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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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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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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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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4
글자수 :
499,954

작성
23.07.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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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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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88 마지막 전투 (4)

DUMMY

바란이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푸른 마나가 불꽃처럼 일렁였다. 마고토스의 눈은 바란의 검에 향해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검이었다.


“북쪽에 다녀온 거 같던데 용살검을 얻은 모양이야?”

“응.”

“생각보다 부지런하네. 노르디아라면 인간이 함부로 가기에는 힘든 곳인데.”


마고토스는 대견하다는 듯 말하였다.

마치 누나가 동생을 칭찬하듯.

바란이 그런 마고토스의 말투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쭈주 하기에는 내가 나이가 많은데?”

“인간의 나이는 나에게는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해서.”


칠백년 동안 봉인되어있던 마룡.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기록도 없는 불사의 존재. 마왕이니 마룡이라 부르며 멸시했지만, 그녀의 존재는 신과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인간의 나이는 의미가 없었다.


“정말 해보려고? 아까운 목숨을 너무 쉽게 쓰려는 거 아니야?”

“안 해도 죽는 거는 마찬가지처럼 느껴지는데?”

“그건 그렇지.”


자신에게 대적하지 않는다고 바란을 살려줄 생각은 없었다.


[용살검은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것이 중요해.]


다르미안의 조언을 떠올렸다.


[솔직히 따로 검술이 존재하는 게 아니야. 그냥 마구잡이로 휘두르다 하나 걸리길 바라는 거지.]


다르미안에게 배운 용살검의 검술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었다. 검이 용을 벨 때까지 미친 듯이 휘두르는 것밖에 없었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조언이었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다르미안은 칠백년 전에 눈앞의 존재를 물리쳤다.

뭐 지금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타핫!”


바란이 기합과 함께 빠르게 마고토스와 거리를 좁혔다.


부웅-.


바란의 검이 허공이 갈랐다.

방금까지 마고토스가 서 있던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그녀는 사라진 것처럼 뒤로 물러났다.


쾅-.


그러나 바란의 검은 적을 놓치지 않고 따라붙었다. 바란의 검이 매섭게 마고토스에게 날아들었으나 너무나도 허망하게 검은 그녀에게 막혔다.


챙!챙!챙-.


금속음이 터져 나왔다.

바란의 검은 무지막지하였다. 검이 닿는 공간을 모두 찢을 생각인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검을 막아내던 마고토스의 신형이 다시 흐릿해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란이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뒤쪽을 향해 검을 그었다.


쾅-!


언제 뒤로 돌아갔는지, 마고토스가 그곳에 있었다. 그러나 검은 마고토스가 아니라 그녀의 옆을 갈랐다.


챙!


재차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그 사이 마고토스의 모습은 사라졌다.


쾅-! 쾅-!


바란의 검이 마고토스를 쫓으며 매섭게 움직였다.

바란이 점유한 공간만 태풍이 몰아치는 듯하였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공간은 찢어졌다.

검이 날카롭게 울어대며 금속음을 토해냈다. 섬광이 번뜩이고 날카로운 파공성이 쉴새 없이 터져 나왔다.


“부족해. 날 꺾으려면 멀었어.”


가벼운 몸놀림으로 바란이 휘두른 검을 피해낸 마고토스가 이죽거렸다.

쿼드 체인.

지금 바란의 수준은 쿼드 체인이었다.

대륙에 바란 말고 쿼드 체인인 기사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소드마스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경지였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를 벗어난 마고토스에게는 그저 나약한 인간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 실력으로 덤빈 용기는 칭찬하지.”


분명 마고토스는 바란의 정면에서 말하였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란의 뒤쪽에서 모습을 보였다.


사아아악-.


마고토스의 주먹이 매서운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바란이 허리를 돌리며 그 힘을 이용해서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푸른 검광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러나 마고토스의 검은 섬광이 푸른 검광을 찢어버렸다.

흙먼지가 솟구쳤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란의 신형이 충격을 입었는지 뒤로 날아갔다.


“크윽.”


터져 나온 기세에 비해 바란이 입은 충격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맞을 때보다 뒤로 구르는 게 더욱 아팠다.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바란이 마고토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프?”


바란의 손등에 박혀있던 네 잎 클로버가 반짝반짝 빛나더니 이내 잎 하나가 사라졌다.

이제는 세 잎 클로버가 되었다.


“북쪽에서 부지런히도 다니셨군.”

“좀 성실한 편이라서.”


바란이 씨익 웃었다.

