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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06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10.23 22:17
조회
44
추천
4
글자
11쪽

Episode135_변화와 유실, 그리고 전진(3)

DUMMY

너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누가봐도 잔뜩 열받은 사라가 흙먼지를 헤치고 적을 향해 튀어올랐다.


한편 푸른 눈 암살단원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정신적인 떨림을 멈추었다. 그래, 생각해보면 허를 찔려서 조금 당황했을 뿐이다. 적은 제대로 상처를 내지도 못했다. 건틀릿 한 귀퉁이가 좀 부서졌을 뿐이다.


또한 그녀가 한 일련의 행동들도 워낙 절묘하게 맞물려 계산처럼 보일 뿐, 잘 뜯어보면 그저 뛰어난 반사신경이 운 좋게 작용했을 여지도 충분하다. 이를 가지고 적의 지능을 속단하긴 이르다.


아무렴, 암살단의 정보가 잘못될리가 있나? 다름아닌 암살단이다. 투르나의 기둥이자 국왕의 대리자, 위대한 암살단의 수장님이 내려주신 귀중한 정보이거늘. 의심하다니 불경스럽다!


불경스럽다아!! 화풀이를 하듯 세게 후리는 발길질에 사라는 금세 격추당해 도로 바닥에 꽂혔다. 지금건 좀 세게 아팠다.


생각해보면 이정도의 신장차에서 사라가 적과 대등히 싸우는건 힘들다. 힘은 둘째치고 크기가 문제다. 사라가 밑에서 요 이쑤시개만한 창으로 백날 적의 발가락을 찔러봤자 그가 쓰러질 것 같지도 않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치명상을 줄만한 부위는 보통 심장이나 얼굴인데, 둘 다 상반신의 위쪽에 위치해서 사라가 아무리 높이 뜀박질을 해도 절대 닿지 못할 곳이다.


그 때 멀찍이서 그녀를 향해 하온이 내달려온다. 아하, 그렇지. 하온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녀가 방금 적의 건틀렛 끄트머리를 깨부순 것에도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뭔가를 들고있던 다른쪽 손을 꽉 쥐었다.


푸른 눈 암살단원은 둘의 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를 경계했기에 그들 사이로 육중한 공격을 퍼부었다. 땅이 부서지고 마구 흔들려서 가만 서있기도 힘들다.


그러다가 끝내 적의 주먹이 하온의 위로 박혀서 사라는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보호의 기적을 발동한 덕에 그는 무사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강력한 적의 주먹이 땅을 가르고 부숴준 덕에, 그 틈으로 들어간 하온은 보호의 기적이 해제된 뒤에도 짜부가 되는 일은 없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앞을 가로막는 돌덩이들을 파괴의 기적으로 부숴 빠져나온 하온은 힘껏 발을 뻗어 눈 앞의 붉은 머리 여인을 향했다. 마침내 거리가 가까워지고, 팔을 뻗어 그는 외친다.


“사라, 손 줘!!”


물론 더 말할 것도 없지! 그 말에 따라 사라도 팔을 뻗어 하온과 손을 맞댄다. 그녀의 그 주먹 안에는 깨진 철조각 하나가 쥐어져있다. 방금 전 적의 손등을 긁었을 때 떨어져나온 건틀릿의 일부분이다.


각각 한쪽 손을 꽉 쥐고, 하온은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러 힘껏 고정한다. 이제 날아갈테니 꽉 잡아야 한다.


하온이 쥔 사라의 손, 또 그 안에 숨겨져있는 조그마한 금속조각이 그의 흑광석 목걸이와 공명했다. 그리고 이를 대상으로 치유의 기적을 발동한다.


말이 치유의 기적이지, 이런 상황에선 수리의 기적이나 다름없다. 건틀릿에서 떨어져나온 조각을 수리하면 당연히 그 파편은 원래 있던 장소로 되돌아가 붙어야 한다. 금속 조각은 자신의 모체인 건틀릿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꽉 잡은 하온과 사라도 덩달아 붕 떠오른다. 마치 강력한 자석처럼 갑주에 이끌려가며 거인의 손등을 향해 날아간다. 모래바람을 가르며 높은 고지에 오르는 동안 사라는 자길 끌어안은 동료에게 가볍게 이른다.


“온 몸을 갑옷으로 싸고돌아서 내 몸무게론 날이 안들어가!”


“맞아, 그러니까 기회는 딱 한번이다!”


