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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안락한 휴식이 될 주말이겠지만 난 신촌을 향해 가고 있다.
오늘부터 중국어 회화 스터디를 시작했기 때문인데 아무래도 언어는 혼자 공부하기보다는 여럿이 공부하는 스터디에 들어가 배우면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특히나 회화 쪽은 대화를 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게 실력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내가 신청한 스터디는 20여 명이 함께하는 스터디인데 약 4-5명이 랜덤으로 그룹을 맺어 여러 주제에 대해 중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초급회화스터디였다. 이 스터디의 장점은 내가 일이 생겨 참가하지 못했을 때 다른 스터디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극준비나 그 밖의 여러 일들로 빠져야 할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로서는 정말 딱 나를 위한 스터디였다.
대충 여기 근처인 거 같은데... 오! 저기 2층인가보다.
2층으로 올라갔더니 회의실처럼 생긴 투명한 유리로 막혀 있는 곳에 약 15명 정도의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음료수를 파는 카운터에 다가가
"초급 중국어 회화스터디를 신청했었는데요. 어떻게 하면 되죠?"
"아..."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계속 멍하니 날 쳐다만 보고 있길래
"저기요?"
"네? 아 네! 무슨 일로 저를..."
"오늘부터 초급 중국어 회화스터디를 신청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요."
"초급 중국어 회화스터디 말씀하신 거죠? 여기 프린트물 가져가시고 저기에 가시면 돼요. 가셔서 저기 키 크고 통통한 남자 보이시죠? 저 친구가 이 스터디장 이동민인데 오늘 처음 왔다고 하면 잘 설명해 줄 거에요."
"감사합니다."
프린트물을 들고 회의실같이 생긴 곳으로 들어가 스터디장에게 오늘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옆에서 스터디 진행 방식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다 듣고 시간이 조금 남아 같이 회화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생각보다 연령대가 높아서 놀랬다.
나랑 비슷한 연령대는 7명 정도 될까? 그 외 분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자~ 시간이 됐으니 시작해볼까요? 아! 그에 앞서서 오늘 새로운 분이 우리 스터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성우 씨 잠깐 일어나서 간단한 자기소개 해주시겠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23살 신성우입니다. 이제 중국어 회화에 입문하여 겨우 아장아장 걸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 대화함에 있어 조금 느리거나 어색한 표현이 많습니다. 그래도 말을 내뱉는 게 습관화되다 보면 금방 실력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아 신청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모두 가벼운 박수로 환영한다는 표현을 한 후 스터디가 시작하였다.
총 3시간 정도의 스터디로 중간에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있었다. 혼자서 했을 때보단 확실히 더 나아진 느낌이 있어 나름대로 만족을 느꼈다. 지금 당장이야 확실히 효용을 못 느끼겠지만 대학 다니는 동안 꾸준히 다닌다면 고급회화반까지는 올라갈 정도의 실력은 키우지 않을까?
"23살이면 대학생인가? 곧 군대 갈 준비해야겠네? 으~ 짜증 나겠다. 난 25살 김태선."
"아~ 저 군대는 작년에 전역했습니다. 1학년 1학기만 다니고 바로 갔거든요."
"와~ 엄청 빨리 다녀왔네요? 그럼 아직 1학년이겠네요? 난 24살 이현진이에요. 근데...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진짜 아까 들어오는데 뒤에서 후광이 비추더라니까? 거기다 어휴... 이 피부 봐! 이게 말이 되냐고... 남자 피부가 뭐 이리 애기같이 뽀송뽀송해? 진아야 너도 봐봐!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아니, 이 누나는 뭐 이리 직설적이야? 저기 우리 오늘 처음 보는 건데 말이죠...
약간 당황스러워 이 누나는 뭐지? 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쳐다봤는데
"헐, 성우 씨... 그렇게 지그시 쳐다보면 반칙이야~ 나 막 설레게 만들어 밤새 성우 씨만 생각나게 하려고 하는 거야?"
와... 이 누나 진짜 뭐지? 이런 캐릭터 있는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이현진 씨 옆에 앉은 진아라고 불리던 귀여운 친구가 배시시 웃으며
"이 언니가 쪼오~금 직설적이시긴 해도 사람은 참 괜찮아요. 전 23살 김진아에요. 그리고 동갑이니 말 편히 하는 건 어때?"
"아, 그래. 근데, 저 누나 좀 독특을 넘어 특이하신 거 같은데...?"
"그래도 저 언니가 우리 스터디원들 가장 잘 챙겨줘."
다른 조에 가서 그 조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현진 누나를 가리키며
"쉴 때는 저렇게 재미있게 만들어주지만 스터디 딱 들어가면 가장 열심히 주제에 대해서 토의하고 공부하신다니까."
그렇게 현진 누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덧 쉬는 시간이 끝났다.
남은 한 시간 반 동안 새로운 팀과 새로운 주제로 토론을 나누었고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우선 중국어 실력을 올릴 수 있어서 좋았고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스터디가 끝나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고 있을 때 스터디 장인 동민이가 다가와 물었다.
"오늘 스터디 어땠어요?"
"전 엄청 좋았어요. 확실히 집에서 혼자 할 때보다 실력이나 들리는 면에서 더 좋은 거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럼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보도록 해요."
"아, 저기... 저 다음주는 제가 여행을 가야 될 거 같아서 참석 못할 것 같아요."
참석 여부를 미리 알려줘야 인원 파악하는 게 쉬울 테니 다음 주 불참에 대해서 말했다.
"뭐야~ 다음 주는 안 오는 거야? 나 막 설레게 만들고 그럴 거야? 근데 여행 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어디로 가는데?"
후... 이 누나는 또 언제 내 옆에 쓰윽 온 거야?
"제주도 갔다 올 생각이라서요. 지금 아니면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서요."
"오~ 좋겠다아~ 누구랑 가는 여행인데?"
음? 순간적으로 이 질문에 여성분들이 나의 대답에 집중된 느낌을 받았다.
"혼자 가요. 하하..."
"여행을 혼자가? 왜~? 친구들이랑 같이 가거나 연인이랑 같이 가지 않나? 난 여행 혼자 다니는 사람 처음 봤어"
진아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연영과라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맡은 배역이 혼자 제주도 여행을 다니면서 사건을 겪는 거라 나도 다녀와 보려고."
"와~ 성우 씨 연영과야? 연극하고 영화 찍고 그래? 어쩐지 너무 잘생겼다 싶었어! 내가 웬만하면 막 한눈에 설레고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말이지. 나 성우 씨 1호 팬 할래~ 지금부터 팬 하면 혹시 미래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는데 그 대배우의 1호 팬이 되는 걸 수도 있잖아?"
"오~ 언니! 난 그럼 2호 팬! 아쉽다아~ 내가 좀만 더 빨랐어도 1호 팬 할 수 있었는데~"
제 팬 해주시는 건 참 감사한 일인데...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거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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