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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630
추천수 :
205
글자수 :
1,247,219

작성
18.12.19 09:08
조회
53
추천
1
글자
11쪽

무쌍(無雙) Ⅱ - 05

DUMMY

도화도(桃花島).

딥 세이버즈에 위치하고 있으며 극소수만이 아는 이곳에서 오라클과 아스카와 레이븐이 타오몬(도사몬)의 인도를 받아 걸어가고 있었다.

사방에 피어 있는 복숭아꽃을 구경하면서 앞으로 향하고 있는데 오라클이 타오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잘 있는가?”


“예,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자네가 고생이 많구먼.”


“하아~”


오라클의 말에 타오몬이 한숨을 내쉬자 레이븐은 얼굴에 의아한 빛을 띠며 아스카를 바라봤다. 아스카는 복숭아나무에 피어오른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레이븐이 자신을 보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무심코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레이븐과 타오몬은 물론이고 오라클의 정신마저 읽던 중에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머리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오자 텔레파시를 중단하고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으윽!”


“아스카?!”


“괜찮은가?”


“···예. 아무래도 머릿속을 읽은 게 잘못인 거 같네요.”


이마에서 손을 떼고는 손등으로 식은땀을 닦아낸 아스카는 근처에 있는 바위에 주저앉았다. 예상외로 피해를 입었는지 안색이 좋지 않았는데 오라클이 가까이 다가가 손바닥을 등에 갖다 댔다.

양손에 생겨난 푸르른 기운이 아스카에게 옮겨지더니 온 몸을 감쌌고, 아스카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고마워요.”


“앞으로는 조심하게나.”


“예, 그러죠. ···헌데 방금 머릿속에 당신처럼 디지몬의 모습을 한 자가 떠올랐는데, 그는 누군가요?”


아스카가 가볍게 묻자 오라클과 타오몬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마치 알아서는 안 될 것을 알아버린 듯한 분위기가 감돌자 아스카는 바위에서 일어나 그 둘에게 말을 했다.


“말할 수 없다면 굳이 답할 필요 없어요.”


“그럴 것까지야 없지.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바로 『그』를 보기 위해서라네.”


“『그』라고요?”


“『우리』 중 하나이지만 죄를 지어서 이곳에 유폐되어 있지.”


“무슨 죄를 지었는데요?”


“······장난을 심하게 쳤거든.”


오라클이 한동안 망설이다가 내뱉은 말에 아스카와 레이븐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스카의 경우에는 표정의 변화가 없어서 놀랐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말이다.


“타오몬. 『그』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게나.”


“그러죠.”


“자네들도 따라오게.”


이렇게 해서 아스카와 레이븐은 오라클의 뒤를 따르며 타오몬의 안내를 받아 어딘가로 향했다. 섬 전체에 심어져 있는 복숭아나무가 마치 미로처럼 되어 있는데 타오몬 덕분에 길을 헤매지 않고 제대로 갈 수 있었다.


“보아하니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 같군요.”


“눈썰미가 좋군. 사실 이 섬에는 기문둔갑을 이용해서 특수한 배치를 해두었지.”


“그 때문에 이곳에 온 디지몬들은 십중팔구로 헤맬 수밖에 없지.”


아스카의 말에 타오몬과 오라클이 차례대로 답해주는 동안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앞에는 커다란 동굴이 시커먼 입구를 드러내고 있는데, 그 안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오몬! 여기 온 걸 보니 술을 가져왔나 보지?”


“술이 아니라 내가 왔다네, 노완동(老玩童)!”


풀이하자면 늙은 악동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를 입 밖으로 내면서 동굴 안의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오라클. 그 후, 동굴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얼굴 전체를 덮는 덥수룩한 백발에 고양이 발바닥처럼 생긴 지팡이를 들고 있는 지지몬(할배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이쿠, 누님!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네가 생각나서 한 번 들렸다.”


“그런데 저쪽은···?”


“다른 차원에서 온 인간, 아스카와 그녀의 동료인 카라텐몬, 레이븐이네.”


“오라클이 소개를 했으니 제 입으로 말할 필요는 없겠네요.”


아스카의 말에 노완동이라고 불리는 지지몬의 모습을 한 그는 박수를 치며 좋아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의 행동에 레이븐은 황당해했지만 오라클과 타오몬, 그리고 아스카는 그다지 놀라하지 않았다.


