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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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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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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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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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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무쌍(無雙) - 55

DUMMY

어두컴컴한 공간.

아포칼립스에 의해 가이오몬 일행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을 때, 미스티몬과 라스트, 로드나이트몬, 알파몬은 검 또는 금속 리본을 벽에 찔러 넣어서 일시적으로 추락을 막아냈다. 그 후, 날개를 이용해 균형을 맞춘 라스트의 등에 올라탔다.

세 디지몬이 동시에 올라타자 라스트는 짧은 신음을 흘리며 휘청거렸으나 이내 자세를 고쳐 잡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 왔으니까 내려와.”


“덕분에 별 탈 없이 도착했군.”


“고마워, 라스트.”


“고마우면 500원··· 이 아니라, 등 좀 두들겨줘.”


그들이 등에 올라탔을 때의 충격이 아직 남아있는지 라스트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요구를 했다. 이에 그들은 은혜를 갚기 위해 라스트의 등을 열심히 두들기고 주물러주었다.


“으아! 이제야 좀 낫네.”


“그나저나 여긴 어디람?”


“어둡군. 그나마 주변은 식별이 가능한 것 같은데.”


“···여기는··· 아포칼립스가··· 만들어··· 놓은··· 방이다···.”


앞쪽에서 들려오는 느리고 더듬거리는 음성에 네 디지몬은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을 때, 음성의 주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어둡게 물든 몸에 워그레이몬의 형태를 한 왼팔과 메탈가루루몬의 형태를 한 오른팔, 검붉은 색으로 찌든 망토··· 그는 로얄 나이츠 중에 하나였으나 아포칼립스에 의해 타락해버린 최강의 성기사, 블랙오메가몬이었다.


“······그··· 녀석과··· 싸우고··· 싶다면··· 날··· 쓰러트려야··· 할··· 거다···.”


“하필이면 네가 상대라니.”


“곤란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간다···.”


블랙오메가몬이 나지막이 말하면서 발을 박차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왼팔에서 꺼낸 검에 검은 화염을 두르고 그들을 베기 위해 휘둘렀는데, 알파몬이 마법진에서 꺼낸 빛의 검에 막혀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파이터 모드로 각성한 라스트가 손의 발톱에서 빛의 검을 형성해 오른쪽 옆구리를 노렸고, 미스티몬이 화룡검과 빙룡검을 휘두르면서 왼쪽 옆구리를 노렸다. 마지막으로 로드나이트몬은 등 뒤로 이동해 「파일 벙커」를 내세우며 돌진했다.


“···어리석긴···.”


세 디지몬이 좌우측과 뒤에서 공격을 행하자 블랙오메가몬은 조소를 흘리며 검에 힘을 줘 알파몬을 밀어냈다. 그 후 바로 왼팔의 검을 휘둘러 라스트를 물러나게 하고, 오른팔에서 대포를 꺼내 검은 늑대의 형상을 한 채찍을 휘둘러 미스티몬의 접근을 막았다.

이제 남은 것은 로드나이트몬으로 몸을 숙여 「파일 벙커」를 피하고는 발로 복부를 걷어찼다. 유일하게 반격을 당해 피해를 받은 로드나이트몬은 나뒹굴었다가 자세를 바로 잡았다.


“윽! 나만 공격하다니!”


“···빈틈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내··· 말이··· 틀렸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왠지 아름답지가 않잖아!”


「흑랑빙아탄(黑狼氷芽彈)」


로드나이트몬이 따지기 위해 말을 하는데, 블랙오메가몬은 아무 말 없이 오른팔을 들어 올려 냉기의 탄환을 발사했다. 검은 늑대의 형상을 한 에너지탄이 네 디지몬에게 날아오자 모두 흩어져서 피하고는 공격을 개시했다.


「더블 드래곤 블래스터(Double Dragon Blaster)」


「포지트론 레이저」


「로즈 샷(Rose Shot)」


「디지털라이즈 오브 레이지(Digitailize Of Rage)」


양 검에서 화룡과 빙룡의 힘을 일으킨 미스티몬은 두 개의 힘을 융합시킨 뒤에 에너지파로 날렸고, 라스트는 오른팔의 포지트론 레이저에서 에너지포를 발사했다. 로드나이트몬은 파일 뱅커에 장미꽃잎을 모아 하나의 탄환처럼 날렸고, 알파몬은 손에서 마법진을 형성시키고 녹색 광선을 발사했다.

