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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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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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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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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62 활을 쏘는 기사 (2)

DUMMY

“어디서 난 거야?”


바란의 질문에 페키르가 길 건너의 대장간을 가리켰다.


“여기저기 구경하는데 저기 대장간에서 이런 화살을 만드는 걸 우연히 봤습니다.”


대장간 주변을 배회하던 페키르의 눈에 특이한 화살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인 화살촉에 비해 크기가 큰 화살촉을 발견한 페키르가 호기심에 대장간에 들어갔고 정말 우연히 팔뚝만 한 화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번에 말씀하셨던 화살 맞죠?”


워낙에 그 모양이 특이해서 페키르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응. 그 대장간으로 가보자.”


바란의 말에 페키르가 안내하였다.

멀지 않은 곳에 대장간이 있었다. 대장간의 주인은 갑자기 들이닥친 바란의 등장에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귀한 기사분께서 이런 누추한 곳까지 어인 일입니까?”

“이 화살.”


바란이 들고 있던 화살을 대장장이에게 건네주었다.


“뭐지?”

“네?”

“왜 만들었냐고?”


험악한 분위기에 주인이 입술이 바짝 마르는지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게 누가 와서 부탁한 것이라서.”

“누가?”

“이름은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바란이 미간을 좁히며 주인을 바라보았다.


“누군지 모른다?”

“저희야 돈만 준다면 다 하지요. 이 화살을 부탁한 이는 비용 모두를 선불로 계산한 거라서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지요.”


바란이 주인을 노려보았다.

잔뜩 겁에 질려 있긴 했지만 거짓말하는 거 같지는 않았다.


“오늘 중으로 주문한 화살을 찾으러 온다고 하였으니 제가 따로 기별을 넣을까요?”


화살을 주문한 이가 찾으러 온다고 말하자 바란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다른 거는 없어? 이 화살을 주문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이런 화살을 처음 봐서 저도 어디다 사용하냐고 물었는데 호랑이를 잡는다고 하였습니다.”

“사냥꾼인가?”

“차림새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아마 사냥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인은 생각나는 모든 것을 바란에게 털어놓았다. 쓸데없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 범인에 대한 단서가 있긴 하였다.


“맞는 거 같지?”


바란이 로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마도 이 화살을 주문한 이가 발랑티안 자작을 살해한 범인인 것 같았다.

화살을 주문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범인 확정이었다. 설령 범인이 아니더라도 범인과 연관된 자일터.


“그런 거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라클랭 자작에게 가자. 페키르는 혹시 모르니까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바란은 페키르와 병사들을 남겨두고 로빈과 함께 빠르게 라클랭 자작에게 향하였다.


* * *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군.”


라클랭 자작은 불안한 표정으로 범인이 올 예정인 대장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병사들이 이곳저곳에 있으면 의심하고 안 올겁니다.”

“그렇긴 하지.”


당장 병사를 총동원하려는 라클랭 자작을 말린 것은 바란이었다. 괜히 대장간의 골목에 병사들을 풀어서 이득인 것은 없었다.

바란의 조언에 따라 갈란디아 기사단의 기사 열 명이 주변에 포진하고 있었다.

갑옷을 벗어 던지고 평상복차림으로 자신의 무기는 숨기고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얼마 전에 쿠르트에게 당했던 적이 있어서 라클랭 자작은 불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였다.


“혹시 모르니 호랑이를 잡는 사냥꾼을 조사해보셨습니까?”

“당연하지. 로브리아 성안에 사는 이는 없으니 성 밖 마을로 내보내서 확인하고 있네.”


발랑티안 자작을 살해할 때 실력을 봐서는 기존 로브리아에 터를 잡고 살던 이가 아닐터이다.

사냥꾼이 맞다면 최근에 마을로 흘러들어온 이 중 하나일 것이었다.

아무리 로브리아가 대도시라고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온 낯선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 경계심이 있는 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오늘 오는 게 맞소?”

“주인이 오늘 중으로 물건을 찾으러 온다고 했으니 올 겁니다.”


라클랭이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뭐 골목길에 흐르는 묘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오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였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장님. 시키신 것을 알아봤는데 부합하는 자가 하나 있습니다.”

