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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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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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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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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무쌍(無雙) - 46

DUMMY

 바이러스 버스터즈(VB).

아포칼립스와의 싸움 이후 황폐화되어 이제는 복구가 불가능해진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은 가이오몬 일행은 기본 준비를 마치고 적의 본거지를 향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라스트를 타고 이동··· 하는 게 아니라 오라클이 소환한 거대한 새를 타고 날아가는데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주변의 광경이 찰나처럼 순식간에 흘러갔다.


“일행들을 태우고 이동하던 내가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물의 등에 타서 이동하다니··· 아,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나저나 이 새는 디지털 월드의 생명체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불러오신 겁니까?”


“이차원에 존재하는 세계 중 하나라네. 알파몬이 소환하는 몬스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네.”


가이오몬과 오라클이 자신들을 태우고 이동하는 새에 대해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화이트레오몬과 미스티몬은 자신의 애검을 손질하고 있고, 발키리몬과 라스트, 로드나이트몬, 알파몬은 돗자리를 펴놓고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은······.


“난 괜찮으니까, 이러지 않아도 돼.”


“안색이 파랗게 질려가기 직전인데 괜찮기는.”


“옷을 나한테 주면 너는 어떻게 할 건데.”


“글쎄? 네가 안겨준다면 따뜻해질지도.”


베르제브몬의 농담 같지 않는 진담에 리리스몬은 얼굴을 붉히면서 그의 가슴을 주먹으로 살짝 쳤다. 다만 그 ‘살짝’이 베르제브몬의 인상을 찌푸리게 할 만한 타격을 동반했다는 것이었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예라, 누구는 옆구리가 시린데······.”


“내버려둬. 아름다운 광경이잖아.”


“하긴. 자자, 방해하지 말고 각자 하던 일이나 하자고.”


두 마왕의 애정행각을 보다 못한 몇몇 일행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로드나이트몬을 비롯한 한두 명이 그들을 말리고, 결국 하던 일을 계속 했다.

그렇게 소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들은 몇 시간 뒤에 한 마을에 도착했다. 최종적인 목적지까지는 한참 남았지만 휴식은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이오몬 일행을 태우고 날아가던 거조(巨鳥)는 그들이 모두 내리자 오라클에게 인사하듯 긴 울음소리를 내더니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버렸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세나.”


“오랜만에 디지몬이 있는 마을에서 쉬겠군요.”


“좀 있다가 바로 갈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사놓는 게 좋아.”


알파몬의 말에 다른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흩어졌다.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산 그들은 흩어졌던 장소에 다시 모였다.


“모두 볼 일은 다 보고 왔는가?”


“예.”


“그러면 출발하도록 하지. 라스트, 미안하지만 부탁하네.”


“어쩔 수 없죠. 모두들 타라고!”


오랜만에 일행들을 태우고 이동해야하는 생각에 쓰디 쓴 표정을 지은 라스트는 외치듯 말을 하면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고 나서 온 몸에 힘을 주다가 땅을 박차고 날아갔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면서 가끔 속도를 줄여 쉬다가를 반복한 덕분에 꽤 멀리까지 이동한 라스트는 나무들이 둥글게 벽을 이루고 있는 숲으로 내려갔다.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헉헉··· 고마우면 나중에 갚아.”


“슬슬 날이 어두워질 듯 하고, 라스트도 지쳤으니 오늘은 여기서 묵는 게 좋을 것 같군.”


“그러면 일단 식사 준비를 해볼까?”


“누가 가서 물을 구해 와야 할 것 같은데.”


“내가 갈게.”


“혹시 모르니까 나도 따라가지.”


“알았어. 만약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신호해.”


리리스몬이 물을 구하겠다고 말하고, 베르제브몬이 그녀와 같이 가겠다고 하자 가이오몬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의를 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염두에 두고 있던 두 마왕은 긍정의 제스처를 취하고는 물을 얻으러 갔다.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 두 커플 마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른 일행들은 묵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쉬고 있는 라스트와 어디론가 가버린 오라클을 제외한 남은 여섯 명은 얼마 안 돼서 모든 일을 마쳤다.


