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편지]엄화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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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터론 지극히 작은 공간이지만
서성대며 노닐고 안식하기엔 충분합니다.
앞면 왼쪽에는 깎아지른
푸른 벼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바위틈은 깊숙이 텅 빈 채
저절로 동굴을 이루어서
그 속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는데,
그래서 제비 연에다 바위 암, ‘연암’이라 한답니다.
집 앞으로 백여 걸음 나아가면 평평한 대가 있는데,
모두 겹겹이 쌓여가며 우뚝 솟은 바위들이고
시내가 그 밑을 휘감아 돈다고
이것을 조대, ‘낚시터’라 부르지요.
시내를 거슬러 올라가면 또
울퉁불퉁하고 하얀 바위가
마치 먹줄을 대고 깎은 듯이 놓였습니다.
여기엔 혹은 잔잔한 호수를 이루기도 하고
혹은 맑은 못을 이루기도 하는데
노는 고기들이 엄청나지요.
이 물에 저녁볕이 비껴들면
그림자가 바위 위까지 어른거리는데
물고기 후리질 하는 그림의 시내라는 뜻의
‘엄화계’라 부르지요.
그러나 산을 휘감아 돌아온 물이
겹겹이 사방으로 감싸 흘러서
저절로 촌락과 두절된 형국이라
개 짖는 소리 닭 울음소리조차도
한길에 나가 칠팔 리쯤 걸어야만 비로소 듣는답니다.
-연암박지원이 홍대용에게 보낸 네 번째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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