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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60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30
조회
704
추천
14
글자
8쪽

<2>

DUMMY

"성우야. 뭐 마실래?"


"음... 난 얼그레이 티. 지금 커피 마시면 조금 이따 밥 먹을 때 입맛 없을 것 같아서."


"나도 그럼 같은 거로!"


카운터 앞에서 가벼운 이야기를 하다 주문한 얼그레이 티 두 잔을 받아서 자리에 앉았다.


"은근 괜찮네? 가끔 커피 대신 이런 티 종류로 마셔도 좋겠다."


"그래? 다행이네. 난 입안이 텁텁한 건 별로 안 좋아해서 보통은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커피를 많이 마셨다거나 밥 먹을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싶으면 이런 티 종류 많이 시켜서 마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티를 마시는 연희를 보다 조금 전 만났던 연희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본관에서 봤던 친구들은 친한 친구들인가 봐?"


"응. 얘들이 조금은 주책없긴 한데... 그래도 내가 힘들 때나 즐거울 때 항상 내 곁에 있어 주면서 위로해주고 기뻐해 주었던 친구들이라 이제 눈에 안 보이면 허전하고 서운하고 하지."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나도 그런 비슷한 친구들이 몇 있어서."


대용, 민우, 동이, 수정이... 몇몇 친구들이 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많지는 않지만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일었다.


"좋은 친구들인가 봐? 생각하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거 보니."


"응. 좋은 친구들이긴 해... 가끔 속 썩일 만큼 사고를 간간이 쳐서 그렇지. 과제는 어때? 어제 들어보니까 장난 아닌 것 같던데..."


"으어... 교수님들 정말 너무한 거 같아. 모든 학생이 자신의 수업만 듣는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어떻게 다들 그렇게 과제를 주시는 건지! 내가 듣는 게 경영 전공만 5개인데 모든 교수님이 개인 리포트 발표에 팀별 과제까지 같이 주시다 보니 온종일 과제만 해도 벅찰 지경이야... 흐어어어엉..."


"팀별 과제는 어떤 식인데?"


"음~ 내가 이번에 듣는 인적자원관리 팀별 과제는 'MBO와 BSC의 비교 분석'인데 팀원 전체가 이에 대해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해. 그리고서 이를 발표하기 위해 보기 좋게 자료들을 정리하고 ppt에 깔끔하게 넣는 거지. 근데 우린 여기다가 현직에 있는 인사담당자를 만나서 인터뷰도 따내서 그것도 넣어 볼 생각이야. 질문과 답변식으로 음성을 녹음해서 우리 발표를 듣는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거지. 아이디어 자체는 좋아 보여서 계획대로만 하면 좋은 점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MBO는 뭐고 BSC는 뭔지... 무슨 외계어가 내 앞에 왔다 갔다 한 느낌인데? 그런 과제들이 5개나 더 있는 거야? 고생이 많긴 하구나..."


"글치? 그런 거지? 내가 막 엄살 부리는 게 아니라니깐... 그래도 학점이 걸려있으니 또 죽어라 해야지... 학점도 관리해야지, 자격증도 준비해야지, 영어 점수도 준비해야지... 숨이 턱턱 막혀. 으휴..."


어? 영어?


"영어라면 토익이나 토플 이런 거? 영어라면 내가 좀 도와줄 수 있는데."


"어? 영어 잘하나 봐?"


"조...금? 문법 쪽은 안 본 지 조금 돼서 헷갈릴 수도 있긴 한데 리스닝이나 리딩, 스피킹 쪽은 도와줄 수 있어."


"우와아~ 나 모르거나 궁금한 거 마구마구 물어볼 테니 그때 꼭 도와줘!"


연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꾸밈없는 순수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지내왔던 연예계는 순수함과 거리가 멀었던 곳이다. 시샘과 질투, 오기와 독기, 욕망과 탐욕 등의 감정이 휘몰아치던 곳이 연예계였다. 나 역시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오다 보니 연희가 가지고 있는 저 순수함이 너무나 빛나 보였다. 언제인지도 기억나지 않은 예전의 내가 가지고 있었던 순수함, 그 순수함을 연희를 통해 다시 만나는 것 같아서... 연희를 만나는 매 순간순간이 행복한 게 아닐까 싶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와 우리가 가기로 했던 Rudy's로 향했다.