“이제 세 명이 돌아오기만 하면 되나.”


“곧 오겠지.”


“어쩌면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은 좀 늦을지도··· 후후후.”


로드나이트몬이 장미꽃을 맡으면서 웃자 다른 일행들도 이해가 갔는지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마음을 편히 하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쾅-!!!]


“이 소리는 폭탄 터지는··· 리리스몬이군!”


“설마 그들이 또 온 건가?!”


“빨리 가보자고!”


“그렇게는 안 됩니다.”


폭발음이 난 곳으로 가려던 가이오몬 일행은 허공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무기를 꺼냈다. 그 순간 주변이 일그러지더니 수십 개의 칼날이 튀어나와 그들을 덮쳤다.


「더블 에너지 배리어(Double Energy Barrier)」


“역시 막아낸 겁니까. 그렇다면···.”


미스티몬이 「화룡검」과 「빙룡검」을 교차해 방어막을 형성하면서 칼날들을 막아내자 다시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상했다는 어조와 함께 이번에는 원형 톱날과 창, 대형/소형의 낫, 심지어 미사일이 가이오몬 일행을 향해 날아갔다.


“큭! 이번에는 다양하게 나가겠다는 건가?”


“저런 식으로 계속 공격하면 나라도 버티지 못하는데.”


“홋홋홋~”


「로즈 오브 실드(Rose Of Shield」


계속되는 공격에 미스티몬의 「더블 에너지 배리어」가 약해져갈 때, 로드나이트몬이 웃으며 몸을 회전하여 방어막을 형성했다. 화기와 냉기가 융합된 방어막과 장미꽃잎으로 뒤덮인 방어막이 겹쳐져 더욱 견고해지면서 쇠붙이 무기와 미사일을 막아내거나 튕겨내 그들을 보호했다.


“이런 식으로 공격하지 말고 우선 모습을 드러내라!”


“원한다면.”


두 번의 공격이 무효로 돌아가자 그것을 만들어낸 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등에 네 자루의 칼을 멘 광대는 아포칼립스의 부하, 다크 마스터즈 중 하나인 피에몬으로 가이오몬 일행은 그를 보고 진지한 얼굴을 했다.


“혼자서 우리들을 상대할 생각인가?”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니, 무언가 수를 쓴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별 거 아닙니다. 그저 이곳에 기술을 하나 걸었을 뿐···.”


“기술이라고?!”


“예. 저의 뜻대로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는 공간, 「마스크즈 스퀘어」를 말입니다.”


온갖 무기를 소환해 그들을 공격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힌 피에몬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주위의 나무들이 땅 속에 박혀 있는 뿌리가 밖으로 나오면서 스스로 움직였다.


“자~아, 매직 쇼의 시작입니다. 부디 즐겨주시길.”


“너 같으면 즐길 수 있겠냐?”


가이오몬 일행은 피에몬의 말에 태클을 걸고는 서서히 다가오는 나무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공격해도 나무의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피에몬이 무기를 소환해서 공격을 하자 그들은 손을 쓰지 못하고 피하기만 했다.


“이거, 공격도 제대로 못하고 당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말은 하지 마. 말이 씨가 돼버린다고!”


“일단 이 공간을 깨트려야할 것 같은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스승님?”


“내가 어떻게든 수를 쓰면 깨트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잘못 건드리면 그 피해가 만만치는 않을 거야.”


“그렇다면 오라클이 오기를 기다려야겠군!”


라스트가 발톱을 휘둘러 나무 하나를 두 동강으로 내어버리고 말을 하자 다른 일행들도 긍정의 표시를 하고는 무기를 휘두르고 기술을 사용해 나무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그녀가 오기를 기대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그 전에 당신들을 해치우도록 하지요.”


