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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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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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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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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5쪽

무쌍(無雙) - 45

DUMMY

바이러스 버스터즈(VB).

고고하게 솟아 있는 백색 성의 지하에 있는 어둡고 깊은 공간에 한 명의 누군가와 네 명의 디지몬이 존재하고 있었다. 한 명은 검은 로브를 두른 상태로 주먹으로 턱을 괴고 의자에 앉아 네 디지몬을 차갑게 응시했고, 그들은 피에로, 기계해룡, 나무인형, 철갑의 흡혈귀로 굳은 표정으로 정좌를 하였다.

이들의 정체는 『신』이 창조한 『그들』 중 하나였던 자이자 가이오몬 일행이 반드시 해치워야 하는 적인 아포칼립스와, 그의 부하인 피에몬, 메탈시드라몬, 피노키몬··· 일명 다크 마스터즈와 베리알반데몬(베리알묘티스몬)이었다.


“그래, 가이오몬 일행을 죽이지 못하고 그녀에 의해 내쫓겼다··· 는 거군.”


“······마스터의 명령을 지키지 못한 죄를 씻게 해주십시오.”


“죽음으로서 말이냐?”


아포칼립스가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자 네 디지몬은 흠칫 놀라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너희들이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 죽음이 아닌 공을 세워 죄를 씻어라.”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가라.”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던 그들은 자신들의 주군이 자비를 베풀어 살 길을 열어주자 감사함과 두려움을 품은 채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공간에 혼자 남아 정면을 바라보던 그는 턱을 괸 손을 내리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한 발짝 두 발짝 발걸음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움직임을 멈췄다.


“언제까지 어둠에 숨어 있을 생각이지?”


“···네가··· 눈치··· 채고··· 말할··· 때··· 까지다···.”


질문으로 시작되어 답변으로 종결되었을 때, 그의 측면에서 어둠이 형체를 갖춘 듯한 디지몬이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의 형상을 한 왼팔과 늑대의 형상을 한 오른팔을 가진 혼탁한 암흑에 물든 검은 육체의 기사, 한때 디지털 월드를 수호하는 기사단의 정신적 지주로 최강의 성기사라고 불려 왔으나 타락하여 살육을 즐기는 괴물이 된 그의 이름은 블랙오메가몬이다.


“···저들을··· 죽일··· 거라··· 생각··· 했는데··· 의외로군······.”


“비록 나를 실망시킨 적이 가끔씩 있었지만, 나름 쓸 만하니 죽이기는 아깝거든.”


“···죽이지는··· 않되··· 부려먹을··· 수··· 있을··· 때까지··· 쓰겠다는··· 말인가···?”


“뭐, 안될 건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나와 함께 그들을 마중하러 가지 않겠나?”


“···나쁘지··· 않은··· 제안이군···. ···오랜만에··· 피맛을··· 볼··· 수··· 있겠어···.”


말을 마치고 나서 왼팔에서 뽑아낸 검을 혀로 핥는 블랙오메가몬. 그의 광기 어린 모습은 대범한 자라 할지라도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데, 아포칼립스는 그저 덤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역시 어둠밖에 없는데 순간 빛이 번쩍 빛나면서 육중한 소리가 두 귀를 울렸다. 어둠에 가려져 모습은 보이지는 않지만, 대략 누구인지는 추측할 수 있었다. 여기에 들어올 수 있는 디지몬 중에서 이러한 소리를 낼 정도의 무게를 가진 자는 단 하나, 거대한 기계룡인 무겐드라몬(파워드라몬) 뿐이기 때문이다.


“자아, 그럼 가도록 하지.”


*


항구.

바이러스 버스터즈(VB)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이곳에 한 척의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하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배의 이름은 헬 오브 헤븐으로, 옛날 해왕(海王)이라는 해적이 타고 다녔던 전설의 배였다.

헬 오브 헤븐이 선착장에 도착해 자동적으로 닻을 내리고 여러 사소한 준비를 마치자 배에 타고 있던 승객, 가이오몬 일행이 하나둘씩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번 아포칼립스의 부하들의 습격을 물리친 이후 헬 오브 헤븐은 연료 에너지를 거의 다 써버려서 느린 속도로 항해를 했고, 그 때문에 예상보다 늦게 항구에 도착했다.