“노완동이 워낙 자유로워서 번거롭고 복잡하며 번잡하게 예의와 이치를 따지는 점을 싫어한다네.”


“보아하니 그런 것 같군요. 그래서 제 말을 듣고 화를 내기는커녕 저런 반응을 보인 거겠죠.”


“이해해주니 고맙구먼.”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지, 뭐. 다만 너는 안 돼.”


“노완동. 겨우 술 한 병 안 갖다 줬다고 이러는 겁니까?!”


“응, 그래!”


노완동이 아주 짧게 한 마디 하고는 오라클과 아스카, 레이븐을 데리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타오몬은 그저 어이없는 얼굴로 서 있을 뿐이었다.

아무튼 동굴 안으로 들어온 오라클, 아스카, 레이븐은 네모나게 깎은 바위에 앉아서 노완동과 대화를 나누었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구먼.”


“그런 말하지 마십쇼. 여기가 얼마나 따분한데요.”


“그러기에 왜 장난을 쳤는가.”


“······할 말이 없습니다.”


오라클과 노완동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스카는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만지작거렸다. 특정인의 소유물에 손을 대어, 소유자에 관한 정보를 읽어내는 심령적 행위인 사이코 메트리(Psychometry)라도 하는 것인지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뭐 알아낸 거라도 있는가?”


“글쎄요. 보일 듯 말듯 해서 확실하게 말을 할 수가 없군요.”


“···보통 아이는 아닌 것 같네요.”


“『힘』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내가 여기로 데려온 것일세.”


“호오~ 그렇습니까?”


오라클에게서 아스카에 대한 얘기를 들은 노완동은 흥미로운 표정을 하며 그녀의 주변을 얼쩡거렸다. 다른 이들 같으면 불편해했을 텐데 아스카는 아무렇지 않은지 노완동과 눈을 마주하고는 입을 열었다.


“한 번 보고 싶은가요?”


“그래준다면 나야 좋지!”


흔쾌하게 말을 한 노완동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자 오라클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레이븐은 얼굴에 약간의 황당함이 깃들었다. 다만 아스카는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상태로 정신을 집중했다.

동시에 주변의 물건들이 공중에 떠오르더니 허공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치 못 박힌 것처럼 꼼짝도 않던 물건들은 이후 서서히 휘어지거나, 구겨지거나, 박살나기 시작했다.


“아스카!!!”


“···아아, 너무 집중했나 보군요.”


오라클의 외침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아스카는 염동력을 풀어 물건들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한숨을 쉬며 본래의 형태를 잃은 물건들을 바라보다가 다시 염동력을 사용해서 원래 형태로 되돌리고는 제자리에 갖다 두었다.


“어떤가요?”


“흠, 나쁘진 않군.”


“좋게 봐주시니 고맙네요.”


“헌데 『힘』 말고 격투기는 쓸 수 있나?”


“몸을 보호할 정도로는 익혔죠.”


“아, 그래? 그러면 나한테 보여줘.”


노완동이 뒤로 한 발짝 물러서 격투 자세를 취하자 아스카는 잠깐 숨을 내쉬다가 느릿하게 자세를 취했다. 서로가 대치하는 중에 먼저 행동을 시작한 것은 바로 아스카였다.

빠르면서도 적당한 힘이 담긴 주먹을 내지르자 노완동은 가볍게 피해냈고, 첫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 몸을 돌려 발차기를 날렸는데 이번에는 손을 들어 다리를 잡아냈다.


“아직은 미숙한 면이 있지만 제법이군.”


다리를 잡은 손을 놓으면서 아스카의 공격을 평가한 노완동이 양 주먹을 앞으로 내지르자 그녀는 양 손바닥을 내밀어 맞부딪쳤다. 혹시 모를 상황을 염려해 손바닥에 힘을 모았는데 주먹과 닿자마자 몸이 휘청거리더니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래도 낙법을 사용해 꼴사납게 쓰러지지 않고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킨 아스카는 노완동의 주먹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자기가 쓰러지게 되자 의아함을 느꼈다.


“방금 그건 뭔가요?”


“내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하도 심심해서 만든 무공인 공명권(空明拳)일세. 자네 혹시 ‘그릇은 움푹한 곳이 있어야 하며, 방은 창과 문이 있어야 쓸모가 있다.’라는 말을 아는가?”


“······아니요.”


“저 말은 그릇은 중간에 빈 곳이 있기 때문에 음식을 담고, 방은 창과 문이 있어 빛이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온다는 의미라네.”


