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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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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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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375
추천수 :
6,254
글자수 :
499,954

작성
23.07.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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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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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083 용살검의 전설 (3)

DUMMY

석조 건물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얼마 걷지 않아 거대한 공간이 나왔다.

광장 한 가운데에는 검 한 자루가 바닥에 꽂혀있었다.

마치 자신이 너희가 찾고 있는 그 물건이라는 것처럼.


[선택받은 자만이 발릭스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검 앞에 작은 글귀가 보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검 잘못 잡으면 큰일나지 않아?”

“선택받지 않으셨다면 그렇겠죠.”


에베르의 말에 바란이 주춤하면서 스토벨과 에베르를 바라보았다.

어릴 적 읽었던 소설 속에서 저런 검을 함부로 잡았다가 바보가 된다거나 사람이 미치거나 하는 이야기가 문뜩 생각났다.


“만약에 내가 선택받은 이가 아니라면 어쩌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에베르 사제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란은 찝찝한 표정으로 검에 다가갔다.


“확실하지?”

“린드부름을 물리치고 이곳에 왔다는 게 자격을 증명한 겁니다.”


에베르가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바란이 마음을 굳힌 듯 결연한 표정으로 바닥에 꽂혀있는 장검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장검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손잡이가 좀 더 화려했고 검신의 폭이 일반 장검보다는 넓었다.

바란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스토벨과 에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숨을 한번 크게 쉰 바란이 검을 쥐었다.


“흐음?”


묘한 느낌에 감각이 깨어났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다시 시야가 돌아왔다.

익숙한 느낌이었다.

기절하는 느낌이랑 똑같았다.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마치 물속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스토벨과 에베르의 목소리가 웅웅거렸다.

시야가 검게 변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정확하게는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뭐야?’


당황한 순간, 바란의 의식이 끊어졌다.


* * *


“응?”


아주 잠시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뜬 바란은 정체 모를 공간에 와 있었다.

어두컴컴한 석조건물 안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스토벨과 에베르도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는 안개가 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태운 것 같이 빡빡한 안개였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안개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바란은 주변을 살폈지만, 자신이 서 있는 공간만 확인될 뿐 다른 공간은 모두 어두운 공간뿐이었다.


“드디어 왔군. 너무 오래되어 얼마 만인지도 모르겠군.”


안개가 걷히며 한 사내가 모습을 보였다.

나이는 이십 대 중후반쯤 되었을까?

머리는 대륙에서 보기 힘든 청동색이었고 단아한 이목구비가 아주 바르게 생긴 잘생긴 청년이었다.

가죽 갑옷으로 무장한 가벼운 차림새인 사내였다.

바란은 재빠르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으나 손에 만져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뭐라고 나를 소개해야 할까?”


경계심 가득한 바란의 표정에 사내가 난감한 미소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누구?”


인간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존재는 인간을 넘어선 존재라는 걸.


“나는 다르미안 시프라이너다.”


알 수 없는 이름이었다.

적어도 바란의 머릿속에 있는 이름은 아니었다. 바란이 모르겠다는 눈으로 바라보자 다르미안이라고 밝힌 사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하였다.


“오래전 마룡 마고토스를 봉인한 사람이자 지금 네가 잡은 발릭스의 전대 주인이지.”


사내의 소개에 바란이 입을 떡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름 없는 영웅.

책 속에 기록된 영웅이 눈앞에 나타났다.


“날 아는 모양이네?”

“음. 정확하게는 모르고 그저 책에서 뵌 적이 있지요.”

“하하하.”


바란의 대답에 다르미안이 시원하게 웃었다. 바란은 그에게 이름 없는 영웅으로 기록되었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붙여주었다.


“그렇군.”


조금은 그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바란은 조금은 그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엄청난 업적을 이룬 사람인데 어떠한 이유인지 이름이 전해지지 않았다.

조금은 씁쓸할 수는 있었다.


