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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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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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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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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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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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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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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68 진짜의 등장 (1)

DUMMY

“으아아악!”


로렌스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앞에 서 있는 고문 기술자는 그 모습이 즐거운지 누런 이를 활짝 보이며, 불에 달군 인두를 들고서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눈을 지져줄까?”


뜨거운 열기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로렌스는 벌써부터 밀려오는 고통에 차라리 기절했으면 했다.


“아님. 코 한쪽을 지져줄까? 어디를 지져야 술술 말을 할까?”


앞에 있는 악마 같은 기술자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뜨거운 인두가 로렌스의 얼굴로 다가온 순간.


“어떻게 되었나?”


문이 열리며 로렌스에게 구원자가 등장하였다. 이 고문을 명령한 이가 구원자라고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라클랭 자작이 방에 들어오면서 고문이 멈춰졌으니 구원자라고 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군.”


라클랭 자작이 로렌스를 바라보았다.

이미 코르데에 의해 이곳에 끌려올 때부터 상태는 좋지 않았다. 모진 고문이 더해지며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퉁퉁 붓고 여기저기 상처가 나서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고, 몸 여기저기에는 보는 것만으로 아파 보이는 상처가 여러 개 있었다.


“자. 말하면 이런 고통스러운 고문은 끝난다. 원한다면 깔끔하게 사형을 집행해줄 수도 있어.”


라클랭 자작이 로렌스를 타일렀다.

인간의 정신력이란 간사했다. 굳건했던 마음가짐은 원초적인 폭력 앞에 무너지곤 하였다.

지금 로렌스의 눈빛이 딱 그러했다.


“배후가 누구야?”

“모릅니다. 정말 모릅니다. 나도 고용되어 파브올 남작에게 온 것뿐입니다.”


라클랭 자작이 눈짓하자 고문 기술자가 몽둥이 꺼내 들고 다가왔다.


퍽-.


“크악!”


퍼퍼퍽-.


“크아아악!”


기술자가 힘껏 몽둥이 휘둘렀다.

로렌스의 몸은 몽둥이가 박힐 때마다 끔찍한 소리를 내었다.


“우엑!”


결국 로렌스가 피를 울컥 쏟아냈다.

한참 매질을 하고서야 매질이 멈추었다. 로렌스는 기절이라도 했는지 축 늘어졌다.


철썩-.


물 한 바가지를 얼굴에 뿌렸다.


“푸하앗!”


정신을 잃었던 로렌스가 깨어났다.

로렌스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라클랭 자작을 바라보았다.


“자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을 바에는 깔끔하게 죽는 게 낫잖아?”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은 다 말하였습니다.”

“후우.”


라클랭 자작이 긴 한숨을 토해냈다.


“파브올 남작이 마물로 변했어. 그게 무슨 소리겠어? 악마랑 계약했다는 말이잖아.”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믿어주십쇼!”


정말 모르는 건지.

아직 고문이 좀 부족한 건지.


“여기서 말하고 깔끔하게 끝내지. 이단심문관 오면 너한테도 좋지 않아.”


이단 심문관이라는 말에 로렌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대륙에서 이단 심문관에 대한 악명은 자자하였다.

그들은 신을 모시는 악마였다.


“정말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로렌스가 애절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그건 라클랭 자작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대답에 라클랭 자작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일로 와.”


라클랭 자작이 못마땅한 손짓으로 고문 기술자를 불렀다.


“가능하겠어?”


라클랭 자작의 물음에 고문 기술자는 최대한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기술이 50가지 정도 남았습니다. 어떻게든 원하시는 대답을 들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는 열의가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고문 기술자에게 있어서 이곳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곳이었다.

의외로 귀족들은 자신과 같은 기술자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갈란디아 백작에게 미리 잘 보여놔서 나쁠 건 없었다.

그렇기에 고문 기술자는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는 목표가 확실하였다.


“사제가 대기 중이니 치료해가면서 하라고.”


라클랭 자작의 말을 고문 기술자가 이해하지 못했는지 대답하지 않고 멍한 눈으로 라클랭 자작을 바라보았다.


“죽으면 곤란해. 물론 너도 곤란해지겠지.”


죽을 것 같이 해야 입을 여는데.

