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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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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83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27
조회
779
추천
14
글자
12쪽

<2>

DUMMY

3월 꽃샘추위가 매섭다. 제주도가 남쪽은 남쪽인지 거기선 그나마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졌었는데 서울은 아직도 겨울 같은 바람이다.


와~ 봄이다~ 하며 꿈틀꿈틀 나오려던 꽃잎들이 얼음! 하며 멈춰 있다. 얼른 날씨가 풀려야 땡! 하며 얼음처럼 멈춰 있는 꽃들과 푸르른 잎들이 자라날 텐데...


그래도 한 이틀 쉬면서 몸조리했더니 감기 기운은 사라져서 다행이었다. 오늘은 호신술 수업이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는 아주 조금 더 신경 써서 나왔다. 흠흠... 저번 주에 설렘을 느꼈던 연희를 볼 생각에 조금 더 신경 쓰기는 했는데 학교 가는 길에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게 평소보다 더 많이 느껴져 괜히 이렇게 입고 나왔나 싶기도 했다.


대용이와 민우를 보기 위해 우리가 자주 가는 나무 카페에 들어갔다.


"뭐야? 너 오늘 어디 가냐? 은근 꾸미고 나왔네. 너 평소에 시선 집중되는 거 싫다고 잘 안 꾸미고 나오잖아."


"어디 가기는 그냥 봄이니까 기분 전환 겸 한번 이렇게 입고 나와본 거지..."


"봄? 봄은 개뿔... 추워 뒤지겠구만. 너 좀 이상해... 뭔가 있는데 이거."


"있기는 뭐가 있냐. 쓸데없는 생각 고만하고 나 마실 것 주문하고 온다."


이럴 때만 날카로운 놈... 평소에나 좀 그렇게 냉철한 관찰력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아.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 후 자리에 돌아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한참 첫 번째 게스트하우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가게 사장님께서 커피를 가져다주셨다.


어? 왜 사이즈 업 돼서 나왔지?


"서비스로 사이즈 업 해서 줬어요. 자주 찾아오라는 서비스."


"하하. 사장님 감사합니다~ 자주자주 찾아올게요."


"우리 나무 카페 사장님 장사 마인드가 있어. 딱 성우한테 서비스 주시는 거 봐. 누구한테 서비스를 주어야 하는지 아시는 거지..."


엥? 저건 또 먼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근데 대용이가 갑자기 씨익 웃으며 갑자기 호응하는 게 아닌가.


"간만에 민우가 맞는 소리 했네. 여기 사장님이 장사 마인드가 좋아."


"야 너까지 갑자기 왜 그러냐. 어휴... 이게 다 민우랑 너무 오래 봐서 그래. 그거 병이다 대용아. 너희 좀 떨어질 필요가 있어."


"푸하하. 하긴 내가 민우랑 너무 오래 붙어 다니긴 했어. 근데 민우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야. 너한테 서비스 주면 어쨌든 넌 고마워서든 또 생각이 나서든 여기 자주 올 꺼 아니야? 그럼 어떤 현상이 일어나냐면... 성우 주위를 둘러봐봐."


고개를 들어 휙휙 주변을 둘러보아도 뭐 별다른 게 없는데?


"둘러봤는데... 뭔 현상인데?"


"너 유독 이 카페에 여자들이 많다는 생각 안 하냐? 그리고 은근 이 테이블을 쳐다보는 시선 같은 거 안 느껴져?"


"이 주변에 이만큼 분위기 좋은 카페가 또 있나? 거기다가 시선이야... 그건 너희도 잘 알잖아!"


민우가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쓰윽 얼굴을 들이밀며 말한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너 이상하게 우리가 이 자리에 자주 앉는다고 생각 안 하냐? 그리고 여기가 그렇게 인기 많은 곳인데 우리가 왔을 때마다 자리가 있는 건 안 신기해?"


"어......? 그건 조금 이상하긴 하네... 근데 우리 며칠 안 됐잖아 여기서 자주 본 거는? 우연이겠지?"


"글쎄~ 사실 나도 확실한 건 아닌데... 유독 이 자리는 사람들이 잘 비워두더라. 꼭 누가 와서 앉아주었으면 하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사장님께서 자주 오라고 서비스를 주신 걸 보면 대충 감이 오지 않아? 뭐 이건 모두 추측이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되는 소리고 흐흐."