그의 힘은 마고토스를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이 날린 검을 뚫고 마고토스의 주먹이 가슴을 강타하려는 순간 엘프의 선물이 그를 구해주었다.


[쉬지 말고 덤벼들어야 해. 검을 휘두르다가 탈진하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공격해.]


“탓!”


다르미안의 조언에 따라 바란이 움직였다.

그의 검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좋게 말하면 힘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검술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개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마고토스는 스스로 존귀하다고 믿기에 이런 개싸움은 매우 싫어하지. 그러기에 더욱 개싸움으로 몰아가야 해.]


체인이 빠르게 돌기 시작하였다.

마나를 모두 태워버릴 것처럼 열기가 솟구쳤다. 그 열기는 용살검으로 전해졌고 푸른 검광으로 표출되었다.


쾅-.


바란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마고토스를 스쳐 지나갔다. 마고토스가 몸을 살짝 비틀어 검을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하압!”


두발 끝에 힘을 잔뜩 준 바란의 신형이 검만큼이나 빠르게 쏘아졌다.


쾅-.


바란이 그대로 마고토스를 붙잡고 바닥을 굴렀다.


쿵-.


마고토스의 발길질에 바란의 몸이 허공으로 부웅 떠올랐다.


“크윽.”


가슴팍을 매만지며 바란이 빠르게 일어났다. 마고토스는 그새 뒤로 물러나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더럽게 뭐하는 짓이지?”


그녀는 화가 났는지 미간을 좁히며 바란을 바라보았다.

존귀한 자기 몸에 함부로 손을 댄 저 미친 인간을 따끔하게 혼내줘야 해야 할 것 같았다.


파핫!


마고토스가 사라졌다.


“윽!”


바란이 빠르게 검을 들었다.

어느새 그녀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마고토스가 오른쪽 어깨를 최대한 뒤로 젖혔다. 주먹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쾅-!


그 순간 다시 바란의 손등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크윽.”


바란이 다시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검을 쥐고 있는 손이 조금 아프긴 했지만, 기사인 그에게는 흔한 고통이었다.


“이런 개 같은 귀쟁이 녀석들!”


다시 엘프의 선물이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자 엘프에 대한 짜증이 솟구쳤다.

평정심을 잃지 않던 마고토스가 엘프의 도움으로 살아난 바란을 보며 이를 갈았다.


“당장 귀쟁이 녀석들부터 다 죽여버리겠어!”


그녀의 몸에서 엄청난 마기가 흘러나왔다.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그 순간 다르미안의 조언이 떠올랐다.


[마고토스는 화가 많아. 화가 났다는 것은 엄청 무서워졌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기회야.]


바란이 빠르게 검을 수평으로 세운 채 마고토스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검이 그녀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완벽한 모습과 달리 화가난 마고소트는 너무나도 쉽게 바란의 검에 당하였다.

마왕이라고 하더니 인간과 다른 검은색 피가 솟구쳤다.


“이 미친!”


그녀는 옆구리의 상처로 눈길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바란에게 달려들었다.


“그 엘프의 선물이 언제까지 널 지켜줄지 보자고!”


바란은 순간 뒤로 물러났다.

정면으로 그녀의 공격을 막기에는 무리처럼 보였다. 엘프의 선물도 문제지만 마고토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하압!”


네 개의 체인이 돌기 시작했다.

마나 체인은 공명하며 힘을 주었다.


쾅-.


바란이 검에 모든 힘을 끌어모아 마고토스의 주먹을 빗겨냈다.

주먹과 검이 부딪히자 불꽃이 비산했다.

흩날리는 불꽃 사이로 마고토스의 눈이 번뜩였다.

바란이 검과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쾅쾅쾅-!


주먹에 실린 기운을 정면으로 받아낸 땅에서 굉음을 토해냈다.

빗나간 주먹질이 바란이 방금까지 서 있던 바닥을 들쑤셨다.


우우웅-.


바란이 지지 않겠다는 듯 힘을 끌어올렸다.

소득 없는 공방이 이어졌다.

단순한 주먹질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고 있었다.


사아악-.


주먹이 볼을 타고 지나갔다.


파핫-!


볼에 한줄기 혈선이 생겨났다.


“흐읍!”


바란이 다급하게 땅바닥을 굴렀다.


쾅-!


당장에라도 바란을 찢어 죽일 것 같았지만 번번이 피하는 바란의 모습에 약이 잔뜩 올라 있었다.


[그놈은 강하지. 엄청 강해. 그래서 그냥 싸울 거야. 기술이라는 게 없어. 알고 있었으면 그때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적수가 없는 강자는 상대를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눌러벌인다. 기술이라는 것도 비슷한 실력의 상대가 있을 때 필요한 법이었다.