“그렇게는 안 되지!!”


「골드 크래쉬(Gold Crash)」


등의 매직 박스에서 네 자루의 검을 뽑으려던 피에몬에게 발키리몬은 산탄총(샷건)에서 황금색의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에너지탄이 몸에 닿기 직전에 피에몬은 텔레포트를 사용해 회피했고, 동시에 네 자루의 검을 원격 조종하여 그들에게 날렸다.

그러나 가이오몬과 미스티몬이 국린과 화룡검, 빙룡검을 휘둘러 두 쌍의 검을 튕겨냈고, 화이트레오몬과 알파몬이 장풍을 날리고, 마법진을 전개해 피에몬을 공격했다.

네 명의 디지몬이 피에몬과 싸우고 있을 때, 로드나이트몬과 라스트는 나무들을 베어버리거나 광선을 발사해 불태워버리고 있었다. 나무들의 수가 많기는 했으나 그저 평범한 식물인지라 많은 수의 나무가 사라져갔다.


“아아~ 내 말 들리나?”


“이 목소리는?!”


“이 공간을 깨트릴 테니 준비 단단히 하게.”


어디선가 들려온 오라클의 음성에 가이오몬 일행은 싸움을 멈추고 한 장소에 모였다. 그와 동시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굉음(예를 들자면 칠판을 손톱으로 긁을 때 나는 소리)이 들려오면서 주변에 금이 가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 이후에 풍경은 평소와 같았으나 나무들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하나둘씩 쓰러졌고, 그들과 피에몬의 사야에 오라클이 보였다. 그녀는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천천히 걸어가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동안 잘도 나섰구먼. 자네, 각오는 됐는가?”


“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수 없군요.”


가이오몬 일행 여섯 명과 오라클을 상대하게 된 피에몬은 죽음을 각오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검 두 자루를 손에 쥐었다. 그 때······!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목소리는 피노키몬의··· 오늘은 이쯤 하지요!”


피노키몬의 비명 소리가 숲 전체에 울려 퍼지자 피에몬은 검을 매직 박스에 넣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에 가이오몬 일행은 비명이 들려온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강가.

가이오몬 일행과 헤어져 이곳에 온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 주머니에서 꺼낸 물병에 맑은 강물을 담아 식수를 확보한 두 명은 동료들에게 돌아가기 전에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고 있었다.


“데스몬을 데려올 때도 그렇고, 지금도 이렇게 같이 걷게 되었네?”


“그러게 말이야. 내가 너하고 헤어진 이후로는 이러지 못했는데···.”


“그 얘기는 하지 마. 이미 지난 일이잖아.”


“미안.”


“자, 마실 물은 구했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돌아가자.”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던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은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 때, 주위에 위화감이 느껴지자 걸음을 멈추고 각자 무기를 꺼냈다.


“거기 숨어있는 걸 알고 있으니 어서 나와!”


“쳇, 눈치는 빠르군!!”


리리스몬의 외침에 나무 뒤에서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염성 없게 생긴 꼭두각시(퍼펫) 디지몬이 그 음성의 주인공인데, 정체는 바로 다크 마스터즈 중 하나인 피노키몬이었다.


“모습을 감추고 싶었으면 먼저 살기부터 줄었어야지.”


“흥! 너 따위에게 잔소리 듣고 싶지 않아.”


“이런 버릇없는 자식 같으니.”


“나보고 버릇없다고? 그래, 사실이야. 난 버릇이 없어서 같은 동료들에게도 한 소리 들어.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나한테 버릇없다고 말하는 것 참을 수 없어-!!!!!!”


베르제브몬의 말에 답변을 한 피노키몬은 길길이 날뛰며 화를 내더니 그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디지몬 한 명을 죽이기에는 충분한 힘이 담겨 있지만 또한 분노라는 감정도 담겨 있고, 거기에서 빈틈을 발견한 베르제브몬은 뒤로 물러나면서 베렌헤나의 방아쇠를 당겼다.

