점 커져가는 것이 느껴졌다.

“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게 우리 일이 아닙니까?”

“············하아.” 한숨만 나온다.

“한숨 쉴 시간 있으면. 권총 장전이나 해 놓으시길 바랍니다. “ 아가씨는 내 주머니에 권총을 꽃아 두고는 말했다.

“그··· 아가씨의 다른 조수분들은 다 어떻게 되셨나요?”

“알면 일하기 싫을 거니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

“망할! 지금 말해달라고요! 이렇게 총질만 하게 하려고 살려 준 거에요? 예!?”

“지금 말해봤자 의미도 없어요. “

“그건 제가 판···”

“아니. 숙여요.” 아가씨는 걸음을 멈추곤 나를 골목길 사이에 밀쳤다. 그리고 내가 있던 자리에는 방금 만들어진 구멍 하나에 김이 오르고 있었다. 그 다음. 총성.

“으아. 으아아아아아아아! “

“권총 장전하고 계신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총을 쏜 다음, 그대는 존나 빨리 저쪽으로 가서 쏘시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죠?”

“으아아아아아!”

“좋아요. 한번 해봅시다. “

아가씨는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말했다. 나는 혼란에 빠진 와중에도 권총을 어떻게 총알을 넣고는 있었다. 우리 아가씨는 옆 건물에 빛나는 무언가에 총을 쏘았고. 곧 그것은 붉은 선혈이 되며 건물에서 거리로 떨어졌다. 나는 그걸 신호로 건물로 미친 듯이 뛰었고. 아가씨는 양산을 들곤 내 뒤를 따랐다.

건물에 돌입하자마자 총기를 겨누는 한 남자가 나를 보았고. 그 남자는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겨 나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방아쇠 위에 달린 부싯돌에 불이 붙지 않았고. 남자가 미친 듯이 당겨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권총에 방아쇠를 당겼고. 권총으로부터 시작되어 차근, 차근 총알이 움직여 – 결국 그의 머리통까지 다이지는 않았다. 그냥 철컥. 철컥하는 소리만 내는 근무태만 권총만이 내 손에 들려져 있었다.

“죽어! 죽어! 아, 썅! 안 쏴지잖아!“

“씨, 씨팔. 뒤져라. 이 개년아!” 그 남자는 라이플을 내동댕이치곤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냈다. 당황한 나는 이 빌어먹을 권총을 그 개자식을 향해 전력으로 집어 던졌고. 권총은 천천히- 회전하며 그 자식의 머리통에 한방 꽃인 다음. 부싯돌 부분이 머리통에 부딪치자 드디어 불을 내뿜으며 그 새끼의 발에 총알을 멋들어지게 박았다.

“으아아아아악! “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제 나는 무기가 없었기에 발을 잡고 대굴대굴 구르는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버린 라이플을 거꾸로 들곤. 아. 혹시 모르니까 부싯돌은 빼놓고. 그 라이플로 남자를 제압했다.

“으아! 야앗! 으아아아!” “자, 잠 으아가아아악! 뼈! 뼈!”

“야앗! 으야아아앗!” “뼈! 으아아아악. 자 , 잠깐. 하반···으아아아악! “

처음 몇 번 휘두르는 건 꽤 힘들었지만. 제압을 염두에 두고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었다.

“야아아아앗! 으야앗! “ “허어어억··· 커허허헉.”

그때. 아가씨가 양산을 들고 여유롭게 들어왔다. 나는 적당히 아가씨를 반겨주었고. 아가씨는 발에 총알을 맞고 머리에는 권총으로 맞은 멍이 들었으며, 몸통에는 라이플의 개머리판으로 호되게 맞은 남자를 불쌍한 눈으로 보며 나에게 말했다.

“괜찮네요. 음··· 알아서 하시길. ”

“사, 살려줘··· 존나··· 존나 아파···”

바닥에 누운 남자가 그렇게 말하더니 아가씨의 드레스 끝 자락을 잡았다. 아가씨는 나에게 눈짓을 줬고. 나는 매타작을 그만두었다.

“음. 당신. ‘프라이드 3호’의 선원이 맞습니까?” 아가씨는 편지를 들고는 말했다. 그 남자는 퉁퉁 부어버린 입술로 말하지는 않고,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

“아니. 상식적으로 선상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면 모르겠는데. 왜 다와서 지랄이에요. 지랄은. “ 아가씨는 신경질 나는 듯 바닥에 있는 술병을 발로 차곤 말했다.

“그. 그게··· 다 부선장 때문이야!”

“하. 그렇군요. 그래. 당신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총으로 쏴 갈긴 것도 다 부선장 때문이고. 어제 술값 사기 당한 것도 다 부선장 때문이고. 니 새끼 먹여 살릴 부모가 피눈물 나는 것도 부선장 때문이죠. 안 그래요?”

