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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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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74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24
조회
694
추천
13
글자
8쪽

<2>

DUMMY

아침에 일어나 산책 겸 동네를 구경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 다들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 오빠. 어디 다녀와요?"


"가볍게 산책. 어제는 밤에 와서 주변 구경을 못 했거든. 산책도 하고 구경도 할 겸 휙 한번 둘러보고 왔어. 근데 너희 뭐해?"


"아침 먹을 거 간단히 준비하고 있어요. 오빠도 아침 드실 거죠? 오믈렛 만들어 드릴게요~"


"와~ 이런 건 생각도 못 했는데.. 아무튼 땡큐! 나 우선 씻고 올게."


가볍게 샤워 후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갔는데 갓 구워진 토스트와 오믈렛 그리고 우유 한 잔이 날 반겨주고 있었다.


"성우 굿모닝~ 이거 우리 애기들이 아침 준비 다 했어! 장난 아니지? 요리하는 친구들이라 그런지 잘하더라. 난 다 먹어서 일어날 테니 애들이랑 같이 먹어."


아침 준비를 했던 우리 방 친구들은 이제서야 다 끝내고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너무 고생한 거 아니야? 아침 내내 우리 동생들 칭찬하는 소리에 내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어. 나도 진짜 잘 먹을게~"


"헤헤.. 아니에요~ 맛있게 먹어주시니 더 감사하죠 뭐."


오믈렛을 한입 먹어봤는데 느껴지는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와.. 진짜 맛있는데? 적당히 간간하면서 양파가 씹히는 맛이 식감을 올려줘 먹는 맛이 있었다. 그냥 계란 가지고도 이런 오믈렛을 만들 수도 있구나.


"너희 남자친구들은 복 받았는데? 이런 음식들 자주 해줄 것 아니야... 부럽구먼 부러워~"


"그 남자친구란 거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저도 좀 보고 싶네요 제 남자친구란 사람."


"흐음... 솔직히 너희 정도면 없는 게 더 신기한데? 뭐 아무튼... 이 오믈렛 진짜 맛있다. 난 보통 스크럼블 형식으로 먹고는 했는데 이렇게 먹어도 맛있네."


"음? 오빠 요리를 어느 정도 아시나 봐요?"


"그냥 조금 관심이 있는 정도지... 연기하려면 이것저것 경험해 보는 게 좋거든."


간단한 아침을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풍족한 아침을 먹으니 속이 든든하게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들 만만치 않은 올레길을 가기 위해 각자의 준비를 마치고 올레길 10코스 시작점인 화순금 모래해변을 향해 갔다.


"와~ 바다다."


제주도에 왔을 때부터 바람에서 바닷냄새를 계속 느낄 수 있었는데 정작 바다를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바다를 보니 답답한 가슴이 탁 트이는 게 느껴졌다.


쓰~읍. 크게 숨을 들이쉬고.. 어디 한번 가볼까?


길 중간중간에 화살표와 리본이 있어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었다. 혹 길을 잃더라도.. 이런 경관을 보면서 걷는 길인데 어디든 어떠랴 싶기도 했다.


이게 맞는 길인가 싶을 정도로 바위로 된 길도 있었고 무당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기도를 드리고 굿을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영적인 무언가가 주변에 떠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해변을 쭉 따라 걷다가 오래된 큰 배가 놓여 있는걸 보았는데 일선에서 물러나 해변에서 쉬고 있는 느낌을 받은 나는 자식들을 위해 온 평생을 다 바치고서 홀로 여생을 보내는 어르신분들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져 나 홀로 감동에 취하기도 했었다.


가는 방향이 같다 보니 주변 경관에 취해 구경하다 보면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날 앞지르고, 날 앞서나갔던 사람들 역시 멋진 경관을 남기고 싶어 사진을 찍거나 혹은 감상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가 그들을 따라잡아 앞서나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두 마디씩 말을 건네 기도하고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며 올레길 길동무를 하기도 했다.


아! 물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함께 했던 일행과 갈라져 나와 나 홀로 올레길을 걸어나가기도 했다. 이 멋진 자연의 경관들을 눈에, 머리에, 가슴에 새기면서.