한 동안 바다만 보다가 육지에 도착해 땅을 밟은 그들, 특히 뱃멀미로 고생했던 라스트와 로드나이트몬은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맙네, 즈도몬(쥬드몬).”


“으하하하하-!!! 선장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나저나 자네 앞으로 어쩔 셈인가? 다시 항해를 하기에는 헬 오브 헤븐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것 같네만.”


“흠, 저 녀석이 움직여도 괜찮을 때까지 이곳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작별이군요.”


오라클과 즈도몬의 대화를 듣던 가이오몬은 말을 하면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작별의 의미가 담긴 손을 본 즈도몬은 얼굴을 들어 시선을 마주쳐 조용히 미소 짓더니 손을 맞잡았다.

가이오몬 다음에 베르제브몬, 판쟈몬(화이트레오몬), 발키리몬, 미스티몬, 라스트, 로드나이트몬, 알파몬과 악수를 하고, 리리스몬의 왼쪽 손등에 입술을 댔고, 오라클 앞에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그는 다시 한 번 호탕하게 웃고는 배에 올라탔다.


“자, 여기를 나와서 쭉 가다보면 바이러스 버스터즈에 도달할 걸세.”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멉니까?”


“라스트를 타고 갈 정도로 멀진 않네. 아마 빠르면 해 지기 전에 도착할지도 모르네.”


“그거 잘 됐군요!!! 아아~ 정말 다행이야.”


그 동안 멀미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육지에 도착했는데, 이제는 동료들을 태우고 목적지로 가야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으로 괴로워하던 라스트는 오라클의 말에 구원이라도 받은 듯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이에 알파몬과 그녀를 제외한 가이오몬 일행들은 식은땀을 흘리거나 억지로 미소 지었다.

어쨌든 그들은 아무도 없는 항구에 유일하게 정박해있는 헬 오브 헤븐을 바라보다가 출구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이제 그와의 결전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


길가.

항구에서 나와 한참을 걷던 가이오몬 일행은 바위나 땅바닥에 앉아 쉬고 있었다. 언덕 하나를 넘으면 하루 묵을 마을에 도착했겠지만 계속 쉬지 않고 이동한 탓에 여기에 와서 쉬게 된 것이다.


“상태는 어때? 라스트, 로드나이트몬.”


“뭐, 그럭저럭.”


“이 몸은 다시 아름다워지고 있어.”


“괜찮아 졌다니 다행이군.”


“······흠.”


“왜 그래?”


“마을에 도착하면 바이러스 버스터즈에 들어서게 되는데··· 왠지 복잡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그렇겠지. 아무리 마음을 정해도 일말에는 그러한 감정이 생길 테니까.”


“알파몬···.”


“허나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확고해질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일행 중 한 명이 앞일에 대해 염려를 하자 알파몬은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위로했다. 그의 위로가 힘이 되었는지 살짝 풀어진 얼굴로 동료들을 바라보던 누구누구 씨(모자이크)는 마을을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표정이 심상치 않게 굳어버렸다.

다른 일행들도 그를 따라 마을 쪽을 보면서 표정이 변해버렸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곳에 검은 연기가 무수히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설마···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보이는군.”


“이대로 그냥 가면 십중팔구로 아포칼립스가 우릴 맞이하겠지.”


“그렇다면 뒤로 우회해서 기습··· 은 안 되겠죠?”


“안타깝게도 마을로 가는 길은 오직 하나만이라서 우회는 불가능하다네.”


“흠, 어쩔 수 없이 정면 돌파를 해야겠군요.”


가이오몬의 말에 다른 일행들과 알파몬, 오라클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적과 싸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걷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어차피 뛰어가든 라스트를 타고 이동하든, 순간이동을 통해 마을에 도착한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디지몬은 없을 테고 아포칼립스를 상대할 힘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하늘이 붉게 물들어갈 무렵에 가이오몬 일행은 마을에 도착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심각하게 황폐화된 마을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혀를 찼다. 그러다 앞쪽에 기묘한 살기가 느껴지자 그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앞에는 그들의 적인 아포칼립스가 좌우에 블랙오메가몬과 무겐드라몬을 거느린 채 서 있었다. 자기들에 비해 수가 적긴 하지만 하나같이 강자인지라 경계를 풀지 않았··· 아니, 못했다.