“그. 그렇게 말할 것 까지는···”

“꼬와요? 씨발. 우리는 당신 때문에 목숨이 날아갈 뻔 했는데. 당신은 그냥 욕 한마디 처 드셨다고 꼬운가보죠. 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 아가씨는 양산을 집어 던지고.

“니미! 뭐가 그럴 수 있습니까! 썅! 풀리는 게 좆도 없어! 그 빌어먹을 후작 새끼 때문에 이 지랄을 해야한다고요. 예!?” 아가씨는 선원의 목 덜미를 잡아당기곤 말했다.

“으아... 그. 그게. 도, 도착하기 직전에···”

“혹시 한마디 할 때마다 말을 안 더듬으면 죽는 병이라도 걸리셨습니까?”

“···도착하기 직전에. 선장이 이번 수익금은 잘 이끈 내 덕분이니까. 다 혼자 먹는다 해서. 부선장이랑 짜고 죽였는데. 부선장 새끼가 도착하고 나니 1호선만 나눠준데. 그래서 2호선 사람들이 화가 나서···“

“그래. 좋아요. 아니. 좋지는 않습니다. 최악이에요. 도대체 치안부에 넘길 일을 왜 당신들끼리 총 싸움으로 바꿨습니까?”

“저기. 아가씨. 이 사람들 적어도 5일은 상륙은 못해서···” 내가 말했다.

“5일! 맞습니까? “ 아가씨는 다시 한번 말하고는 확인을 요구했다.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곤.

“금방 상륙할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조항을 맡은 부선장이 마운티이라가 아니라 이··· 칼달리아로 끌고 오더군. 관세를 심하게 먹으면 계약상 명시된 내용 때문에 우리의 3년의 노력이 헛 짓이 되어 버리니까.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어. 그런데 부선장 새끼는 지 배만 나눠준다 하고··· “

“여기 정상인은 우리 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

아가씨는 남자를 발로 강하게 한 번 찬 다음.

“갑시다. 그 빌어먹을 부선장도 이렇게 만들어주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

“’아시겠습니까’라 말 하셔도. 저한테 선택지가 있기는 한 겁니까?”

“없죠. 잘 아시네요. 그럼 갑시다. “ 아가씨는 나가라고 손짓하며 양산을 그 사람의 머리통에 겨누었다.

“잠깐! 잠깐! 망할. 날 죽이면 이제 끝이야. 끝이라고! 우리 선원들이 100명은 넘게 있는데. 너희··· 너희 둘이 다 감당할 수 없어! 그러니까. 날··· 날 살려! 살리라고!”

아가씨는 그 말을 듣고는 조금 고민하더니.

“네. 그럼 조수. 우선 비공정 정류장 쪽으로 먼저 가주세요. 거기서부터 시작해봅시다. “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망치면 어쩌려고요?” 내가 물었다.

“누구. 당신?”

“네. “

“도망쳐 봐요. “ 아가씨는 조소하고는 다시 그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를 묻고 있었고 – 아가씨가 명령하신대로 먼저 국제 비공정 정류장을 향해 움직였다.

거리는 여전히 고요했다. 불안한 안개와 스산거리는 발자국 소리는 이 거리에 아무도 없음에도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충분했고, 중간중간 들리는 총 소리. 화약 소리. 어디서 무언가가 꽃히는 소리를 들으며 난 필사적으로 거리를 벗어났다. 안개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리고 비공정 정류장이 보일 때. 총성 세발이 들렸다. 가까웠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정류장으로 달렸다.

정류장은 불안해하는 시민들로 가득했고 – 그런 시민들을 무심하지만 듬직하게 서있는 병사들로 가득했고. 그리고 그런 시민들에게 장사하려는 싸구려 모험가들, 용병들로 가득했다. 비공정들은 안개를 뚫고 돌파하고 있었는데. 몇몇은 불행히도 안개에 침몰해버렸는지 소방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치지직거리는 마정석 잡음. 공무원들의 하품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언제 올지 모르는 아가씨를 잠시 기다렸다.

“기다리셨습니까? 커피하우스라도 들리시지. 아니면 살롱이라던가. 아··· 살롱도 불법이지. 여기. “ 내 옆에 아가씨가 앉으며 말했다. 드레스에선 비릿한 냄새가 났다. 그 다음은 입- 얼굴. 아가씨에게서 내가 잊고 싶은 냄새가 울려 퍼졌다.

“그런 곳은 정신 사나워서 못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같이 오실 줄 알았는데. “ 나는 아가씨의 드레스에 희미하게 묻은 피자국을 바라보곤 말했다.

“뭐. 에어조라만 아시겠지요. “ 아가씨는 잔을 들이키고는 드레스에 묻어 있던 피를 가렸다.

