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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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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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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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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6 성검 원정대 (2)

DUMMY

겐크로 돌아가는 길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리하시면 안 됩니다.”


마왕과의 싸움에서 바란은 크게 다쳤다.

아주 난폭한 싸움에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팔 하나는 금이 갔고 주먹으로 강타당한 갈비뼈도 운이 좋게 부러지지 않았지만 뼈가 크게 상했다.

그거 이외에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정말 자주 다치면 탈모 오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의 몸은 소모품입니다. 많이 쓰면 닳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네! 왜 유명한 기사들이 단명하는지 모르겠습니까?”


에베르의 말에 바란이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느낌 탓인지 몰라도 그 사이에 이마가 조금 넓어진 느낌이었다.


“이번에 겐크로 돌아가시면 완전히 회복되기 전까지 노르디아는 못 가시는 겁니다.”


에베르는 단호하게 말을 하였다.

이번에는 바란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은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목적지인 겐크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도착입니다.”


저 멀리로 겐크 성이 보였다.

봄에 로브리아로 출발했는데 여름이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젠 제법 후덥지근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역시 집이 최고야.”


겐크에서 머문 시간이 많았던 만큼 바란에게는 집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이젠 제법 도시 같네요.”

“그러게. 그동안 달자스가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네.”


멀리서 보이는 겐크는 유령도시의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봄에 로브리아로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어두컴컴했던 겐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백작으로 승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백작 각하.”


마을 입구로 들어가자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지 달자스와 마르셀이 바란을 마중 나왔다.


“응. 잘 지냈어?”

“뭐 바쁜 나날이었습니다.”


달자스가 미소를 지었다.

바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겐크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었다.

여기저기 전쟁의 흔적이 있던 집들은 모두 깔끔하게 보수되었고, 거리에 노숙하던 이들로 넘치던 거리는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고생했겠네.”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보다야 여기 마르셀 행정관이 고생이 많았죠.”


처음 수도원을 나올 때마다 하더라도 통통하던 볼살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전히 눈 밑에 검은 기미도 이제는 한 몸처럼 남아있었는데 그 색이 어찌 더 진해진 느낌이었다.


“들어가지죠. 보고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습니다.”


달자스의 말에 바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기분을 다 느끼기도 전에 현실로 돌아와 버렸다.


“그래.”


바란이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성으로 향하였다.


* * *


여름이어도 동이 틀 무렵에는 그리 덥지 않았다. 바란은 오랜만에 연무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쪽 벽에 세워진 목검을 들었다.


붕-. 붕-.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읏차.”


허리를 이리저리로 풀던 바란이 검을 제대로 잡았다.

목검이었지만 검을 고쳐 잡은 바란에게서 풍기는 기세는 예사롭지 않았다.

순식간에 바란이 뿜어내는 투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노르디아의 달스브렌이라.”


전혀 알려진 곳이 아니었다.

사실 노르디아 자체가 미지의 땅이었다.

야만족인 바이킹과 엘프가 공존하는 특이한 땅.

마법과 생명이 시작되는 곳이자 죽은 자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안식처인 곳.


탁-.


바란이 한 걸음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부웅-.


검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하압!”


기합과 함께 푸른 마나가 검을 휘감았다.

날카로운 기세가 실린 검이 연속으로 허공을 갈랐다.

빨랐다.

동시에 여유로웠다.

마치 맹수가 여유롭게 사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검에 실린 기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아. 하아.”


숨을 토해내며 검을 계속해서 휘둘렀다.

바란이 아버지에게 배운 검술 중 하나였다.

바람과 같은 검술이라고 하였다.

때로는 산들바람처럼.

때로는 거친 질풍처럼.

검이 움직일 때마다 바람이 함께였다.


“흡!”


세 개의 체인이 매섭게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거친 기세가 일어나며 검으로 푸른 마나가 집중되었다.

단숨에 공간을 찢어버리는 검술.

바란에게 있어서 필살기와 같은 기술이었다. 단숨에 적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는 검술이었다.

단지 스스로 힘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여러 번 구해준 기술이었다.


탁-.


검을 내려놓은 바란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점점 상대하는 존재들이 강해졌다.

