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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의 서재입니다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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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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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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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4
글자수 :
49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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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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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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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89 마지막 전투 (완)

DUMMY

마고토스가 바로 몸을 움직였다.

이미 엄청난 힘을 발휘하던 그녀는 더욱 강해진 기세로 바란에게 덤벼들었다.

펜타 체인이라는 경지에 올랐지만 바란은 스스로 과연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쾅-.


“크윽!”


손에서 전해지는 충격은 확연히 달랐다.

바란은 마나를 짜내 듯 검에 불어넣었다.

검날에 엉겨 붙은 푸른 불꽃이 사납게 일렁이자 그대로 마고토스를 향해 검을 날렸다.


콰앙-!


마고토스는 이제는 전력을 다할 참인지 흔들림없이 사납게 주먹을 날렸다.

요란스러운 움직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마고토스가 움직일 때마다 술을 마신 것처럼 공간이 흔들거리는 것 같았다.


쾅! 쾅!


연속으로 두 차례 공방이 오가고 난 뒤에 바란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온 사방이 흙먼지로 가득했다.

오른손에 낀 철제장갑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찢어진 장갑 사이로 붉은 피가 흘렀다.

바란이 고통에 한쪽 눈을 찌푸렸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을.

자신만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였다. 뒤에는 지금도 자신을 믿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바란이 검을 고쳐잡았다.


우우우웅-.


마나를 끌어올라자 용살검이 울었다.

눈앞의 마고토스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는 자신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러나 싸워야 했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이 길뿐이었다.


타핫-.


바란이 발을 구르며 마고토스에게 달려들었다.

무자비하게 검을 휘둘렀다.

바닥을 구르면 벌떡 일어나서 다시 검을 휘둘렀고, 피투성이가 된 손의 상처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아무리 마고토스가 닿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해도 검이 꽂히지 않았다.

바란의 무자비한 검격은 마고토스를 충분히 귀찮게 만들었다.


“참 좋아.”


소름 돋는 음성이 귀를 파고들었다.


“인간은 좌절 앞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내려는 그 모습. 참으로 보기 좋아.”


마고토스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의지가 꺾을 때 느끼는 쾌감은 최고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단 말이야.”


꿈을 깨고 희망을 부숴버리고.


“지금 네 녀석과 저 뒤에 인간들처럼 말이야.”


차아아악!


마고토스의 마기가 사방을 물들였다.

그녀의 몸에서는 엄청난 기운이 쏟아졌다.


“크윽.”


몸을 옥죄는 엄청난 기세.

바란은 마고토스의 기세를 밀어내기 위해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녀는 유희를 끝낸 듯 엄청난 기세로 바란을 옥죄었다. 바란이 발버둥 칠수록 몸을 짓누르는 기운은 더욱 강대해져 갔다.

바란이 결국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핏발 선 눈으로 마고토스를 바라보았다.


“으으으윽!”


힘을 내야만 하였다.

바란이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로빈.”


언데드를 베어넘긴 로빈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전투를 이끌고 있었다.


“스토벨. 에베르.”


쿠르트와 드잡이하고 있는 스토벨.

피가 난무하는 곳에서 꼿꼿하게 서서 기도를 하고 있는 에베르.


“제라르. 페키르.”


사악한 흑마법사를 상대하고 있는 두 사람.

그리고 저 멀리로 보이는 수많은 동료들.

조르주, 벤, 가빈, 게랭부터······.

모두의 얼굴이 눈에 하나씩 담겼다.


“으아아악!”


포효인지 기합인지 아니면 고통에 찬 신음이지 모를 소리를 지르며 바란이 몸을 일으켰다.

다섯 개의 고리가 공명하며 바란에게 힘을 북돋아주었다.

몸을 짓누르는 기세를 조금씩 밀어냈다.


“인간 세계를 어지럽히는 사악한 존재여. 그대가 있을 곳은 이곳이 아니라 저 검은 세계이다.”