“그래?”


기사 하나가 라클랭 자작에게 와 보고 하였다. 마을을 조사시킨 결과가 한나절 만에 나왔다.


“최근 두 달 전에 로브리아 외곽 마을에 사냥꾼 하나가 새로 왔다고 합니다. 이름이 티모스라고 했답니다.”

“그놈이군.”

“마을에서도 워낙 떨어진 곳에 작은 오두막에서 생활하고 있고, 마을 사람들과 왕래도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로브리아로 온 사냥꾼은 그자밖에 없습니다.”


라클랭 자작이 바란을 바라보았다. 바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몰라 오두막 주변에 병사를 남겨두고 왔습니다.”


수하의 조치에 라클랭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온 거 같습니다.”


바란이 말에 라클랭 자작의 시선이 대장간으로 향하였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

가죽 모피를 입은 사내는 등에 활을 메고 있었다.

사내는 주변을 살펴보고서 대장간으로 들어갔다.

범인의 등장에 라클랭 자작이 흥분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잡지.”

“그 팔로요?”


바란이 하얀 붕대가 감겨있는 라클랭 자작의 팔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쿠르트의 습격으로 당한 상처는 제법 깊었다.

라클랭 자작이 선두에 서서 싸울 일은 한동안 없을 것 같았다.


“아.”


라클랭 자작도 바란의 이야기에 자신의 팔 상태를 깨닫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쾅-.


바란이 움직일 준비를 하는 사이 대장간에서 폭음이 터졌다.

그리고 방금 대장간으로 들어간 티모스가 활에 화살을 건 채로 밖으로 나왔다.


“잡아라!”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


주변에서 대기 중인 기사 둘이 병장기를 꼬나쥐고 티모스에게 달려들었다.


펑-.


“으악!”


티모스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기사의 어깨에 박혔다. 옆에 기사가 그 사이에 거리를 좁히고 검을 휘둘렀다.


부웅-.


검은 아쉽게 티모스를 피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


퍽-.


“크악!”


화살이 다시 가슴에 박혔다.

기사는 그 자리에서 절명하였다. 티모스가 바로 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이런.”


그 모습에 바란이 황급히 검을 챙겨 밖으로 나가 티모스가 도망간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쫓아라! 범인이 도주한다!”

“골목을 나가지 못하게 막아라!”


도주하는 범인을 쫓기 위해 병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유령처럼 사라진 티모스를 다시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 바란이 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 말한 그 오두막으로 안내해.”


로브리아에서 그를 찾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바람처럼 사라진 범인을 찾기 위해 아무래도 이번에도 직접 찾아가야 할 듯 싶었다.


* * *


“정말 혼자 가시게요?”


갑옷을 챙기는 바란을 보고서 로빈이 걱정스럽게 말을 하였다.


“응. 저번처럼 범인이 죽어버리면 아무것도 알 수 없잖아. 생포하려면 혼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으세요?”

“갑옷 입었잖아. 아무리 화살이 크다고 하더라도 판금 갑옷을 단번에 뚫을 수는 없겠지.”


바란이 자신의 갑옷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몬스터의 도끼질에 정통으로 맞아도 갑옷이 찌그러질 뿐 자신의 생명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하였다.


“조심하세요.”

“걱정하지 마.”


바란이 로빈의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앞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라클랭 자작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란을 보았다.


“자네 괜찮겠나?”

“괜찮습니다.”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 내가 백작 각하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잖는가?”

“안 다치면 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라클랭 자작에게 활짝 웃어 보인 바란이 오두막으로 향하였다.

오두막은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 있었다. 오두막에 멀지 않은 곳에 산이 하나 솟아올라 있었다.

은은한 투기가 오두막에서 느껴지는 게 다행히 안에 티모스라는 범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안에 사람이 있소?”


바란이 문에서 떨어진 곳에 서서 사람을 불렀다. 기습을 대비해 잔뜩 감각을 끌어올린 채 문을 바라보았다.

바란의 부름에 대답은 없었다.


“안에 있는 거 아니 그만 나오시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사내가 모습을 보였다.

6피트는 넘기는 큰 키에 금색의 곱슬머리의 사내는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졌다.

