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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편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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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무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7
최근연재일 :
2023.07.2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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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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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9 달스브렌으로 (2)

DUMMY

이른 아침.

바란은 일어나자 마자 간단하게 운동을 하고서 성당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찍 일어났네.”


바란의 눈에 이미 식당에 자리하고서 말린 빵을 먹고 있는 스토벨과 에베르가 눈에 들어왔다.


“새벽기도를 하느라.”


에베르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도 이번 일이 걱정이 되었는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이른 새벽 기도를 위해 예배당을 찾았다가 만나 함께 기도하고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왔다.


“다른 사람들은?”

“배 타는 것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다들 정신 못 차리고 자고 있습니다.”


바란이 피식 웃었다.

항상 힘들다고 투덜거리는 제라르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늘 묵묵히 따르던 페키르와 뼛속까지 기사인 조르주가 멀미로 퍼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당장 어제만 하더라도 조르주가 자신은 여기에 남겠다고 한 걸 보면 멀미로 고생을 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 용살검 말이야.”


바란이 빵을 가지고 에베르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름 공부했는데 알려진 게 없더라고.”


용살검 발릭스.

칠백 년 전 마고토스를 봉인시킨 성검.

그러나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교황청에서 영웅을 보내어 마고토스를 처단했다는 이야기만 가득했다.


“그렇긴 하지요. 저도 따로 알아봤는데 알려진 게 별로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전설에는 늘 영웅의 이름이 거론되었는데 희한하게 그 전설만 그냥 영웅이라고 되어 있단 말이야.”


전설 속 영웅은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찬양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심할 때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공적을 칭송하는데 아무런 내용도 없었다.


“혼자서 마고토스를 막았을까?”


영웅에게는 함께한 동료가 있었다.

그러나 그 영웅은 늘 혼자였다.

바란은 연회장에서의 마고토스를 떠올렸다. 도저히 일반적인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신의 축복과 성검을 가졌다고 연회자엥서 보았던 그 압도적인 존재를 단숨에 해치울 수 있었을까?

남겨진 기록이 진실이라면 칠백 년 전에 마고토스를 쓰러트린 이름 없는 영웅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존재였을 거다.


“거기에 교황청은 어렵지 않게 발릭스가 있는 곳을 우리한테 알려주었어. 원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하긴 하군요.”

“진실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군.”


교황청은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바란에게는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였다.

분명 무슨 이야기가 더 있겠지만 바란의 상황에서는 알 수 없었다.


“발릭스가 달스브렌에 있는 것은 맞을까? 그리고 과연 그 검이 정말 마고토스를 막는데 도움이 될까?”


바란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교황은 신의 대리자입니다. 절대로 거짓을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신의 대리자로서 교황은 진실만을 이야기해야 했다.

의심스러운 것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황청에서 바란에게 달스브렌으로 가서 발릭스를 구하라고 했다면 분명 사실일 것이다.

발릭스는 전설 속에서도 입증된 성검이었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군. 나도 신실한 신자이니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


바란의 말에 스토벨이 피식 웃었다.


“공부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린드부름이 발릭스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에베르의 말에 바란이 인상을 찌푸렸다.

린드부름.

노르디아에서 내려져 오는 포악한 생명체.

흔히 용의 흔적이라고 불리는 몬스터였다.


“그건 어떻게 잡지?”

“뭐 책에는 목에 약점이 있고, 지능이 매우 떨어진다고 나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잡았다고 하긴 하던데······.”


말은 쉬웠다.

아마 린드부름을 처단한 이는 아마도 전설 속 영웅 중 한 사람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책은 그 영웅을 기준으로 린드부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을 것이었다.

기준점이 너무나도 높았다.


“그건 가는 길에 차차 생각해보자고. 제라르도 있으니 해낼 수 있을 거야.”


바란이 활짝 웃었다. 지금 여기서 셋이서 머리를 싸매고 방법을 찾는 것보다 모두가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하루 만에 배를 구할 수 있을까?”


바란이 무거워진 분위기를 바꾸고자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었다.


“주임 사제가 보증한 사람이니 구하겠지요.”

“그래도. 어제 보니까 그녀도 그리 쉬운 인생을 사는 것 같지는 않아서.”


모두 동의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바이킹인이었고, 어머니는 브레토니아인이었다.