바란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마고토스의 기세에 완전히 떨쳐낸 바란은 두 발로 서서 검 끝을 마고토스에게 겨누었다.


“너를 신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


우우웅-.


바란의 선언에 용살검이 부르르 떨면서 공명하였다.


화르르륵-.


검에 푸른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이전 불꽃과는 완전히 달랐다.

색부터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차가웠다.

점점 검을 타고 불타오른 푸른 불꽃이 어느새 사람 키만큼이나 커져 있었다.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바란이 검을 높게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리그었다.


콰아아앙-!


하얀 섬광이 터져 나와 공간을 집어삼켰다.

세상 모든 것이 멈추었다.

빛이 사라지고 주변이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빛이 사리 지고 공간이 다시 돌아왔을 때 보이는 것은 그대로였다.

마고토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바란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서 뱀처럼 맴돌던 검은 기운과 그녀가 뿜어내던 지독한 살기도 사라졌다.


“아······.”


인간의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악한 존재의 입에서 허망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단정하던 머리는 풀어 헤쳐져 산발이 되어있었다.


“혹시 알아? 나도 신이 만들어 낸 존재라는 거.”


마고토스가 산뜻하게 웃었다.

세상 어떤 미녀가 와도 지금 마고토스의 웃음 앞에는 그저 시든 꽃처럼 보일 것 같았다.


“인간의 나쁜 마음이 우리를 만들었지. 그러나 우리가 이 세계에 올 수 있었던 거는 신 때문이지.”


그녀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킥킥. 너희들에게 주는 이런 시련을 너희들이 그토록 믿는 신이 만들었다는 말이다. 재미있지 않아?”

“알고 있다. 인간처럼 신도 나쁜 생각을 한다고 하지. 신의 그런 마음마저 너희들에게 닿는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웃기지 않냐고?”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아무 생각 없어.”


바란의 말에 웃음소리가 뚝 끊어졌다.


“신이 너희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해?”

“신이 도와주든 안 도와주든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시련이거든.”


바란이 검을 잡았다.


“신은 영웅을 선택한다. 그 영웅은 어떠한 난관도 이겨낸다.”


다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지금!”


바란이 한걸음 내딛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쾅쾅쾅!


땅이 흔들렸다.

바란이 휘두른 검격은 인간이 펼친 검술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열렸다.


쩌적-!


마고토스는 그냥 당해 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검은 마기가 푸른 화염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신에게 선택받은 영웅의 검 앞에 마왕의 공격은 그저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였다.


푸우욱-.


푸른 화염이 잔상을 남기며 정확하게 마고토스의 심장에 박혔다.


“돌아가라. 이곳에 너희의 자리는 없다.”


마고토스가 눈을 부릅뜨고 바란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어렵네.”


그녀가 손을 덜덜 떨며 용살검을 매만졌다.

차가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허탈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박탈감이었다.

여전히 기분 나빴다.

아마도 오늘 이후로 기약 없는 긴 잠에 빠질 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신이라는 놈들은 참으로 정이 안 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푸른 화염이 그대로 마고토스를 집어삼켰다.

새파랗게 타오르던 화염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방금까지 앞에 서 있던 사악한 존재는 사라졌다.


“크으윽.”


다리에 힘이 풀린 바란이 주저앉았다.


* * *


두 기운이 부딪힐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하늘이 울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싸움이었다.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전해지는 기운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감히 누구도 그 싸움에 끼어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싸움이 끝났다.

바란의 신형이 휘청거리며 주저앉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바란에게 달려갔다.


“백작 각하!”

“각하!”


다급하게 바란을 부축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에 초점이 없는게 위험해 보였다.


“에베르 사제!”


로빈이 다급하게 에베르 사제를 불렀다.


“이미 와 있습니다.”


에베르 사제의 손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신성마법이 효과가 있는지 흐릿하던 바란의 눈빛이 돌아왔다.


“괜찮으세요?”


로빈이 바란에게 물었다.