"그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련다. 난 그냥 오늘 이 아메리카노가 사이즈 업 되어서 온 거에 그냥 기뻐하고 끝내겠어. 암튼 아까 이야기나 계속 이어서 해줄게."


남은 제주도 경험담을 알려 주었는데 초원에서 말들과의 어색한 만남에 관해 이야기할 때 민우와 대용이 모두 미친 듯이 웃어서 좀 민망하긴 했지만, 무엇인지 모를 뿌듯함도 있었다. 혹 나중에 유명해져서 토크쇼 같은 곳에 출연하게 되면 요 이야기를 풀어야지...



기다리던 호신술 수업을 듣기 위해 지하 2층 강의실로 향했다.


음... 아직 안 왔나 보네. 괜히 일찍 왔나... 우선 옷이나 갈아입고 기다려 봐야지.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을 때 연희가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 왔다! 강의실 안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연희는 눈웃음으로 반겨주었다.


"왔어? 곧 수업 시작하겠다. 먼저 옷부터 갈아입고 와."


"아... 응! 짐 좀 여기 잠깐 놓고 갔다 올게."


나도 모르게 계속 시선이 연희를 따라가 언제쯤이나 나올까 여성 탈의실 쪽을 흘끔흘끔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주책없다 싶어 스트레칭에 집중하였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끝내고 잘 쓰지 않는 몸의 근육들을 이완시키기 위해 더 꼼꼼한 스트레칭을 시작할 때쯤 연희가 옷을 갈아입고 내 옆에 앉았다.


은은히 로즈메리 향기가 주변에 맴돌았다. 연희가 쓰는 샴푸 향이 로즈메리 향인가? 나도 이런 향기 좋아하는데...

음... 언뜻 보니 핑크색 계열의 물품들이 많은 걸 보니 핑크색을 특히 좋아하나 보네. 핸드폰 고리가... 푸우인가?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스타일 좋아하나? 어? 생각해보니 남자친구가 있을 수도 있네... 가장 중요한 걸 생각 안 해봤었구나... 남자 친구가 있을까? 있겠지?

반지는 안 보이는 걸 보니 없을 수도 있으려나? 이거 뭔 희망 고문도 아니고...


하아~~!!! 나 뭐하냐 진짜...


이진욱 강사님이 들어와 수업을 시작할 때쯤에서야 생각의 꼬리가 멈췄다.


스트레칭 시간에 아까 하다 멈췄던 남은 스트레칭들을 하였다. 호신술 수업의 조교 겸 악당을 담당하다 보니 이렇게라도 빡세게 스트레칭을 하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오래, 더 꼼꼼히 해야 했다. 물론 그래도 시간이 남아 혼자서 스트레칭을 힘들게 하는 친구들을 도와줄 수도 있었지만, 일부로 그러지 않았다. 저번 주에 있었던 찝찝했던 느낌 때문인데 혹시나 내가 느낀 불쾌한 터치를 다른 사람들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도 연희가 도와달라고 하면 얼른 가서 도와줄 텐데... 혼자서도 잘하고 있어서 굳이 가서 도와줄게! 하는 것도 이상해 보일까 봐 그저 강도 높은 스트레칭을 반복하며 몸을 풀고 있었다.


충분한 스트레칭 때문인지 아니면 저번에 한번 해 봐서 조금은 익숙해져서 일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번 주 보다는 확실히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낙법도 계속하다 보니 몸이 덜 아프게 떨어지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문제의 그 여자를 상대하게 되었다. 저번에 내가 너무 예민해 혹 잘못 느낀 게 아닌가 싶어 오늘은 집중해서 그 여자의 행동 하나하나 세심히 살폈다. 두 번, 세 번... 강도의 역할로 상대했을 때에도 별다른 게 없어 내가 정말 그때 잘못 느꼈나 보다 했다. 괜히 사람 의심하고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 싶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가장 마지막 차례인 그 여자가 다가왔다.


가장 마지막이기도 했고 의심했던 게 미안해 충분히 연습할 시간을 드릴 생각으로 강도 역할처럼 왼손으로는 그 여자의 왼손을 잡고 나의 오른손으로는 흉기를 들고 있다는 가정하게 그 여자의 목 언저리에 두고 위협을 하며 그 여자의 대응을 기다렸다.