활에 걸린 화살이 매섭게 바란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푸른 눈은 여차하면 화살을 날리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었다.


“난 바란 케라크 남작이네. 로브리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 중이네.”

“티모스 그레이.”


바란의 소개에 자신을 짧게 소개한 티모스는 경계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자네가 발랑티안 자작을 살해했나?”


바란은 단도직입적으로 티모스에게 물었다.


“그렇다.”


이미 알고 온 사실을 알기에 티모스는 솔직하게 말하였다.


“왜 그랬지?”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마침 큰 돈을 제안한 이가 있었지.”


순간 바란의 입이 닫혔다.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돈이 필요하다고 사람을 죽였다니.

티모스는 당당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작은 죄의식조차 없었다.


“발랑티안 자작과 원한이 있었나?”

“아니.”

“하긴 외모를 보아하니 여기 출신이 아닌 것 같군.”


확실한 것은 아니었으나 티모스의 외모는 갈린디아와 프란시아에 흔히 볼 수 있는 외모는 아니었다.

금발도 흔하지 않을뿐더러 저렇게 창백한 피부를 가진 이는 더 드물었다.


“브레토니아 출신인가?”


외모도 그렇고, 활을 잘 쏘는 것도 그의 출신을 짐작게 하였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긍정의 무언이었다.


“누가 시켰지?”

“나도 모른다.”


티모스의 대답에 바란이 기운을 끌어올렸다.


“정말이다. 그저 큰돈을 준다고 하길래 속는 셈 치고 이곳으로 왔는데 바로 큰돈을 주었다.”

“돈을 주고받을 때 보지 않았나?”

“몰래 오두막에 두고 가서 누군지 정말 모른다.”


거짓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다.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데리고 가서 조사해보면 알 수 있을 부분이었다.


“순순히 따라온다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스릉-.


바란이 검을 꺼냈다.


“안 따라갔다면?”

“강제로라도 데리고 가야겠지.”


오두막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산으로 도주할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산에도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여기를 포위했다고 해서 날 잡아가는 게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는 아니겠지?”

“어렵지는 않겠지.”

“사냥꾼이라고 무시하면 안 될 텐데?”


은은히 투기가 올라왔다.

주황색 기운이 화살 끝에 맺혔다.


“네 놈이 기사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왔다. 브레토니아의 기사는 명예를 모르나 보지?”

“그럴 수도.”


바란도 힘을 끌어올렸다.

새로 생긴 고리까지 세 개의 고리가 힘차게 돌자 바란에게는 범접하기 힘든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바란의 기운이 그대로 티모스를 강타하였다.


“으윽.”


처음 겪어보는 강대한 기운에 티모스가 움찔하였다.


“네 놈.”

“네 수준으로는 도망칠 수 없다.”


자신감 넘치는 바란의 태도.

그러나 티모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바란의 강한 기운이 티모스를 옭아매고 있었다.


“어떻게 순순히 가겠나?”

“그럴 수는 없지.”


티모스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바란은 검에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허공에 바람이 한번 휘날렸다.

목숨을 살려 데려가려면 기회는 딱 한 번. 그것도 목숨을 끊지 않을 수 있는 일격이 필요했다.

바란은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압도적인 트리플 체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덤비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휘이잉-.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바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하아아압!”


티모스의 입에서 악에 받친 기합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기세를 터트려 바란의 기세를 밀어낸 티모스가 그대로 화살을 바란에게 날렸다.

주황색 기운이 맺힌 화살이 매섭게 바란에게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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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071 최악의 연회 (1) +1 23.07.09 1,914 38 12쪽
71 070 진짜의 등장 (3) +3 23.07.08 1,945 44 12쪽
70 069 진짜의 등장 (2) +7 23.07.07 2,004 50 13쪽
69 068 진짜의 등장 (1) +1 23.07.06 2,096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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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4 활을 쏘는 기사 (4) +1 23.07.02 2,249 49 13쪽
64 063 활을 쏘는 기사 (3) +8 23.07.01 2,258 50 13쪽
» 062 활을 쏘는 기사 (2) +1 23.06.30 2,262 5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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