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65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28
조회
815
추천
11
글자
11쪽

<2>

DUMMY

"이진욱 강사님. 이 강의 끝나고 시간 잠깐만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상의 드릴 게 있어서요."


"그럼요. 전 이거 마무리하고 있을 테니 씻고 옷 갈아입고 오세요."


대충 빠르게 샤워 후 매트를 정리하고 있는 강사님에게 다가갔다.


"아 왔어요? 그래... 상의할게 뭔가요?"


"음...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어떤 여성분이 자꾸 불쾌한 신체접촉을 해서 그분을 제가 안 맡았으면 해서요."


"민감한 문제네요... 성우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하는데요."


이진욱 강사님에게 저번 주에 있었던 불쾌한 터치와 의심했던 이유에 대한 이야기, 오늘 있었던 일 모두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었다. 차분히 내 이야기를 다 듣던 강사님은 내 이야기가 끝나자 고심 끝에 말을 건넸다.


"우선 그 여학생이 누구인지부터 먼저 알려주세요. 그리고 성우군 말처럼 임시처방이지만 그 여학생은 제가 계속 담당하는 걸로 해요. 성우군 말을 안 믿는 건 아니지만 그 여학생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 성우군 이야기만 듣고서 그 여학생을 처벌 할수는 없어요. 그리고 성우 군이 그 여학생 담당을 바꿔달라고 한걸로 보아 이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은 거 같은데 맞나요?"


"네... 사실 그 여학생을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구요. 불쾌한 터치가 단지 호신술을 펼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했다고 하면 전 할 말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도 않구요."


"어쨌든 알았어요. 성우군에게 항상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해요."


"아니에요 강사님. 저 이 수업 신청해서 저에게 참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호신술도 그렇고 악당 역할도 배우고 있고 덤으로 낙법도 마스터하고 말이죠."


"하하.. 그거 정말 도움이 되는 거 맞는 건가요? 이거 마치... 힐난하는 느낌인데요?"


"에이~ 강사님도... 제 속마음을 읽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정말로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그러니 너무 마음 안 쓰셔도 되요. 그럼 전 이만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다음 주에 봬요~"


이 일이 이렇게 조용하게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는데... 나랑 직접 부딪칠 일이 없으니 더는 문제는 안 생기겠지...


아~ 오늘은 연희랑 이야기도 별로 못했네. 꾸미고 온 보람이 없다 보람이... 과방에 가서 대본 분석이나 좀 더 보든지 해야지.


"이제 나와? 우선 이거! 오늘도 고생 많았어~"


"어? 이거 주려고 나 기다린 거야? 땡큐~ 커피 잘 마실게."


깜짝 놀랐다. 강의실 밖에서 연희가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 자체를 못했었는데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다니... 거기다가 수고했다며 주는 이 캔커피까지.


그런데 이렇게 날 기다리면서 음료수까지 주는 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그냥 정말 호신술 때 고생했다며 주는 호의 정도인 걸까...


"강사님이랑 이야기하고 있는 거 봤는데 곧 나오겠지 싶어서 좀 기다렸지 뭐~ 헤헤."


"강사님이랑 호신술 관련해서 이야기하느라 좀 길어졌는데... 너 기다리고 있는지 알았으면 짧게 하고 나오는 건데 그랬어."


"어? 아니 아니~ 별로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닌데... 오늘은 하면서 아프거나 다치진 않았어? 저번 주에 너 세게 친 게 계속 생각나서 미안해 혼났어."


"오~ 내 생각 자주 할 수 있도록 많이 다쳐야겠는데?"


내 말에 나를 찌릿한 눈빛으로 흘겨보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미소가 지어졌다.


"매도 맞다 보면 어떻게 맞아야 안 아프게 맞는지 알게 된다고 이것도 비슷한 거 같던데? 저번 주 보다는 확실히 덜 아파. 낙법도 점점 더 자연스러워 지는 거 같고. 이 수업 종강할 때쯤이면 완전 호신술 마스터가 되어 있을걸?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저번 주와 이번 주가 다르듯 이번 주와 다음 주도 다를 테니까."


"응응.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 내일이나 내일모레쯤 너 시간 괜찮을 때 점심이나 저녁 어때?"


살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연희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쓰!


"그럼 여기에다 번호 좀 찍어줘. 내가 전화나 문자로 연락줄게."