그게 바로 고문의 기술인데 라클랭 자작의 말에 고문 기술자는 난감하였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비싼 돈 주고 데리고 왔는데 그렇게 말하면 많이 섭섭한데.”

“삼 일만 주신다면 제가 해내겠습니다.”

“이틀. 성공한다면 약속했던 사례에서 더 주지.”


돈이야기가 나오자 고문 기술자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돈이라면 지옥이라도 다녀올 수도 있었다.

받은 보수가 늘어난다면 그에 맞는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그의 철칙 중 하나였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제가 열과 성을 다해서 꼭 이틀 안에 성공하겠습니다.”


라클랭 자작이 의자에서 일어나 고문실을 벗어났다. 닫힌 문 넘어에서 로렌스의 고통 가득한 비명이 이어졌다.

집무실로 올라오자 바란이 대기하고 있었다.


“가신 일은 잘되셨습니까?”


바란의 질문에 라클랭 자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무실 의자에 앉았다.


“정말 모르는 것 같아. 큰일이야.”


라클랭 자작은 알 수 있었다. 정말 로렌스는 지금 자신이 아는 것을 다 토해낸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술자에게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더는 나올 내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어렵게 잡았는데 얻은 소득이 없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공작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얻었을까? 혹시 아는 내용 있는가?”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팔라아 공작이 제공한 정보는 엄청났다.

콘티나 남작의 암살을 준비하는 것을 알았고, 단숨에 이 일의 주동자인 파브올 남작까지 처리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큰일을 도모하기에는 파브올 남작의 세력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당장에 로렌스를 포함해 저 세 명을 고용한 돈도 없는 영주였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파브올 남작 뒤에 누군가 있겠지요.”

“팔라아 공작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공작이 갈란디아에 이런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마리아와 이야기를 나눌 때 알 수 있었다. 팔라아 공작이 힘을 쓸 정도로 갈란디아는 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팔라아 공작이 배후일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입막음하려고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라클랭 자작은 공작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좀 위험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배후에 있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는데.”

“그런가?”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팔라아 공작이 제일 의심이 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팔라아 공작이 이런 일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지난 연회때 대립각을 세웠다고 이런 일을 벌이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명분도 없었다.


“백작 각하께서 뵙고 가라고 하더군.”

“알겠습니다.”


바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라클랭 자작에게 인사를 하였다.


* * *


갈란디아 백작의 집무실은 깔끔하였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할 정도였다. 물론 방 안에 가구부터 시작해 장식품까지 모두 엄청 비싼 물건이었지만.


똑똑-.


“바란 케라크 남작입니다.”

“들어오게.”


백작의 목소리에 바란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앉지.”


갈란디아 백작이 미소를 지으며 바란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중년의 나이에도 웬만한 청년에게 밀리지 않을 멋진 외모를 가졌던 갈란디아 백작도 요새 많이 힘들었는지 그새 늙어있었다.


“이번 일에도 큰 공을 세웠더군.”

“어쩌다 보니······.”

“어쩌다 보니 몬스터의 왕도 때려잡고, 오크 대전사도 잡고, 이젠 마물도 잡은 건가?”


바란의 행보는 엄청났다.

본인이 욕심을 낸다고 이룰 업적이 아니었다. 정말로 신이 그를 영웅으로 정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고생했네.”

“아닙니다.”


갈란디아 백작의 칭찬에 바란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팔라아 공작과는 자네의 조언대로 하기로 했네.”

“감사합니다.”


바란은 갈란디아 백작에게 팔라아 공작의 생각을 전하였다. 그 상황에서 백작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으라고 조언해주었다.

지난 바란의 포상 건도 교황청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한 팔라아 공작의 행동이었을 뿐 갈란디아에 악감정은 없었다.


“이른 시일 내에 포상 건이 다시 진행될 걸세.”


바란은 이번 포상에서 제일 곤란한 사람이었다. 백작의 요청대로 자신은 포상 건에서 빠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자네의 포상건은 처음 교황청에서 내린 대로 백작 위를 수여할 걸세.”

“네?”


예상외의 대답에 바란이 놀랐다.

갈란디아 백작의 입장에서 바란의 승작은 원치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공작과 잘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나 역시 후작으로 승작할 걸세.”

“그렇군요.”