하나같이 강력한 기술이 다가오고 있는데, 블랙오메가몬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방어나 회피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네 디지몬의 기술이 블랙오메가몬에게 직격했고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죽었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벌써 끝날 리가 없다는 거 알잖아.”


“모두 피해!!!”


말을 주고받고 있던 라스트와 로드나이트몬은 알파몬의 외침에 옆으로 몸을 굴렸다. 동시에 그들이 서있던 자리에 검에 베인 흔적이 새겨졌다. 깜짝 놀라 앞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세련된 모습으로 바뀐 블랙오메가몬이 검을 빼어들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네··· 놈들···. ···용서하지··· 않겠다···!”


“아무래도 타격을 주기는커녕 성질만 돋운 것 같은데.”


“이런, 젠장!”


“···아포칼립스··· 놈이··· 준··· 힘···, 나쁘지··· 않군···.”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블랙오메가몬은 검을 안으로 집어넣고는 두 팔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저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몸이 갑자기 무거워지자 네 디지몬은 정신을 집중했다.

온 몸에 힘이 퍼지면서 서서히 가벼워지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는데, 그 때는 이미 블랙오메가몬이 검과 대포를 꺼내들고 그들을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잘··· 가라···!”


「흑신화염검(黑神火炎劍)」, 「흑랑빙아섬(黑狼氷芽閃)」


짧게 말을 하고는 왼팔의 검을 휘둘러 화염의 검기를 날리고, 오른팔의 대포에 힘을 줘 검은 늑대의 형상을 한 광선을 발사했다. 두 개의 오의가 다가오는 것을 본 네 디지몬은 막거나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시기가 지나버렸다.

결국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고, 두 개의 오의가 가까이 도달할 무렵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텐세그레이트 실드」


「라이트 오라 배리어」


로얄 나이츠의 일원인 두 디지몬(로드나이트몬, 알파몬)은 많이 들어봤고, 다른 이들(미스티몬, 라스트)은 한 번 정도 들어본 목소리에 네 디지몬은 눈을 뜨고 앞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알포스브이드라몬이 「V 브레이슬렛」에서 에너지 실드를 전개했고, 마그나몬이 빛으로 이루어진 광역 배리어를 소환하여 설치했다.

흑신화염검은 네 디지몬 대신 알포스브이드라몬의 에너지 실드를 손상시켰지만 곧 복구되었고, 흑랑빙아섬은 마그나몬의 광역 배리어에 막혀 소멸되었다.


“알포스브이드라몬?! 마그나몬?!”


“여긴 어떻게 온 거야?”


“밖에 있는 놈들은 대략 해치웠고, 너희들을 도와주려고 왔지.”


“좀 있다가 다른 일행들이 올 거야.”


알포스브이드라몬과 마그나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듀크몬과 두프트몬이 그라니와 등에 달린 날개를 이용해 사뿐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다음으로 크레니엄몬이 마창 「크라우 소라스」를 프로펠러처럼 회전시켜 내려오고 있었고, 슬레이프몬은 6개의 다리로 벽을 타고 아래에 도착했다.


“응? 그런데 엑자몬은 어디에 있어?”


“엑자몬은 밖에서 싸우고 있어.”


“우리 중에서 제일 덩치가 크잖아. 여길 들어오면 100% 무너질 테고.”


“···하긴 그렇기는 해.”


“그 때문에 리바이어몬도 못 들어오고 밖에서 날뛰고 있거든.”


“리, 리바이어몬?! 그 7대 마왕 중 하나 말이야?”


“그래, 오라클이 너희들을 돕기 위해 발바몬과 리바이어몬의 봉인을 풀고 이곳으로 오게 했지.”


최고이자 최악의 지략가인 발바몬과 거대한 악마수(惡魔獸) 리바이어몬이 원군으로 왔다는 사실에 네 디지몬은 안도와 동시에 오라클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아무튼 엑자몬을 뺀 나머지 로얄 나이츠들이 원군으로 등장하자 블랙오메가몬은 덤덤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거··· 오랜만이군···.”


“그러게 말이야, 오메가몬.”


“···지금의··· 난··· 블랙오메가몬··· 이다···.”


“오라클에게 얘기 들었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죄를 저질렀으니 대가를 치러야겠지.”


