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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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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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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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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무쌍(無雙) - 44

DUMMY

딥 세이버즈(DS).

하늘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바다를 스치듯 날아가는 한 인형이 있었다. 녹색의 거대한 몸집과 거기에 걸맞은 날개를 지닌 그는 라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임페리얼드라몬으로 돌연변이에 가까워 무리에서 내쫓겼고, 지금은 어느 한 디지몬의 동료로 지내고 있다.

그 동료는 흑색의 갑옷을 두른 디지몬, 가이오몬으로 그 이외에도 베르제브몬, 판쟈몬(화이트레오몬), 발키리몬, 미스티몬, 로드나이트몬 같이 실력과 명성이 있는 디지몬들이 함께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7대 마왕의 홍일점인 리리스몬, 로얄 나이츠의 공백의 기사 알파몬, 바바몬(할매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신』으로부터 탄생한 『그들』 중 하나인 오라클이 일행에 합류했다.

어제 오라클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그들은 새벽이 되자마자 짐을 모두 챙기고 라스트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지금 이 시간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저기요, 저는 슬슬 지쳐가고 있는데 대체 언제쯤 그곳에 도착합니까?”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고생을 해줘야겠네.”


“···그냥 능력을 쓰면 안 되나.”


“그러면 순식간에 도착해서 편하긴 하겠지만 반대로 이득이 되진 않을 걸세.”


“무슨 말씀이신지?”


“뭐, 내가 말한다고 해서 완전히 이해하진 못할 테니 일단 가게나. 도착하면 알게 될 테니까.”


오라클의 알 수는 없지만 왠지 믿을 수 있는 말에 라스트는 혀를 다시며 정신을 집중했다. 머릿속에 들어있던 잡념이 사라지자 몸이 가벼워지면서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데 주변의 광경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비행한 끝에 라스트와 등 위에 타고 있던 가이오몬 일행은 그녀가 말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그녀의 집에서 여기까지 이동하느라 힘을 소모한 라스트는 파일드라몬의 모습으로 변형하여 주저앉았고, 다른 이들은 각자의 짐을 다시 챙기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날 따라오게나.”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항구라네.”


“배를 타고 가실 거로군요.”


가이오몬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한 오라클은 먼저 앞장서서 항구로 향했다. 그녀의 뒤를 따라 이동하는 그들은 각각 여러 행위를 하였는데···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은 바퀴벌레 한 쌍처럼 붙어 있고, 판쟈몬과 발키리몬은 대화를 나누고, 라스트는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가고, 로드나이트몬은 장미꽃을 입에 물고 팽이처럼 회전했다. 그리고 가이오몬과 알파몬, 미스티몬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을 계속 걷고 또 걷다가 멀리서 어렴풋이 있는 항구를 발견한 그들은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을 소비해 입구에 도착하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다가 문을 열었다.

열리는 문의 틈로 불어오는 바람에서 짭짤한 바다 냄새가 느껴지자 가이오몬, 베르제브몬, 판쟈몬, 발키리몬, 미스티몬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한 디지몬이 운행하는 배를 타고 메탈 엠파이어에 도착해 다크 에리어로 향한 이후로 맡아보지 못했던 바다 냄새가 향수(鄕愁)를 떠올리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는가?”


“···잠깐만요.”


텅 비어있는 항구를 둘러보던 오라클이 직원을 찾자 카운터에서 외침과 함께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그 누군가는 범고래를 닮은 수서수인형 디지몬으로 구명용 조끼와 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들이 오기 전까지 잠을 자고 있었는지 부스스한 얼굴로 사방을 둘러보다가 이내 얼굴을 단정히 하고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오는 디지몬이 하도 없어서 자고 있었습니다.”


“괜찮네. 그나저나 ‘그’는 왔는가?”


“‘그’라면··· 아, 곧 올 겁니다. 앞으로 한 5초 뒤에요.”


몇 분도 아니고 5초라는 짧은 시간에 ‘그’가 온다는 항구 직원의 말이 끝나고 나서 무언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땅이 조금씩 흔들리며 시끄러운 소음이 귀를 때리자 가이오몬 일행은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선착장으로 들어섰다.

