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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님의 서재입니다.

가장 빛나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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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디
작품등록일 :
2017.02.06 11:59
최근연재일 :
2017.02.15 14:3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5,662
추천수 :
535
글자수 :
120,145

작성
17.02.06 12:11
조회
875
추천
19
글자
7쪽

<2>

DUMMY

나 역시 예전 이 순간에는 대사 외우랴, 상황, 대사, 역할 분석하랴 굉장히 버거웠던 기억만 있었다.


지금이야 20년 전의 기억이라도 열정을 쏟아서 해냈던 연극이다. 머리가 잠시 기억을 못 하더라도 몸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본을 읽어보면서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상황들이 눈에 잡힐 듯 그려 나갔고 다섯 번쯤 읽었을 때에는 눈을 감으면 주인공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펼쳐질 정도가 되었다.


주말 내내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고 연극 오디션 당일이 왔다.


민우, 대용이와 함께 이번 연극 오디션장인 학교 안 소극장으로 향했다.


"준비는 잘했냐? 이번 주인공인 상진 역할이 참 탐나긴 했는데 대사 분량하며 장난 아니더라고."


"민우 너답지 않게 우는 소리는. 그래서 상진 역할은 도전 안 해본다고?"


"그건 아니지. 어떻게 준비했는데 오디션은 당연히 봐봐야지."


"그럴 거면서 엄살은... 대용이 너는?"


"난 이튿날에 나오는 영어 강사 역할이 탐나더라. 그쪽으로 준비해왔어."


"아... 그 뺀질뺀질 영어 강사? 얄미운 역할이니 나름대로 캐릭터도 있고 잘 고르긴 했네."


"글치? 이 강제헌 역할이 더 경쟁이 심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걱정이긴 해."


"얼씨고... 이것들은 안 본 사이에 무슨 엄살만 이렇게 늘어서는 빨리 가자! 가서 한 번이라도 더 대본 읽어보고 연습하자."


소극장에 들어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이 대본을 읽어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하거나 대사를 다양한 느낌으로 치면서 어떤 느낌이 더 괜찮을지 고민하는 모습 등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어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때


"니가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이 이준 선배. 보는 것처럼 뭐하나 빠지는 게 없어. 발성이면 발성, 표현력이면 표현력... 옆에서 같이 연극을 하다 보면 많이 배우게 되더라. 가자 인사라도 드리게"


우리 세 명은 준이 선배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다.


"준이 형! 좀 쉬엄쉬엄해요~ 형 쫓아가다가 내 가랭이 찢어질 거 같아!"


"안녕하십니까. 04학번 신성우입니다."


준이 선배는 민우의 말에 피식 웃으면서 내 인사에 답해주었다.


"반가워. 저번 신입생 환영회 때 보긴 했었는데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네 그땐. 이번에 복학했다니까 자주 보자. 난 그럼 다시 연습 해야 해서 오디션 끝나고 나중에 밥이나 같이 먹자."


"준이 형 우리도! 암튼 좀 이따 봐요~"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 새삼 이준 선배를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워낙 유명해 수많은 기획사들이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 내 기억에도 준이 선배는 후광이 비치는 선배기도 했다. 아마 이 연극을 마지막으로 영화, 드라마 쪽으로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땐 준이 선배가 참 부러웠었는데... 에고~ 지금 예전 일이나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본이나 한 번 더 봐야지.'


저녁 6시 30분쯤이 되자 김호철 교수님이 올라오셔서 말씀하셨다.


"모두들 반갑습니다. 이번 오디션은 저와 이선희 교수님 그리고 우리 학교 졸업생 중 한 명인 주인현 이렇게 세 명이 평가를 할 예정입니다. 인현이야 연극 바닥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니 더 설명 안 해도 괜찮겠죠?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내기 바랍니다. 그럼 호명하는 순서대로 나와서 준비해 주고, 혹 심사위원 중 질문을 할 때가 있을 텐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느끼는 그대로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무대 위에 심사위원 세 분이 준비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준비가 되자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고학번부터 순서대로 불리는걸 보고 내 차례는 중간 정도쯤 일 테고... 모두가 보이는 무대에서 보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도 볼 수 있어 쉽게 자신과 비교할 수 있어 나름 괜찮다고 느꼈다.


앞서 호명되는 선배들의 연기를 가만히 지켜보며 나름 평가를 하고 있을 때 이준 선배의 이름이 호명되는 게 들렸다.


순간 모든 대기자의 시선이 집중된걸 느낄 정도였으니 얼마만큼 이준 선배의 연기를 기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챕터 2. 3-5 게스트하우스 부분 하겠습니다."


심사위원의 시작하라는 표시가 떨어지자 이준 선배는 서서히 감정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올레길... 올레길... 말만 들었었는데 이거 직접 걸어보니 장난이 아니야 장난이. 이거 다리 후들거리는 게 빨리 침대에서 쉬어야지. 그나저나 아까 같은 방 쓰는 사람이 씻을 때 쪽지 어쩌고 했던 거 같은데 어디 보자... 흠? 같은 방 쓰는 사람들끼리 한잔하자고?"


올레길을 힘들게 걷고 온 후 깨끗이 씻고 침대에서 쉬고 싶은 마음과 여행을 와서 모르는 사람과 인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쪽지를 들고 서성이는 저 모습에 그의 연기를 보는 모든 이가 주인공인 상진과 같은 고민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에이!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재빨리 준비하고서는 밖으로 나가려다가 무엇인가 빠진 게 없나 방안을 훑어보고 문단속을 하는 모습에 세심하고 꼼꼼한 상진의 성격을 잘 표현하였다.


"혹시 102호분들인가요? 아~ 반갑습니다. 전 28살 이상진이라 합니다. 같은 방 쓰는 것도 인연이니 이 근처에서 맥주 한잔하시죠. 네? 누가 보이냐구요? 아... 저 외국 여성분이요. 보이긴 하는데요? 저..저보고 저 외국인 꼬셔 오라고요? 저 영어 잘 못 해요! 아니... 분명 여행의 묘미는 묘미인데 왜 하필 저인데요..."


게스트 하우스에 혼자 있는 외국인에게 말을 걸어 함께 맥주 한잔하자고 꼬셔보라는 요구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참 재밌다.


새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예전에는 '그저 엄청 잘한다.' 딱 이 정도의 느낌뿐이였던 거 같았는데 지금 보는 이준 선배는 '진짜 괴물이구나'란 느낌이다. 저 나이에 저런 감정이입과 표현력이 가능하긴 한 건가 싶기도하고... 저러니 기획사들이 서로 데리고 가고 싶어 할 수밖에.


주변을 살펴보니 신입생들은 글쎄... 다들 얼타고 있네. 하긴 나라도 저 상황이라면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수도...


내 친구 민우는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 이준 선배의 연기를 보니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느끼며 곱씹고 있는 중일 테다.


나는...


작은 흥분과 설렘. 이 두근거림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심지에 불을 댕긴다.


"재미있네... 진짜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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