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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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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81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12
조회
907
추천
21
글자
8쪽

<2>

DUMMY

02학번 선배들이 다 끝나자 03학번 선배들이 호명됐다. 03학번 선배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성훈 선배와 하나 선배였다.


성훈 선배는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젊은 PD 역할을, 하나 선배는 경찰 공무원 시험을 보고 여행 온 당찬 아가씨를 보여주었다.


성훈 선배의 연기가 끝나고 나서 우리 친구들과 나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드디어 우리 학번의 순서인가...


민우가 먼저 불려 나갔다.


"챕터 1. 4-1 하겠습니다."


"아... 제 소개요? 흠흠... 우선 28살 이상진입니다. 취업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공은 조리와 경영을 복수 전공해 둘 다 쓸 수 있는 쪽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아직까진 성과가 있지는 않네요 하하.. 저 자신을 다시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3박 4일 비행기 표 예약해서 날라왔습니다. 시작부터 삐그덕 거려 잘 안 풀렸는데... 그래도 여기서 좋은 사람들 만나서 이렇게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네요."


담담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잘 안 풀린 씁쓸한 과거를 안으로 잘 갈무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내 친구라서가 아니라 참 잘하긴 한다. 조금 과도하게 감정을 전하려는 게 있지만, 그거야 그렇게 흠이 되는 것도 아니니...


다음으로 호명된 사람은 대용이었다. 대용이는 영어 강사를 준비해 왔는데 이 역할이 꽤 재밌다.


이준 선배 연기에서 나오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고 상진이에게 외국인에게 대쉬해 함께 술 마시자고 꼬셔보라고 부추기던 같은 방을 쓰게 된 영어 강사. 얄밉고 또 얄미운 역할.


함께 술자리에서 썸이 탈랑 말랑 했던 병원 비서와의 관계를 와장창 깨버리는 부분을 대용이는 연기했다.


"챕터 3. 2-2 하겠습니다."


"아~ 난 오늘 상진이 따라다녀야겠다. 아무 계획 없이 와서 여기 게스트 하우스에서 3일 예약해버렸거든. 오늘 너랑 같이 다니면 재밌을 거 같아~ 엉? 어제같이 술 마셨던 그 비서 친구랑 여행 같이 갈 생각이라고? 아휴~ 어제 봤잖아? 완전 그 여자 사람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야. 그냥 나랑 둘이 다니자. 응?"


아오 얄밉다! 저 상황을 생각만 해도 한 대 때리고 싶을 정도다. 특히 저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고 여자 비서가 다 이상한 사람이라는식의 건들건들 말하는 투와 뺀질뺀질한 얼굴 표정은 극 속의 영어 강사 강제헌을 빼다 박은 느낌이다.


저거... 연기인 거 맞는 거겠지? 내가 알고 있는 대용인 저런 친구가 아닌데 저 연기를 보니 내가 그동안 친구를 잘못 알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


"04학번 신성우 준비해주세요"


어? 아... 날 호명한 거구나.


무대 위로 한 걸음씩 걸어가며 온몸의 근육을 가볍게 풀어주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서부터 발가락 끝까지.


"챕터 1. 3-1 하겠습니다."


무대 위에서 가볍게 공연장에 앉아있는 선,후배들을 본 후 감정을 다잡았다.


감정 몰입 전날 쳐다보는 대용이와 민우의 힘내라는 시선, 나는 어떤 연기를 할지 궁금해하는 신입생들의 시선, 그리고 이준 선배의... 무슨 의미인지는 알기 힘든 오묘한 시선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상진의 감정'으로 침잠하기 시작했다.


좋은 연기를 봤으니 나도 보여줘야지.


지금부터 난 '상진'이다...


렌트를 한 지 30분 만에 사고가 나 반납할 수밖에 없는데 다른 렌터카는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 모든 계획 자체가 깨져버려 다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사고를 낸 순간이 계속 반복되어 생각나 스스로를 자책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상진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하아... 거기... 푸름 게스트 하우스 맞습니까... 오늘 예약한 이상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중 교통편으로 갈 방법을 알고 싶어서요. 아, 여기가 어디 근처냐면요... 그 제주도 공항 근처 버스터미널에서 가깝습니다. 네네. 버스터미널에서 서귀포 쪽으로 가는 13번을 타고 가다 별다리골 정류장에서 내리면 그 근처라는 거죠? 네 감사합니다. 지금 출발하니 한 시간에서 한 시간반 후 쯤 도착할 것 같습니다."


"후... 상진아. 상진아. 정신차리자. 렌터카 사고 난 건 이미 지나간 일이다. 정신 차리자. 하아..."


한숨을 마지막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는 것으로 내 연기를 끝냈다.


"와... 성우선배 장난 아니다..."


"야야... 여기 쭈뼛쭈뼛 올라오는 소름 보이지? 어우. 진짜 고등학교 때랑 많이 다르구나. 우물 안 개구리가 딱 나였네 나였어."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놀랄만한 연기를 보며 감탄


"대용아. 성우가 원래 저 정도였었나? 1학년 때 잘한다 느끼긴 했었는데... 이 정도까진 아니었었거든... 안 본 2년 동안 군대에서 도대체 뭘 한 거야?"


"흠...그러게. 이 정도면 주인공인 상진이 역할 누가 맡을지 모르겠다. 준이 형이 당연히 상진 역할 가져갈 거라 생각했는데..."


관객석에 앉아 있는 재학생들의 놀람과 감탄 등이 터져 나올 때


"후..."


한번의 큰 심호흡으로 감정의 잔재를 털어냈다.


꾸벅.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드린 후 무대를 내려와 대용이와 민우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근데 애들 표정이 왜 이따구야?


"뭐냐 그 표정들은?"


"아니... 너... 도대체 뭐지 너?"


"뭔 소리야? 내가 뭐냐니? 알아듣게 좀 이야기해줄래 앙?"


나를 마지막으로 04학번 순서가 끝났고 05, 06, 07학번 역시 차례대로 호명돼 각자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상준이와 지현이 정도가 눈에 들어왔는데 아쉽게도 다른 친구들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서인지 감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웠다.


10시가 좀 넘어서야 마무리되었고 김호철 교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끝으로 이번 오디션 막을 내렸다.


"모두들 고생 많았습니다. 이렇게 연기하는 것을 보니 다들 너무 잘해주어서 흡족하기가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겠지만, 역할은 한정되어 있어 자신이 원했던 배역을 맡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서 지금과 같이 정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과는 이번 주 수요일 저녁에 발표가 될 예정이니 모두들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대망의 수요일이 왔다.


무대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과방에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데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저런 생각들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오는 것인지... 가만히 과방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동이랑 수정이가 과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 여기 있었냐? 오늘이 발표지? 어때 될 거 같냐? 애들이 너 장난 아니었다고 하아아아~도 옆에서 조잘대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야."


"응! 나도 들었어! 성우 장난 아니었다고~ 신입생 중에선 네 팬 하겠다는 애들도 있다던데~ 히히"


"한다고 했는데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지켜봐야지. 그리고 상진 역할을 맡았으면 좋겠지만, 꼭 아니더라도 연극 무대에 쓰는 것만으로도 난 기분이 좋다. 암튼 빨리 결정 나서 연습하고 싶어."

오디션 이후로 가슴에서 뭔가가 꿈틀하는 것을 느꼈고 아마 이건 연기에 대한 열정이리라. 그래서 그런지 하루라도 빨리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 이거 너 전화 아니야?"


"넌 귀도 좋다. 뭐 나보다 빨리 듣냐. 응? 김호철 교수님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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