가는 도중 다리를 하나 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차도 쪽은 위험할 것 같아


"이쪽은 위험하니까 내가 왼쪽에서 걸을게."


연희를 내 오른쪽에 두고 걸으려는데 무엇이 좋은지 함박웃음을 짓는 연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흠... 연희도 내 동생과 같은 과인가? 먹을 거 생각하면 엄청 행복해하는...


아무렴 어때? 행복해하는 모습만 보아도 나 역시 미소가 지어지는데.


확실히 인기 있는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저녁 식사 시간대보다 살짝 일찍 왔는데도 자리가 몇 군데 남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얇은 씬 도우의 치즈피자 한 판, 크림 스파게티 하나, 음료수 한 잔을 주문했다.


"내가 저번 주에 제주도 다녀왔었는데 간단하게라도 이야기해줄까?"


"와~ 제주도? 좋겠다아! 나도 여행 좋아하는데... 제주도는 어땠어?"


"날씨도 좋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 게스트하우스만의 특유의 여행 맛이 있더라구."


"아~ 나도 들었어.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들이 자주 애용한다던데."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들한테 참 좋게 만들어놨어. 내가 간 첫 번째 게스트하우스의 독특한 점이 있었는데 가서 완전 깜짝 놀랐다니까?"


"오... 뭔데 뭔데?"


"거긴 남녀가 같이 방을 쓰더라고. 보통은 남녀 따로 구분하는데... 거긴 좀 독특했어."


"헐! 너... 일부로 소문 듣고 거기 찾아간 거 아니야? 음흉한 데가 있어!"


"맹세하는데 정말 모르고 간 거야! 가보니 혼숙이었다고! 아무튼, 두 번째 날은 올레길을 걸었는데 참 좋더라. 나중에 또 와서 걷고 싶은 길이었어."


올레길 여정을 설명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감동들을 이야기하다 보니 음식이 나왔다.


좋아하는 사람과같이 먹는 음식이어서일까 주문한 음식은 그 무엇보다도 맛있었다. 특히 디저트로 나오는 케이크는 그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으로 우리를 감동시켰는데 연희가 케이크를 먹으면서 세상을 다 가진 마냥 좋아해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제 가장 물어보고 싶은 질문을 해야 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을까 봐 선뜻 물어보기가 쉽지 않았다.


살짝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고 연희에게 물었다.


"연희는 남자친구 있어?"


연희의 대답이 나오기까지 그 잠깐의 순간이 왜 이리 길게 느껴지며 긴장되는 걸까...


도리도리.


"아니. 아직..."


오! 예쓰!


"성우 너는? 여자 친구 있어?"


"나도 아직. 군대를 작년 10월달에 마치고 나왔으니까... 만날 기회가 없었지 뭐."


"성우 너는 인기 많지 않아? 아까 학교에서 너랑 걸을 때... 지나가는 여자애들이 다 너 한 번씩 쳐다보더라구. 와~ 잘생긴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이런 거구나...를 잠시나마 느꼈다니까?"


"인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시선들이야 이쁜 그림을 보는 시선의 느낌이라 해야 하나... 사람들은 보통 이쁘고 귀여운 거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잖아? 나도 그런 비슷한 거 같은데. 그리고 지나가는 남자애들도 다 너 쳐다보던데 뭘..."


연희가 남자친구가 없다는 확답을 받고서야 희망이 보이는듯했다. 어찌 됐든 고백이라도 할 기회가 생긴 거니.


두근.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빠르게.


"자주... 연락해도 될까?"


지그시 바라보는 내 눈빛을 바라보던 그녀는 가벼운 홍조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 응!"


두근. 두근.


점점 빨라지는 심장 뛰는 소리에 알게 되었다.


아! 내가 이 친구를 정말 좋아하기 시작했구나. 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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