그 회화는 정보의 공유라기보단 마치 서로를 향한 농담에 더 가까울 정도였다. 둘은 이미 상대가 할 말을 알고 있었고 그 답도 알았다.


부서진 건틀렛 조각이 떨어져나온 곳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하온이 사라를 밀치며 거인의 팔 위로 있는 힘껏 던졌다.


“이, 이봐···!”


사라는 당혹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물론 하온이 사라와 함께 적에게 올라탔다간 괜히 그를 지키느라 방해가 될테고, 아님 곧장 짜부가 되던지 추락하리란 사실은 알 수 있다.


허나 그렇다고 여기서 하온이 빠진다면 그는 이대로 곧장 땅 아래에 떨어지게 될텐데, 방금 보호의 기적을 써버린 그가 이 높이서 자유낙하했다간 여러 조각으로 분해되리란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하온은 웃고있었다. 체념의 의미가 아니라 안심하라는 듯 속삭이는 믿음직한 웃음. 그래서 사라는 도로 고개를 돌려 앞을 향했다. 그래, 그녀는 하온을 믿는다.


순순히 하온의 도움을 받아 화려하게 도약해, 그녀는 드디어 적의 손등 위로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이제부터 한시도 지체해선 안된다.


사라는 질주했다. 팔을 타고 달려간다. 그리고 창을 뽑아 밑으로 내려, 적이 두른 갑주를 일직선으로 긁어댔다. 그녀가 내달리는 궤적을 따라 불꽃이 일면서 일자 흉터가 그어진다.


적이 팔을 휘둘러 튕겨날 것 같을 때는 창을 갑주의 빈틈에 꽃아 고정시켰다. 마구 흔들리고 기울어지는 발판 위에서 사라는 창을 지지대로, 또 장대로, 또 디딤대로 쓰면서, 이곳저곳에 긋고 뽑고 꽃으면서 현란한 솜씨로 위를 향해 올라갔다.


바퀴벌레가 인간 팔을 올라가는 속도도 이보다는 느릴 것이다. 순식간에 팔의 위까지 올라와 어깨에 닿는다. 적의 다른쪽 손이 뒤늦게 그녀를 추적하자 사라는 또다시 예상 밖의 행동을 했다. 피하지 않고 맞선다.


마침 커다란 충격이 조금 더 필요하던 참이었으니까···! 양 다리를 갑주 사이 빈틈에 끼어 고정한 채, 머리 위로 날아오는 적의 손가락을 창으로 힘껏 받아쳤다. 그 커다란 손이 그녀가 팔을 휘두른대로 밀쳐져 멀찍이 날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도약, 목표는 적의 얼굴을 향해! 사라는 높이 뛰어 허공에 체공했다. 그리고 적의 턱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그녀가 발을 내딛은 순간, 푸른 눈 암살단원은 들은대로 그녀가 단순무식하다고 여겼다. 암만 사라의 근력이 강한들, 그녀 자체의 무게가 파리만한 이상 자신의 머리에 큰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하물며 투구를 쓴 상태로는 말할 것도 없다.


허나 모르는 소리, 그가 가지고 있는 구식 데이터는 그녀가 새로이 얻은 힘을 전혀 모르고 있다.


“너흰 아마 처음볼걸···!!”


씨익 웃으며 사라가 허리를 비틀었다. 잔뜩 자신감에 찬 눈빛, 그제서야 적은 그녀에게 무언가 더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까 전 바위를 부수며 모은 힘은 구멍을 뚫는데 써버려서 적이 보지 못했겠지만, 이번엔 바로 눈 앞에서 똑똑히 볼 수 있을 터다. 그의 갑주를 긁고 부수며 새로이 축적한 모든 충격을 이제 도로 돌려줄 때다.


“내 최대의 신기술이닷—!!”


어깨 힘 가득 실어 출격시키는 은빛의 창날, 그 끝에서 뿜어져나오는 눈부신 섬광. 먼저 강철 서슬이 적의 투구에 꽂히고, 뒤이어 모아둔 힘이 해방되며 내부로부터 폭발을 일으킨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차곡차곡 쌓여온 불꽃과 충격, 진동이 적의 얼굴에 그대로 직격한다.


“섬광파!!!”


그리고 온 사방을 한가득 채우는, 무엇보다도 강렬한 순수한 빛. 천둥과 같은 굉음으로 울부짖으며 충격파는 뻗어나간다.


