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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비밀 낙서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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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
그림/삽화
nanjung
작품등록일 :
2015.06.21 08:53
최근연재일 :
2017.04.05 15:48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25,843
추천수 :
1,653
글자수 :
165,582

작성
16.06.22 12:44
조회
544
추천
2
글자
2쪽

모델

DUMMY

모델

-슬픔․1(헤이그에서 크리스틴이 고흐에게)




라인역 ‘와인카페’에서 두 눈길 맞부딪친

내 나이 서른두 살 운명의 어느 날

당신이 물으셨지요, 울 엄니가 아시느냐고


꼭 내 모양 이대로 우리 두 남매 낳아놓고

여자 하나 들여와 뚜쟁이노릇 하는 아들, 당신의 아들 뒤에서 굳게 입 다물고 진두지휘하시는 우리 엄니 삶의 방식을

소설 속 무용담인양 늘어놓고 나는 웃었지요.


그러하여도 새끼 입 풀칠만은 성실해야겠기에

빌어먹을 세탁장 일을 하다하다 힘에 겨워, 헐수할수없어, 거리에 나가 사내를 후리고 후리다가, 엄니처럼 낳은 아이 다섯을 엄니에게 맡긴 채, 이제 또 여섯째를 임신한 나의 배를 다정한 눈길로 쓰다듬고서 당신이 나를 웃겼지요

모델이 되어달라며 정식제안 하시었지요.


낯선 사내에게 몸 파는 것보다야 나을 성싶어

다달이 테오*가 부쳐주는 1백 프랑을 단 며칠 만에 써버려 쫄쫄 굶어도 굶어야만 작품이 나온다는 핑계로 친구들에게서 빈정거림만 당하던

당신의 사글셋방에 줄레줄레 따라갔지요.


뉴턴의 현신인 듯 느닷없이 외쳤지요.

포도주와 독한 진과 나를 뒤섞어 칵테일로 마시던 당신이 만유인력을 본 듯이

섹스가 그림의 윤활유, 맞지, 맞지, 하시면서요.


개수통 앞에서 내가 접시를 닦고 있으면

담배를 채워 넣던 파이프를 내던지고서 당신이 재료비 1프랑의 그림을 시작하시데요. 나의 두 손에 튀어나온 힘줄, 주름살들을 그리고 지우고 그리고 지우면서, 아름답다, 아름답다, 곱씹으면서요. 그래요 어쩜 우리 만남이 당신 말씀대로 발가벗은 두 영혼의 뒤엉킴일지도 몰라요.


슬픔이 아름답다니, 생각수록 이상하지만.










*테오:고흐의 동생이면서 절대적인 후원자. 1890년 7월 29일에 형 고흐가 죽자 그 충격에 정신착란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가 다음해 1월에 결국 숨을 거두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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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 [연암편지]공주 판관 김응지에게 16.07.21 634 2 3쪽
371 시조론 | 아픔이라는 변주곡 이야기 +4 16.07.03 574 3 43쪽
370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4 16.07.02 756 4 3쪽
369 즉흥시 16.07.02 647 2 1쪽
368 스캔들 16.07.01 532 2 2쪽
367 새 창세기를 위하여 16.07.01 511 3 1쪽
366 멀어지는 너 16.06.30 1,170 2 1쪽
365 춤추는 돌멩이 16.06.29 426 1 2쪽
364 그건 뜬소문 16.06.29 741 1 1쪽
363 이카로스의 날개 2 16.06.28 452 2 3쪽
362 이카로스의 날개 1 16.06.28 962 3 2쪽
361 김장 16.06.28 451 2 2쪽
360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보리밭 +2 16.06.27 1,202 3 2쪽
359 환청 16.06.26 408 3 1쪽
358 오해 16.06.25 436 2 1쪽
357 키스하고 싶은 여자 +4 16.06.24 587 3 1쪽
356 고백 16.06.23 446 2 2쪽
» 모델 16.06.22 545 2 2쪽
354 은니(銀泥)의 발걸음 16.06.21 620 2 1쪽
353 날개 16.06.20 623 2 1쪽
352 이산가족, 샌드위치맨 16.06.19 395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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