“···아가씨. 저도 할 수 있습니다. “ 내가 말했다.

“뭘요? 배달부?” 아가씨는 지나가던 웨이터에게 잔을 올려놓곤 말했다.

“배달부. “ 끄덕였다.

“아니요. 한 번도 안 했잖습니까? “ 고개를 저으셨다.

“그러니까 한 번만 하면···”

“그 빌어먹을 소설 책에서 그리 알려준답니까? 한 번 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요?“ 아가씨는 잔을 비웠다.

“아니. 그냥 힘들어 보이시니까 말씀드렸습니다. “ 나는 아가씨의 잔을 다시 채워 넣어 주었다.

“힘든 걸 굳이 할 필요는 없죠. 안 그래요?” 아가씨는 찻잔을 만지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뭐.“

“왜. 사람 죽이는 거에 관심이라도 생겨서 말했습니까? “

“월급 값을 못하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월급은 받아본 적은 없지만. “

“잘하고 있으니까 손에 피 묻히지는 마시길. 요즘 직원 구하기 어려우니까. “

아가씨는 블랜드를 들이키시고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서서히 개고 있었다. 그 때. 아가씨는 정신 없이 지나가는 비공사 – 모자가 특이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중 한 명을 붙잡고는 자리에 앉혔다.

“뭡니까! 바빠 죽겠는데. “ 그 비공사는 인생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손에 종이 쪼가리를 들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번 주조차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듯 하다. 목에는 펜던트가 걸려져 있었는데. 흠집이 꽤 있었고 손때가 많이 타져 있었다. 얼굴은 깊은 주름인데. 아마 주로 비행 문제가 아니라 그 빌어먹을 이샤라이나 싸이코 새끼들과 교전으로 인해 생긴 주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나중에 알려주겠다.

어쨌든. 아가씨는 그런 인생이 꼬인 비공사에게 말을 걸었다.

“비공정 좀 빌립시다. “

“미안하지만. 이 빌어먹을 안개를 뚫고 비행할 미친 비공사는 별로 없을걸? 물론 거기에 나도-” 비공사가 말하고 있었지만. 아가씨는 텅텅 빈 잔을 있어 보이는 척 한번 들이키고는.

“1 갈리아. 시내 비행. 30분.“

“포함되지는 않아. 내가 오늘 술에 좀 취했거든. 아니. 취했습니다. 손님. “

“형용사적 표현이라고 믿겠습니다. “ 아가씨는 가방에서 ‘Eshraina Cold-Gold Coin – For Tax: 1 Galia’ 라고 적힌 동전을 하나 꺼내서 그에게 넘겨주었고. 함장 모자를 고쳐쓰던 그는 스텝이 꼬이는 와중에도 그걸 받곤 넘어졌다.

“어. 아가씨. 아가씨 사기꾼 아니죠? 1갈리아가 저렇게 가벼울 리가 없잖아요. “ 그걸 본 내가 말했다.

“아. 이샤라이나에 계신 열혈 신자, 혹은 광신도, 혹은 정신병자들이 세금을 진짜 금으로 가져오기는 귀찮다며. 실제 싯가는 0.00001갈리아쯤 되는 동전을 하나 찍고는 그걸 무조건 1갈리아에 사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거 실제 금 함류량은 극히 적지만 1갈리아의 가치가 인정되죠. “

“말이 안되는 데요. 금이 0.00001갈리아 들어 있으면 0.00001갈리아잖아요. “

“싫으면 이샤라이나한테 따져요. 전쟁에서 이기면 바꿔줄 지도 모르는데. 이길 수는 있으려나?” 아가씨는 가방을 닫곤 말했다.

비공사는 우리가 말하는 와중에도 동전을 소중하게 닦고는 케이스에 넣었다. 슬슬 일어나고 있던 비공사를 보곤 아가씨가 손을 내밀곤 말했다.

“자. 계약 성립입니까? “

“예! 손님! 30분 이내면 지옥 끝이라도 따라가는 비공사입니다! 숙녀분께서 보내주신 신뢰를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지옥 끝이라. 훌륭하네요. “ 아가씨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고. 당연히 소설에선 이게 복선인 것이 한눈에 들어올 만큼 너무나도 명백한 복선이었지만. 우리의 비공사는 꽤 오래간만에 얻은 것 같은 수입인 1 갈리아의 환희에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으며. 그래서 악마가 내주는 손길을 잡은 것이었다.

“네! 지옥 끝이라도 말입니다! 손님! “


작가의말

지옥 끝이라도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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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안개 속의 거리에서 18.10.14 62 1 30쪽
11 하늘의 색깔과 도시의 색깔 (7) +2 18.10.14 67 1 12쪽
10 하늘의 색깔과 도시의 색깔 (6) 18.09.30 71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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