처음에는 싱글 체인으로도 해 볼 만 했던 오크였다. 이제는 넘어설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되는 마왕과 싸워야 했다.

더 이상 기본 검술로는 적을 상대하기 어려웠다. 수준 높은 검술을 사용해야 했고 때로는 온몸이 무기여야만 하였다.


“뭐 열심히 하면 되겠지.”


바란이 멀리서 떠오르는 해를 보면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였다.


* * *


바란은 오랜만에 달자스와 로빈을 데리고 겐크 시찰을 나왔다.

지나가는 바란을 확인한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바란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들어주었다.


“백작 각하께서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헨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여기 헨리 상단이 있다고 해서 들렸어.”

“하하하. 직접 찾아와 주시고 영광입니다.”


헨리가 여전히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다가 상단 본점을 내다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헨리는 자신의 상단 거점을 아르투아에서 이곳 겐크로 이동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는 그동안 돈을 벌어다 준 종군 상인으로는 돈을 더 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전처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걸로 상단을 유지하기에는 헨리 상단의 규모가 매우 커졌다.


“북쪽과의 거래를 위해서는 여기가 최적이지요.”


상단을 키운 헨리는 북쪽의 레그바니아, 루그넨시아가 주 거래처로 바뀌었다.

밀을 중심으로 하는 생필품과 북쪽에서의 몬스터 부산물을 교역하였다.

북쪽과 거리도 가까우면서 안정적인 곳은 이 겐크밖에 없었다. 거기에 겐크의 영주는 예전부터 알고 지낸 바란이니 헨리 입장에서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뭘 좀 물어보려고 왔어.”

“어떤 것이든 물어보십시오. 다 답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헨리가 웃으며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바란이 피식 웃었다.


“요즘 북쪽은 어때?”

“여전히 난리이지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몬스터 천지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거대 도시를 중심으로 다시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었다.

갈란디아의 승리를 들은 많은 귀족들이 분전하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상행을 했던 전과 다르게 지금은 그래도 교역로가 많이 안정된 편이었다.


“란스테르크는 어때?”

“아.”


란스테르크는 예전부터 중요한 교역지였다. 항구도시로써 노르디아를 비롯해 물자가 모이는 곳 중 하나였다.

특히 노르디아의 특산품을 구할 수 있어 상인들에게는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바란의 질문에 헨리의 얼굴이 어두웠다.


“란스테르크의 경우는 좀. 최근에 그곳에 갔다는 상인이 없습니다.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일단 인근 지역이 모두 난리이니.”


전보다 나을 뿐이지 여전히 몬스터 때문에 고립된 곳이 많았다.


“란스테르크는 지금 고립상태라서. 상인들도 좀 더 안전한 레그바니아쪽으로 가는 편이라 아직 들은 바가 없습니다.”


헨리의 말을 들어보니 아직 마왕이 란스테르크에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았다.


“란스테르크에 가셔야 합니까?”


헨리가 눈을 빛냈다.

백작이 직접 와서 물어본다는 것은 뭐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 후작가의 연회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바란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았을 때는 전쟁이 다시 시작될 모양이었다.

종군 상인은 괜찮은 수입원이었다.

헨리는 그동안 바란의 비호 속에 종군 상인으로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상단을 이만큼 키워내는데에 전쟁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인 특유의 돈 냄새에 반응하자 바란이 인상을 찌푸렸다.


“전쟁을 바라는 것 같군.”

“꼭 그런 거는 아니지만 전쟁이 저를 부자로 만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헨리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바란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전쟁은 누군가에게는 비참하고 슬픈 일이지만 누군가에는 기회였다.

자신도 전쟁을 통해 백작이라는 작위까지 올랐다. 전쟁이 아니라면 평생 생각도 하지 못할 위치였다.


“종군 상인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하겠네.”

“갈란디아에서 저만큼 곡물을 취급하는 상인도 없습니다.”


바란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성장한 만큼 헨리도 성장하였다. 이제는 갈란디아의 제일 큰 상단이라고 할 정도로 헨리 상단의 규모가 엄청 커졌다.

바란은 여기에 온 진짜 이유를 헨리에게 말하였다.


“그리고 자네 혹시 노르디아에 간 적 있나?”