선착장은 한두 척의 배만이 정박이 가능할 정도로 크기가 작았는데, 방금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배가 부두를 넘어서 정박해 있었다. 보통 배보다 더 거대하고 위엄 있어 보이는 모습에 그들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표정도 놀라움으로 굳었는데 가이오몬, 베르제브몬, 판쟈몬, 발키리몬, 미스티몬은 놀라움보다 설마 하는 기대감이 드러났고, 알파몬과 오라클은 평소와 같았다.


“이런! 가뜩이나 찾아오는 디지몬이 없어서 자금 상황이 어려운데 거기에 부채질합니까.”


“미안하네. 선착장이 좀 작다보니 주의 깊게 정박한다는 게 그만, 으하하하하~”


항구 직원이 한소리를 하자 배에서 사과의 말이 나오고 뒤이어 큰 웃음소리가 항구에 울려 퍼졌다. 귀가 울리는 엄청난 웃음소리에 라스트, 로드나이트몬, 리리스몬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셋을 제외한 다섯 디지몬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잠시 동안 항구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그치고, 갑판에서 선장으로 추정되는 디지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단단한 등, 톱처럼 날카로운 뿔과 뾰족한 2개의 송곳니, 단련된 푸르스름한 근육, 햇볕을 받아 번쩍거리는 쇠망치를 한 손에 들고 있는 그는 가이오몬을 비롯한 네 디지몬을 보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오오! 자네들, 오랜만이구만-!!!”


“그 우렁찬 목소리와 웃음소리는 여전하군요.”


“으하하하하-!!! 못 본 사이에 동료들이 늘었군!”


“베르제브몬··· 저자는 누구야?”


“소개할게. 그의 이름은 즈도몬(쥬드몬)······.”


“이 배, 헬 오브 헤븐(Hell of Heaven)의 선장이네.”


베르제브몬이 이름을 밝히고 즈도몬이 이어서 배와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말하자 세 디지몬은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전설상의 배가 실제로 존재하며, 그가 주인이라는 것에 대한 놀라움을 표한 것이었다.


“오랜만일세, 즈도몬.”


“당신은··· 바바몬이시군요!”


“날 기억해주니 영광이로구만.”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신지?”


“다름이 아니라 우리들을 바이러스 버스터즈까지 태워다줬으면 하네.”


“바이러스 버스터즈로 말입니까?”


“누군가와 생사의 결판을 위한 초대를 말이지. 다만 가는 도중에 자네도 휘말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서··· 사전에 묻겠네. 우리들을 자네의 배에 태워주겠나?”


“······으하하하하-!!! 목숨이 아까웠다면 이 일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 타시지요!”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며 승선을 허락하는 즈도몬에게 그들은 감사를 표하며 배에 올랐다. 한명씩 차례대로 올라가고 이내 항구 직원만이 남자 즈도몬은 헬 오브 헤븐의 닻을 올리고 부두에서 벗어나 항해를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가이오몬 일행은 아포칼립스와의 결전을 향해 한 발짝 내딛게 되었다.


*


“우웩!”


“괜찮아, 로드나이트몬?”


“···으으. 설마 내가 아름답지 못하게······ 우웩!!!”


딥 세이버즈의 바다를 지나고 있는 즈도몬의 헬 오브 헤븐에서 멀미를 하고 있는 로드나이트몬. 사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역시 멀미에 시달렸지만 약을 먹거나 붙이거나, 정신집중을 통해 이겨내거나, 방에서 자는 등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아무튼 가이오몬이 로드나이트몬의 등을 두들기며 진정시키고는 맞은편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접의 의자에 길게 누워 파라솔의 그늘 아래 선탠을 즐기고 있는 리리스몬과 수아검을 휘두르다가 주먹을 모아 쥔 후 앞으로 내지르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판쟈몬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조용하군. 이대로 계속 갔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너의 기대대로 상황이 흘러가진 않을 테니··· 그냥 포기해.”


푸르고 맑은 바다를 보면서 혼잣말을 하는 가이오몬에게 태클을 걸면서 음료를 마시는 리리스몬. 당연한 말이지만 왠지 듣기 싫은 말에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근처에 놓여 있는 낚싯대에 손을 댔다.