그렇게 연희가 찍어준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한 후 기분 좋게 남은 커피를 입 안으로 털어냈다.


"커피 잘 마셨어! 연습 가야 해서 슬슬 움직여야 할 거 같은데... 넌 어디로 가?"


"과제 자료 조사 때문에 도서관에 가야 해. 요즘 왜 이렇게 과제가 많은지... 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야."


"3학년이라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거기다가 교수님이 내주는 과제도 장난 아닌가 보네? 우선 도서관 쪽으로 가자. 난 동상 있는 삼거리에서 빠지면 되니까."


가는 동안 교수님과 과제에 대한 귀여운 푸념을 들으면서 같이 교수님 험담을 해 주었다.


흠흠... 그 경영학과 교수님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점수 따고 싶은 제 마음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동상에서 헤어져 도서관을 향해 가는 연희를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걸 보니 내가 저 친구를 좋아하긴 하나보다 싶었다.


기분 좋은 설렘은 이제 다시 마음에 넣어두고 얼른 대본 분석 한 문장이라도 더 해야 할 시간이 왔다. 특히 주인현 선생님께서 봐주시는 날이라 조금이라도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지잉. 지잉.


"어 민우. 왜?"


"어디야? 곧 시작인데 왜 아직 안 와?"


"시작? 어? 야 끊어! 지금 곧 간다."


다행히 소극장과 가까이 있던 빈 강의실에서 대사 분석을 하고 있어서 재빨리 짐을 챙기고 소극장을 향해 뛰어갔다.


헉헉... 다행히 늦지는 않았네.


"웬일이야? 보통 10분은 일찍 오던 놈이?"


"아.. 근처 빈 강의실에서 대본 분석하다 시간이 이렇게 됐는지 몰랐다."


"어휴.. 징글징글한 놈. 지금 바로 시작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숨 좀 돌려."


소극장 무대에 앉아 어느 정도 쉬었을 때쯤 주인현 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모두 반가워요. 우선 엊그제 월요일에 왔어야 했는데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오게 된 거 사과부터 할게요. 다들 표정이 좋은 걸 보니 연습들 많이 했나 봐요? 어디 한번 볼까요? 오늘은... 한 챕터씩 준이와 성우가 번갈아 가면서 하도록 하죠. 시작은 준이부터 하는 걸로. 시작...해 볼까요?"


이준 선배와 내가 번갈아 가면서 한 챕터씩 진행을 해 나갔다. 간간이 주인현 선생님께서 지금 어떤 감정으로 그 대사를 쳤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는데 다들 그에 맞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서 선생님에게 질문을 통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이준 선배가 대용이와 대사를 주고받으며 대사를 칠 때 주인현 선생님이 살짝 손을 들어 멈추게 하고서는 이준 선배에게 질문을 던졌다.


"준이는 지금 어떤 감정이야?"


"얄미우면서도 반가운 감정입니다."


"왜?"


"얄미운 건 나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이 철없이 떼쓰는 모습 때문이고 반가운 건 그래도 같이 하루 동안 여행 한 사이라 그런지 미운정도 정이라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준이는 왜 상진 이가 공항에서 제헌 이를 다시 또 만났을 거라 생각해?"


"상진이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질 정도의 책임감이 있는 성격입니다. 성산 일출봉에서 헤어질 때 언뜻 흘리듯 공항에서 또 보자는 제헌의 말에 알았다는 응답을 해 줍니다. 공항에서 핸드폰으로 제헌의 연락이 왔을 때 안 받을 수도 있었지만 상진이가 굳이 전화를 받으며 그 얄미웠던 제헌 이를 만난 이유도 이 책임감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아. 그럼 성우는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전... 준이 형의 의견처럼 책임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상진 이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종종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 상진이 가지고 있는 '정'이 더 큰 영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상진 이가 이 정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몇 군데 있습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친해진 중년 부부와 떨어지기 싫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암벽 끝까지 따라가 준다던지, 제헌 이와 윤선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순간에 제헌 이를 택한 것도 상진이 가지고 있는 정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있었던 제헌 이를 차마 쳐 내지는 못했던 거죠."


이준 선배와의 조금 다른 견해에 신이 나신 듯 주인현 선생님이 재빨리 물어보셨다.


