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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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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75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26
조회
716
추천
18
글자
8쪽

<2>

DUMMY

회귀하기 전 세상의 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방송 작가 3명을 뽑으라고 하면 항상 그 안에 포함되었던 작가.


'더 넘버' '숨은그림찾기' '기억해 그 순간을' '바쿠스의 눈물' 등등 이 밖에도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들을 탄생시킨 최고의 작가 중 한명이었다.


처음 봤을 때 낯이 익다 싶었었는데... 젊었을 때 모습이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내가 알던 모습의 문지영 작가는 짧은 단발에 단아한 원피스를 주로 입었었는데 지금의 문지영 작가는 긴 생머리에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어서 바로 매치가 안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성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으시네. 시원시원한 일을 풀어나가며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리는 누님이셨다.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하다는 것이고 안 좋게 말하자면 약간 마이웨이 기질이 있다고 해야 하나.


생각지도 못한 만남에 놀라 생각에 잠겨 멍하니 문지영 작가를 쳐다보고 있는 내가 이상해 보였나 보다.


"뭐야 왜 날 그런 눈빛으로 쳐다봐?"


"아.. 큰누나라기보다 이모뻘...이라고 하면 안 되겠죠 그렇죠... 큰누나로 모시겠습니다."


나의 처세가 그래도 마음에 드셨는지 피식 웃으시며 남은 두 여성분을 소개해 주었다.


"여기 둘은 정소라, 이주희 내 밑에서 글 배우고 있는 애들. 나이는 20대 중반이니 너희들끼리 알아서 따로 호적정리 하도록 하고. 우선 밥 먹을 준비부터 빨리하자~ 배가 등가죽에 붙겄어. 언니는 형부한테 전화 좀 넣어줘."


다들 저녁 식사 준비를 위해 부리나케 움직이며 준비를 했고 얼마 안 있어서 남편분도 양손에 무엇인가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지 2개를 들고 들어오셨다.


"으잇차! 내가 좀 늦었네. 자기야 이거 냉장고에 넣어줘."


비닐봉지에 들어있던 것들을 하나둘 꺼내는데 나오는 건 죄다 술, 술, 술...이다가 오~ 이건 회!


얼른 다가가 나오는 술들은 냉장고로 옮겨 놓았다.


"아니 형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자기야라니. 아유~ 닭살이야!"


"부러우면 너도 얼른 시집가! 애먼 우리 남편한테 쏘지 말고!"


"췌... 이거 솔로인 사람은 어디 서러워서 살겠어? 흥!"


나와 소라, 주희 누나들이 밥 먹을 준비를 다 끝내자 문지영 작가는 재빨리 자리에 앉더니 주인 두 내외를 재촉했다.


"배고파~ 빨리들 와요! 밥 먹읍시다 바~압!"


그리고 아까 성격이 예전과 똑같다는 말은 취소... 내가 알던 단아한 카리스마를 가진 작가님은 어디로 가고 철딱서니 없는 이런 큰 누님이라니.


아~ 적응 안 된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그 많던 비빔밥들을 싹싹 긁어 드셨다. 특히 문지영 작가는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를 온몸으로 보여줘 우리의 웃음을 자아냈다.


"밥도 다 먹었으니 2차전 가야지? 성우는 술 좀 마시나?"


"글쎄요... 그래도 어디 가서 못 마신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긴 해요."


"오호~ 그 말 어디 끝까지 갈 수 있는지 보자고."


그렇게 술자리가 시작했는데 이 누님들 보통이 아니시다. 벌써 한 병씩들은 다들 마신 거 같은데 눈빛들이 더 초롱초롱해진 것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술 마시는 스피드가 좀 빠른 거 같아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


"문지영 작가님이랑 이 게스트하우스 주인분이랑 진짜 친자매에요?"


"음? 내가 작가라고 이야기했던가?"


아차...


"아까 두 누나 소개해줄 때 자기 밑에서 글 배운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작가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에요?"