물고기라도 잡아 씁쓸한 기분을 풀려는 것인지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 낚싯대의 바늘에 미끼를 꿰어놓고 부드럽게 던지려는 순간······ 행운의 여신은 가이오몬의 기대를 걷어차 버렸다.


[ppi-! ppi-! 경고! 전방에 미확인 물체를 다수 탐지!]


헬 오브 헤븐에 달려 있는 스피커에서 경고음이 흘러나오자 선실에서 쉬고 있던 나머지 일행들과 알파몬, 오라클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야?”


“설마 그 놈들이 오고 있는 건가!”


“십중팔구··· 그렇겠지.”


“이것이 당신이 말한 것이었군요. 흐음, 이렇게 되면 저도 한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겠습니다.”


“괜찮겠는가?”


“예. 저들과 싸울 자들이 절 살려줄 리가 없고, 선장으로서 이 배와 승객을 지킬 의무가 있으니까요.”


가이오몬 일행들의 싸움에 참전한다는 뜻을 밝힌 즈도몬은 숨을 한번 크게 들이 마시고 배에 힘을 주고 나서 앙천대소(仰天大笑)를 하였다. 긴장감과 두려움, 초조함과 같은 감정을 웃음에 담아 떨쳐 내버려 스스로 사기를 북돋우며 무기를 쥐는 그를 힐끗 쳐다본 그들은 다소 죄책감을 느꼈다. 그러나 적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이내 무기를 고쳐 쥐었다.

자율적으로 닻을 내려 운행을 멈춘 헬 오브 헤븐의 위에서 적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가이오몬 일행과 즈도몬은 얼마 안 되어 모습을 드러낸 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의 반응에 대한 이유는 2가지, 하나는 하늘과 바다를 뒤덮는 듯한 엄청난 수의 디지몬들의 등장이고, 둘은 저들이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무언가 여러 가지 부분이 장착되고 섞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렇게 많은 수를······.”


“그것보다 저것들은 디지몬이 맞는 거야?”


“그에 대한 대답은 저들이 해줄 걸세.”


그들 중 누군가가 기괴한 모습을 한 적들을 보고 의문을 품자 오라클은 답을 해주며 허공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피에로와 기계해룡, 나무인형, 그리고 철갑옷의 언데드가 항공모함의 형태를 한 호에몬(고래몬)의 갑판 위에 유유히 서 있었다.


“하루 만에 다시 만나는 거지만··· 오랜만이라는 말을 하고 싶군.”


“그만큼 우리들과 만나기 싫다는 것입니까.”


“당연한 말을 왜 하는 건데. 그것보다 우리들이 이곳을 지나가는 걸 어떻게 알고 쳐들어온 거지?”


“마스터의 말씀에 따르면 그녀의 거주지가 딥 세이버즈이니 배를 타고 바이러스 버스터즈로 가는 게 빠르다고 하시더군.”


“허허,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지역으로 갈 걸 그랬나.”


허탈하게 웃으면서 빗자루를 어깨에 걸치는 오라클과 빠르게 눈을 굴려 적의 수를 확인하는 가이오몬 일행. 그들의 시야에 비친 적들의 수는 어림잡아 천 명은 넘어 보였다. 가이오몬 쪽은 즈도몬까지 합쳐서 열 명··· 거의 100배가 넘는 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바다에서 천 명이 넘는 적을 상대한다, 라··· 그것도 이것저것 섞인 디지몬들을 말이지.”


“그래도 간부 둘이 안 나왔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무겐드라몬과 블랙오메가몬을 말하는 거군요. 사실 당신들을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는 그 둘이 필요하지만 무겐드라몬은 자체적인 무게 때문에, 블랙오메가몬은 하도 말을 듣지 않아서 데려오지 못했답니다.”


“그래도 마스터의 작품인 저것들을 데리고 왔으니까 각오하라고, 킥킥!”


“역시 만들어진 생명체였나!?”


“···흠, 싸우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지.”


“원한다면. 대신 대답해줄 수 있는 것만 묻도록 하시죠.”


