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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비밀 낙서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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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
그림/삽화
nanjung
작품등록일 :
2015.06.21 08:53
최근연재일 :
2017.04.05 15:48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25,826
추천수 :
1,653
글자수 :
165,582

작성
16.07.02 10:36
조회
755
추천
4
글자
3쪽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DUMMY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1.

긁어대지 못하도록 두 손을 묶어두고서

그 상처 닦을 때마다 원수, 원수가 되어 전전긍긍하는 어미에게, 말이 어눌한 아이는 오로지 울부짖음만으로 저항한다.

아빠아, 아빠! 아빠? 아······ 아, 아빠아, 아빠 ㅍ


진물 흐르는 부위를 과산화수소수로 목욕시키고,

약솜으로 잘 닦아 말리고, 더 번지지 말라고 상처 언저리를 에탄올로 두드리다 보면 아이는 큰 덩치를 갓 잡은 물고기인양 펄떡펄떡 제키며, 차고 넘치게 리허설을 한 ‘아리아’를 토해낸다.

에탄올, 에탄올 싫어, 하지 마아, 하지마아······


2.

15년 전 어느 날, 하늘이 와르르 무너졌고

당신은 느닷없이 그 파편 속에 빠져버렸다지. 형체도 없이 늘 피부를 콕콕 찔러대며 그것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따라다니고 있다지.


자폐증의 아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길이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네 손가락 ‘희아’처럼 피아노를 잘 쳐 피아노 치는 것을 가르쳐야 할까요? ‘유진 박’이 연주를 잘하니 연주가로 성공시킬까요? 아니면 ‘김진호’처럼 수영을 잘하게 할까요? 당신은 그러면서 나를 붙들고, 설설 끓는 주전자 뚜껑이 딸까닥 딸까닥 소리를 내듯, 꺼이꺼이 울었지, 울음을 깨물었지. 그런 당신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불쑥 그랬지.

차라리 ‘이명래 고약’을 붙여보면 어떨까?


해마다 봄이면 도져서 겨울에야 가라앉는 상처,

긁고 또 긁어 날이 갈수록 깊숙이 곪아가는 상처, 아토피, 아토피, 자폐가 부른 아토피, 그 합병증, 늘 소독약으로 샤워를 하여도 할 때마다 속수무책인 병마와 씨름하는 18세 아기 엄마 당신의 소리 없는 비명이 당신을 볼 때마다 얼굴에 나타나서 나는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어안이 벙벙해져.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생살을 찢고서야 마지못해 기어 나오는 고름, 피고름들을 볼 때마다 겨울이 오면 괜찮을 거야, 겨울까지만 참아, 참아 보아, 하며

가슴도 덩달아 쥐어짰을 10여년 인고의 나날 앞에서.


갑오징어 뼈를 분쇄기에 곱게 갈아 그 가루*를

말간 상처 위에 뿌리고 붕대로 친친 감아놓고,

참았던 그 말 한마디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성 앞에서.






*갑오징어 뼛가루:파인 상처에 이것을 뿌리면 살균도 되고 외부 균의 침투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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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 [연암편지] 봄이 오자... +6 16.08.02 695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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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연암편지]나날이 방장산을 바라보노라면 16.07.27 631 2 1쪽
373 [연암편지]엄화계에서 +2 16.07.25 654 2 2쪽
372 [연암편지]공주 판관 김응지에게 16.07.21 634 2 3쪽
371 시조론 | 아픔이라는 변주곡 이야기 +4 16.07.03 574 3 43쪽
»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4 16.07.02 756 4 3쪽
369 즉흥시 16.07.02 647 2 1쪽
368 스캔들 16.07.01 531 2 2쪽
367 새 창세기를 위하여 16.07.01 511 3 1쪽
366 멀어지는 너 16.06.30 1,169 2 1쪽
365 춤추는 돌멩이 16.06.29 426 1 2쪽
364 그건 뜬소문 16.06.29 740 1 1쪽
363 이카로스의 날개 2 16.06.28 452 2 3쪽
362 이카로스의 날개 1 16.06.28 961 3 2쪽
361 김장 16.06.28 450 2 2쪽
360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보리밭 +2 16.06.27 1,202 3 2쪽
359 환청 16.06.26 407 3 1쪽
358 오해 16.06.25 435 2 1쪽
357 키스하고 싶은 여자 +4 16.06.24 587 3 1쪽
356 고백 16.06.23 445 2 2쪽
355 모델 16.06.22 544 2 2쪽
354 은니(銀泥)의 발걸음 16.06.21 620 2 1쪽
353 날개 16.06.20 623 2 1쪽
352 이산가족, 샌드위치맨 16.06.19 394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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