그녀는 신성한 엘프와 드워프의 피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프라겐에서 이방인처럼 살아왔다. 아마 프라겐의 성당이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숲속에서 혼자 살아갈 운명이었다.


“걱정할 만큼 나약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녀는 잘 해낼 겁니다.”


에베르가 인자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런 에베르의 기대를 충족시키듯 시릴이 성당에 나타났다.


“정오에 출발합니다. 준비하셔서 항구로 오시면 됩니다.”


* * *


하루 뒤, 일행은 배를 타고 킹스 피오르의 시작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비크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리자 삭막한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묘하게 흐린 날씨와 맞물려 도시의 분위기가 매우 딱딱하였다.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바이킹의 눈빛이 느껴졌다.


“이거 눈 잘못 마주치면 난리 나겠는데요.”

“눈 깔아야 하겠어요.”


일행들은 주변의 시선에 걱정스럽게 말을 하였다. 프라겐에서 하루 동안 머물면서 얼마나 많은 시비에 휘말렸는지 생각하면 벌써 피곤하였다.

호전적이라고는 들었지만 정말 바이킹이라는 족속은 싸움을 좋아하였다.

인간을 닮은 오크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근처에 킹스 피오르를 오가는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거기부터 가시죠.”

“알겠네.”


시릴이 안내하는 가게로 향해 보급품을 구매하였다. 배가 작아 많은 물품을 구매할 수는 없었지만 잡화점이라는 작은 가게는 취급을 안 하는 물건이 없었다.

다음 도시까지 가면서 필요한 물품과 일행들은 개인적인 물품 몇 가지를 구매하였다.

바란은 개인적인 물품까지 모두 한꺼번에 계산하였다.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스토벨이 걱정스럽게 말을 하였다.

아무리 바란이 백작이라고 하더라도 지출이 제법 많았다.


“교황청에서 주는 돈이라서 괜찮아.”


바란의 말에 스토벨이 흠칫하였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에베르가 입을 열었다.


“귀한 헌금이 이렇게 쓰이는군요. 교황 성하께서 아시면 아주 좋아하시겠습니다.”

“싫어할 거는 뭐야? 내 목숨값도 안 주는데.”

“그래도 귀한 헌금입니다. 신자들이 아끼고 아껴서 한 헌금인데 아껴 쓰셔야죠.”

“헌금은 나도 많이 했어. 아마 겐크 성당의 건물 하나쯤은 내가 짓지 않았나?”


에베르가 입을 다물고 한참 기념품을 고르고 있는 페키르쪽으로 사라졌다.

바란은 승자를 미소를 지으며 계산을 마저 마무리하였다.


“오늘 중으로 준비해드리지.”


오랜만에 발생한 매출에 주인의 얼굴이 밝아졌다.

판매한 물건을 다시 확인하던 주인이 바란을 바라보며 말을 하였다.


“관광객?”


흔하지 않지만, 킹스 피오르에 관광을 오는 이들이 있었다. 주인도 이들이 그런 관광객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시릴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바란을 바라보았다.


“관광객이었으면 좋겠다.”


바란이 말을 하자 주인이 환한 미소와 함께 이거저거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뭔가 바란의 말이 잘못 전달 된 모양이었다.


“왕의 언덕은 꼭 가봐야 하지. 그곳에서 바라보는 킹스 피오르의 절경은 뭔가 벅차면서도······.”

“킹스 피오르에 대해 설명하는데요.”

“끙.”


바란의 심란한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지 주인의 킹스 피오르 예찬이 계속되었다.


“이 스토비크부터는 조심하게. 같은 바이킹이지만 미친 놈들이 많아서. 아마 외지인이라면 그냥 눈만 마주쳐도 도끼 꺼내는 놈들이 많을 거야.”


진지한 표정의 경고를 마지막으로 킹스 피오르에 대한 설명이 끝났다.


“혹시 달스브렌 너머까지 간 사람이 있어?”


바란의 질문에 잡화점 주인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엘프의 영역은 함부로 가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가야 하는데 그곳에 다녀온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달스브렌에는 있을지 모르지만 아마 다른 곳에서 찾기는 힘들 거야.”


주인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설마 정말 가려는 거는 아니지?”

“우리 목적지가 거기야.”