망치가 내리쳐진 것으로 땅바닥에 금이 가자 분노를 가라앉힌 피노키몬은 베르제브몬이 쏜 총알을 피하고 등에 붙어있는 X자 형태의 나무 부메랑을 던지려고 했다.

허나 이번에는 리리스몬이 폭탄을 던져서 움직임을 방해하자 망치를 이리저리 마구 휘둘러 스스로를 방어하면서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났다.


“으으, 이것들이··· 하는 수 없지! 나와라, 나의 장난감 인형아!”


베르제브몬과 리리스몬의 합동 공격에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내던 피노키몬은 손가락을 튕기며 외쳤다.

그와 동시에 한 채의 집이 하늘에서 추락하듯이 내려왔는데 대지에 닿자마자 엄청난 굉음을 일으키며 땅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곧바로 기계처럼 딱딱하게 변형을 하더니 이윽고 하나의 인형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이 녀석을 움직이기 전에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는데, 너희들의 동료들은 이곳에 올 수가 없어.”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쯤이면 그들은 피에몬의 공간 기술인 「마스크즈 스퀘어」에 갇혀서 죽어가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은 포기해.”


“···웃기고 있군.”


“뭐?!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들은 온갖 사건을 겪으면서 힘과 경험을 키워왔어. 아무리 위험하더라도 결코 쉽게 죽지 않아!”


피노키몬의 말에 반박을 하면서 베렌헤나를 빠르게 쏘는 베르제브몬. 그의 옆에 있는 리리스몬 역시 각기 다른 형태의 폭탄을 던져서 피노키몬을 공격했다.

말 한번 잘못 꺼냈다가 수세에 몰리게 된 피노키몬은 인형의 머리 위로 올라가 둘의 공격을 피하면서 발로 장치를 건드렸다. 그러자 머리 안에서 컨트롤러가 나왔고, 그것을 손에 쥔 피노키몬이 레버를 움직이고 버튼을 누르자 인형이 움직이면서 주먹을 내지르고 발로 땅바닥을 밟았다.

인형이 그가 입력한 커맨드대로 행동을 하자 뒤로 물러나면서 사격과 투척을 했지만 타격을 전혀 입지 않자 베르제브몬은 블래스트모드로 각성을 했고, 리리스몬은 폭탄을 거두었다.


“베르제브몬. 잠시 시간을 벌어줘.”


“OK!”


리리스몬이 무언가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베르제브몬에게 말을 꺼내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휘파람을 불었다.

길게 울려 퍼지는 휘파람 소리가 멎음과 동시에 엔진 소리가 들려오더니 베르제브몬의 자가용 오토바이형 머신 「베히모스」가 이곳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에 이 녀석을 꺼내보는군.”


“흥흥~ 겨우 그딴 것으로 내 인형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버릇없는 나뭇가지 자식아!”


「베히모스」에 올라탄 베르제브몬은 엑셀을 힘껏 밟아 인형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부웅- 소리와 함께 엄청한 속력으로 어느새 인형의 발밑에 도달한 그는 「베렌헤나」를 꺼내 다리에 총을 쏘다가 「베히모스」를 몰아 허리와 옆구리, 복부에 해당하는 곳으로 이동해 총알과 에너지탄을 발사했다.


“이이이··· 쥐새끼처럼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고! 죽어! 죽어!! 주거어어어-!!!!!”


컨트롤러를 조작해서 인형을 움직여도 베르제브몬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자 이성을 잃고 날뛰는 피노키몬. 그 때문에 다른 한 명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고, 베르제브몬이 시선을 끄는 동안 준비를 마친 리리스몬은 손가락을 튕겼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양쪽 귀에 들려오자 피노키몬은 얼른 이성을 되찾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인형의 발밑에는 검보라색의 마법진이 전개되었다.