“뭐 그건 그렇고. 이 검을 찾아왔다는 것은 마룡 마고토스가 다시 세상에 나타났다는 거군.”

“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룡 마고토스가 세상에 한 번만 나타난 거는 아니지. 그때마다 신에게 선택받은 이들이 이 검을 찾았지.”


인간의 능력으로는 마왕인 마고토스를 잡을 수 없었다. 아무리 바란이 뛰어난 재능으로 신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펜타 체인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마고토스를 봉인시킬 수 없었다.


“발릭스만이 그 용을 재울 수 있지. 솔직히 용살검이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지.”


다르미안이 장난스럽게 말을 하였다.


“용 잡는 방법을 배워볼 텐가?”


다르미안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다.

마룡 마고토스에 대해서는 자신만 한 전문가는 세상에 없다고 말하였다.

자신에게 배운다면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 * *


다르미안은 검과 함께라고 하였다.

이 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곳에서 오랜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였다.

바란은 다르미안에게 바로 배우기 시작하였다.

이 특수한 공간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다. 이곳에서 두 달이 밖에서는 한 시간이었다.


“마고토스가 왜 강한 줄 알아? 빠르고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압도적이라서 그래.”


시작부터 아주 절망적인 내용이었다.

다르미안은 아무렇지 마고토스의 강함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었다.

힘을 다해 브레스를 뿜으면 대도시 하나쯤은 불바다가 된다고 하였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하지. 물론 그 생각은 아주 큰 오산이지.”


바란은 그 의견에 동의하였다.

지난 로브리아에서 본 마고토스는 자신이 어떻게 할 존재가 아니었다. 실력이 어느 정도는 가늠도 안 될 정도였다.


“자 이 검이 왜 용살검일까?”


그의 앞에 발릭스의 모습이 보였다.

검신이 조금 넓은 평범한 장검이었다.


“듣기로는 드워프가 신의 의뢰를 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더군. 검에 걸린 마법의 상성이 마고토스를 상대하기 아주 좋아.”


검에 걸린 다양한 능력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용살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능력이 있었다.


“자. 이 검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그렇게 다르미안의 검술 강좌가 시작되었다.

이곳의 시간으로 오 일 동안 밤낮없이 검술 수련에 몰두하였다. 도대체 무슨 공간인지 극심한 체력 소모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회복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오 일째에서 육 일째가 되던 날 다르미안은 자신의 교육이 끝났음을 알렸다.


“내가 알려줄 건 다 알려주었다.”


다르미안은 숙제를 마친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바란이 공손한 어조로 되물었다.


“정말 이게 다인가요?”

“그래. 다 알려주었다. 솔직히 이곳으로 마고토스를 데리고 올 수도 없잖아? 그래도 검술에 대해서 아주 감각이 좋아. 혹시 원래 세상에서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나?”

“천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바란의 말에 다르미안이 웃었다.

다르미안이 가르친 검술은 무서울 정도로 극한의 강검이었다. 그 강검과 함께 쉬지 않고 움직이는 몸놀림은 과연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인가 생각될 정도였다.

공격 하나하나가 필살기나 다름없었다.

보이는 족족 검을 쑤셔 박는 아주 무서운 검술이었다. 방어따위는 없었다.

몸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다리가 지켜줄 것였다. 오로지 공격, 그리고 공격이었다.


“용살검 발릭스는 무엇이든 다 가를 수 있다. 그게 아무리 마룡의 피부라고 하더라도 용살검 앞에서는 소용없지.”

“그렇군요.”

“솔직히 인간의 모습인 마고토스와 싸울 때도 충분히 써먹어도 되기는 해. 인간이라고 해서 피부가 인간처럼 약해지는 것은 아니거든.”


다르미안은 자신이 마룡 마고토스와 싸운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황청에서 엄선한 열 다섯명의 결사대가 마고토스를 봉인하러 출발하였다.