어느덧 걷고 또 걷다 보니 중간 정도 지점인 송악산 휴게소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꽤 많이 걸은 거 같은데 이제 겨우 절반 정도라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우선 먹고 다시 힘을 비축해야지!


제주도 음식 중 '보말칼국수' 이 음식이 맛있다고 해서 요리조리 찾아보다 식당 간판이 보여 들어갔다.


"여기 보말 칼국수 하나 주세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었고 식당도 조금 허름해 보여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맛집일 거란 생각을 부여잡으며 칼국수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했다.


잠시 후 보말 칼국수가 나와 살짝 국물맛을 보았는데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느껴졌다.


"오~ 국물만 살짝 먹어봐도 맛있는 느낌이 팍팍 풍기는구만."


아.. 물론 지금까지 쭉 걷느라 무엇을 먹든 다 맛있겠지만... 그래도 국물맛은 칼국수의 기대치를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보말을 하나 먹어봤는데 식감이 우렁이와 비슷해 우렁이를 제주도에선 보말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할 정도였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주실 때 분명히 이 큰 그릇에 가득 주신 거 같은데.. 젓가락 몇 번과 숟가락질 몇 번에 텅텅 빈 그릇을 보게 될 줄이야.


밥도 맛있게 먹었고 충분히 쉬면서 체력도 다시 보충했고... 슬슬 다시 움직여봐야지.


송악산을 따라 쭉 걸어 올라갔는데 지금까지 본 여러 풍경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송악산, 바다, 절벽이 어우러져 보여주는 경관이란 도화지에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채색한 하나의 명작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분위기에 취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올레길 이정표인 화살표와 이정표를 놓쳐 길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여기 어디쯤이겠지하며 걱정 없이 찾아다니다 몇몇 사람들이 아치형으로 된 철창문을 열고 들어가길래 저기가 올레길인가보다 싶어 따라 들어갔다. 워낙 올레길 자체가 길이 아닌 것처럼 보인 곳이 많아 처음엔 별 의심 없이 그 길을 따라갔는데...


이게 점점 이상한 곳으로 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이 정도쯤 걸었으면 적어도 한두 개는 보여야 할 이정표나 리본이 안 보인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로는 내 앞에 가던 사람들이 다시 나를 향해 뒤돌아 왔을 때였다. 이런... 내 앞에 가던 사람들이 길을 잘못 찾은 거였다니.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다 뒤로 돌아갔고 나만 남았는데 이제 와 돌아가는 것보다는 이 앞으로 가다 보면 어디론가 이어지는 길을 만나겠지 싶어 나 홀로 계속 전진했다. 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풀길을 밟고 앞으로 나아갔는데 어느 순간 앞이 탁 트이는 곳이 보여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한 순간 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어? 뭐...뭐야!"


내 앞에는 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었고 수많은 말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와... 내가 봤던 말들은 다 조랑말이었나. 뭐 저리 다들 한 덩치 하는지... 저 말들 사이로 어떻게 지나가지?


머릿속에서 말의 뒷다리에 차이는 상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게 상상에서만 일어날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내가 조심스럽게 지나간다고 해도 순간 말들이 밥 먹다 기분이 나빠져서 나한테 달려들지 누가 알겠냐고... 나도 밥 먹다가 누가 옆에서 신경 쓰이게 하면 기분이 나쁜데 본능에 더 충실한 동물들은 날 피떡으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을까?


한 5분은 그 자리에서 돌아갈지 나아갈지 고민하면서 말들을 관찰했는데 그다지 나를 신경 쓰지 않아 보여서 용기를 가지고 서서히 걸어갔다.


오... 맙소사... 말들아, 얼른 식사에 집중해 주렴. 나는 그저 지나가는 조금 큰 파리라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말들 사이를 지나갈 때의 그 긴박한 순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말 뒤로는 안 갔는데 뒷발길 질 생각나서라고는 말 못하겠다.


어느덧 초원의 끝 담장에 도달해 있었고 재빨리 그 담장을 넘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을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어르신들이 길이 아닌 곳은 가지 말라고 한 게 틀린 말이 아니다 진짜... 다 경험에서 나오신 말인 게 분명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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