그제야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법진에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무형의 장벽에 가로막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베르제브몬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블래스터」로 매직 스퀘어를 그리고 있었다.


“아, 안 돼-!!!!!”


“돼!”


「카오스 플레어」


「엠프리스 엔블레이즈」


어떻게든 마법진에서 빠져나오려고 발악을 하는 피노키몬을 보며 베르제브몬은 짧게 한 단어를 내뱉고는 베르제브몬은 완성된 매직 스퀘어에서 파괴의 파동을 발사해 인형의 머리를 관통했다. 이어서 리리스몬도 손 모양의 괴수를 소환해 몸통을 손아귀에 쥐고 으스러뜨렸다.

원래의 형태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나고 부수어 깨진 머리와 몸통은 이윽고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에 타버려 완전히 소멸했다.


“이것으로 다크 마스터즈 중 하나는 해치운 것 같네.”


“그럴지도······ 피해, 리리스몬!!!!!”


거대 인형과 함께 피노키몬도 죽었을 거란 생각으로 말을 하던 베르제브몬은 무언가를 목격했는지 리리스몬을 밀치고 그녀가 서 있던 자리로 움직였다. 갑자기 일어난 행동에 리리스몬은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베르제브몬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져 나가자 황급히 제정신을 차렸다.

그 자리에는 온몸이 불에 그슬린 피노키몬이 망치를 들고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는데, 탄창에 해당되는 부분에 피가 묻어있었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고개를 돌린 그녀는 얼굴에 경악의 빛을 띠우고는 쓰러져 있는 베르제브몬에게 뛰어갔다.

현재 그의 상태는 옆구리에 심한 상처가 생겼고, 피가 엄청나게 흐르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과다출혈로 사망할지도 모를 상황이라 리리스몬은 창백해진 얼굴로 베르제브몬을 바라보다가 옷을 찢고, 그것을 붕대 삼아 지혈을 하였다.


“리··· 리리스몬···.”


“제발 죽지 마. 너마저 죽으면 난··· 난!!!”


“킥킥, 그러기에 나한테 까불면 안 되지. 그럼, 이 몸께서 너희들에게 완전한 끝을 선사해주도록 하지.”


마법진의 화염에 불타버릴 뻔한 것이 충격이 되었는지 피노키몬은 광기 어린 웃음을 실없이 흘리며 리리스몬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베르제브몬의 상처를 막아 출혈을 멎게 하느냐고 정신이 없었고, 그 틈을 노려 리리스몬의 등 뒤에 도달한 미쳐버린 꼭두각시 인형은 자신의 망치를 들어 힘차게 내리쳤다.

그러나 망치가 그녀의 머리에 닿기 전에 갑자기 멈추자 당황한 피노키몬은 적 먹던 힘을 다해 아래로 내리누르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움직이질 않자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봤는데, 망치와 손잡이의 중간에 위치한 막대기를 리리스몬의 섬섬옥수 같은 왼손이 붙잡고 있었다.


“어, 어떻게······!?”


“너 따위가 감히 베르제브몬을··· 용서 못해. 이곳을 네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리리스몬은 극도의 분노가 서린 외침을 내뱉고는 막대기를 잡고 있는 왼손을 휘둘러 피노키몬은 날려버렸다. 겉모습과는 다른 예상외의 악력에 의해 날아간 피노키몬은 나무에 부딪쳤고, 그녀는 다시 옷을 찢어 붕대 삼아 붉게 물들은 옷감 위에 덧대어 감았다.


“내가 치유 마법을 익혔다면 바로 치료해줬을 텐데.”


“···만약··· 그, 그렇다··· 하더라··· 도··· 지금 저··· 녀석이 있··· 는 이상··· 방해··· 받··· 을 게··· 뻔··· 하잖아······.”


“그도 그렇겠네. 아무튼··· 잠시 버틸 수 있겠어?”