우우웅-.


바란의 검이 울었다.

마나를 더욱 끌어올렸다. 어떻게든 저 속도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마고토스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해지는 기세에 바란이 아랫입술을 이를 깨물었다.


‘조금만 더.’


마나를 최대치를 끌어올렸다.


쩌저저적-.


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는 것처럼.

마나 체인이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개.


우우우웅-.


이제는 두 잎 클로버가 된 엘프의 선물이 빛났다. 초록색 기운이 그대로 바란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하나의 체인을 만들었다.

미약하던 다섯 번째 체인이 점점 뚜렷해지면 기존의 네 개의 체인과 공명하기 시작하였다.


쿵-!


바란의 검과 마고토스의 주먹이 허공에 부딪히며 묵직한 소리를 만들었다.


쾅-!


그녀의 주먹은 검을 그대로 때렸다.


쾅-.


다시 주먹이 검을 때렸다.

그러나 바란은 뒤로 밀리지 않았다.

몸속에서 다섯 개의 체인이 만들어낸 힘이 파도처럼 검을 통해 쏟아졌다.


쾅-.


바란의 검이 세차게 마고토스의 주먹을 쳐냈다.


우우우웅-.


용살검이 바란의 마나에 반응하며 울었다.

마고토스가 뒤로 물러났다.


화르륵-.


바란의 검에 푸른 마나 불꽃이 피어올랐다.

마치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처럼 마나 불꽃이 일렁였다.

바란의 검 끝이 마고토스에게 향하였다.


펜타 체인.


전설 속에서 존재한다는 힘.

반신이라고 칭해지는 경지로 모든 기사에게 목표이자 꿈인 경지.

지금 바란의 검에서 그 전설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바란을 바라보고 있는 마고토스는 미간을 좁혔다.

이내 그녀의 몸에서 무지막지한 검은 마기가 흘러나왔다.

푸른 불꽃을 잡아먹을 기세로 마기가 꿈틀거리며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압!”


바란이 한 걸음 내디뎠다.


쾅-.


바란의 발걸음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있었다.


“신이 드디어 선택한 모양이군.”


마고토스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주변의 검은색 마기가 더욱 짙어졌다.


“받아랏!”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는 마기에 둘러쌓인 마고토스를 향해 바란이 검을 내질렀다.

푸른 불꽃이 타오르며 검은 마기를 집어삼켰다.

짙은 마기 역시 푸른 불꿏을 잡아먹기 위해 아가리를 크게 벌리며 달려들었다.

푸른 불꽃이 마고토스에에게 쏟아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두 기운이 맞붙었다.

기운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충격파에 주변 땅이 흔들렸다.


쿠쿠쿠쿵-.


주변 건물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검은 구름과 푸른 불꽃은 서로에게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콰아앙!


다시 한번 격돌하였다.

두 힘이 부딪히면서 만들어낸 하얀 섬광이 모든 눈을 가렸다.


쿠르르릉-.


주변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던 정원은 황무지처럼 변하였다.

무너져 내린 성벽 너머로 싸움을 멈춘 인간과 몬스터가 보였다.

정적이 찾아왔다.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사람.

흙먼지 한 가운데 우뚝 선 바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란이 검을 늘어트린 채 서 있었다.


파팟-!


어깨에서 순간 피가 솟구치더니 어깨를 붉게 물들었다. 바란이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리며 어깨를 바라보다 앞의 적을 바라보았다.


투두두둑-.


바란의 앞의 마고토스가 눈을 크게 떴다.

푸른 불꽃이 지나간 자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검은색 핏물이 흘러나왔다.


“감히.”


가리지 않은 한쪽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쏟아졌다.

자신이 한낱 인간에게 이런 치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그녀의 몸에서는 엄청난 살기가 쏘아지고 있었다.


“죽여버리겠다.”


마고토스의 선언.

지금과 다른 짙은 마기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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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083 용살검의 전설 (3) 23.07.21 995 29 12쪽
83 082 용살검의 전설 (2) 23.07.20 1,145 28 12쪽
82 081 용살검의 전설 (1) 23.07.19 1,086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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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076 성검 원정대 (2) +2 23.07.14 1,50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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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065 세 번째 범인 (1) +3 23.07.03 2,160 47 13쪽
65 064 활을 쏘는 기사 (4) +1 23.07.02 2,249 49 13쪽
64 063 활을 쏘는 기사 (3) +8 23.07.01 2,258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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