“그 때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군.”


“웬만하면 마지막에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거군.”


“일부러 마중 나와 줬는데 그런 반응을 보여주면 섭섭하지.”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후후후, 물론 농담이지. 아무튼 이렇게 만났으니······.”


「흑랑빙아섬(黑狼氷芽閃)」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블랙오메가몬은 오른팔에서 검은 늑대의 형상을 한 광선을 발사했다. 기습적인 공격이었으나 블랙오메가몬의 행동을 예상했던 미스티몬, 로드나이트몬, 알파몬은 방어막을 형성하여 광선을 막아냈다.


“···역시··· 그렇게··· 나왔나···?”


“저기, 잠깐만. 대화하는 중에 그렇게 나오면 곤란해.”


“···오히려··· 바라는··· 주제에··· 농담은··· 작작··· 하시지···!”


[······.]


말을 주고받는 그와 블랙오메가몬, 그리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무겐드라몬을 유심히 지켜보던 가이오몬은 방어막이 해제되자마자 집안 대대로 내려져 오는 최강 오의를 아포칼립스에게 날렸다.

가이오몬이 블랙오메가몬의 공격에 반격하는 의미로 흑룡의 모습을 한 에너지를 날렸으나, 다른 동료들뿐만 아니라 본인도 이 공격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들의 확신대로 입을 벌리며 날아가던 흑룡은 아포칼립스가 꺼낸 카드 1장에 부딪쳐 순식간에 사라졌다.


“역시 안 되는군.”


“흠, 전에도 한 번 봤지만 그 오의는 분명 오류우몬이라는 디지몬이 쓰던 기술이로군.”


“뭣?! 네가 어떻게 아버지를 알고 있는 거지!!!”


“아버지라··· 아아, 네가 그의 아들이었나. 그렇다면 나를 기억하고 있겠지?”


“그 질문은 내가 대신 대답하지. 미안하지만 가이오몬은 과거의 일을 기억 못해. 그때의 일이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렸거든.”


“자아 붕괴를 막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인가.”


알파몬과 그가 나누고 있는 대화를 들은 일행들과 블랙오메가몬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 무겐드라몬은 아까처럼 아무른 반응이 없었고, 오라클은 알고 있다는 분위기를 흘렸다.

그리고 대화의 주제인 가이오몬은 생각나지 않는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 위해 정신을 최대한 집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스승님!”


“꼭 알고 싶은 거냐?”


“예, 아포칼립스가 제 아버지를 언급했으니 꼭 알아야겠습니다!”


“···하긴 언제까지 비밀을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지. 좋다, 알려주마.”


제자의 간청에 고민하며 눈을 감은 스승, 알파몬은 결심을 굳혔는지 눈을 천천히 떴다. 맑고 올곧은 금색 눈동자가 가이오몬을 비추고, 가이오몬도 자신의 눈으로 스승을 응시하는 가운데 알파몬이 입을 열었다.


“10여 년 전 네 가족이 죽고, 너도 죽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고 말했었지.”


“예, 스승님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저 또한 죽었겠죠.”


“그때의 범인이 바로 네 앞에 있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대로 못들은 것 같으니 내가 말해주지. 너의 가족을 죽인 것은 바로 나다.”


아포칼립스가 내뱉은 충격적인 말에 그들은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특히 가이오몬은 스승의 말을 듣고 설마 했지만 사실임이 밝혀지자 휘청거리는 몸을 다잡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에 그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으나 이를 악물고 그를 노려보았다.


“진실을 알게 돼서 기분이 어떤가?”


“···매우 불쾌하군.”


“그럴 줄 알았지.”