"아~ 맞아 제법 센스있네? 뭐 아무튼 우리 친언니 맞아. 우리가 좀 안 닮긴 했지? 언니한테 유전자가 몰빵해간 느낌이긴 해. 외모면 외모, 공부면 공부. 근데 넌 혼자 여행 왔나 보지? 네 나이 또래에 혼자 여행 오는 건 처음 봤네."


"그렇지? 나도 게스트하우스 하면서 거의 못 봤어. 이렇게 젊은 친구가 혼자 여행 다니는 거. 보통 친구랑 오거나 아니면 좀 더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 혼자 오거나 하는데..."


"저 사연 있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저 경험도 쌓고 알아볼 게 있어서 겸사겸사 여행 온 거예요"


"뭘 알아보는데?"


"저 연극을 하는데... 그 연극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제주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라 연기에 좀 도움이 될까 해서 직접 내려와 봤어요. 글로만 보고 느끼는 거랑 직접 보는 거랑은 매우 다르니까요.


"연기? 배우 지망생이야? 어쩐지 너무 잘생겼다 했어. 어쨌든 직접 내려와서 경험해보겠다는 자세는 좋네. 그래 내려와서 직접 경험해 보니 뭐가 보였어?"


뭐가 보였냐라... 하루를 보냈을 뿐인데도 너무 느낀 게 많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싶다가 그냥 오늘 느낀 감정들을 하나하나 이야기 해 드렸다.


"오늘 올레길을 걸었어요. 그 길을 걸으면서 보고 느낀 감정들... 그게 진짜 제주도 여행의 맛인 거 같았어요. 오랜 세월이 만들어 낸 자연경관을 보며 느낀 장엄함, 해변에 홀로 놓여 있는 배 한 척에서 느낀 고독과 여유,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느낀 교감들, 이것들 말고도 느낀 게 많았어요. 내 발로 직접 걷고 돌아다니고 부딪쳐 제주도를 알아가는 그 모든 과정과 순간들이 절 가슴 벅차게 했거든요. 아마 제 연극의 주인공도 저와 똑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해요."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듣던 문지영 작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연극의 주인공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가 제주도를 제대로 알아가는 건 알겠네. 내가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게 바로 경험이야. 여기 소라랑 주희한테 내가 항상 하는 말인데 경험해 보지 못하면 상상도 못 해. 사람들이 날고 싶다는 상상을 어떻게 하게 될까? 그저 하늘을 바라보다가 날고 싶다? 이건 말이 안 돼.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고 나도 저렇게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거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그 무언가를 본 경험이라도 있어야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법이야."


"글이나 연기도 이와 똑같아. 수많은 경험이 서로 부딪치고 융합하고 하면서 새로운 그 무언가가 나오는 거지. 내가 종종 드라마 세트장에서 연기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는데 비슷한 나이 또래임에도 연기의 질적 차이가 확 날 때가 있어. 재능의 차이일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대부분은 다 재능이 있으니 그 세계에서 버티고 있는 건데 단지 재능의 차이라고만 말하긴 그렇지. 난 그 차이가 그 경험적인 부분이라 생각해. 그래서 연륜을 무시 못 하는 거지."


"쓸데없이 사설이 길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그렇게 계속 경험해보면서 거기에 토대를 두고 연기 하라고. 그럼 분명 많은 사람이 너의 연기를 기억할 테니까. 술이나 마시자! 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연기관이랑 비슷한 말이라 공감이 많이 됐다.


경험이 바탕이 되는 연기.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감정의 발산이 연기의 재능이라면 경험은 그 발산된 감정을 다듬어 연기를 보는 사람이 정확하게 어떤 감정인지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컨트롤러라 할까.


좋은 연기란 느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연기는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연기다. 그 공감대 형성의 기본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선 연기를 하는 사람이 그게 어떤 것인지 정도는 해봐야 알지 않겠는가. 열 번 대본을 읽는 것보다 그 상황을 보는 게 더 낫고, 열 번 보는 것보다 한번 해보는 게 더 낫다.


지금보다 더 나은 연기, 더 좋은 연기를 하기 위한 노력이 문지영 작가에게 인정받는 거 같아 쭉 들이켜는 소주 한잔이 오늘따라 참 달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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