“예전에 이 배를 타고 다크 에리어로 향하는 중에 한 쌍의 대포가 장착된 프레시오몬을 본 적이 있는데 혹시 그 녀석도··· 아포칼립스가 만든 생명체냐?”


“호오~ 그 실험작이 아직도 살아있었습니까? 그건 그렇고 감히 마스터의 성함을 함부로 부르다니!”


“너희들에겐 상관(보스)이지만, 우리들에게는 적이니 딱히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 드는데?”


가이오몬 일행과 다크 마스터즈 셋(+베리알반데몬)이 대화를 나누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그가 만든 작품들은 헬 오브 헤븐을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적의 간부 네 명과 대립하면서 저들의 행동을 유의 깊게 관찰하던 그들은 포위망이 완성되자 한차례 기합을 넣더니 먼저 공격하기 시작했다.


「린화참」


「트럼프 소드」


가이오몬이 필살기를 날리자 피에로는 그것을 피하였고, 목표를 잃은 「린화참」은 그대로 작품들을 향해 직격했다. 그들이 단말마를 지르며 소멸하는 것을 지켜본 가이오몬은 배후에서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자 몸을 뒤로 돌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금속끼리 부딪치는 쇳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네 자루의 검이 튕겨져 나갔다가 되돌아와 피에로의 앞에서 멈췄다. 피에로는 가이오몬을 향해 겨누는 4개의 칼날을 조종해 그를 죽이려고 하는데, 가이오몬은 「국린」을 휘둘러 스스로를 보호하면서 빈틈을 노려 피에로에게 오의를 펼쳤다.


「얼티메이트 스트림」


「카오스 플레어」


기계해룡의 코에서 한 줄기의 광선이 뿜어져 나오자 베르제브몬은 블래스트 모드로 각성하고 블래스터에서 파괴의 파동을 발사했다. 두 디지몬의 필살기가 부딪치자 헬 오브 헤븐이 약간이나마 흔들릴 정도의 파장이 일어났고, 거기에 휘말린 작품들은 완전히 소멸하거나 반 정도 남아 끔찍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무튼 베르제브몬과 기계해룡이 각자의 공격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을 때, 리리스몬과 베리알반데몬은 문자 그대로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부터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지라 적으로 만나게 되자 이 기회를 빌려 한쪽을 없애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힘을 다했다.


“크흐흐, 이 바다를 네년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그건 내가 할 소리야. 7대 마왕의 무서움을 깨닫고 지옥으로 꺼지렴.”


상대를 매도하면서 리리스몬과 베리알반데몬은 서로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펼치나 상쇄를 일으켜 번번이 막히자 방침을 바꿔 행동했다. 우선 베리알반데몬이 「판데모니엄 플레임」이나 「멜팅 블러드」 같은 원거리형 기술을 리리스몬에게 날리면, 그녀는 가볍게 피하면서 「나자르 네일」을 찔러 넣으려고 했다.

허나 베리알반데몬은 작품들을 방패로 삼아 회피하였고, 금색의 손에 찔려 급속히 부식되는 그들을 본 리리스몬은 눈살을 찌푸리며 공격을 한시라도 늦추지 않았다. 아무리 만들어진 존재라고는 하지만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그에게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칫! 완전체 주제에 감히 이 몸에게······.”


「빙수권」


「플레임 자벨린(Flame Javelin)」


피에로와 가이오몬, 기계해룡과 베르제브몬, 베리알반데몬과 리리스몬이 1대 1로 싸우는 동안 판쟈몬과 미스티몬은 나무인형과 무기와 오의를 맞부딪히며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과는 달리 둘은 완전체이고 나무인형은 궁극체이지만, 다크 마스터즈 중에서 약한 편인지라 대등한 승부가 가능했다.

냉기가 담긴 장풍과 수십 개의 화염 창이 자신에게 날아오자 나무인형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피하거나 망치를 휘둘러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리고 등에 붙어있는 X자 나무 부메랑을 던져 둘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망치로 내리쳐 큰 타격을 주려고··· 했으나 둘이 「수아검」과 「화룡검」, 「빙룡검」을 휘두르면서 공격할 틈을 주지 않자 막거나 피하는 행동밖에 하지 못했다.


