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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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슬픔․2
하루 단돈 1프랑 짜리 모델이지만 정중하게
빨래구덕보다야 행복일 거라고 얼버무리고서 그날 아침엔 별스레 온몸 실핏줄을 가닥가닥 퉁기던 갓 끓인 커피 향에 그만 혼을 빠트리는 바람에 꿈인 듯 믿을 수 없게 건져 올린
드로잉, 마취한 고통, 리얼리즘 겨냥 작인데
늘어진 허벅지에 닿을락말락한 서러움
바람 빠져가는 풍선, 풍선 같은 젖가슴 아래 헐수할수없던 풀씨가 뿌리내려 날로 달로 자라나는 삭막한 자궁동산을 슬쩍 적시고
입맞춤, 볼썽사나운 발등의 심줄을 덮다가
말라빠진 어깨를 쓰다듬고 놓아버린 맥
등뼈 조금 아래에 나릿나릿 흘러내린 몇 가닥 머릿결을 두고 뼈마디 앙상한 손으로나마 가리려던 얼굴, 얼굴이 용인민속촌 무명화가의 손에서 도려지고 지져졌구나.
모서리 벗겨져버린 한 쪼가리 피나무
미슐레*의 말을 곱씹고 되씹으면서도 그냥
가난은 남의 일이고 슬픔*은 아름다움의 사촌이라고 여물게 위장하였던 그의 배짱을 빌려 나도 당신에게 파란나비*라는 닉네임을 지어드렸고 당신도 크리스틴이 고흐 대하듯 기뻐할
원수의 카드결재일 사흘이나 남은 날
*미슐레(1798~1874):프랑스의 역사가. 고흐는 크리스틴을 모델로 한 그의 작품 ‘슬픔’ 밑에 “어찌하여 여기 다만 혼자서 절망에 빠진 여자가 있는가”라는 미슐레의 말을 적어 넣었다.
*슬픔(비애):여섯 번째 임신(아버지 불명인) 중인 크리스틴을 모델로 한 고흐의 드로잉 작품(1882).
*파란나비:3급 지체장애인의 몸으로 각각 아비 다른 아이를 낳아 혼자 도맡아 키우다시피 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
키스하고 싶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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