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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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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58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10 14:57
조회
590
추천
11
글자
7쪽

<2>

DUMMY

어제 나와 대범 선배와의 일을 들으셨던 걸까?


"네. 선배님. 경청하겠습니다."


"어제 대범이랑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널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라 대범이랑 오랫동안 지내 온 친구로서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해주려고. 대범이 그 녀석 성격상 이런 말 못하는 거 잘 아니까.


대범이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들이 돌고 있는 거 나도 잘 알아.


'선배가 뭐 벼슬도 아니고 왜 그렇게 권위적이야?' 라던지 '툭 하면 시비 걸고 짜증 내고 성격이 왜 그래?' 같은 말들..


친구라 순화해서 말을 했지만, 더 심한 욕설까지 듣고 있는 거 잘 알고 있어.


너희가 알고 있는 대범이는 짜증 나고 피곤하게 하는 선배겠지만.. 우리 동기들이 알고 있는 대범이는 누구보다 밝고 매사에 자신감 넘치는 친구였어. 그때는 참 빛나는 사람이었는데 꼭 지금의 너처럼.."


지금의 나처럼이라.. 하나 선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하나 선배는 물 한 잔을 마시고서 과거의 행복했던 그때를 회상하는지 빙긋이 미소를 지으셨다.


"음.. 뭐부터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대범이는 1학년 때 입에 항상 달고 있는 말이 있었어.


'난 개그 기획자가 될 거야. 내가 만든 개그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거야. 우리 대한민국을 웃게 만들 거야.'


철없던 1학년이 하는 말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동기들 모두 그 말을 믿었어. 대범이는 진짜 천재였었거든.


아이디어와 개그 콘티는 대범이가 도맡아 하다시피 했었고 대범인 웃음의 포인트를 언제 터트려야 하는지를 감각적으로 느낀다고 해야 할까? 우린 이걸 0.5초의 미학이라고 불렀었는데 그 순간의 찰나에 대사를 처야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 이 포인트를 정말 잘 잡아냈었어.


그렇게 빛나던 대범이었는데.. 우리 학교 선배 중 한 명이 대범이의 능력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했었어.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니깐 누구도 선배가 그런 의도로 접근한 지 몰랐었지. 그 선배는 대범이와 정말 친형제보다 가깝게 지냈어. 거의 매일 붙어 다니면서 대범이에게 밥도 사주고, 힘들 때 위로도 많이 해주고, 어려운 일 있으면 많이 도와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대범이를 챙기는 척, 아끼는 척 하면서 뒤로는 대범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했었던 다양한 소재들과 아이디어 콘티를 훔쳤던 거지. 그리고 개그맨 공채 시험에 마치 자기가 다 생각해내고 준비한 것처럼 속여서 합격한 거구."


말을 잠시 멈춘 하나 선배는 조금은 식은 죽을 한입 먹었다.


"맛있다. 이 죽.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게 나도 많이 괜찮아진 거 같아."


"선배 입맛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그래서.. 대범 선배는 어떻게 된 건가요?"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대범이는 그 선배와 크게 싸웠어.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학교 휴학하고 1년간 연락이 안 되다가 다시 학교에 복학했는데 지금처럼 대범이가 변해있더라."


"그 선배라는 사람.. 누군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너희는 잘 모르는 선배일 거야. 97학번 차명환 선배."


차명환이라..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라 의아했다. 개그맨 공채 시험 합격생이면 적어도 이름 한 번 정도는 들어봤어야 정상인데.


"개그맨 공채 시험 합격생이면 그래도 저희가 이름 한 번 정도는 들었을 만도 한데 기억에는 없네요."


"아.. 그럴 수밖에. 그 선배 대범이와 크게 싸우고 며칠 후에 사고로 죽었으니까."


"사고로... 죽어요?"


"응. 교통사고. 술에 취해서 무단횡단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들었어."


하나 선배는 얼마 남지 않은 죽을 드시며 그 이상은 말을 아꼈다.


"하나 선배. 저에게 굳이 대범 선배의 이야기들을 해주는 이유가 있습니까?"


선배는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우선은 대범이에게 너무 미운 감정만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는..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추측이기에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야. 그렇지만 난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 그동안의 대범이와는 무엇인가가 분명 다르니까."


어떤 부탁을 하려기에 하나 선배는 저렇게 어렵게 말을 꺼내는 것일까.


"그 선배와의 사건 이후로 대범이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은 느낌이었어.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은 다 밀어내고 벽을 쌓았으니까. 우리들이 대범의 마음을 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너는 모를 거야. 정말 철옹성이 따로 없었거든.


그런데 그동안 한 번도 그런 적 없던 대범이가 유독 요즘 너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게 보여. 은근슬쩍 너를 신경 쓴다고 해야하나? 무엇 때문인지, 왜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 성우 너로 인해서 대범이의 닫힌 마음의 문에 작은 틈이 생긴 거 같아.


그리고 나는 이게 대범이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싶었어."


나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탁하셨다.


너와 대범이가 어제 있었던 일로 인해 네가 지금 어떤 마음일지 잘 알아.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선배라는 거 정말 잘 알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만.. 한 번만 대범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대범이와 이야기라도 해주지 않을래?"


무엇이 하나 선배를 이렇게 간절하게 만들었을까. 단지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그걸로는 하나 선배의 간절한 마음이 설명이 안 된다.


답은 아마도.. 사랑이겠지.


하나 선배는 그동안 혼자서 가슴 아픈 사랑을 해 왔었나 보다. 아무리 열려고 노력해도 열리지 않는 마음의 문을 선배는 얼마나 두드리고 또 두드렸을까.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하나 선배를 바라보며


"하나 선배의 말 잘 들었습니다. 선배가 대범 선배를 얼마나 아끼는지도 잘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대범 선배와 대화를 통해서 마음의 문이 열릴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말 몇 마디의 대화를 통해 열린다? 글쎄요.. 너무 이상적으로만 보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내 대답을 듣던 하나 선배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지. 미안해 성우야.. 이렇게 죽까지 요리해서 줬는데 나는 괜히 너를 신경 쓰게 만드는 이야기만 꺼냈네."


선배는 아무래도 내가 거절했다고 생각하나 보다.


"선배. 대화 말고 다른 걸로 해보죠. 그 닫혀있다는 철옹성의 문, 한번 열어 보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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