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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767
추천수 :
205
글자수 :
1,247,219

작성
18.11.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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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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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무쌍(無雙) - 43

DUMMY

딥 세이버즈(DS)에 위치한 오라클(바바몬)의 집.

아포칼립스와 그의 아래에 속한 디지몬들과의 싸움 이후 오라클(바바몬)의 힘에 의해 이곳으로 이동한 일행들은 각자의 심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예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던 일행들, 그 당시의 구성원인 가이오몬, 베르제브몬, 판쟈몬(화이트레오몬), 발키리몬은 그때와는 다른 색다른 감흥을 느꼈고, 다른 일행들은 처음 와 보는 장소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이제 설명을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래야겠지. 일단 앉게나.”


“얘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나는 마실 거라도 갖고 오지.”


그녀가 권유하는 대로 가이오몬 일행이 자리에 앉자 알파몬은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에 알파몬이 쟁반에 마실 것을 들고 나오자 그들은 하나씩 집어 마시기 시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도대체 그 자··· 아포칼립스의 정체가 뭡니까?”


“바로 본론인가. 좀 급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에 관한 건 나중으로 미루고, 우선 옛날이야기를 들려줌세. 자네들에게는 어린 시절에 듣던 동화와 같겠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도 옛날이야기를 언급했었죠.”


“얼마나 오래된 이야기입니까?”


“역사에 기록조차 되지 않았고, 일부를 제외하곤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 자세하게 말하자면 창세(創世)의 시기라네.”


오라클의 입에서 ‘창세’라는 단어가 나오자 가이오몬들은 흠칫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시대의 이야기라는 것에서 놀랐고, 도중에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을 거란 기대감과 약간의 두려움을 품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월드가 어떻게 창조됐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태초엔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무도 없는 이곳에 『한 존재』가 왔다네.”


“『한 존재』··· 입니까?”


“누군지는 모르고 무엇 때문에 왔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 존재』는 디지털 월드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과도 같은 세계를 보석으로 만들어줄 자들을 만들어냈네. 『그들』은 자신들을 창조해낸 『그 존재』를 신으로 모시면서 각자 할 일을 맡아 하였다네. 그 와중에 세계의 주민들을 창조했지.”


“그게 바로 디지몬이군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디지몬의 시조일 뿐이지 디지몬은 아니라네. 어쨌거나 그들이 ‘신’의 뜻을 받들어 세계를 현재와 비슷하게 만들었지. 그 때는 『신』과 『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쳤기 때문에 별일 없이 평화가 계속되었다네. 그렇게 수백 년 정도 시간이 흘러 『그들』 중 하나가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아갔네. 다만 그 방식이 전혀 긍정적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네.”


“지금 하신 말의 의미는··· 혹시?”


“『그들』과 불화를 일으키다가 결국 전쟁을 선포했다네.”


“저기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만.”


“불화의 이유가 궁금한 겐가?”


“예,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테니까요.”


“자네의 말이 맞네. 허나 그 이유는 나로서는 답해줄 수가 없다네.”


질문을 한 발키리몬과 나머지 일행들은 오라클의 답변을 듣고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들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어 말했다.


“왜냐하면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일세. 그는 전쟁을 일으킬 때 어떠한 명분도 내세우지 않았으니까.”


“그러면 추측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렀네만··· 결국 추측일 뿐이잖은가.”


“추측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이야기를 계속해주십시오.”


“그와 다른 이들이 전쟁을 일으킬 때 『그들』의 창조물들도 전쟁에 참여했지. 이후 전쟁은 수백 년 동안 계속됐고, 세계의 하늘과 대지와 바다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네. 최초(First)이자 지금은 잊혀져(Forgotten)버린 전쟁에서 서로가 큰 피해를 입어 디지몬의 시조는 거의 멸종 상태에 이르렀지.”


“전쟁의 승패는 어떻게 결정되었습니까?”


“다른 이들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 지었다네. 그리고 그는 패배의 사슬에 얽매어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 있는 형제이자 반역자에 대해 의논을 하였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네.”


“어째서입니까?”


“전쟁을 일으킨 행위를 용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죄를 물어 죽일 수도 없었다네. 어째서냐면 『그들』에게 부여된 권능은 세계의 내부로 한정되어 묶여 있기 때문일세.”


“그 말은······.”


“『그들』에겐 죽음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네. 그들은 며칠 동안 그에 대해 논의를 하다가 결국 권능을 박탈하고 이 세계의 대지와 지하 사이의 틈새에 봉인했다네.”


오라클은 말을 마치고 말라버린 목을 적시기 위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말을 듣고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가이오몬 일행은 오래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면······ 그가 아포칼립스라는 겁니까?”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무래도 설명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오라클.”


“흠, 일이 이렇게 됐으니 말해줘야겠지. ···자네들이 상대하는 아포칼립스는 그가 맞네. 하지만 본래의 그는 아니라네.”


“······알아듣기 쉽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봉인되고 수천, 수만 년의 시간이 흘러서 고대 10투사와 루체몬(사탄 모드)의 전쟁이 시작됐지.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된 대전쟁의 결과는 자네들도 알 테니 설명을 생략하기로 하고··· 양쪽이 충돌하면서 일어난 여파는 틈새에까지 미쳤다네.”


“봉인이 풀렸습니까?”


“아니, 아무리 10투사와 루체몬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만든 봉인을 깨트리는 건 불가능하다네. 그저 봉인이 살짝 약해졌을 뿐이지. 문제는 그 틈에 아포칼립스의 영혼의 일부가 빠져나왔다는 거라네.”


