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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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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73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21
조회
741
추천
17
글자
9쪽

<2>

DUMMY

"나우 기획사? 거긴 음악 기획사잖아. 가수나 아이돌들 많은 곳. 설마 준이 형 아이돌이나 가수로 데뷔하려고 하나? 아니지... 이건 더 말이 안 되네. 준이 형 부르는 데가 얼마나 많았는데..."


대용이는 민우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저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나우 기획사면... 우리나라의 3대 메이저 음악 기획사인데 이맘때쯤 음악뿐만 아니라 탑급의 MC와 배우 등과 계약해 종합 엔터테인먼트로 발돋움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준 선배는 왜 나우 기획사랑 계약했었을까?


아무리 대형 기획사라지만 음악만 했던 곳이라 배우와 관련된 시스템 자체가 아직 자리 잡지 않았을 텐데... 거기다가 배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형 기획사들도 많았다. 신성이나 소안 기획사들이 가장 대표적인 배우 전문 기획사로 은연중 도는 소문으로는 이미 준이형과 몇 번 접촉했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떤 계약조건이 이준 선배를 나우쪽으로 끌어당겼을지 궁금했다.


뭐 미래를 생각해보면 이준 선배의 지금 선택은 참 탁월했다고밖에 할 말이 없지만, 지금 이 순간 제 삼자가 보았을 때는 솔직히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으니 저렇게 설왕설래 하는 거겠지.


"니들 준이 선배 모르냐? 어련히 다 알아서 잘 하셨으려고. 특히 연기 쪽 관련해서는 나도 무서워할 정도야 진짜. 나우 기획사에서 이준 선배한테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으니 준이 선배도 이것저것 따져보고 결정했겠지."


"그래도 나우 기획사가 말이 되냐고... 솔직히 지금 나우에 배우 누구 있는데? 아니 있긴 하나? 선배가 처음으로 들어가는 거 같은데?"


"아니 넌 왜 화를 내? 네가 그럼 이준 선배한테 가서 왜 그랬는지 물어보던가!"


아무래도 알게 모르게 이준 선배가 민우와 대용이의 롤 모델이였던 거 같은데 그런 롤 모델이 가야 하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니 저렇게 화를 내는 건가 싶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화를 왜 내냐고 왜! 내가 준이 선배 그리로 가게 만든 것도 아니고, 나중엔 나우 기획사 들어가고 싶어도 못 간다 이것들아.


혼자 씩씩대다가 좀 진정이 되었는지 가만히 날 쳐다보더니 민우는 슬그머니 나에게 다가왔다.


"성우야 너 좀 있다가 준이 선배랑 따로 만나서 캐릭터 분석, 대사 분석 할 거지?"


"응. 연습 끝나고 선배랑 따로 가서 분석하고 가니까. 근데 그건 왜?"


"그럼 그때 네가 살짝 스쳐 지나가듯 물어보면 안 되냐? 선배가 왜 나우 기획사로 결정하게 되었는지."


"야! 좀 적당히 해! 네가 준이 선배 어떻게 생각해서 그러는지는 알겠는데 이 이상은 진짜 오버야. 그리고 계약조건에 대해서 직접 말해주지 않는 이상 물어보는 거 예의에 벗어나는 건 알잖아? 준이 형 일은 인제 그만 생각하고 시간 있을 때 연습이나 더 하자. 나중에 되면 정신없을 거 뻔히 알면서 너 캐릭터 분석은 다 끝냈어?"


민우는 내 말에 찔끔해 애꿎은 바닥만 툭툭 치다가 대본을 가져와 집중하며 보기 시작했다.



단체 연습 시간에도 다들 준이 선배 이야기로 분위기 자체가 붕 떠 집중을 잘 못 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준이 형. 형 나우 기획사랑 계약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맞아요?"


"어. 다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계약한 거 맞아."


"저 준이 선배. 그럼. 이번 연극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당연히 이번 연극은 끝까지 갈 거야. 중간에 그만두거나 빠지는 일 없을 테니까 다들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옆에 민우를 살짝 보니 '도대체 왜 나우랑 계약한 거에요?'라고 물어보고 싶은데 차마 물어볼 수가 없어 혼자 끙끙대는게 보였다.


"자! 오늘도 집중해서 연습 시작해보자. 성우야 오늘은 내가 챕터 1, 2쪽 할테니 3, 4는 성우 네가 애들이랑 연습하도록 하자."