주인의 얼굴이 미친놈을 보는 그것으로 변했다.

그렇게 물건의 구매가 끝났다.


“물건은 해가 지기 전까지 배로 배달해주겠네.”

“늦지 않게 부탁해.”

“당연하지. 신뢰하면 이 스토비크에서 내가 제일이니 걱정 말게.”


주인의 말에 바란이 피식 웃고서 잡화점을 나섰다.


“진짜 시비 붙을까 봐 걱정입니다.”


페키르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말을 하였다. 괜히 등에 멘 활을 매만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바이킹의 눈에서 탐욕스러움이 묻어났다.


“외지인에 대해서 정말 안 좋군.”

“워낙에 고립된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그래도 브레토니아에서 약탈할 때 사람도 잡아간다고 하던데.”

“다 노예로 팔려 갈 겁니다.”

“아.”


그래서 프라겐에서부터 바이킹만 보였던 모양이었다.


“혹시 모르니 다들 조심하라고. 특히 제라르는 조심해. 넌 눈빛이 내가 봐도 별로니까.”

“쳇. 저만큼 선한 인상이 어디 있다고요.”


제라르가 세상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치 성인의 재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평온한 표정이었다. 표정이 평온하다고 인상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이 정도면 대사제라고 해도 믿어도 될 만큼 선한 인상이지 않습니까?”

“부끄러운 얼굴이니 그만 해.”

“왜요? 어쩌니 저쩌니 해도 사람 사는 거는 다 똑같습니다. 여기서도 저의 선한 인상이 먹힐 겁니다. 제가 갈란디아에서는 나름 호감형이라는 소리를 들었죠.”


제라르가 다시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감고 세상 평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부끄러운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은 주변에 있는 동료들의 몫이었다.

아마 갈란디아였다면 다들 도망쳤겠지만, 노르디아라 한 발자국 떨어지는 걸로 대신하였다.


“이봐.”


어디선가 무장한 바이킹 둘이 다가왔다.

무장이 잘 갖추어진 모양새가 스토비크의 정규 병력처럼 보였다.


“스토비크의 경비대이다. 외지인이 무슨 일로 이 스토비크에 왔는가?”


경비병들의 경계 가득한 시선이 일행을 훑고 지나갔다.


“저희는 프라겐에서 왔습니다.”


시릴이 미리 준비한 프라겐 성주의 증명서와 교황청의 신분 확인서를 꺼냈다.


“남쪽의 귀족께서 킹스 피오르로 관광을 오셨습니다.”


경비는 시릴이 건네준 종이를 자세히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신원과 목적이 확실히 보장되는 서류였다.

경비병이 한풀 경계심이 꺾인 눈빛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알겠네. 아 그리고 자네.”


경비병이 제라르를 가리켰다.


“여기서 그런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는 큰일 날 걸세. 우리가 먼저 봐서 다행이지.”


경고에 제라르가 움찔하였다.


“아마 다른 이였다면 당장에 도끼를 들고 와서 휘둘렀겠지. 얼굴 잘 가리고 다니게. 얼굴 자체가 아주 시비 걸기 딱 좋게 생겼네.”


말을 마친 경비병이 종이를 시릴에게 건네주었다.


“문제 안 생기게 처신 잘하게. 특히 저 사람 사고 치지 않게 신경 쓰고. 관상이 딱 도끼에 머리가 깨질 상이야.”

“알겠습니다.”


시릴이 최대한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경비병이 못마땅한 시선을 제라르에게 한 번 더 주고서 몸을 돌려 가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풉.”

“크크크큭.”

“흐읍.”


시릴의 뒤에서는 웃음을 참는 이들로 난리였다.


“호감형이라고 하더니. 그렇게 말한 사람 혹시 어디에 문제 있는 사람 아닌가?”


조르주가 피식 웃으며 말을 하였다. 이미 한 차례 웃음을 참느라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크크크큭.”

“푸하하하핫!”

“하하하!”


제라르가 고개를 푹 숙였다.


“흐즈믈르그으.”


바란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세상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말이 맞긴 하네. 갈란디아에서는 주먹이 날아왔을 테니.”

“하지말라고욧!”


제라르의 쪽팔림 가득한 메아리가 스토비크에 가득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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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063 활을 쏘는 기사 (3) +8 23.07.01 2,258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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