"그래서 성우 너는 그 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제헌 이를 공항에서 만났다? 그럼 상진 이의 성격은 우유부단한 성격인가?"


"아니요. 우유부단한 성격은 아닙니다. 렌터카 사고 이후에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계획을 짜고 그대로 해내는 모습은 우유부단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유부단한 성격이었다면 윤선이를 달래거나 혹은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도 컨택을 할만도 한데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즉, 어찌 되었든 여행을 같이 다니던 제헌이에게 집중을 해 주었다는 거죠."


"우유부단하지는 않은데 정이 많아서 제헌이한테 휘둘린다라?"


"상진 이가 허용할 수 있는 정의 스펙트럼이 조금 더 넓어 제헌의 얄미운 정도는 받아 들 일 수 있는 정도지 휘둘린다는 느낌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흠... 알았네. 두 주인공이 받아들이는 감정이 조금 다른 게 마음에 드는구먼. 자네들의 연기가 어떻게 다를지 더 기대가 돼. 그럼 공항에서 만나는 씬부터 준이가 다시 시작하도록 하지."


후~ 이거 대답 하나 하는 것도 쉽지가 않네. 조금 더 철저히 대본을 분석해야 다음에 또 물어보실 때 겨우 대답할 수 있겠어...


준이 선배의 마지막 씬을 끝으로 오늘의 연습이 마무리되었다.


"오늘도 모두 수고 많았어요. 이번 주말에 과 M.T.를 가는 거로 알고 있는데 나도 거기에 참여하니 그때 술 한잔하면서 더 이야기 나누도록 합시다. 그럼!"


"수고 많으셨습니다~"


민우는 몸이 좀 뻐근한지 좌우로 몸을 풀면서 대용이와 함께 내게 다가 왔다.


"아까 대답 잘하던데? 공부한 티가 확확 나~"


"티는 무슨 먼지 티끌도 안보이더구먼. 대답하느라 땀 삐질삐질 흘리는 거 못 봤냐?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분석하고 또 분석해야지..."


"야 지금 니 대본만 봐도 너덜너덜해서 뭐가 쓰여 있는지도 잘 모르겠구만... 하여튼 말을 말아야지. 그나저나 이번 주가 M.T. 였네... 나 까먹고 있었다."


"아... 나도 생각 못 하고 있었다. 과 엠티라 M.T. 비용 따로 걷는 게 없어서 가는 거 생각 못 하고 있었어."


그럼 이번 주도 중국어 스터디 못 가는 건데... 자칭 공식 1호 팬인 현진이 누나가 또 안 왔다고 뭐라 할 거 같은데...


하아... 그 누나는 도대체 어디로 튈지를 모르겠어서... 다음에 갈 때 먹을 거라도 사가야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장 빛나는 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 17.02.16 224 0 -
33 <2> +1 17.02.15 394 11 9쪽
32 <2> 17.02.14 424 11 7쪽
31 <2> +3 17.02.13 555 11 9쪽
30 <2> 17.02.10 591 11 7쪽
29 <2> 17.02.09 677 12 7쪽
28 <2> 17.02.08 678 15 8쪽
27 <2> 17.02.07 724 16 8쪽
26 <2> 17.02.06 705 14 8쪽
25 <2> 17.02.06 733 14 9쪽
» <2> 17.02.06 816 11 11쪽
23 <2> 17.02.06 779 14 12쪽
22 <2> 17.02.06 700 13 11쪽
21 <2> 17.02.06 720 17 13쪽
20 <2> 17.02.06 716 18 8쪽
19 <2> 17.02.06 716 15 7쪽
18 <2> 17.02.06 694 13 8쪽
17 <2> 17.02.06 680 18 8쪽
16 <2> 17.02.06 764 16 8쪽
15 <2> 17.02.06 852 18 7쪽
14 <2> 17.02.06 770 16 8쪽
13 <2> 17.02.06 741 17 9쪽
12 <2> 17.02.06 766 20 8쪽
11 <2> 17.02.06 784 19 7쪽
10 <2> 17.02.06 856 19 9쪽
9 <2> 17.02.06 966 20 10쪽
8 <2> 17.02.06 848 18 7쪽
7 <2> +1 17.02.06 907 21 8쪽
6 <2> +1 17.02.06 876 19 7쪽
5 <2> +1 17.02.06 1,012 17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