“와. 마왕이라고 하더니 진짜 강하네.”


바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혀왔는데 직접 싸운 바란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로빈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좀 쉬고 싶은데?”


바란의 말에 로빈이 에베르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에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저희가 잘 마무리할게요.”

“부탁할게.”


바란이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 * *


신을 보았다.

마고토스의 마기가 목을 조여올 때 신을 볼 수 있었다.

죽음으로 인한 환상이 아닌가 했지만 분명 신이었다.

신의 등장 이후 몸에서 이유 모를 힘이 솟구쳤으니 분명 자신이 본 것은 신이 맞았다.

그리고 바란은 다시 자기 눈앞에 나타난 중년 남성을 보고서 확신할 수 있었다.


“고생했다.”


목소리는 달콤했고, 말투는 한없이 자상했다.

마치 구름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 같았다.


“선택받았다고 하여 모두가 가야 할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바란의 행보를 누구보다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이젠 저는 어떻게 되나요?”


조금은 멍청한 질문이었다.

신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왠지 죽음에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였다.


“영웅으로서 수많은 것들을 누려야지.”


마왕을 물리치고 인간을 구했다.

바란은 충분히 자격이 있었다.


“물론 영웅으로서 의무와 책임도 져야겠지만.”

“혹시 책임과 의무라 하시면······.”


신은 웃었다.

불길한 생각에 바란은 빠르게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말하였다.


“쉬고 싶은데.”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나 눈빛은 단호했다.

넌 쉴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저도 용살검이랑 함께 봉인되겠습니다.”


바란의 말에 신이 피식 웃었다.


“다르미안에게 이상한 것만 배웠구나.”

“고생했는데 제 꿈은 이루어주셔야지요.”

“누가 뭐라고 하더냐?”


의미모를 미소만 짓고 있었다.


“이만 가보마. 나중에 다시 만나도록 하자구나.”


만약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저랬을까?

신은 멀어졌다.

붙잡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신은 야속하게도 바란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 * *


팔라아.

이제는 명실상부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대도시가 된 팔라아는 아침부터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로 성문이 붐비었다.

경비병들은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두두두두.


길게 늘어선 줄 옆으로 기마병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들도 경비병을 지나치지 못하고 경비병 앞에 멈추었다.


탁-!


선두에 선 기수의 깃발을 확인한 경비병이 자세를 고쳐잡고 예의를 갖추었다.


“네스 공작 각하시다.”


가슴팍의 검은 용 무늬.

네스 공작을 상징하는 흑룡 기사단.

그리고 깃발을 들고 있다는 것은 기사단장인 로빈 세라핀 자작이라는 말.

경비병은 바로 길을 열었다.

주변 병사들은 사람들을 한쪽으로 몰아 길을 열어주었다.

길이 열리자 그들은 바로 팔라아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도 많은데 좀 걷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로빈은 말을 멈추었다.

말 한마디에 모두가 말에서 내렸다.


“시간이 촉박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국왕 전하는 그리 빡빡한 분이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공작 각하에 한해서 그런 겁니다.”


로빈의 투덜거림에 바란이 피식 웃었다.


“그래. 빨리 가지. 오늘의 주인공이 서운해할 수도 있지.”

“오베르탕 자작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바란이 팔라아 시내를 바라보았다.

생기 넘치는 대로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지.”


바란이 선두에 서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아재무적입니다.


마지막편입니다. 지금까지 ’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를 읽어주신

많은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별도의 완결 후기를 통해 감사인사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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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083 용살검의 전설 (3) 23.07.21 995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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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072 최악의 연회 (2) +2 23.07.10 1,763 41 13쪽
72 071 최악의 연회 (1) +1 23.07.09 1,914 38 12쪽
71 070 진짜의 등장 (3) +3 23.07.08 1,945 44 12쪽
70 069 진짜의 등장 (2) +7 23.07.07 2,004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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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3 활을 쏘는 기사 (3) +8 23.07.01 2,258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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