“···죄···? ···내··· 죄가··· 무엇이냐···?”


“첫째, 듀나스몬을 살해한 것! 둘째, 정의가 아닌 욕망을 위해 수많은 디지몬을 학살한 것! 셋째, 아포칼립스와 손을 잡고 가이오몬 일행을 공격한 것!”


“그 외의 죄도 언급할 수 있지만 이쯤에서 생략하도록 하지요.”


“···그래···, ···맞는··· 말이니··· 인정··· 하도록··· 하지···. ···허나··· 날··· 죽일··· 수··· 있을까···?”


“힘들지만 가능은 할 거야. 네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들의 『정의』를 꺾어버리진 못할 테니까.”


“···정의···, ···정의···, 지긋지긋한··· 말이··· 로군···! ···죽어라···!!!”


「샤이닝 V 포스」


블랙오메가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알포스브이드라몬은 가슴의 V자형 아머에서 광선을 발사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광선이 블랙오메가몬을 덮치려고 할 때, 그는 그저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모두들 그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는데, 광선이 검에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블랙오메가몬이 방어나 회피를 하지 않은 이유를 깨달았다.


“아무래도 모습이 바뀌면서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 같군.”


“···눈치··· 챘군···. ···아포칼립스가··· 준··· 힘으로··· 인해··· 나는··· 전투의··· 한··· 순간에··· 미래를··· 읽을··· 수··· 있는··· 「오메가 인포스(Omega-Gain-Force)」와··· 검에··· 닿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올 델리트(All Delete)」를··· 사용할··· 수··· 있다···.”


“오메가 인포스와 올 델리트라고?!”


“곤란한 능력을 얻었군.”


“···포기하고···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웃기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이거나 먹어!!”


라스트는 블랙오메가몬의 말에 화가 났는지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 어찌 보면 무례한 행동이지만 미스티몬과 로얄 나이츠들은 이를 저지하지 않고 무기를 살짝 만지작거렸다.


“···내··· 충고를··· 거절한··· 이상··· 어쩔··· 수··· 없지···.”


「플레임 드래곤(Flame Dragon)」, 「프리즈 드래곤(Freeze Dragon)」


「이온 블래스터」


「로즈 오브 아젠트 피어(Rose Of Urgent Fear)」


미스티몬이 「화룡검」과 「빙룡검」에 담긴 화기(火氣)와 냉기(冷氣)를 용의 형태로 바꿔 날리고, 라스트가 「포지트론 레이저」에서 한 줄기의 광선을 발사하고, 로드나이트몬이 수많은 장미 꽃잎을 파일 뱅커에 휘감고 블랙오메가몬에게 내질렀다.

자신의 권유를 물리치고 싸움을 계속하려는 그들을 내심 비웃으며 검을 한 번 휘둘러 세 디지몬의 기술을 소멸시킨 블랙오메가몬. 그 때, 듀크몬이 「그람」으로 찌르려고 하자 가볍게 피했다.

그러나 듀크몬의 공격은 페이크였고, 몸을 숙이자 뒤에서 슬레이프몬이 왼손의 성노(聖弩) 「무스펠헤임」에서 빛의 화살(光矢)을 쏘았다. 슬레이프몬의 공격은 읽지 못했는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피했는데, 뒤에서 크레니엄몬이 마창(魔槍) 「크라우 소라스」로, 두프트몬이 한 자루의 검으로 블랙오메가몬을 공격했다.


“···귀찮게··· 구는군···.”


크레니엄몬과 두프트몬의 공격이 신경에 거슬렸는지 블랙오메가몬은 왼팔의 검을 휘둘러 두 디지몬을 튕겨냈다. 다행히 올 델리트를 사용하지 않아서 크라우 소라스와 한 자루의 검은 소멸하지 않았고, 그가 바로 대포에서 냉기의 탄환을 발사하자 크레니엄몬은 왼손에 검은색의 방패를 소환한 다음 앞에 방어막을 생성했다.


「갓 브레스」


“···전방위··· 방어··· 기술··· 이로군···. ···허나··· 고작··· 3초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냉기의 광선이 방어막에 막혀 사라지고, 크레니엄몬이 말을 마친 후에 마그나몬이 몸을 날려 다리로 그의 머리를 걷어차려고 했다. 허나 블랙오메가몬은 마그나몬의 다리를 손으로 붙잡은 다음에 힘껏 내던졌다.


