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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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보리밭
어머니 자궁같이 포근한 흙바닥에
핏기 가신 얼굴을 묻고 하릴없는 나의 당신
못 잊을 어제 정오로 부질없이 날아가
불붙은 불쏘시게, 태양 가리며 저승사자
구름 한 장 남김없이 불질러먹어도 바싹 마른 옥수수 수염, 그 머리칼에 콧속에 입속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몰아칠 찰라 저것들을 캔버스에 가둡니다.
허공에 꽃잎 뿌리던 낱낱의 기억마저도
어둠자락 한복판 회오리, 회오리처럼
귀가 하나 모자란 몸이 제 몸을 두들겨 패어도, 차마 못 남긴 이별 메시지를 물고 가는 얼빠져 얼도 없는 까마귀는 까마귀들이 아니고
사실은 뼈마디마디 삭힌 잿물로 만든 물감
무수한 그림을 토해내고 남은 빈껍데기
지울 것도 없는 제 그림자를 지우는 몸을 두고 비로소 나의 당신이 길을 찾습니다.
별보다 많은 저 이름, 이름에 이름을 뒤섞고서야.
*고흐는 37세인 1890년 7월 26일에 이 작품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을 마지막으로 그렸으며, 다음날인 27일에 다른 밭에서 권총을 옆구리에 갖다 대고 방아쇠를 당겼으며, 29일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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