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70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27
조회
700
추천
13
글자
11쪽

<2>

DUMMY

"요~ 성우 성우 썽썽우~ 제주도 잘 다녀왔냐? 뭐 표정 보니까 말 안 해도 알 거 같긴 한데..."


며칠 안 봤다고 저 까불까불한 민우의 말투가 반갑게 느껴졌다.


"야... 니들도 나중에 기회 되면 꼭 가봐라. 혼자도 좋고 같이 가면 더 좋고... 이번에 제주도 다녀오면서 많이 배웠다. 내가 운이 좋은 걸 수도 있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자세한 이야긴 좀 있다 연습 끝나고 편의점에서 해줘. 나랑 대용인 수업 들으러 가야 함. 빠이!"


"연습 끝나고 우리 아지트 편의점에서 자세한 이야기 해줘. 수업 있어서 먼저 가볼게."


어휴... 저 촐랑이. 그나마 대용이가 옆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줘 균형이 맞는 모습이다. 성격이 저렇게 정반대인데 3년 내내 붙어 다니는 거 보면 극과 극은 서로 통하는 게 있다는 말이 맞나보다.


나 역시 기초신체 연기워크숍 수업이 있어 강의실을 향해 걸어갔다. 몸을 써야 하는 수업이라 지금과 같이 피곤한 상태에서는 더욱 신경 써서 스트레칭을 해야 했다. 종종 근육이 놀라거나 피멍이 들 때가 있는데 이런 상황들은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일어난다. 생각보다 이 스트레칭을 소홀히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대다수가 크든 작든 부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처음부터 몸에 적응시키는 게 중요하다.


1학년 수업 중 기초와 기본에 관한 수업들이 많은 이유도 약간 관련이 있는데 나쁜 습관이 처음에 잡혀 버리면 그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말 몇 배나 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처음부터 스트레칭을 충실히 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크게 다칠 것도 조금 다치거나 혹은 다치지 않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지금 교수님께서 저렇게 1학년들에게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알려주시려고 노력하시는 거겠지.


교수님의 열정적인 수업이 끝나고 연습 시간이 오기 전까지 잠깐 눈을 붙이려고 어디가 괜찮을까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지잉.


음? 어머니?


"네. 어머니.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무슨 일 때문인 건 아니고 제주도는 잘 다녀왔는지 해서... 어디 다치진 않았지?"


이런... 부모님께 잘 다녀왔다고 전화 드린다는 걸 깜박하다니.


"아... 어디 안 다치고 잘 다녀왔어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재미있는 일들도 많았구요. 내가 먼저 연락했어야 했는데... 몸 건강히 잘 다녀왔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연습 끝나고 집 가면 늦을 테니... 내일 아침 시간 될 때 제주도 이야기 해 드릴게요~"


"응~ 그래. 어디 안 다치고 잘 다녀왔으면 됐다. 오늘 저녁 늦게 비 온다고 하던데 우산은 있니?"


"오늘 비 온대요? 음... 우산은 없는데 아마 학생회실에서 빌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혹시 모르니 미리 빌려놔야겠어요."


"그래. 혹시 우산 못 빌리면 지하철역에서 전화해라. 우산 들고 나갈 테니... 괜히 비 맞고 들어오지 말고."


"어휴~ 우산 빌려서 갈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여행 동안 걱정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죄송스러운 마음에 통화를 끝내고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에효... 나이를 먹어도 철이 없기는 매한가지구나...


어머니의 걱정거리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얼른 학생회실로 향했다. 다행히 남은 우산이 몇 개 있어서 우산을 빌릴 수 있었다. 또 우산을 못 빌렸으면 어쩌나 걱정하실까 봐 어머니에게 우산을 빌렸다는 문자도 한 통 보냈다. 이것으로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 하셨으면...


연극 연습이 끝나고 준 선배와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대용이와 민우가 다가왔다.


"밖에 비 많이 와서 오늘은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자. 밖에서 뭐 먹지도 못할 것 같아."


"아... 오키. 들어가~ 오늘 수고했다."


"너도~ 아! 너 우산은 있냐? 밖에 비 많이 오는데... 너 제주도에서 바로 온 거라 우산 없지 않아? 이거라도 쓰고 가라. 대용이가 나 댈따 주고 가면 되니까."