“······널 두··· 고··· 떠나··· 진 않을··· 테니··· 걱정··· 마···.”


힘없이 든 손으로 리리스몬의 뺨을 쓰다듬는 베르제브몬과, 그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리리스몬.

잠시 동안 아무런 움직임 없이 그대로 있다가 베르제브몬의 손을 천천히 내려놓은 그녀는 어느새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피노키몬에게 다가갔다.


“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오지 말란 말이야아아아아-!!!!!!!”


피노키몬이 비록 전투태세는 갖추었지만 살기를 띠우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리리스몬에게 두려움을 느껴 벌벌 떨며 소리를 지르다가 등에 있는 나무 부메랑(「플라잉 크로스 커터」)을 던졌다.

허나 그녀는 왼손을 날카롭게 모아 가로로 휘둘러 나무 부메랑을 두 동강 내버렸고, 이에 더욱 더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선 피노키몬은 빽빽이 자란 나무 때문에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자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망치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빈틈없이 망치를 휘둘러 리리스몬의 접근을 막으려는 꼭두각시 인형의 생각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막상 그녀는 가만히 서서 지켜보기만 했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인해 힘을 소모한 피노키몬은 망치를 내려놓고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숨을 한 번 두 번 내쉬고 다시 한 번 망치를 휘두르려던 그 때, 리리스몬의 오른손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죽어라. 이 빌어먹을 나뭇가지야!”


오른손에 달린 아름다우면서도 흉측한 손톱을 움직여 피노키몬의 가슴을 후벼 파는 리리스몬은 차갑게 말을 하며 인정사정없이 손을 뽑았다. 피노키몬은 그녀의 손에 찔렸다가 뽑힌 고통으로 땅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는데 가슴에서 싸한 느낌이 들자 상처 부위를 보고 대경실색을 하였다.

왜냐하면 상처 부위가 서서히 부식되어 가고 있는데, 이는 리리스몬이 오른손으로 자신을 찌르면서 온갖 물체를 부식시키는 마성의 독조(毒爪), 「나자르 네일」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시,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살려줘어어어-!!!!!!”


“너는 아포칼립스의 측근 부하일 텐데? 그 정도 위치에 있다면 꼴사납게 굴지 말고 당당히 죽어버려.”


“맞는 말입니다. 허나 그 누구라도 죽음을 원치는 않으니, 살고 싶다는 소망을 들어주도록 하지요.”


리리스몬이 너무 차가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얼어붙을 것 같은 눈빛으로 말을 하자 어디선가 그녀의 말에 동의를 하는 음성이 들려오더니 검 한 자루가 튀어나와 피노키몬의 목을 베어버렸다.

몸통과 분리된 목은 허공으로 날아가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위쪽으로 움직였고, 그것을 따라 시선을 향한 리리스몬은 눈살을 찌푸렸다. 거기에는 피에몬이 피노키몬의 머리를 손에 들면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과연 7대 마왕 중 하나로군요. 우리 중 제일 약한 피노키몬을 이렇게 만들어놓다니 말입니다.”


“그런 건 내가 알 바가 아니고, 그 머리를 내놔.”


“그럴 수는 없고, 당신과 싸울 생각도 없습니다. 지금쯤이면 당신의 일행들이 이곳에 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와 싸우다가 베르제브몬을 방치해 데몬이 있는 곳으로 보낼 생각이십니까?”


피에몬이 사리에 맞는 말을 하자 리리스몬은 분노를 가라앉고는 베르제브몬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싸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행동으로 보이자 피에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이곳에서 벗어났다.

잠시 후, 가이오몬 일행과 오라클이 이곳으로 왔는데 베르제브몬의 상태를 보고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된 거야?!”


“베르제브몬이 날 구하려다가··· 이렇게 됐어.”


“그러면 베르제브몬을 이렇게 만든 놈은?”


