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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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내가 너를 이미 초월하였는데···
쑥부쟁이 색깔 도톰한 화장(化粧)으로 속을 감추고
아직도 우듬지에 남은 단풍잎을 떨어트리듯 야멸차게 등을 돌려, 돌리던 길로 기척 없이 저녁마다 보따리, 보따리, 던져대더니 무성영화 장면, 장면을 연출하더니 오늘은, 마지막 이삿짐을 트럭에 올리고서야 가끔씩 들리겠노라 천연덕스레 말하며 눈물 앞세워 쌍끗 웃음을 빚는구나.
홍시 빛 혀를 내밀어 입술, 입술 축이는구나.
아직도 벗겨지지 않은 화장발 위에
부시도록 순수한 표정을 덧칠하고 울음을 코러스 삼아 도란거리는구나. 둘도 없이 친근한 목소리로 “때론 널 깊이 알아 괴로울 때가 있어.” 있어, 있어? 가녀린 몸을 한들거리며 ‘파멸’이란 이름도 현수막처럼 내걸고 나의 비밀한 내장까지 네 무기 삼아 휘두르겠다고
기어이 목숨 줄 같은 내 스토리를 폭로하겠다고.
쓸개도 간도 다 빼 먹히고 열꽃 하나 달랑 남았는데,
너의 마지막 카드, 가난한 시인을 치열하게 사랑했던 나의 그 비밀은 이미 내 소설 속에 용해되어 까마득한 과거에 가 있는데, 새삼스레 너는 세상에 떠벌리겠다고, 단지 입소문으로 퍼뜨려보겠다고, 아직도 할말 다 못한 연인인 양 나를 부둥켜안은 채로 목덜미에 키스, 키스하는구나, 목말라 비틀거리는 뱀파이어 환영(幻影)이 되어.
황금빛 네 스캔들은 시 한 편 소재도 못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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