열 다섯명의 결사대는 사흘 밤낮을 싸운 끝에 결사대의 리더였던 다르미안이 놈의 심장에 검을 박아넣는 데 성공하였다.


“그 이름 없는 영웅이 바로 나라는 말이지.”

“오······.”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바란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런데 마고토스가 아직 용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네. 지난번에 만날 때에는 인간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다르미안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고토스가 성격이 좀 급해. 아마 아직 힘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인 모양인데.”

“그렇습니까?”

“화려한 등장을 좋아하는 족속인데 의외네.”


연회에서의 등장도 화려했다.

거기에 대공의 딸까지 납치했고 자신의 위치를 친절하게 알려주는 자신감도 보여주었다.

바란의 입장에서는 그 등장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좀생이처럼 납치나 하고 그럴 존재가 아니야. 용으로 등장해서 도시 하나 정도는 브레스로 날려주어야 맞는데.”


끔찍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다르미안이었다.


“무슨 일인지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네. 알아서 나타나 주고, 그것도 모자라 어울리지 않게 납치나 하고.”


다르미안의 시대보다도 더 오래전에도 마룡 마고토스는 세상에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룡의 등장은 언제나 브레스로 도시를 날리고 시작했다. 이번 등장은 마고토스답지 않았다.


“마왕이 세상에 등장하면 끔찍한 일이 생겨나지.”


마룡 마고토스가 나타났을 때.

그 피해 규모는 환산할 수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대륙이 절반이 날아갔다고 하였다.


“그런데 제가 과연 마룡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움 가득 묻어난 바란의 질문에 참으로 현명한 대답을 한 다르미안이었다.


“마룡이든 마왕이든 결국 그것도 신이 창조한 존재이지.”


다르미안이 말을 이어갔다.


“그에 반해 너는 신이 선택한 존재이다. 신이 이 세상을 없애려고 했다면 애초에 선택받은 존재라는 것은 없겠지.”


결국 이 모든 것이 신이 관여한 일이었다.

신은 세상이 망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에 인간에게 자신의 권능을 나누어주었다.


“신이란 존재가 참으로 고약해. 그냥 자신이 나타나서 딱 하고 구원해주면 참 좋은데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지.”


사제가 듣는다면 신성모독이라고 할 이야기였다.

다르미안은 덤덤하게 말을 마치고서 활짝 웃었다.


“자 그럼 열심히 훈련해볼까? 여기서 최대한 검술을 익혀야 하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사실 검술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다양한 상황에 맞게 빠른 몸놀림을 보여주고 마고토스에게 유효 공격을 위해 빠르게 붙었다가 공격을 마치고 벗어나는 것이 주인 검술이었다.


“이 정도면 인간인 마고토스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거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후에 다르미안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이걸로 괜찮을까요?”

“용으로 변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제힘을 다 발휘하지 못할 거야. 그놈의 질투가 뭐라고.”


어쩌면 다행이었다.

다르미안은 완전체로 각성한 마고토스를 상대했지만 바란은 자신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고토스가 준비되지 않은 채 움직였다.


“그리고 물어볼 게 있는데······?”


바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눈앞의 다르미안이라는 존재는 정말로 대단하였다. 기본적으로 매우 뛰어난 기사였다. 마룡을 봉인시킬 정도라면 생전에 펜타 체인의 수준이었을 거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그에 대한 기록을 포함해 그 결사대의 기록이 모두 없었다.

기록에는 이름 없는 영웅 단 하나로 모든 일이 기록되어 있었다.


“도대체 왜 이름 없는 영웅으로 기록되었을까요?”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들을 지우지 않는 한 구전으로라도 내려와야 이야기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그 이유를 다르미안에게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원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아재무적입니다.

드디어 추천글이 올라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이기에 추천글이 조금 민망하지만

기분이 좋은건 부정할 수 없네요 ㅎㅎ

추천글을 올려주신 백만개님께 감사드립니다!

추천버프로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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