“크악-!!!”


“마그나몬?!”


“···너··· 따위의··· 공격··· 으로는··· 날··· 어찌할··· 수··· 없다···.”


“그럼 이건 어때?”


벽에 부딪쳐 비명을 지른 마그나몬에게 한소리 하던 블랙오메가몬은 측면에서 로드나이트몬과 알포스브이드라몬이 공격을 감행하려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그는 검에 힘을 불어넣어 둘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검에서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자 올 델리트를 쓰려는 것을 눈치 챈 알포스브이드라몬과 로드나이트몬은 빠른 속도로 흩어져 피했고, 대상을 잃은 검은 애꿎은 벽을 소멸시켰다.


“···이··· 놈들이···!!!”


「성검 그레이달파」


「그레이 소드」


일격에 소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물 건너가자 짜증을 내던 블랙오메가몬은 알파몬이 빛의 검을 들고 자신을 베려고 하자 검은 불꽃을 두른 검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검을 몇 번 부딪쳤지만 승부가 나지 않자 올 델리트를 써서 알파몬을 소멸시킬 계획을 짜냈다.

그런데 올 델리트를 쓰려고 하면 마치 시간이 되돌려진 것처럼 알파몬과 검을 맞부딪치며 싸우고 있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반복되자 블랙오메가몬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네··· 놈···, ···혹시······?”


“결국 들켰나. 너만이 특수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마. 나 역시 인포스를 가지고 있으니까.”


“···역시··· 그랬군···.”


“다만 너의 인포스가 미래를 예측한다면, 나의 인포스는 시간을 일시적으로 되돌리는 것이지.”


“···흐흐흐···, ···허나··· 드러난··· 이상··· 두··· 번은··· 안··· 통한다···.”


블랙오메가몬의 말에 알파몬은 남몰래 혀를 찼다. 자신의 특수 능력, 알파 인포스를 눈치 챈 이상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어서··· 계속··· 하도록··· 하지···.”


「화염흑도(火炎黑刀)」


「마제스틱 스트라이크」


블랙오메가몬이 그레이 소드에 검은 불꽃을 불어넣은 다음에 세로로 휘두르자 기술을 써서 상쇄시키는 라스트. 그 이후에 알파몬과 라스트가 앞에서, 로드나이트몬과 크레니엄몬이 오른쪽에서, 듀크몬과 슬레이프몬이 왼쪽에서, 두프트몬과 미스티몬이 뒤에서 그를 공격했다. 마그나몬, 알포스브이드라몬은 블랙오메가몬의 공격을 막으면서 다른 일행들의 보조를 맡았다.

로얄 나이츠와 미스티몬, 라스트의 합동 공격에 블랙오메가몬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오메가 인포스와 올 델리트를 써서 위급한 상황은 넘길 수 있었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었다.

어째서냐면 두 능력을 쓸 때마다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피를 토했기 때문이었다.


“···우욱···!”


“뭐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오메가 인포스와 올 델리트를 쓸 때마다 몸에 무리가 가는 것 같군.”


“그 말은 즉, 스스로 자멸하고 있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몸···, ···지금··· 죽더라도··· 상관··· 없겠지···.”


바닥에 묻은 자신의 피를 바라보며 자조적인 어조로 말하는 블랙오메가몬. 타락한 이후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그의 모습에 모두들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할 말을 잃었는데, 순간 블랙오메가몬이 검을 바닥에 꽂았다.

순간 바닥에 괴상한 문자가 새겨진 핏빛색의 진이 형성되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황급히 방어 기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것은 블랙오메가몬에게 있어서 최강이자 최악의 오의인······.


「연옥암홍염진(煉獄暗紅炎陣)」


그들이 방어 기술을 사용하고 최대한 길게 유지하기 위해 힘을 쏟아 붓기와 동시에 블랙오메가몬의 연옥암홍연진이 발동되었다. 한 차례의 폭발이 일어나고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이 흔들리다가 수십 여분이 지나 모든 것이 진정되었다.

그리고 로얄 나이츠, 미스티몬, 라스트와 블랙오메가몬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양쪽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다. 우선 그들은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고, 심지어 팔다리의 뼈가 보일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블랙오메가몬은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아까보다 얼굴이 더 수척해졌고 주저앉으면서 곧 다시 피를 토했다.


