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편지] 경지에게 답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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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할 때 주고받은 두고두고 못 그칠 울음₁
천리까지 그대를 따라가며
가지 말라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어도
언제고 한 번은 이별해야 하는 것을······
이 일을 어찌할까요, 어찌 할까요 어찌 할까요₂
다만 한 가닥 희미한 아쉬움이
마음에 하늘하늘 얽혀 있는데
공중에 환희의 꽃 하나
어디선가 날아왔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아른아른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 예전 백화암에 앉았었을 때
암자 주인 처화 스님이
먼 마을에서 바람 타고 들려오는
다듬이질 소릴 듣더니 문득
비구승 영탁에게 게偈를 전했는데
‘탁탁’ 치는 소리와
‘땅땅’ 울리는 소리 중에
어느 것이 먼저 들렸겠느냐?
영탁이 손을 맞잡고 공손히 대답하기를,
먼저도 나중도 아닌,
바로 그 사이에 들었습니다.
어제 그대가 그냥 그대로
정자 위에 머문 채로 난간을 짚어가며
서성거리고 있던 그 시각에
이 몸 또한 다리 언저리에서 말을 세운 채였는데
우리 떨어져 있는 거리가
1리쯤은 되는 줄로 알았지요.
아마도 서로 바라보았던 곳
그곳은 그때였으리라, 바로 그때였으리라.
- 작가의말
₁ 원문 ‘別語關關(별어관관)’의 ‘관관’은 《시경》 관저에 나오는 표현으로, 원래는 새들이 서로 짝을 그리워하면서 울음소리로 화답함을 뜻한다.
₂ 원문 ‘柰何柰何(내하내하)’ 역시 ‘내하오’로 쓰이어 ‘어찌할까, 어찌할까’의 뜻으로써, 글 전체에서 풍기는 향기는 그러니까 이성간의 만남과 헤어짐이다. 연암의 글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여인의 그림자, 그녀가 너무도 궁금하여 이 밤 하얗게 샐 것 같다. 이 일을 어찌할까, 어쩌면 좋으랴.
•이 편지는 연암이 경지라는 호를 가진 친구에게 주는 편지로써, 경지는 성대중, 홍대용 등과도 교유한 이한진(1732~1815)으로 추정되지만, 알려진 그의 호는 ‘경지’가 아닌 ‘경산’이라 확실하지는 않다. 이한진은 전서와 예서를 잘 쓰고 퉁소를 잘 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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