가장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은 못 들었지만 그래도 연극은 끝까지 같이 할 수 있다는 말에 다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챕터 1, 2쪽 인원은 선배 쪽으로, 챕터 3, 4쪽 인원은 나에게 와 대사를 맞춰보기 시작했다.


단체 연습이 끝난 후 이준 선배와 대사 하나하나 집어가며 분석을 하는데 연습 중 이 시간이 가장 재밌는 시간이기도 했다.


"성우야 여기 상진이 렌터카를 운전하는 씬. 여기 이 부분 어떻게 표현할 거야?"


"음... 사실 제주도에서 운전 사고가 나기가 쉽지가 않을 거예요. 차가 그만큼 많이 다니지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그리고 평소 자기가 몰던 차가 있는데 그 차와 거리감이 달라 사고가 났다고 하기에도 상황상 어울리지 않고요. 그러니까 상진이는 운전을 거의 해보지 않았을 확률이 높아요. 장롱 면허인데 운전을 하면 할 수는 있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거에요."


"전 여기서 사고가 날 수 있을 거란 걸 암시할 수 있고 또 운전에 미숙하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하나 있어요."


내 말에 자뭇 궁금한 듯 상체를 살짝 더 가까이하시며 물었다.


"어떤 생각?"


"제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따라와 주세요. 오랜만에 차를 운전하려고 운전석에 앉았어요. 그런데 너무 오랜만이라 시동을 거는 것 마저 가물가물한 거죠. '시동을 이렇게 거는 거였나?'란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시동은 어찌어찌 걸었는데 핸들 양옆에 있는 깜빡이 켜는 막대랑 와이퍼 움직이는 막대기 있잖아요. 이게 또 헷갈리는 거예요. 뭐가 깜빡이였고 와이퍼였는지 그래서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는걸 보여주는 거죠. 또 미등과 전조등을 키고 이게 어떤 등인지 확실히 모르니 차에서 내려 하나씩 확인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을 거 같아요."


"음... 괜찮네. 관객들이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특히 여성분들이 처음 운전을 할 때 해봤을 생각들 일 것 같아서 공감대를 얻기도 좋을 거 같고.


"그리고 운전을 하면서 사고의 과정까지의 구도를 이런 식으로 보여주면 어떨지 생각해 봤어요. 불안함 - 운전 미숙에 대한 두려움 - 운전의 적응으로 인한 자신감 상승 - 유턴을 도는 중 사고 - 좌절, 걱정, 불안, 회의에 대한 감정 표현."


내가 생각한 구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선배는 즉흥적으로 상황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불안함은 방금 네가 말했던 자동차 탐색 같은걸 보여주면 좋을 거 같고, 운전 미숙에 대한 두려움은... 좌회전을 못 해 끙끙대는 건 어때? 계속 직진만 하는 거지. 그러다가 좌회전에 도전해 성공하면서 운전에 대해 적응을 했다고 스스로 착각하게 만들어주고. 운전이 어렵지 않다고, 역시 잘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안도하고 위안하고 있을 때 사고가 딱 나면 심리적으로 지금 사태에 대해서 더 압박받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은데."


이거... 지금 내가 생각한 구도를 듣자마자 상황을 그려낸 건가?


진짜 사기캐를 보는 느낌이구만 쩝...


선배와 나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 자리를 마무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미리 짐을 다 정리했던 나는 선배에게 다가가 씨익 웃으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선배, 아니... 준이 형. 나우 기획사 들어간 거 축하드려요!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이 나오긴 하지만... 전 형 선택이 잘한 거라 생각했어요.

아마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배우 따로 가수 따로와 같은 경계가 붕괴될 거예요. 이러한 붕괴는 다른 분야로도 계속 넓어져 갈 거구요. 기획사들도 점점 종합 엔터테인먼트 형식으로 바뀌어 갈 거라 생각해요."


묘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선배에게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 주위의 걱정스러운 시선이나 말들은 형이 실력으로 보여주시면 되죠~"


"성우 넌 참... 신기해 정말. 오늘 처음으로 축하한다는 말 들은 거 같네. 먼저 올라가 있을 테니 빨리 쫓아와. 아니지... 너라면 어느 순간 내 앞에 서 있을 수도 있겠어. 빨리빨리 올라가야겠는데?"


"어이쿠. 형의 뒷모습 보여 열심히 쫓아가겠습니다~"


씨익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선배는 도서관에 잠깐 들려야 한다며 도서관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손을 흔드시며 가다가 뒤를 돌아보시더니 나를 향해 무심한듯하지만 기쁜 감정이 느껴지게 말했다.



"고맙다! 축하해준 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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