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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77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9.09 21:08
조회
74
추천
5
글자
9쪽

Episode115_더 깊은 내부에서(4)

DUMMY

두 거대한 칼을 휘날리는, 위풍당당한 한 명의 암살단원 아래.

113.png

좁고 긴 공동에서, 애끓는 사나이의 메아리치는 신음소리.


“크으으···!!”


칼날이 조금만 더 깊게 베도록 놔뒀다면 갈비뼈가 다 작살났을 것이다. 하온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반성했다. 눈이 먼 상태라고 방심했다가 등짝이 갈려 죽을 뻔했으니, 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곤경에 처한 것은 사라 쪽으로, 아까의 일격이 실패한 이상 이제 그녀는 두 개의 칼날을 동시에 막아내야 했다. 흑백의 검이 차례로 날아오며 그녀 하나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두 배로 늘어난 공세는 받아내기가 갈수록 버거워지고, 앞뒤로 파고드는 서슬은 사라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그런 그녀를 위해 하온이 흑색의 대검에 정지의 기적을 걸었다. 공중에서 그대로 멈춘 칼끝은 잠시간은 그녀를 향할 순 없을 것이다. 비록 임시방편이긴 해도 사라는 어느정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다. 암만 가만히 멈춰있대도 그 커다란 칼날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라, 이 좁은 복도의 한복판에 정지해있는 거대한 검은 그 존재만으로 사라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녀가 몸을 피하고 창을 휘두를 때마다 옆에서 거슬리게 하는 이 장애물 탓에 사라는 골이 아프다.


그 사이에 하온은 다급히 등의 상처를 메꾼 뒤 게스에게 돌진했다. 비록 맨몸이라도 주먹을 들어 적을 교란시킬 생각이었는데, 나쁜 작전은 아니었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하온의 주먹은 내지른 그대로 적의 얼굴에 꽂혔다. 그러나 게스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되려 그가 제 얼굴에 붙은 팔을 낚아채 부러뜨릴 기세로 쥐어짠 순간, 하온은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깊이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의 팔이 이어진 상태로 이번에는 게스가 주먹을 휘두른다. 비록 그의 눈이 멀었더라도 게스는 하온의 저항을 모두 무력화시키며 일방적으로 후드려 팼고, 하온은 부모에게 매달린 아이마냥 맥없이 압도당하며 400번의 구타를 모조리 받아내야 했다.


맨살과 뼈가 부딛치며 들어오는 원초적인 고통에 눈 앞은 빙빙 돌고 의식은 저 멀리 나가있다. 이제 하온이 더 골이 아픈 상황이 되었다. 물리적으로 말이다.


게스는 이제껏 더 강해지기 위한 단련으로 무엇이든 해왔다. 아무리 검을 조종하는 기적이 그의 특기라 한들, 맨몸으로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얕본 적도 없다.


팔굽혀펴기 좀 한 것으로 하온의 육체가 게스의 발끝만치라도 따라갈 수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멍청한 것이다. 당연히, 한 톨이라도, 상대가 될리가 없잖은가!


이는 정말 달콤한 복수의 시간이었기에, 게스는 자신의 손에 잡힌 적을 으깨는 것에 매우 즐거이 몰두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게스가 조종하는 검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지긴 했어도 말이다.


그렇다고 이로 인해 사라가 별다른 기회를 잡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가증스런 적을 때려패는데 지나치게 열광했음을 깨달은 그는 곧바로 하온에게 마지막 발차기 한방을 날리며 손을 놓았다. 그렇게 멀리 나가떨어진 하온은 그대로 추욱 늘어져 전투불능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게스는 정신을 다잡고 다시 주의를 사라에게 돌렸다. 이제 시력도 점차 돌아오고 있었다. 정지의 기적도 유효시간을 넘겨 흑색 대검의 주도권까지 그에게 돌아왔다. 게스는 이제 모든 것을 되찾고 있었다. 자신의 삶과 활력, 명예까지 그 모든게 눈 앞까지 돌아온 것이 보였다.


은창이 정신없이 흔들리며 필사적으로 두 서슬을 튕겨낸다. 인간을 초월한 그녀의 힘으로도, 한계를 넘어선 그녀의 속도로도, 동시에 흩날리는 칼날 두 개를 한번에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번의 참격을 피하면 동시에 등 뒤에서 다른 참격이 날아온다. 창과 칼이 부딛쳐 상쇄되면 그 틈을 찔러 또다른 무기가 그녀를 급습한다. 무수한 연타가 날아오면 그중의 절반이 사라의 몸을 스치고, 스친 공격 하나하나가 피를 내고 살을 잘라 고통스럽게 한다.


사라는 도무지 당해낼 수가 없다. 이대로는 그녀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금방 치명타를 입을 것이고, 어찌어찌 버틴다 한들 과다출혈로 죽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재빨리 그 본체를 공격해야 하지만, 당연히 적은 사라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질 않는다.


어찌 가까스로 전진할라 치면 매섭게 날아드는 찌르기가 한 순간에 수십번이 날아오고, 사라는 뒤로 밀리며 뒷걸음질 치게 된다. 그녀의 이를 악문 방어를 뚫고 들어오는 악착같은 칼날. 슬쩍 스치기만 했는데도 사라의 단단한 근육이 찢어지고 갈라진다.