“공명권은 강한 힘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고, 오히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특징을 지니고 있지.”


“그러니까 강함에 강함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허실을 통하여 맞서는 원리로군요.”


“오호~ 총명하군!”


“듣고 보니 유용한 무공이군요. 음··· 저한테도 전수해주겠어요?”


“좋지. 공명권은 16구결로 이루어져 있고, 총 72개의 권로(拳路)가 있어. 우선 구결을 가르쳐줄테니 잘 듣도록 해. 공몽동송(空朦洞松), 풍통용몽(風通容朦), 충궁중롱(沖窮中弄), 동용궁충(童庸弓蟲).”


“오라클. 저게 무슨 뜻입니까?”


노완동이 읊은 공명권의 구결을 들은 레이븐은 이해를 하지 못해 오라클에게 묻자 구결을 암송하며 생각을 하던 아스카가 오라클을 대신해서 설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송(松)은 상대의 요해(몸의 중요한 부분)를 향해 공격한다는 뜻이고, 충(蟲)은 몸을 벌레와 같이 유연하게, 몽(朦)은 권의 초식을 모호하게 한다는 뜻이야.”


“구결을 이해했으니 이제 초식을 가르쳐주지.”


아스카가 공명권의 절반을 습득하자 대련을 통해 나머지 절반을 가르치려는 노완동. 그가 자세를 취하자 아스카도 자세를 취하며 준비를 했고, 이내 주먹을 주고받았다.

공명권의 특징을 이해한 아스카는 강(剛)한 기술이 아니라 유(柔)의 기술로 맞서는데 초반에는 땅에 몇 번을 구르게 됐다.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넘어지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지금은 거의 대등하게 맞서고 있었다.

공명권을 만든 노완동과 공명권을 익힌 아스카가 공명권으로 대련을 하다가 마지막 일격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과 주먹이 부딪치자 둘은 휘청거리면서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이걸로 72로 공명권을 모두 익혔군.”


“당신처럼 능숙해지려면 연습을 해야 하지만요.”


“오라클님! 슬슬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대련이 끝났을 무렵에 밖에서 타오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오라클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였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네.”


“누님. 내일 또 오실 거죠?”


“상황 봐서. 내가 못 가더라도 아스카는 보낼 테니 걱정 말게.”


“그럼, 안녕히 계세요.”


오라클과 아스카, 레이븐이 밖으로 나가게 되자 노완동은 셋을 배웅하고는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밖으로 나온 셋은 기다리고 있던 타오몬의 안내를 받아 며칠 동안 머물 숙소로 향했다.

그들이 길을 걷는 동안 하늘은 어두워지더니 얼마 안 돼서 달과 별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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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무쌍(無雙) Ⅱ - 06 18.12.20 58 1 10쪽
» 무쌍(無雙) Ⅱ - 05 18.12.19 54 1 11쪽
61 무쌍(無雙) Ⅱ - 04 18.12.18 53 1 12쪽
60 무쌍(無雙) Ⅱ - 03 18.12.17 50 1 11쪽
59 무쌍(無雙) Ⅱ - 02 18.12.16 59 1 6쪽
58 무쌍(無雙) Ⅱ - 01 18.12.15 44 1 7쪽
57 무쌍(無雙) - 57 18.12.14 70 1 10쪽
56 무쌍(無雙) - 56 18.12.13 53 1 19쪽
55 무쌍(無雙) - 55 18.12.12 46 1 23쪽
54 무쌍(無雙) - 54 18.12.11 47 1 19쪽
53 무쌍(無雙) - 53 18.12.10 42 1 16쪽
52 무쌍(無雙) - 52 18.12.09 50 1 18쪽
51 무쌍(無雙) - 51 18.12.08 58 1 19쪽
50 무쌍(無雙) - 50 18.12.07 45 1 15쪽
49 무쌍(無雙) - 49 18.12.06 35 1 13쪽
48 무쌍(無雙) - 48 18.12.05 44 1 9쪽
47 무쌍(無雙) - 47 18.12.04 28 1 20쪽
46 무쌍(無雙) - 46 18.12.03 36 1 24쪽
45 무쌍(無雙) - 45 18.12.02 38 1 25쪽
44 무쌍(無雙) - 44 18.12.01 35 1 25쪽
43 무쌍(無雙) - 43 18.11.30 39 1 11쪽
42 무쌍(無雙) - 42 18.11.29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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