“왜··· 왜 내 가족을 죽였지-!!!!!”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는데. 그저 네 아버지가 나를 목격해서 입을 막기 위해 손을 쓰다가 가족 전체로 확대된 거고, 내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디지코어가 필요했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녀에게 나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테니 본론만 말하지. 나는 틈새에 봉인된 아포칼립스의 일부이기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지. 그 때문에 힘을 가지곤 있지만 직접적으로 구사할 수가 없고, 가능하더라도 힘이 엄청나게 소모되는 문제가 있거든.”


“그래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육체를 구하기 위해 디지코어를 모은 건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하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지만. 뭐, 데몬 덕분에 육체가 거의 완성되었으니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지.”


“오라버니를 이용해 먹고 결국 죽여 버린 네가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응, 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으니까.”


“으으-!”


“진정해, 리리스몬.”


“흠··· 이보게, 한 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답해줄 수 있나?”


“그 전에 당신이 말하려는 것을 맞춰보도록 하지. 데몬을 이용해서 디지코어를 얻었다고 해도 다른 세력들이 의심을 품었을 텐데 어떻게 피했는지를 알고 싶은 거겠지.”


“그래, 대략 알 것도 같지만 추측이다 보니 자네 입으로 진실을 듣고 싶네.”


“원한다면 말해주지. 우선 그들의 시선을 데몬에게 향하게 하고, 그 사이에 손을 써서 거의 무력화시켰지. 예를 들자면 3대 천사 중 좌천사와 지천사를 의식 불명으로 만들고, 로얄 나이츠의 오메가몬을 지금과 같은 꼴로 타락시켰다고 말하고 싶군.”


가이오몬의 가족 살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에서 간신히 벗어나던 그들은 아포칼립스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졌다. 모든 일의 근원이 그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에 당황, 경악, 분노, 증오를 감추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냈다.


“···그렇군···. ···내가··· 지금의··· 상태가··· 된··· 것이··· 너의··· 짓이었군···.”


“설마 이제 와서 후회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옛날··· 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만족할··· 뿐··· 후회는··· 없다···.”


“그래, 그래. 후후후~ 진실을 들은 기분이 어떤가? 제군들.”


「냉기공파참」


「골드 크래쉬(Gold Crash)」


[무겐 캐넌]


판쟈몬과 발키리몬이 분노와 증오의 표정으로 필살기와 오의를 그에게 날리자 옆에 있던 무겐드라몬은 등에 달린 한 쌍의 캐논에서 에너지파를 발사했다. 냉기와 황금색 에너지탄과 푸른빛을 띠는 에너지파가 부딪쳐 폭발을 일으키자 재빠르게 움직여 세 명을 공격하려고 했다.


“나는 직접 싸우기 곤란하니, 대신 이것들을 내보내도록 하지.”


가이오몬 일행이 공격하려고 하는 순간 뒤로 피하면서 손가락을 튕긴 아포칼립스. 그와 동시에 땅 밑에 붉은 빛을 띠는 회색 마법진이 형성되더니 수십 개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지몬의 데이터와 디지코어가 섞인 거대한 골렘들과 팔이나 다리 한 쪽, 머리가 없고 몸통이 반쪽으로 잘려 하체가 없거나 심하게 뒤틀려 꺾인 그로테스크한 모습의 디지몬들이었다.


“저건 분명 소울 골렘일 테고, 저들은··· 설마 마을의 주민들로 만든 좀비인 겐가?”


“악취미로군.”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어쨌거나 싸움을 시작해볼까.”


소울 골렘과 좀비가 된 주민들의 등장으로 중단된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우선 가이오몬과 판쟈몬, 발키리몬이 아포칼립스를, 라스트가 무겐드라몬을, 알파몬과 로드나이트몬이 블랙오메가몬을,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 미스티몬이 소울 골렘과 좀비 디지몬을 맡아 상대하기로 했다.


「린화참」


「빙수신장(氷獸神掌)」


「펜리르 소드」


「웨폰(weapon)」


그가 카드를 꺼내 한 단어를 외치자 곧바로 대포로 변해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그렇게 가이오몬의 필살기와 충돌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바로 검으로 변형하여 발키리몬의 검을 막아냈다. 그리고는 다시 건틀릿으로 변형시켜 주먹을 내지르는 것으로 판쟈몬의 장풍을 상쇄했다.