힘겹게 얻은 영토를 후작이라는 작위와 바꾼 모양이었다.


“미안하지만 독립은 안 되고 지금처럼 갈란디아 후작가의 봉신으로 남아줬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갈란디아 백작이 후작으로 올라가면서 백작을 봉신으로 둘 수 있었다.

그러면 바란은 독립하지 않아도 되고 갈란디아 백작도 승작과 더불어 자신의 세력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물론입니다. 저야 오히려 그 결정이 반갑습니다.”


바란이 활짝 웃었다.


“서운해도 이해해주게. 자네 입장에서도 독립하는 것보다야 갈란디아의 봉신으로 남아있는 게 좋겠지.”

“당연하지요.”


곤란한 상황이었다. 바란의 입장에서 차라리 후작의 그늘에 있는 것이 모든 면에서 편하였다.

갈란디아 백작의 입장에서도 바란을 키우면서도 자신의 세력 아래 두어 프란시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니 고맙네.”

“오히려 일이 잘 풀려서 제가 다행입니다.”


갈란디아 백작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서 공작이 나에게만 말한 것이 있었네.”


악마 추종자.

지금 프란시아 곳곳에 악마를 따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일도 그들이 갈란디아를 혼란케 하기 위해 벌인 짓이라는 말이었다.


“공작이 의심되는 거는 사실이나 파브올 남작이 마물로 변한 것도 그렇고, 지금 우리 영지와 같은 상황이 프란시아의 다른 영지에도 발생 되고 있으니.”


공작을 완전히 믿을 수 없지만, 정황상 공작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공작의 사람들이 그 악마추종자들을 추적하고 있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그래도 믿어야겠지요.”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프란시아의 왕이 되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왕관을 얻어보았자 공작에게 득이 될 일은 없습니다.”

“그렇겠지.”


로시스 왕국에서는 가끔 왕이 귀족의 세력을 꺾으려고 하는데 지금 팔라아 공작이 그런 행동을 하기에는 시기상조였다.

그가 프란시아의 왕이 되기 위해서는 프란시아의 귀족들의 동의는 필수이기 때문이었다.


“힘으로 꺾으려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겠지.”


프란시아의 대영주는 12명이었다.

대부분이 팔라아 공작을 따르고 있었다. 갈란디아 백작도 공작과 힘 싸움에서는 불리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쟁이라는 것도 사실 전력이 얼추 비슷해야 하는데 자신과 공작의 차이는 사실 압도적인 차이였다.


“힘들게 잡았는데 소득이 없으니 답답하군.”


갈란디아의 한탄에 바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게 범인을 잡았는데 나오는 것이 없었다. 중요한 키를 잡은 파브올 남작은 마물로 변해 죽어버렸으니 사건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


“곧 포상을 겸한 연회 날짜가 정해지면 기별하겠네.”

“알겠습니다.”


바란이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갈란디아 백작의 집무실에서 나왔다.


“일은 잘 보셨나요?”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로빈이 다가왔다.


“응.”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그래? 좋은데?”


바란이 애써 웃어 보였다.


“안 좋아 보이세요.”

“백작으로 승작하게 되었는데 안 좋아 보인다고?”

“네?”


로빈이 눈이 바란에게 향하였다.


“정말요?”

“응.”

“축하드립니다!”


로빈이 순수하게 좋아하였다.

그런 로빈의 모습에 바란이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모두 불러. 좋은 일이 있으니 내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알겠습니다. 당장 다 불러 모을게요.”


앞서서 걷는 로빈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마치 자신이 백작이 된 것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바란도 기분이 좋아졌다.


“비싼 거 먹어야지!”


기분이 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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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071 최악의 연회 (1) +1 23.07.09 1,913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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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069 진짜의 등장 (2) +7 23.07.07 2,003 50 13쪽
» 068 진짜의 등장 (1) +1 23.07.06 2,096 47 12쪽
68 067 세 번째 범인 (3) +3 23.07.05 2,049 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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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4 활을 쏘는 기사 (4) +1 23.07.02 2,248 49 13쪽
64 063 활을 쏘는 기사 (3) +8 23.07.01 2,258 50 13쪽
63 062 활을 쏘는 기사 (2) +1 23.06.30 2,261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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