원래대로라면 오른손 팔꿈치로 내 명치를 치고 왼손을 뿌리친 후 나를 발로 밀고서 도망가면 되는 건데...


그 여자의 오른손이 내 허벅지 쪽으로 손이 가 스윽 올라가는 게 아닌가...


고의로 그러는 건지 아니면 힘들어서 손을 놀리다 보니 그러는 건지 확신이 안가 고민하고 있을 때 그 여자의 손이 점점 더 허벅지를 타고 올라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그 여자에게서 얼른 떨어졌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차가운 시선으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계속했더니 힘이 없어서 못 하겠네요. 여기까지만 하죠."


자기 할 말만 하고 바로 탈의실로 향하는 그 여자.


그 여자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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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연희와 그 친구 정혜와의 카페에서 만남]


"왔어? 통화로 거의 다 왔다고 해서 미리 마끼아또 시켜놨어."


"응. 잘했어~ 오늘은 촬영 없어서 프리하지?"


"어. 그래서 우리 여니랑 간만에 놀아주려고 왔지~"


"헤헤... 오늘 저번에 못 가봤던 여기 디저트 카페 가보자! 너랑 가려고 내가 안 가고 있었지!"


"어디든 다 콜! 아~ 이렇게 커피 한 잔에 너랑 시간 보내니까 너~무 좋다! 아... 니가 요즘 맘에 들어 하는 성우가 이 사람 맞아?"


"어? 음... 맞는 거 같아! 와~ 이때가 언제야? 고등학교 때 같은데?"


"나 고3 때. 전국 청소년 연극제에서 찍은 사진."


"헤헤... 성우는 이때도 멋지구나... 앳된 모습이 귀엽기까지 해!"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성우가 잘생기긴 했으니."


"맞다! 너 그때 나랑 통화 할 때 성우보고 미친놈이라 불렸다 했잖아. 그 이야기 좀 해줘 봐. 성격적으로 뭐 문제가 있는 거야? 연기하다가 막 정신을 놓고 그래?"


"엥? 아하하. 그래서 그런 건 아니고... 너도 나 대회 때 가끔 와봐서 알지만서도 솔직히 내가 좀 잘하긴 하거든?"


"아... 너 다른 사람 앞에선 그러지 마. 재수 없어."


"뭐 암튼 근데 성우 연기하는 거 보잖아? 그땐 정말 어떻게 저런 연기가 가능하지? 내가 그 연기 보면서 느낀 건 자동차가 젤 빠르다고 타고 다니던 사람이 비행기를 본 느낌?"


"와~ 성우가 그 정도로 잘했어? 나도 성우가 하는 연극 보고 싶다."


"뭐 그땐 그랬지... 그 이후로는 소식이 잘 안 들려서 뭔 일 있나 했는데 너한테 성우 소식을 듣게 될지는 몰랐네. 아 그리고 성우 1학년 때는 연기 되게 못했다고 하더라고. 2학년 때 두각을 나타내고 3학년 때 꽃 피운 케이스지."


"3년 동안 실력이 엄청 늘었나 봐?"


"실력이 늘었다라...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한데 성우랑 같이 연극을 했던 애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좀 달랐다고 하더라. 연기를 본능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고 교육과 학습으로 다져진 연기가 있는데 성우는 본능 파였다고 해. 뭐 1학년 때는 그 본능대로 연기는 하는데 감정을 다룰지 모르니 느낌만 있는 형편없는 연기? 뭐 그런 느낌이었다고 했는데... 2학년 때부터 이것저것 경험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고 하면서 바뀌었대."


"어떤 경험?"


"들은 바로는... 막노동, 노숙, 요리, 군고구마 장사, 복싱, 기타, 뭐 정신병을 공부하겠다고 정신병원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고도 하던데. 뭐 암튼 그렇게 닥치는 대로 다 해 보면서 감정 다루는 걸 배워갔다고 하더라. 아무튼 3학년 때 괴물이 돼서 나타났으니..."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단하네. 난 그냥 학교 수업 따라가랴 학원 다니느라 바쁜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대단한 건 대단한 거고... 암튼 성우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가자~ 나에겐 신선한 공기가 필요해!"


"어..어..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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