[부스터 클로]


「스플렌더 블레이드」


무겐드라몬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지르자 라스트 역시 앞발을 휘둘러 공격을 막아냈다. 트라이던트 암과 블레이드가 부딪쳐 충돌이 일어나고 그 상태로 밀고 당기는 대치를 하던 둘 중에서 무겐드라몬이 등에 부착된 사이코 블래스트에 에너지를 서서히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등의 포지트론 레이저에서 에너지를 모았던 라스트는 무겐드라몬이 에너지파를 발사하자 그에 맞춰서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2개의 힘이 충돌하여 큰 폭발이 일어났고 라스트와 무겐드라몬은 그로 인한 여파로 튕겨져 나갔다.


「소드 오브 루인」


「성검 그레이달파」


「로즈 오브 스파이럴 마스커레이드(Rose Of Spiral Masquerade)」


블랙오메가몬이 그레이 소드를 마구 휘둘러 예전 동료들을 공격하자 알파몬은 마법진에서 검을 뽑아 휘둘렀고, 로드나이트몬은 갑옷의 리본처럼 달린 칼날에 장미꽃잎을 휘감아 난도질하듯이 베어버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빛의 검과 암흑에 물든 용기의 검과 금색으로 빛나는 리본이 맞부딪쳐 푸른 섬광이 일어나고, 부드럽게 불어오던 바람이 칼날처럼 매섭게 변했다.

시간이 흘러 무기를 여러 번 휘두르고 필살기를 사용해도 결판이 나지 않자 블랙오메가몬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우선 왼팔에서 대포를 꺼내 광선을 발사했다. 두 성기사는 냉기가 담긴 검푸른 광선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흩어져서 피했다. 그러나 그것을 노린 그는 발을 박차고 뛰어올라 로드나이트몬의 앞에 다다랐다. 블랙오메가몬의 기습적인 행동에 장미의 기사는 순간 당황했으나 바로 파일 벙커를 내질렀다.


「아젠트 피어」


“···소용··· 없는··· 짓이다······.”


파일 벙커가 바람을 가르며 그의 복부를 가격하려는 것과 동시에 블랙오메가몬은 몸을 돌려 회피하면서 발로 로드나이트몬을 걷어찼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단발의 신음을 내뱉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복부에 발을 뗀 타락한 성기사는 알파몬을 향해 날아갔다.

로드나이트몬은 그에게 걷어차이고 발판이 된 이후 아름답지 못하게 땅바닥에 나뒹굴었고, 공백의 기사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블랙오메가몬에게 녹색 광선을 발사했다. 물론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녹색 광선을 모두 피해냈고 알파몬의 앞에 다다라 검으로 베어버리려고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알파몬은 필살기나 오의를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두 손을 모아 검을 잡아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블랙오메가몬이 잠시 멈칫거리자 합장하듯 모은 손을 떼고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박치기를 먹였다.


“···큭···!”


“로드나이트몬!”


“OK!”


「로즈 오브 아젠트 피어(Rose Of Urgent Fear)」


블랙오메가몬이 알파몬의 머리에 맞아 휘청거리자 어느새 몸을 추스른 로드나이트몬은 그의 등 뒤로 이동해 장미꽃잎이 휘감긴 파일 벙커를 힘차게 내리쳤다.

이번엔 블랙오메가몬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쳐오는데 그는 고요히 서서 두 디지몬을 바라보다가 오른팔을 뻗어 파일 벙커를 정면으로 막아내고, 왼팔에서 발사한 광선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으··· 윽··· 제법··· 하는··· 군······.”


“상태를 보아하니 오른팔은 당분간 못쓸 거 같고, 이쯤에서 물러나줬으면 하는데.”


“···거절··· 하지···.”


“아아, 정말 아름답지 못하다니까!”


······그렇게 해서 타락해버린 전직 성기사와 현직 성기사 둘은 잠시 멈춘 싸움을 계속하게 되었고, 이들과는 달리 아포칼립스가 소환한 골렘과 좀비들을 상대하고 있는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미스티몬은 의외로 버거워하고 있었다.