“피노키몬은 내가 손을 써서 몸통을 녹여버렸는데, 머리는 피에몬이 가져가 버렸어.”


“머리를 가져갔다면 나중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있겠구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언젠가 알게 될 걸세. 아무튼 잠시 비켜줄 수 있겠나, 리리스몬?”


오라클의 정중한 부탁에 리리스몬은 얼른 뒤로 물러났고, 베르제브몬의 옆에 앉은 시간을 다스리는 존재는 상처 아래 부분에 손을 갖다 대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의 양손이 하얗게 빛나면서 베르제브몬의 온 몸을 하얗게 물들었고, 차 한 잔을 다 마실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빛이 사라졌다.


“휴~ 이걸로 상처는 치유했지만, 오늘 하루는 푹 쉬게 해야 할 걸세.”


“정말 고맙습니다!!!”


“만약 자네가 응급처치를 하지 않았다면 나라고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네.”


“일단 여기서 있을 게 아니라 아까 있었던 장소로 돌아가자.”


일행 중 누군가가 하룻밤 묵을 준비를 했던 곳으로 가자는 말을 꺼내자 다른 일행들도 거기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가이오몬이 베르제브몬을 업고, 오라클이 리리스몬의 옆에서 동행하고, 다른 일행들이 네 명을 호위하듯이 서서 이동했다.

그들이 강가에서 떠난 이후, 주변은 밟히고 불에 그슬린 흔적으로 변해있는데, 오직 강물만이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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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무쌍 시리즈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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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무쌍(無雙) Ⅱ - 12 18.12.26 56 1 11쪽
68 무쌍(無雙) Ⅱ - 11 18.12.25 45 1 15쪽
67 무쌍(無雙) Ⅱ - 10 18.12.24 48 1 14쪽
66 무쌍(無雙) Ⅱ - 09 18.12.23 62 1 11쪽
65 무쌍(無雙) Ⅱ - 08 18.12.22 38 1 8쪽
64 무쌍(無雙) Ⅱ - 07 18.12.21 49 1 11쪽
63 무쌍(無雙) Ⅱ - 06 18.12.20 57 1 10쪽
62 무쌍(無雙) Ⅱ - 05 18.12.19 53 1 11쪽
61 무쌍(無雙) Ⅱ - 04 18.12.18 53 1 12쪽
60 무쌍(無雙) Ⅱ - 03 18.12.17 49 1 11쪽
59 무쌍(無雙) Ⅱ - 02 18.12.16 58 1 6쪽
58 무쌍(無雙) Ⅱ - 01 18.12.15 43 1 7쪽
57 무쌍(無雙) - 57 18.12.14 70 1 10쪽
56 무쌍(無雙) - 56 18.12.13 53 1 19쪽
55 무쌍(無雙) - 55 18.12.12 45 1 23쪽
54 무쌍(無雙) - 54 18.12.11 46 1 19쪽
53 무쌍(無雙) - 53 18.12.10 41 1 16쪽
52 무쌍(無雙) - 52 18.12.09 49 1 18쪽
51 무쌍(無雙) - 51 18.12.08 57 1 19쪽
50 무쌍(無雙) - 50 18.12.07 44 1 15쪽
49 무쌍(無雙) - 49 18.12.06 34 1 13쪽
48 무쌍(無雙) - 48 18.12.05 43 1 9쪽
47 무쌍(無雙) - 47 18.12.04 28 1 20쪽
» 무쌍(無雙) - 46 18.12.03 36 1 24쪽
45 무쌍(無雙) - 45 18.12.02 37 1 25쪽
44 무쌍(無雙) - 44 18.12.01 34 1 25쪽
43 무쌍(無雙) - 43 18.11.30 39 1 11쪽
42 무쌍(無雙) - 42 18.11.29 31 1 12쪽
41 무쌍(無雙) - 41 18.11.27 43 1 16쪽
40 무쌍(無雙) - 40 18.11.26 3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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