「골드 크래쉬(Gold Crash)」


「메가 데스」


「아젠트 피어」


「성검 그레이달파」


「해머 스파크」


다크 마스터즈 셋과 베리알반데몬이 가이오몬과 7대 마왕 둘, 완전체 둘의 공격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작품들은 포위망을 좁혀 왔다. 이에 발키리몬과 라스트가 황금색 에너지탄과 암흑물질을 발사하고, 로드나이트몬과 알파몬이 빠르게 움직여 「파일 벙커」와 빛의 검을 내지르고, 즈도몬은 「토르 해머」를 거칠게 내리쳐 충격파와 불꽃을 일으켜 그들의 수를 줄여나갔다.

하지만 마치 세포분열을 통해 계속 증식해나가는 단세포생물처럼 죽이고 또 죽여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 그들을 보며 다섯 디지몬은 한숨을 쉬었다. 사실 그들은 많은 수의 작품들을 해치웠으나 그만큼 지쳐있었다. 특히 동료들을 태우고 이동했던 라스트와 배멀미를 앓고 있던 로드나이트몬은 다른 일행들보다 더 했지만 적을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런 아메바 같은 녀석들!”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겠어. 이러다간 우리가 먼저 떨어져 나가게 돼.”


“저기, 즈도몬. 혹시 이 배에 저것들을 한 번에 소멸시킬 수 있는 무기 같은 거 없습니까?”


“소멸이라··· 잠깐! 그러고 보니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기는 해. 다만······.”


“다만 뭐? 시간 없으니까 빨리 말해.”


“사용하려면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 한 3분 정도.”


“3분이라··· 미치겠군.”


“그러면 미(米)를 치지 말고 맥(麥)을 치게나.”


목숨을 건 싸움의 와중에 맥(脈) 빠지는 농담을 하는 오라클을 보는 다섯 디지몬의 눈매가 순간 더러워졌다. 그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다가 빗자루를 높이 쳐들었다.


“방어는 나와 저들이 맡을 테니, 자네는 어서 가서 준비를 하게.”


“···알겠습니다. 부디 버텨주시기를!”


즈도몬이 무운을 비는 말을 하며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와 그들은 입구 앞에 서서 작품들의 침입을 막았다. 여담으로 다크 마스터즈 셋과 베리알반데몬은 즈도몬이 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꺼림직한 기분이 들어 그를 막으려고 했으나 가이오몬, 베르제브몬, 리리스몬, 판쟈몬, 미스티몬이 앞을 가로막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


밖에서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젖 먹던 힘을 다해 뛰던 즈도몬은 드디어 조종실에 도착했다. 상황이 급한지라 숨을 채 고르지도 못하고 기계 앞으로 다가가 버튼을 눌렀는데, 손가락을 떼자마자 검은색의 액정 화면에 디지털 문자가 뜨더니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나이얼레이션 프로그램(Annihilation Program)을 실행하시겠습니까?]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니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겠군!”


1단계인 기계의 작동을 확인한 즈도몬은 숨을 한 번 내쉬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품속에서 카드를 1장 꺼냈다.


“세이프티 디바이스 릴리스(Safety Device Release)!!!”


2단계, 햇빛을 받아 반짝 빛나는 금색의 카드를 화면 옆의 단말기에 대고 힘껏 그어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이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나이얼레이션 프로그램 기동. 패스코드(Pass Code)를 입력해주십시오.]


“겜 기르 간 고 그훠··· 위타-!!!”


3단계,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계어를 외치다가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면서 액정 화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조종실 내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곧 그쳤고, 곧바로 초읽기를 시작했다.


[10··· 9··· 8··· 7··· 6··· 5··· 4··· 3··· 2··· 1.]


“이거나 먹고 다시는 오지 마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오의, 「흑룡파(黑龍波」”


「엔딩 스나이프」


「데스 슬링거」


「헬 스쿼즈」


「빙수신장(氷獸神掌)」 / 「코어 다트」


「불렛 해머」


「이빌 사이」


「마인드 일루전」


「펜리르 소드」 / 「포지트론 레이저」 / 「스파이럴 마스커레이드」 / 「디지털라이즈 오브 소울」


살기 위해서 또는 죽이기 위해서 각자의 필살기와 오의를 사용하는 가이오몬 일행과 적의 간부들. 혈전을 방불케 하는 싸움을 계속 하면서 양쪽은 작품들의 수를 감소시킬 뿐 서로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체력이 소모되어 점점 지쳐가는 손실을 입었다.