“?!”


“당시 『그들』은 아포칼립스의 일부가 봉인에서 빠져 나온 것을 느꼈지만, 그가 바로 잠적해버리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네.”


“리리스몬의 말에 의하면 십여 년 전에 데몬과 접촉했다고 하더군요.”


“십여 년 전이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구먼.”


“그 이전에는 암중비약(暗中飛躍) 하였겠죠.”


알파몬과 그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그들은 가까이 모여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오라클이 말한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생각을 언어와 눈빛으로 주고받으며 결론을 맺고 있을 때, 둘 중 한 쪽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의 주제는 잘 알고 있으니 묻지는 않고··· 그녀의 얘기도 끝났으니 한 가지 묻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포칼립스의 정체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놀랍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는 거지요.”


“즉 그 자와 싸우겠다는 뜻이지.”


“그가 얼마나 강하고,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아.”


“그저 소중한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흉을 용서할 수 없어.”


“그리고 이미 시작된 싸움을 회피하는 짓은 아름답지가 않거든.”


먼저 가이오몬과 베르제브몬이, 이어서 미스티몬과 라스트가, 그 다음으로 판쟈몬과 발키리몬, 리리스몬이, 마지막으로 로드나이트몬이 각자의 생각이 담긴 목소리로 알파몬의 물음에 답했다.


“과연, 그렇게 대답했는가. 허면 나도 너희들에게 힘을 보태주지.”


“정말입니까?”


“당신이 도와준다면 그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수월해지겠지.”


“이른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라는 거군. 하지만 나 하나가 참여했다고 해서 그를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아.”


가이오몬 일행이 알파몬의 합류에 대해 기뻐하자 그는 그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말을 내뱉었다. 야속할 만큼 냉정한 말투이지만 사실을 말하는 것인지라 그들은 그저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한 명이 참여해준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지.”


분위기 깨는 말을 한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반대되는 말을 한 알파몬은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렸다. 그들은 그를 따라 시선을 향했는데 거기에는 차를 다 마셔가고 있는 바바몬(오라클)이 있었다.


“설마 나보고 한 말은 아니겠지?”


“지금 이 곳에서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어쩔 수 없구먼. 단, 한 가지 말해 두겠네만 나는 아주 옛날에 맹세를 한 적 있다네. 그 때문에 자네들을 보호하거나 보조해줄 뿐, 직접적으로 그와 싸우는 건 불가능하지.”


“맹세라고요?”


“이쯤에서 내 소개를 다시 하겠네. 나의 본명은 오라클이라 하며, 바바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디지몬은 아닐세.”


“···『신』이 창조한 『그들』 중 하나라는 거군요.”


“당신의 얘기를 들으면서 의문이 생겼는데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오라클에게 입을 모아 말하는 그들의 표정엔 놀라움과 약간의 경악이 드러나 있었다. 그러다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오고 목소리의 어조도 담담해지자 이번에는 오라클이 놀랍다는 얼굴을 했다.


“대단하구먼. 내 정체를 알고도 그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말일세.”


“여러 일들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됐습니다.”


“그래도 놀라운 건 놀라운 거고요.”


“흠, 맹세에 대해서 다시 말하자면 그가 봉인된 이후 우리들은 『신』의 이름에 대고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네. 단, 디지털 월드의 위기를 불러오는 행위를 할 시에는 맹세를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말일세.”


“그 맹세에 아포칼립스도 포함되는 겁니까?”


“···권능이 박탈됐다 하더라도 우리와 같은 가족이니까 그도 해당된다네.”


씁쓸한 기색이 어려 있는 얼굴로 말을 하며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라클. 그런 그녀에게 가이오몬 일행은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녀가 몸을 돌려 자신들을 바라보자 달싹거리는 입술에서 말을 내지 못했다.


“얘기를 하는 동안 벌써 해가 저물었구먼. 오늘은 여기서 묵고 내일 출발하세나.”


그녀의 말대로 하늘은 저물어 가는 노을로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또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 역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듯 보며 서 있다가 그녀의 권유로 하루 동안 머물 방으로 하나둘씩 들어갔다.

다소 복잡한 마음을 품은 채로······.


작가의말

오라클과 아포칼립스의 관계는 타 작품, 정확하게 말하자면 톨킨(J.R.R. Tolkien)의 작품의 설정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의 작품에서 영화화된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실마릴리온에 나오는 유일한 자, 전능자 에루(일루바타르)가 생각으로 창조해낸 -기독교로 따지면 천사인- 아이누, 그리고 그들 중에서 제일 강력한 자였으나 아르다(지구)를 차지하려는 욕망으로 다른 아이누들과 전쟁을 벌이고 ‘세상의 검은 적’이라는 뜻의 모르고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멜코르(힘으로 일어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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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무쌍(無雙) - 52 18.12.09 50 1 18쪽
51 무쌍(無雙) - 51 18.12.08 59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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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무쌍(無雙) - 48 18.12.05 44 1 9쪽
47 무쌍(無雙) - 47 18.12.04 29 1 20쪽
46 무쌍(無雙) - 46 18.12.03 36 1 24쪽
45 무쌍(無雙) - 45 18.12.02 39 1 25쪽
44 무쌍(無雙) - 44 18.12.01 35 1 25쪽
» 무쌍(無雙) - 43 18.11.30 40 1 11쪽
42 무쌍(無雙) - 42 18.11.29 3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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