힘은 투구를 가르고 턱을 부쉈다. 뼈를 타고 흘러 머리 전체를 흔들고 한순간 의식을 끊어버렸다.


본체가 기절하자 거대한 신체는 점차 본래의 크기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험악한 동료가 걸어준 기적을 푸른 눈 암살단원의 정신 에너지가 지속시키던 중이었으니, 의식을 잃자마자 그 약발이 다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꽤 높은 위치에서 떨어진 탓에, 푸른 눈 암살단원은 그 고통으로 잃었던 의식을 되찾아 단말마를 내질렀다. 물론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 한편 맨몸으로 떨어진 하온이 어찌 되었는지 설명하자면, 당연하게도 무사했다. 스스로를 정지시키는 수법은 이 상황에선 위험한 일이라 쓸 수 없었지만, 안전히 착지할 방법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가 쥐고있는 건틀릿의 조각에 조금씩 복구하려는 힘을 불어넣기만 하면,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려 위로 상승하는 성질이 생긴다. 그 부양력과 중력이 상쇄되어 결과적으로 하온은 천천히 또 느긋하게 밑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손과 팔이 무지 저리긴 했지만 말이다.


한편 멀찍이서 숨어있던 울도 사태가 진정되자 젊은이들을 살피기 위해 달려왔다. 다행히 하온은 딱히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한발 늦게 사라도 그들이 한가운데로 떨어지며 멋지게 착지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동작과 포즈였다. 물론 맨다리로 제 무게를 받아낸 탓에 심히 아프긴 했지만 말이다.


티를 내지 않고 당당히 일어선 사라. 다른 일행들의 시선도 온전히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근질거리는 입을 꾹 다물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리고 맨 먼저 말을 주체 못한 것은 의외로 울이었다.


“섬광파??”


이어서 다른 둘도,


“필살기 이름 치곤 너무 좀···”


“하루종일 이름 짓는다며 끙끙 앓더니 고작 그거야?”


기껏 모여든 동지들은 그녀의 신감각에 따라와주질 못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야유 아닌 야유. 예상치 못한 열성적인 성원에 사라는 이를 악문다.


“이 멋을 모르는 우매한 인간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온 누군가의 광소가 이 밋밋한 마무리에 화룡정점을 찍어주게 된다.


“하하하!! 역시 암살단의 정보는 틀리지 않았군!! 네놈 대가리는 아주 단순무식했어!!!”


“닥치지 못할까!!”


그대로 홧김에 던진 돌멩이가 그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으면서, 이 소신있는 암살단원은 다른 동료를 따라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가만히 두면 둘 다 며칠 지나 알아서 깨어나겠지. 쓰러진 암살단들을 가만 내버려둔 채, 반역자들은 유유히 그 자리를 빠져나와 본래의 궤도로 돌아갔다.


오늘도 유쾌한 마무리로다. 길을 떠나면서도 사라의 새 필살기 작명법은 여러 흥미로운 얘깃거릴 오가게 했고, 그녀는 있는 힘껏 시끄럽게 웃는 하온에게 꿀밤을 한대 쥐어박았다.


허나 즐거이 웃는 그들의 마음도 결국 완전히 들뜨지는 못했다. 덩달아 미소짓던 사라도 순간 마음속을 급습하는 공허감을 느껴 흠칫하게 된다. 그건 아마 그녀를 놀려먹을 이가 하나 부족해진 탓이었으리라.


작가의말
스겜 on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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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pisode127_파장(1) +5 20.10.05 60 4 10쪽
126 Episode126_시험기동 +2 20.10.02 53 5 10쪽
125 Episode125_더 깊은 내부에서(14) +2 20.10.01 67 5 11쪽
124 Episode124_더 깊은 내부에서(13) +2 20.09.27 63 4 12쪽
123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2 20.09.25 57 5 8쪽
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6 4 9쪽
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1 4 7쪽
120 Episode120_더 깊은 내부에서(9) +3 20.09.20 56 5 14쪽
119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3 20.09.17 68 5 16쪽
118 Episode118_더 깊은 내부에서(7) +2 20.09.15 61 5 13쪽
117 Episode117_더 깊은 내부에서(6) +4 20.09.12 59 5 9쪽
116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20.09.11 96 5 8쪽
115 Episode115_더 깊은 내부에서(4) +4 20.09.09 75 5 9쪽
114 Episode114_더 깊은 내부에서(3) 20.09.06 56 5 11쪽
113 Episode113_더 깊은 내부에서(2) +2 20.09.04 64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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