결국 잠시나마 대치를 이룸으로서 숨을 고르게 된 그들과 적들은 다시 한 번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때 헬 오브 헤븐의 선수와 선미, 좌현와 우현에 여러 개의 대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이것이 즈도몬이 말한······.”


“헬 오브 헤븐의 비장의 무기라네.”


발키리몬을 위시한 다른 네 디지몬이 배 안에서 나온 대포를 보고 번뜩 떠오른 듯 말을 꺼내자 오라클을 고개를 끄덕여 의문을 해소시켰다. 그러고 나서 기합을 크게 내지르며 빗자루를 바닥에 내리치자 가이오몬 일행 주변에 투명한 막이 쳐졌다.

오라클이 그들을 보호하고 대포에 입자형 에너지가 모여들자 사태를 심상치 않게 여긴 적의 간부들은 한데 뭉쳐 방어할 준비를 했다. 허나 준비가 덜 되었을 때에 대포에서 에너지탄이 발사됐다.

막힘없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빛이 작품들에게 닿자 그들은 몹시 괴로워하다가 곧 아무렇지도 않은 상태를 보였다. 이에 가이오몬 일행과 적 간부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그들은 창조자의 명령대로 가이오몬 일행을 말살하기 위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 순간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격하게 꿈틀거리더니 대폭발을 일으켰다.


“어쩌면 배가 뒤집힐 수도 있으니 준비 단단히 하게!”


그녀의 말대로 폭발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자 바다에 영향을 미쳐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쓰나미에 가까운 거대한 해일을 불러 일으켜 헬 오브 헤븐을 삼켜버렸다. 다행히 해일이 닿기 전에 헬 오브 헤븐이 자동적으로 방어막을 형성해 전복되는 일은 없었고, 모든 것이 잠잠해지자 방어막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모두들 괜찮은가?”


“예,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지만요.”


“방어막이 이중으로 쳐진 덕분에 다친 데는 없습니다.”


일행 중 절반이 살짝 불평을 하고, 다른 절반이 칭찬을 하자 오라클은 예상했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가이오몬 일행은 그녀를 따라 시선을 이동시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배를 포위하던 작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하늘이 청명하게 빛나는 가운데 왜곡 현상이 일어나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잠시 뒤에 공간이 안정되면서 다크 마스터즈 셋과 베리알반데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폭발이 일어날 때 아공간으로 대피해 피해를 모면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완전히는 아니었는지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살아있었군. ···쳇.”


“후후후, 위험하긴 했지만 저희들은 죽을 정도로 약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는 싸울 수 없다고 생각 드네만. 내 말이 틀렸나?”


“사실이니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마스터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으므로··· 여기서 사생결단을 내겠습니다.”


“그게 설혹 불가능하더라도 끝까지 행할 생각이로군.”


그녀의 말대로 네 명의 적의 간부가 죽음을 불사하고 싸움을 하려고 하자 가이오몬 일행은 몸을 풀고 무기를 들었다. 사실 그들도 이번 싸움으로 지친 상태인데, 이참에 저들을 없애 후환을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싸우려고 했다.


“그쯤 해두게나.”


[딱-!]


짧게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 상태를 유지하던 양쪽을 보던 오라클은 손가락을 튕겼다. 불어오는 바람이 서서히 그쳐가자 무풍(無風) 때에 공격을 하려던 그들은 깜짝 놀랐다. 게다가 다크 마스터즈과 베리알반데몬의 주위가 일그러지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냥 말로 하면 듣지도 않을 테니 강제로 보내주겠네.”


“저 놈들을 해치우지 못하고 돌아가면 마스터에게 혼난다고! 이 할··· 머니 씨.”


“걱정 말게. 그라면 이해할 테니까.”