“노르디아는 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

“저도 전에 우연히 바이킹족을 보긴 했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노르디아는 상인들에게는 미지의 땅이었다.

그저 한 번씩 해안 도시에 교역을 위해 오는 바이킹족을 보긴 했지만, 그것도 헨리가 운이 좋은 것뿐이었다.


“노르디아에 다녀왔다는 상인 이야기는 들어는 보았습니다.”


노르디아는 아주 척박한 땅이었다.

대륙의 인간에게 허용한 곳은 프라겐이라는 항구도시 하나뿐이었다.

말이 좋아 항구도시이지 인구가 좀 많은 마을 수준이었다. 그곳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고 프라겐의 지배자의 허가를 받은 이만이 들어갈 수 있었다.


“워낙에 폐쇄적인 곳이니 상인들도 쉽지 않은 곳입니다. 거기에 그들의 성질을 생각하면 목숨을 걸고 가야지요.”


바이킹은 호전적인 민족이었다.

자신들의 말로는 엘프와 드워프의 피를 반반씩 이어받았다고 하는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오크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간혹 노르디아의 물건이 거래되지 않은가?”

“브레토니아에서 약탈한 전리품을 처리하러 란스테르크로 한 번씩 방문하기는 하니까요.”


바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인 헨리에게도 노르디아는 미지의 땅이었다. 대륙에서 노르디아에 대해서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괜히 교황청의 요청을 수락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설마? 노르디아로 가시는 거 아니시죠?”


눈치 빠른 헨리가 잽싸게 물었다.


“아니야. 그냥 일이 좀 생겨서 궁금했을 뿐이네.”


바란이 다급하게 말을 하였다.

소수의 인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괜히 헨리가 알아봤자 좋을 일도 없었다.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노르디아로 간다고 생각하고 움직이지 말게. 크게 손해 볼 거야.”


헨리는 바란에게 있어서 좋은 파트너였다.

전쟁을 통해 부를 축적한 헨리였다. 그래도 헨리는 선이라는 것을 지킬 줄 아는 인간이었다.

그러기에 바란도 헨리와 거래를 계속 이어오고 있었고.


“명심하겠습니다.”

“아마 곧 달자스가 올 거야. 나 말고도 다른 귀족들에게 연결해주도록 하겠네.”


바란의 말에 헨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매번 감사합니다.”

“자네가 내는 세금이 얼마인데. 자네가 잘 되어야 우리도 잘 살지.”

“감사합니다.”


헨리는 겐크에 자리를 잡으며 엄청난 기부금을 내었다고 하였다. 마르셀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의 강림이라고까지 표현할 정도의 거금이었다.


“그리고 이거.”


헨리가 와인 하나를 바란에게 내밀었다.


“이제는 새삼스럽지만 그래도 저희 사이에 이 와인만큼 확실한 신뢰를 주는 것도 없지요.”

“매번 고맙네.”


바란이 와인을 들었다.

예전부터 헨리는 와인을 챙겨주었다.

비싼 와인은 아니었지만 그는 성의로 늘 바란에게 와인을 한 병씩 선물해주었다.

오랜 거래에 대한 우정쯤일까?


“그럼 가 보겠네.”


바란은 와인을 들고서 밖으로 나왔다.

노르디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어 바란은 답답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 신이 자신을 좋은 길로 안내해줄지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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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078 달스브렌으로 (1) 23.07.16 1,348 33 13쪽
78 077 성검 원정대 (3) 23.07.15 1,398 34 12쪽
» 076 성검 원정대 (2) +2 23.07.14 1,50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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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074 최악의 연회 (4) +5 23.07.12 1,732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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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072 최악의 연회 (2) +2 23.07.10 1,762 41 13쪽
72 071 최악의 연회 (1) +1 23.07.09 1,913 38 12쪽
71 070 진짜의 등장 (3) +3 23.07.08 1,945 44 12쪽
70 069 진짜의 등장 (2) +7 23.07.07 2,003 50 13쪽
69 068 진짜의 등장 (1) +1 23.07.06 2,095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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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3 활을 쏘는 기사 (3) +8 23.07.01 2,258 50 13쪽
63 062 활을 쏘는 기사 (2) +1 23.06.30 2,261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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