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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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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67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8 13:36
조회
678
추천
15
글자
8쪽

<2>

DUMMY

"억울하고... 또 분해요. 선배가 저런 말 들을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전 말이죠. 아직도 선배가 그 오디션에서 했던 연기가 생생해요. 가만히 앉아서 독백하는 그 모습...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혼자라는 지독한 외로움... 선배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품어나오는 감정의 편린이 가슴을 쿡쿡 찌르는 느낌까지...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그 분위기가! 그 감정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구요."


결국 지현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선배가 했던 연기는.. 저에게 그런 연기였어요. 근데 대범 선배 저 사람이 그런 선배의 연기를 무시하잖아요. 제가 사랑하는 연기가 무시당한 기분이라 너무 분해요. 진짜 연기를 보여 주었는데도 그걸 운이라도 매도하는 말이 너무.. 너무 억울해요."


나는.. 그저 가만히 지현이를 안아주었다. 지현이가 느꼈을 분함과 억울함이 저 눈물에 흘려 나가길 바라며..


한 5분쯤 울었을까?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코를 훌쩍이며 꼬물꼬물 대는 게 가슴으로 느껴졌다.


"다 울었어?"


차마 내 얼굴은 못 보겠는지 고개만 끄덕인다.


"우선.. 좀 걷자. 그러려고 커피도 뽑았는데. 화장실부터 얼른 다녀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밖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지현이가 얼마 안 있어 1층 현관으로 나왔다. 창피한지 선뜻 내 옆으로 오지 못하길래 내가 지현이에게 다가가 가만히 눈을 마주쳤다.


"왜 옆으로 안 오고 떨어져 있어? 창피해?"


끄덕.


"창피해하지 마. 난 네가 눈물을 흘린 이유가 너무 멋있었어.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이, 연기에 쏟은 열정이.. 얼마만큼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그 마음 잊지 않고 계속 연기했으면 좋겠어."


지현이의 모습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귀여운 고양이처럼 보여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어휴.. 다들 이렇게 지현이의 팬이 되어가나 보다.


"슬슬 걷자. 저기 바닷가 해변 쪽으로 해서 한 바퀴 돌고 오면 괜찮을 거 같은데.. 밤이 늦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어때?"


"네~ 좋아요!"


해변 쪽을 향해 걸으며 조금이나마 지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지현이 넌 인기 많은 배우가 되고 싶어? 아니면 연기력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인기 많은 연기력 좋은 배우..요?"


"응? 하하.. 질문이 멍청했네. 그래 네 말대로 인기도 많은데 연기력까지 좋으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 그런데.. 막상 연예계의 배우들을 보면.. 인기는 많은데 연기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많아. 반대로 연기력은 뛰어난대 인기가 없는 분들도 많지.


우선 첫 번째 케이스. 인기는 많은데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 그 사람들은 왜 인기가 많을까? 그건 그 배우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쉬운 예로 외모. 가만히 카메라 앞에 서 있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돼. 그 사람의 손짓 하나, 시선 하나에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이 있다는 말이니까. 보통 이런 배우들은 연기해 본 경험이 적어 연기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 그래서 강사를 초빙해서 수업을 들으면서 실력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학습으로 배우는 연기는 한계가 있어. 어느 이상 올라가려면 두 가지가 더 필요해.


바로 경험과 재능.


조폭 역할을 해 봤다고 가정해봐. 다음에 이와 비슷한 역할을 또 맡게 되면 한번 해 본 거라 두 번 할 때는 처음 해 봤을 때보다 내 몸에 맞는 연기를 펼치게 되는 거지. 그런데 우리에겐 시간이 무한정한 게 아니잖아?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 대다수 배우가 연기 스펙트럼이 좁은 것도 이래서 그래. 멜로 배우, 액션 배우가 확 나뉘잖아. 왜? 내가 자신 있는 거, 잘할 수 있는 거 하기도 벅찬데 다른 쪽 도전하기가 어디 쉽겠어?


재능.. 이건 정말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아무리 대본을 공부하고, 연기를 공부하고, 미친 듯이 노력해도 재능이 부족한 사람은 재능 있는 사람 발밑까지 쫓아가기도 벅차.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방금 말한 배우들의 좁은 스펙트럼, 재능은 이걸 깡그리 무시하게 해줘. 내가 5년, 10년을 연기하면서 배우고 깨우친 것들을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친구들은 단 한 번 해보면서 깨우치고 배워. 그래서 종종 영화감독들이 앞부분에 찍은 것들을 다시 찍어야 하나 하고 고민할 때가 있다는 소리를 가끔 들은 적이 있어. 그만큼 연기력이 하루하루가 달라지니까.


그런데 첫 번째 케이스의 배우들은 경험과 재능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기력이 제자리를 맴돌아. 그러다 더 뛰어난 외모를 가지거나 혹은 그 당시에 인기 있는 외모를 가진 배우들에게 밀리게 되면서 인기를 잃게 되는 거지.


그럼 이제 두 번째 케이스. 연기력은 뛰어난대 인기가 없는 배우들. 왜일까? 난 그 이유를 좀 전에 말한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 없어서라고 봐. A라는 배우가 연기가 뛰어나서 엄청 연기 잘한다고 생각은 들었어. 그런데 그런 연기 하는 사람이 그 사람 한 명일까? 아니. 그 배우만큼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사람들도 꽤 있어. 혹은 연기 못해도 외모 하나로 압살하는 B라는 배우를 써도 돼. A가 연기력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면 B는 외모로 그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니까. 근데 네가 감독이라면 어떤 배우를 써서 시선 집중시키는 게 쉽겠어? 당연히 B 배우지. 채널 돌리다가 어? 저 배우 엄청 이쁘네 하며 채널을 멈추는 경우는 있지만 어? 저 배우 연기 엄청 잘하네 하며 채널을 멈추기는 어려우니까. 그래서 요즘 연기력 좋은 배우보다는 외모 뛰어난 배우를 선호하는 게 많은 거지."


마지막 캔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서 걸음을 멈추고 지현이를 바라보았다.


"어휴~ 내가 지금 주저리주저리 이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조금 헷갈리는데 가장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거 하나야. 다른 누구도 널 대신 할 수 없는 그런 배우가 돼. 외모? 섹시미? 청순함? 연기? 그게 무엇이 되었든 오로지 너만 가지고 있는 매력을 찾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오로지 너만 생각 날 수 있도록."


"그 정도 무기는 있어야 험한 연예계에서 다 물리치고 올라가지 않겠어? 고리타분한 선배로서의 말은 여기까지! 어휴. 춥다! 얼른 돌아가자!"


"헤헤.. 정말 감사해요. 지금 저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던 거 같아요. 선배는.. 꼭 등대 같아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는 지현이를 보며 그래도 작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 다행이었다.


"등대라.. 하긴 아까 등대처럼 멀뚱히 서서 네가 우는 걸 받아주긴 했지."


"아~ 선배!"


"이거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고.. 또 막 내 가슴에 기대서 우는 거 아니겠지? 어휴.. 내 가슴이 고생이 많다."


손으로 내 가슴 쪽을 토닥이며 고생 많았다는 행동을 보여주자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는 지현이의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푸흐흐. 아.. 이거 지현인 놀리는 재미가 있네.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이씽! 선배 나빠요오!"


"어? 혼자 가지 말고 같이 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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