“···허면 어쩔 수 없이 가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 가기 전에 이름은 알려주고 가줬으면 하는데.”


“이름말입니까? 시시한 기호를 물으시다니··· 좋습니다. 알려드리지요. 제 이름은 피에몬.”


“나는 메탈시드라몬.”


“이 몸은 피노키몬 님이시다!”


“그리고 오지 못한 마지막 한 명은 무겐드라몬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될 터이니 잊지 마시길.”


각각 자신의 이름과 이곳에 오지 못한 기계룡의 이름을 밝힌 다크 마스터즈(+베리알반데몬)는 점점 흐릿해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들이 오라클에 의해 내쫓기자 그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가이오몬들은 한숨을 내쉬며 털썩 주저앉았다.

다만 알파몬은 동료들에 비해 여유가 있었고, 라스트와 로드나이트몬은 갑판에 널브러졌다. 자세가 다소 추했지만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지친 터라 그런 건 무시하기로 했다.


“호오~ 그들은 물러갔나보군!”


“덕분에 살았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요.”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러나. 으하하하하~”


“저기··· 말하는 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우리 좀 방으로 데려다주겠어?”


딱딱하고 차가운 갑판에 배를 대고 엎드려있던 라스트와 로드나이트몬이 도움을 청하자 아! 하고 탄성을 지른 그들은 두 디지몬을 부축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안으로 들어가고 오직 바닷바람이 막힘없이 불어와 남아 있는 온기를 식히고 있을 때, 헬 오브 헤븐은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헬 오브 헤븐이 나아가는 속도가 싸우기 전과 비교해서 느리게 느껴지고 확실히 느리지만, 여행을 즐기는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괜찮을지도 모를 것이다.


작가의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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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무쌍 시리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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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쌍(無雙) Ⅱ - 12 18.12.26 57 1 11쪽
68 무쌍(無雙) Ⅱ - 11 18.12.25 45 1 15쪽
67 무쌍(無雙) Ⅱ - 10 18.12.24 48 1 14쪽
66 무쌍(無雙) Ⅱ - 09 18.12.23 63 1 11쪽
65 무쌍(無雙) Ⅱ - 08 18.12.22 39 1 8쪽
64 무쌍(無雙) Ⅱ - 07 18.12.21 50 1 11쪽
63 무쌍(無雙) Ⅱ - 06 18.12.20 58 1 10쪽
62 무쌍(無雙) Ⅱ - 05 18.12.19 53 1 11쪽
61 무쌍(無雙) Ⅱ - 04 18.12.18 53 1 12쪽
60 무쌍(無雙) Ⅱ - 03 18.12.17 50 1 11쪽
59 무쌍(無雙) Ⅱ - 02 18.12.16 59 1 6쪽
58 무쌍(無雙) Ⅱ - 01 18.12.15 44 1 7쪽
57 무쌍(無雙) - 57 18.12.14 70 1 10쪽
56 무쌍(無雙) - 56 18.12.13 53 1 19쪽
55 무쌍(無雙) - 55 18.12.12 46 1 23쪽
54 무쌍(無雙) - 54 18.12.11 47 1 19쪽
53 무쌍(無雙) - 53 18.12.10 41 1 16쪽
52 무쌍(無雙) - 52 18.12.09 50 1 18쪽
51 무쌍(無雙) - 51 18.12.08 58 1 19쪽
50 무쌍(無雙) - 50 18.12.07 45 1 15쪽
49 무쌍(無雙) - 49 18.12.06 35 1 13쪽
48 무쌍(無雙) - 48 18.12.05 44 1 9쪽
47 무쌍(無雙) - 47 18.12.04 28 1 20쪽
46 무쌍(無雙) - 46 18.12.03 36 1 24쪽
45 무쌍(無雙) - 45 18.12.02 38 1 25쪽
» 무쌍(無雙) - 44 18.12.01 35 1 25쪽
43 무쌍(無雙) - 43 18.11.30 39 1 11쪽
42 무쌍(無雙) - 42 18.11.29 31 1 12쪽
41 무쌍(無雙) - 41 18.11.27 43 1 16쪽
40 무쌍(無雙) - 40 18.11.26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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