"나 우산 있어. 비 온다는 이야기 들어서 아까 학생회에서 우산 하나 빌려놨다. 걱정 말고 들어 가숑."


"올~ 철두철미~ 우리 간다 그럼~"


이준 선배에게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그때 느낀 감정들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이준 선배는 특히 해변에서 쉬고 있다고 느낀 오래된 선박을 찍은 사진과 송악산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경관 사진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


"이 선박 사진이랑 여기 교회가 찍힌 송악산 사진이 마음에 드시나 봐요?"


"어. 뭔가 마음을 끄는 게 있네. 이때 느꼈던 것들을 자세히 다시 이야기해줘."


이준 선배는 잠시 그 사진들을 바라보더니 가만히 눈을 감으며 내 말을 기다렸다.


"올레길 10코스는 왼쪽으로 바로 바다를 보며 바다와 땅이 만나는 그 경계부분을 쭉 걸어가는 코스에요. 그러다 보니 길이 좀 험하다고 할까... 모래 해변, 절벽, 숲길, 바위길 등등 걷는 거 자체가 쉽지 않죠. 그렇게 가다가 보면 이 오래된 선박이 있는 조그마한 해변을 만날 수 있어요. 이 해변이 암벽으로 가려져 있어서 멀리서는 못 봐요. 여기 이 부분에서 90도로 돌게 되는데 이 암벽을 지나야 보이거든요.

기대하지 못했던 광경이라 처음엔 조금 놀랐어요. 그 놀람은 얼마 안 있어서 궁금으로 바뀌게 되죠. 저 선박은 뭘까 하고... 그래서 다가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꽤 컸던 거죠. 선체 곳곳은 부식되고 녹슬어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이 해변에 있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한때는 저 바다를 내 세상이라고 하며 누비었을 때가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준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기다려 얼른 말을 이었다.


"사실 이때 전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어요. 고요하고 평안함... 그래서 편안히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노인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두 번째 감정은 쓸쓸함... 그래서 쓸쓸히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들이 떠올랐죠. 전 긍정적인 부분을 봐서 노후를 편히 보내는 노인을 떠올렸지만 이건 제가 상진과는 다른 느낌으로 봐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마 상진이 이 선박을 봤으면 쓸쓸함을 더 느꼈을 거예요. 제가 처한 상황과 상진의 상황은 매우 다르니까요. 아시다시피 상진은 취업준비생이라 많은 압박을 받는 상황에다 렌터카 사고도 있었으니 심적으로 아직은 불안하고 초조할 테죠. 그런 상황에서 이 선박을 봤으면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을 거 같아요.

하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어도 무언가 뭉클하고 센티 해지는 게 있어요. 그래서 저도 여기서 쉽게 발길을 때지 못했거든요."


"이 두 번째 사진은 굉장히 이쁘죠? 푸르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자동차 한 대 지나갈 만한 길이 저 교회까지 이어져요. 바로 옆에 바다가 보이고 햇빛이 사르르 내리는 모습이 마치 축복받은 땅을 보는 기분이었는데 유일한 건물인 교회가 저 자리에 있어서 더 그렇게 느꼈어요. 제가 이 사진을 찍은 바로 뒤는 숲으로 된 오솔길이어서 그 길을 통과해 딱 나오면 이런 풍경이 펼쳐져 감동이 2배로 왔다고 할까요."


내 이야기를 들으며 이준 선배는 사진이라는 토대에 자신의 상상을 하나씩 붙여가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해가는 느낌이었다.


"음... 대충 감은 잡았어. 상진은 이 올레길 걸으면서 많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겠어... 분위기 자체를 조금씩 밝아져 나가게 조명을 꾸며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조명의 밝기가 상진의 마음과 동일시하게 보이게... 그럼 관객들도 간접적이나마 상진의 마음을 느끼기 좋을 거야."


"좋은데요? 제가 내일 연출팀 동이한테 이야기해 놓을게요. 으아~ 준이 형 오늘은 여기까지죠? 으... 곰 세 마리가 저에게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온몸이 무거운 게 피로가 쌓이긴 했나 봐요. 저 먼저 가볼게요~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몸이 무거운 게 피로도 피로인데 비가 와서 그런지 조금 으슬한게 감기 기운이 온 게 아닌가 싶었다. 집에서 따뜻한 생강차라도 마시고 자야 될 거 같아서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소극장을 나왔는데 문 앞에 지현이가 보였다.