이제 그녀의 마음과는 별개로 사라는 계속 게스로부터 멀어질 뿐이었다. 이 미숙하던 암살단의 신참 단 한명이 무수한 정예병도 끝내 못 잡아낸 반역자들을 피투성이로 만들었고, 무수한 사선을 넘어 강인해진 사라를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의 발밑에는 꺼져가는 생명을 붙잡은 하온이 있었다. 본래라면 아까의 구타에 의해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의 옷 속에 숨어있던 왕눈이 괴물이 복부에의 충격을 흡수해준 덕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지금 그는 손 끝도 까딱 못할 정도로 초죽음 상태다. 하온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했다. 해보았지만 여의치 않다. 하긴 그런 상태였기에 적이 하온을 내버려두고 사라에게 전력을 집중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최대한,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가보자. 생명을 유지하고 활동이 가능한 정말 최소한도의 부위만을 치료하자. 단 한번의 반격이면 족하다. 그 다음에는 완전히 전투불능이 되어도 좋다. 다만 딱 하나만 더 시도할 수 있도록 집중해보는 것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 제발 사라가 당하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할텐데. 하지만 지금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녀가 그정도까지 오래 버티기에는 글른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하온이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더 버틸 수 있는 방법이나 지시사항을 귀띔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나 말이다. 하온은 그저 최선을 다해 사라에게 눈빛을 보내며 제발 버텨달라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라에게도 그 간절한 메세지는 닿았다. 정확히는 닿기는 닿았는데 썩 유쾌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그의 눈빛을 보아하니 뭔가 숨기고 있는 비기가 있는건 분명하고, 그렇다면 아마 나한테 최대한 버텨달라고 응원하는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 사라로썬 도무지 이에 응답할 수가 없다. 정신없이 날아드는 칼날을 피하고 받아내는데만도 이미 한계에 봉착한지가 한참이다.


그녀의 몸은 걸레짝이 다 되었다. 너덜거리는 살점과 쏟아지는 적혈, 그녀의 혈통에 흐르는 악바리 정신으로도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이다.


잔뜩 피를 잃어서 머리가 어지럽고 의식은 흐려진다. 지금 사라의 상태로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것만도 크나큰 노력을 필요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온이 암만 간절한 눈빛을 보내도 그녀가 뭘 해줄 수 있겠는가. 그러나 해야만 한다. 아무렴, 망할. 해야만 하고 말고!


지금 하온이 짜낸 전략을 실현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이 칼들을 게스에게서 멀리 떼어놓고, 적이 그녀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조리 방법을 찾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과업이다.


아니 잠깐, 그런데 내가 어떻게 하온 생각을 일일히 다 꿰고있지? 잠시 의문이 든 사라였지만, 그 궁금증은 이내 다른 밀려오는 고민거리에 쓸려 금세 날아가버렸다. 이런 쓸데없는 것에 낭비할 사고력은 없었다.


어찌되었건 하온은 지금 날 도울 수 없다. 아니, 도울 수 있어도 더이상은 기대선 안된다. 생각하자! 제발 생각을 하자, 내 근육뇌야! 그놈의 동물적 감각이란 것을 다 동원해서, 내가 지금 최대한 시간을 끌자면 뭘 해야할까?


그러자면 우선 내가 죽지 않아야하고, 죽지 않으려면 더이상 다치지 말아야 해. 그래, 처음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가자. 그리고 다치지 않으려면 칼날을 맞지 않아야 하고, 그걸 위해선 저 검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야 해.


그럼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하지? 죽지 않으려면 다치지 않아야 하고, 그걸 위해선 칼날에 닿지 않고 그걸 고정해야 해. 이 모든 것을 충족하며 시간을 끌 수 있는 방법은···!


“방법은!!”


갑자기 사라가 소리를 지르며 팔을 뻗었다. 답을 찾았다는 것에 대한 그 기쁨과 다급함에, 그녀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생각 일부를 입으로 발산한 것이었다.


그렇게 찾은 방법이란 간단하다. 아주 간단하다. 칼날이 걱정된다면 잡아챌 곳은 하나 뿐, 바로 그 손잡이다. 사라는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마자 창을 손에서 놓았다.


작가의말

이전에도 게스는 한번 일러로 그린 적이 있었는데, 정작 그 회차는 지금 문피아의 오류로 삽화가 다 날아가고 글 수정도 안되는 상황인지라 다시 보실 수가 없을겁니다.

문피아에 문의를 해봤지만 아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외면하더군요. 컴퓨터 핸드폰 노트북 뭘로 시도해봐도 안되던데. 에이, 거짓말쟁이...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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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Episode126_시험기동 +2 20.10.02 52 5 10쪽
125 Episode125_더 깊은 내부에서(14) +2 20.10.01 66 5 11쪽
124 Episode124_더 깊은 내부에서(13) +2 20.09.27 63 4 12쪽
123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2 20.09.25 57 5 8쪽
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6 4 9쪽
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1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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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Episode118_더 깊은 내부에서(7) +2 20.09.15 61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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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20.09.11 96 5 8쪽
» Episode115_더 깊은 내부에서(4) +4 20.09.09 75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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