“모두 괜··· 찮아?”


“아니··· 안 괜찮아.”


“난 움직일 수가 없어.”


“···죽기를··· 바랐건만··· 끈질기군···. ···크윽···!”


쓰러져있는 그들을 보고 중얼거리던 블랙오메가몬은 일어나다가 몸이 휘청거렸다. 잘못 하면 다시 주저앉으면서 다칠 수도 있는데, 운 좋게 중심을 잡으면서 대포를 꺼내 그들에게 겨누었다.


“···이걸로··· 끝을··· 내주마···. ···잘··· 가라···!!!”


로얄 나이츠, 미스티몬과 라스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는 대포에서 광선을 발사한 블랙오메가몬. 현재 그들은 피하거나 막기는커녕 일어설 힘조차 없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미스티몬은 광선을 보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있는 힘껏 일어나 두 자루의 검을 교차한 상태로 광선을 막아냈다.


“크으으으으윽-!!!!!”


“미스티몬?!”


미스티몬은 서 있는 것만으로 벅찬 상태이지만 동료와 그 외의 로얄 나이츠가 죽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최대한 버티려고 했다. 그러나 블랙오메가몬이 모든 힘을 끌어올려 발사한 광선은 「화룡검」과 「빙룡검」을 튕겨내고 미스티몬을 꿰뚫었다.


“아······.”


“미스티몬-!!!!!!”


광선에 꿰뚫려 구멍이 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면서 쓰러지는 미스티몬. 라스트와 로얄 나이츠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미스티몬에게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구멍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어가던 미스티몬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밀려오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 때, 튕겨졌던 「화룡검」과 「빙룡검」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


‘이곳은··· 이제 죽는 건가.’


“······떠라.”


‘누구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아.’


“눈을 떠라.”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미스티몬은 천천히 눈을 떴다. 사방이 하얀 곳에서 한 디지몬이 미스티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라색 날개에 하얀 갑주를 두른 비룡의 기사는 입을 열어 말을 했다.


“내 이름은 듀나스몬. 로얄 나이츠 중 하나다.”


“듀나스몬이라고?! 분명 블랙오메가몬에게 죽었다고 들었는데? 그럼 여긴 저승······.”


“정확히 말하자면 이승과 저승 사이의 공간이지.”


“그러면 난··· 완전히 죽은 건 아니라는 거군.”


“그래, 나하곤 달리 넌 되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 거지?”


“나의 힘을 받아들여라.”


듀나스몬의 말에 미스티몬은 깜짝 놀랐으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곧게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잠시나마 가졌던 고민을 해소한 미스티몬은 듀나스몬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듀나스몬은 잠시 멈칫하다가 호탕하게 웃고는 손을 마주잡았다. 두 손이 악수를 하는 순간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


“읏!”


“뭐야, 이 빛은?”


쓰러진 미스티몬의 몸에서 갑자기 빛이 나자 그들은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미스티몬이 공중에 뜨더니 빛이 터지면서 그들을 덮쳤다.

빛이 사그라진 후, 로얄 나이츠와 라스트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깜짝 놀라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몸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된 것이었고, 둘째는 미스티몬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점이었다.

하얀 갑주와 등에 달린 보라색 날개, 마치 비룡을 닮은 그를 보고 라스트는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고, 로드나이트몬과 알파몬을 비롯한 로얄 나이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 설마······.”


“···미스티몬?”


“그래, 나야. 하지만 지금은 듀나스몬이라고 불러줘.”


미스티몬··· 아니, 듀나스몬이 라스트에게 말을 하고는 두 손을 좌우로 뻗었다. 그러자 땅바닥에 꽂혀 있는 화룡검과 빙룡검이 부르르 떨더니 듀나스몬의 손으로 이동했다.


「화룡 소환(火龍 召喚) / 마그마 브레스(Magma Breath)」, 「빙룡 소환(氷龍 召喚) / 블리저드 브레스(Blizzard Breath)」


「올 델리트」


듀나스몬이 「화룡검」과 「빙룡검」의 근원인 화룡과 빙룡을 소환해 용암(鎔巖)과 극한(極寒)의 숨결을 내뿜게 하자 블랙오메가몬은 검으로 두 가지의 숨결을 소멸시켰다. 그러나 올 델리트를 사용한 대가로 그는 다시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능력을 써봤자 목숨만 줄어들 뿐이야. 포기해.”