“젠장, 이렇게 해선 끝이 안 나겠어!”


“하필이면 폭탄도 다 떨어질 게 뭐람!”


“어이, 커플들. 투정부릴 틈 있으면 하나라도 더 해치워.”


“···누가 커플이야-!!!!!”


미스티몬이 두 개의 검으로 좀비들을 베면서 태클을 걸자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한 마음으로 외쳤다. 그 때 소울 골렘이 두 손으로 그 둘을 내리찍으려고 하자 높이 점프해 「베렌헤나」의 총알과 암흑의 숨결을 선사했다.


“간다!”


「더블 드래곤 블래스터(Double Dragon Blaster)」


「더블 임펙트」


「나자르 네일」


두 마왕이면서 한 쌍의 예비 커플을 건드리려고 한 죄로 박살난 소울 골렘 하나가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리는 것에 맞춰, 미스티몬은 화룡(火龍)과 빙룡(氷龍)의 형상을 한 에너지를 융합시켜 그것들에게 날렸고, 베르제브몬은 급소를 정확히 노려 「베렌헤나」를 연사했고, 리리스몬은 오른손의 금빛 손톱을 찔러 순식간에 부식시켰다.


“흠. 역시 저 정도 밖에 안 되는군.”


「쌍룡섬(雙龍閃)」


「수왕권」


「세인트 랜스」


「업소브(Absorb)」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 소울 골렘과 좀비들을 본 그는 감상평을 남기는 중에 가이오몬, 판쟈몬, 발키리몬이 공격을 하자 카드 1장으로 세 디지몬의 공격을 무효화했다.

그 다음에 검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카드를 채찍으로 변형시켜 날카롭게 휘둘렀다. 하나같이 살기가 담겨진 공격에 세 명은 이리저리 피하면서 반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데 마침 채찍의 움직임이 아까보다 둔화되자 그 틈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흑룡파 개(黑龍波 改)」


「빙수신검(氷獸神劍)」


「오라 오브 발할라(Aura of Valhalla)」


기존의 오의를 새롭게 변형시긴 기술을 「국린」, 「수아검」, 「펜리르 소드」에 담아 일제히 아포칼립스를 찔렀다. 세 자루의 검이 그의 몸을 관통하고 잠시 동안 시간이 멈춘 듯 했는데 그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들어올렸다.

이 상황은 데몬이 겪었던 것과 비슷해서 그들도 데몬처럼 최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은데, 순간 검에 맞은 부위에 손을 갖다 대면서 고통스러워했다.


“크윽-!”


몸을 뒤로 물리면서 검을 빼낸 아포칼립스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그들을 노려봤다. 세 디지몬은 어느새 오라클의 곁에 서 있는데 이것은 그들의 의지가 아닌 그녀의 힘으로 이동한 것이었다.


“네 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묻고 싶군.”


“간단해. 네 녀석의 내부에 오의를 주입시킨 거지.”


“데몬의 최후를 목격한 우리들이 똑같은 수에 당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비록 널 해치울 수는 없지만 이렇게 타격을 줄 수는 있다고!”


그가 고통이 담긴 어조로 선언하듯 외치자 세 디지몬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행들도 흠칫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에 모두들 몸을 가누지 못하는데 오직 한 명만이 꼿꼿이 서서 그를 쳐다보았다.


“자네야말로 거기까지일세.”


“···날 방해할 생각인가, 오라클?”


“맹세로 인해 직접적으로 싸울 수는 없지만, 타격은 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겠지?”


“······무겐드라몬. 현재 상태는?”


[손상률이 40%를 초과했습니다]


“흠, 블랙오메가몬!”


“···지금은··· 바쁘다···.”


몸 전체에서 스파크가 튀면서도 라스트와 맞서 싸우는 무겐드라몬과 오른팔이 망가져서 왼팔만으로 알파몬, 로드나이트몬을 상대하고 있는 블랙오메가몬··· 그리고 자신과 싸웠던 가이오몬, 판쟈몬, 발키리몬을 보고 쓰디 쓴 표정을 지은 그는 휙하고 몸을 돌렸다.


“좋아,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잘 생각했네.”