"안가고 여기서 뭐 해? 설마 우산이 없어서 그래?"


"아! 성우 선배~ 오늘 비 오는지 몰랐어요오... 뒷 정리하느라 늦게 나와서 친구들도 다 가버렸구요."


"으이구... 그래도 다행이네. 짠! 내가 우산이 있지! 아까 낮에 비 온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빌려놨었거든. 가자~ 지하철까지 가는 길 같잖아."


"헤헤~ 감사합니다~ 선배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우산을 조금 더 지현이 쪽으로 해 비를 안 맞게 해 주었다.


지현이가 걷다가 내 왼쪽 어깨가 비에 젖은 모습을 보았는지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선배! 어깨 쪽이 다 젖어요! 힝~ 어떠케요..."


"비 맞는 거 좋아해. 그리고 걱정되면 더 바짝 붙어 주지 않으렴? 아.주.바.짝."


농담으로 말했는데 지현인 진담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이건 너무 바짝 인데...


가만 생각해보니 미래의 누군가가 보았다면 부러워 배 아파할 그림이다.


비 오는 거리를 하나의 우산을 가지고 나란히 걷는데 그 상대가 이지현. 그리고 그 이지현이 안기다시피 내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모습은 모든 남성이 꿈꾸는 상상 속 상황이 아닐까.


길을 걸으며 내 오른쪽 팔에 바짝 기대 걷고 있는 지현이를 바라보았다. 지금이야 어리고 순수한 양처럼 보이지만 앞으로의 시간은 이 어린 친구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이쁘기는 엄청 이쁘네 진짜... 이러니 대한민국 남자들이 사족을 못 쓰지...


걷다보니 어느덧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가는 방향이 달라 헤어져야 했는데 우산 없지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 지현이에게 억지로 우산을 쥐여주었다.


"난 이쪽으로 가야 해. 오늘 수고 많았어~ 낼 보자! 그리고 이 우산 가져가. 난 집이랑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그냥 뛰어가면 돼. 그 우산은 학생회실로 반납해주고 그럼!"


"어!? 선배! 저 괜찮아요! 선배!"


발을 동동거리며 미안해하는 지현이가 보여 괜찮다고 손 인사를 해주고 지하철을 탔다.


하아~ 피곤하다 피곤해.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지. 아... 우산 없이 비 맞고 오는 모습을 보면 어머니가 또 걱정하시겠네.


이런 이런... 뭐 그래도 내가 비 맞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니.


지하철 창으로 비가 부딪치는 소리가 좋아 자연의 음악 소리를 듣는 기분으로 창밖을 보며 집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장 빛나는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17.02.16 224 0 -
33 <2> +1 17.02.15 394 11 9쪽
32 <2> 17.02.14 424 11 7쪽
31 <2> +3 17.02.13 555 11 9쪽
30 <2> 17.02.10 591 11 7쪽
29 <2> 17.02.09 678 12 7쪽
28 <2> 17.02.08 679 15 8쪽
27 <2> 17.02.07 724 16 8쪽
26 <2> 17.02.06 705 14 8쪽
25 <2> 17.02.06 733 14 9쪽
24 <2> 17.02.06 816 11 11쪽
23 <2> 17.02.06 779 14 12쪽
» <2> 17.02.06 701 13 11쪽
21 <2> 17.02.06 720 17 13쪽
20 <2> 17.02.06 716 18 8쪽
19 <2> 17.02.06 716 15 7쪽
18 <2> 17.02.06 694 13 8쪽
17 <2> 17.02.06 681 18 8쪽
16 <2> 17.02.06 764 16 8쪽
15 <2> 17.02.06 853 18 7쪽
14 <2> 17.02.06 770 16 8쪽
13 <2> 17.02.06 741 17 9쪽
12 <2> 17.02.06 766 20 8쪽
11 <2> 17.02.06 784 19 7쪽
10 <2> 17.02.06 856 19 9쪽
9 <2> 17.02.06 966 20 10쪽
8 <2> 17.02.06 848 18 7쪽
7 <2> +1 17.02.06 907 21 8쪽
6 <2> +1 17.02.06 876 19 7쪽
5 <2> +1 17.02.06 1,012 1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