“···포기···? ···웃기지··· 마라···!!!”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군.”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으로 닦으면서 몸을 일으키는 블랙오메가몬을 보고 듀나스몬은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 때, 알파몬이 손을 뻗어 그를 저지하고는 대신 앞으로 나섰다.


“알파몬?”


“내가 부여받은 존재목적은 『로얄 나이츠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 그게 타락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허니··· 내가 끝을 내야지.”


“···알았어.”


알파몬의 말에 듀나스몬은 뒤로 물러나고, 블랙오메가몬과 알파몬은 검을 서로에게 겨눈 채 대치했다.


“이걸로 끝을 맺도록 하지.”


“···바라는··· 바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알파몬과 블랙오메가몬. 그 둘뿐만 아니라 듀나스몬과 라스트, 다른 로얄 나이츠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데, 순간 짧은 기합 소리와 함께 알파몬과 블랙오메가몬은 빠른 속도로 움직여 서로를 베었다.

블랙오메가몬의 검에 옆구리를 베인 알파몬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블랙오메가몬은 검을 집어넣으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어··· 어째서··· 보인··· 대로··· 되지··· 않은··· 거지···?”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그런가. 허허허··· 고맙다, 날··· 해방··· 시켜줘··· 서···.”


“언젠가 다시 만나자고. ···오메가몬.”


이 대화를 끝으로 타락에서 벗어난 오메가몬은 눈을 감고 데이터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모두들 그것을 보고 상념에 잠겨 입을 다물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가 누워있던 자리에는 한 자루의 검이 놓여있는데, 이는 오메가몬의 육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하나의 링으로 바뀌고는 다시 검으로 변형된 것이었다.

어찌 보면 저 검은 일종의 유품이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검을 집어 사용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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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쌍(無雙) Ⅱ - 12 18.12.26 57 1 11쪽
68 무쌍(無雙) Ⅱ - 11 18.12.25 45 1 15쪽
67 무쌍(無雙) Ⅱ - 10 18.12.24 48 1 14쪽
66 무쌍(無雙) Ⅱ - 09 18.12.23 63 1 11쪽
65 무쌍(無雙) Ⅱ - 08 18.12.22 38 1 8쪽
64 무쌍(無雙) Ⅱ - 07 18.12.21 49 1 11쪽
63 무쌍(無雙) Ⅱ - 06 18.12.20 57 1 10쪽
62 무쌍(無雙) Ⅱ - 05 18.12.19 53 1 11쪽
61 무쌍(無雙) Ⅱ - 04 18.12.18 53 1 12쪽
60 무쌍(無雙) Ⅱ - 03 18.12.17 50 1 11쪽
59 무쌍(無雙) Ⅱ - 02 18.12.16 59 1 6쪽
58 무쌍(無雙) Ⅱ - 01 18.12.15 44 1 7쪽
57 무쌍(無雙) - 57 18.12.14 70 1 10쪽
56 무쌍(無雙) - 56 18.12.13 53 1 19쪽
» 무쌍(無雙) - 55 18.12.12 46 1 23쪽
54 무쌍(無雙) - 54 18.12.11 47 1 19쪽
53 무쌍(無雙) - 53 18.12.10 41 1 16쪽
52 무쌍(無雙) - 52 18.12.09 49 1 18쪽
51 무쌍(無雙) - 51 18.12.08 58 1 19쪽
50 무쌍(無雙) - 50 18.12.07 45 1 15쪽
49 무쌍(無雙) - 49 18.12.06 35 1 13쪽
48 무쌍(無雙) - 48 18.12.05 44 1 9쪽
47 무쌍(無雙) - 47 18.12.04 28 1 20쪽
46 무쌍(無雙) - 46 18.12.03 36 1 24쪽
45 무쌍(無雙) - 45 18.12.02 37 1 25쪽
44 무쌍(無雙) - 44 18.12.01 34 1 25쪽
43 무쌍(無雙) - 43 18.11.30 39 1 11쪽
42 무쌍(無雙) - 42 18.11.29 31 1 12쪽
41 무쌍(無雙) - 41 18.11.27 43 1 16쪽
40 무쌍(無雙) - 40 18.11.26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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