“허나 다음에는 똑같은 수에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수법으로 널 서서히 쓰러트려주마.”


“···할 수 있다면 말이지. 자, 돌아가자. 무겐드라몬, 블랙오메가몬.”


아포칼립스의 말에 무겐드라몬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블랙오메가몬은 두 성기사를 보며 투쟁심을 불태우다가 오른팔의 통증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자 하는 수 없이, 그에게 이동해 옆에 섰다.

그와 동시에 세 명의 발밑에 마법진이 생기더니 그들을 이곳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들이 사라진 후, 오라클을 제외한 가이오몬 일행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땀을 닦아냈다.


“자네들, 괜찮은가?”


“예, 뭐··· 어느 정도는요.”


“저는 맞은 부위가 아픕니다만.”


“그래도 살아 있잖아.”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군. 그나저나 잔재라고는 하지만 아포칼립스가 내보인 살기는 보통이 아니었어.”


“만약 거기서 우리들을 공격했다면 막아내지 못했을 거야.”


“그 대신 아포칼립스는 힘을 소모하여 더욱 더 불완전해졌을 걸세.”


“흠, 오늘은 운이 좋았던 거로군요.”


“앞으로는 조심해서 싸워야 할 걸세. 그의 말대로 오늘의 방법이 다음에는 통하지 않을 테니까.”


오라클이 다음에 있을 그와의 싸움에 대해 충고를 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여 받아들였다. 싸움은 끝났으나 마을은 이미 파괴된 상태이고, 거주하던 디지몬은 그에게 죽고 나서 좀비가 되었다가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미스티몬에게 안식이라는 최후를 맞이함으로서 마을은 아무도 없는 유령 도시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다음 마을로 가기에는 너무나 지쳐 버린 관계로 여기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였다. 내심 찜찜했으나 어쩔 수 없다고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말이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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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무쌍 시리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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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무쌍(無雙) Ⅱ - 10 18.12.24 48 1 14쪽
66 무쌍(無雙) Ⅱ - 09 18.12.23 63 1 11쪽
65 무쌍(無雙) Ⅱ - 08 18.12.22 39 1 8쪽
64 무쌍(無雙) Ⅱ - 07 18.12.21 50 1 11쪽
63 무쌍(無雙) Ⅱ - 06 18.12.20 57 1 10쪽
62 무쌍(無雙) Ⅱ - 05 18.12.19 53 1 11쪽
61 무쌍(無雙) Ⅱ - 04 18.12.18 53 1 12쪽
60 무쌍(無雙) Ⅱ - 03 18.12.17 50 1 11쪽
59 무쌍(無雙) Ⅱ - 02 18.12.16 59 1 6쪽
58 무쌍(無雙) Ⅱ - 01 18.12.15 44 1 7쪽
57 무쌍(無雙) - 57 18.12.14 70 1 10쪽
56 무쌍(無雙) - 56 18.12.13 53 1 19쪽
55 무쌍(無雙) - 55 18.12.12 46 1 23쪽
54 무쌍(無雙) - 54 18.12.11 47 1 19쪽
53 무쌍(無雙) - 53 18.12.10 41 1 16쪽
52 무쌍(無雙) - 52 18.12.09 50 1 18쪽
51 무쌍(無雙) - 51 18.12.08 58 1 19쪽
50 무쌍(無雙) - 50 18.12.07 45 1 15쪽
49 무쌍(無雙) - 49 18.12.06 35 1 13쪽
48 무쌍(無雙) - 48 18.12.05 44 1 9쪽
47 무쌍(無雙) - 47 18.12.04 28 1 20쪽
46 무쌍(無雙) - 46 18.12.03 36 1 24쪽
» 무쌍(無雙) - 45 18.12.02 38 1 25쪽
44 무쌍(無雙) - 44 18.12.01 34 1 25쪽
43 무쌍(無雙) - 43 18.11.30 39 1 11쪽
42 무쌍(無雙) - 42 18.11.29 31 1 12쪽
41 무쌍(無雙) - 41 18.11.27 43 1 16쪽
40 무쌍(無雙) - 40 18.11.26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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