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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95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10.22 16:03
조회
42
추천
4
글자
11쪽

Episode134_변화와 유실, 그리고 전진(2)

DUMMY

험악한 암살단원의 동료, 그동안 바위 속에 갇혀있었던 푸른 눈의 암살단원이 분에 못이기는 듯 씩씩대며 반역자들을 바라보았다.


“사라! 하온! 그리고 어딘가 숨어있는 울까지! 죄다 잡아넣어 우리 자랑스런 암살단에 공헌하리라! 영광인줄 알아라!”


어지간히도 자기가 속한 집단이 자랑스러운지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푸른 눈 암살단원. 반역자들에겐 딱히 큰 영광으로 와닿지는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신경쓰이는 지점이 하나 있어 사라가 지적했다.


“...누구 하나 까먹지 않았디?”


“...뭐야?”


“돌가죽 말이야.”


“흥. 이제 기억났군. 허나 딸려온 노예따위 하나 기억해서 뭣하겠냐?”


하는 말도 영 아니꼬와서, 사라와 하온은 그의 커다란 면상을 노려보았다. 치, 저 자는 우리가 얼마 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면서. 그런 주제에 지가 처치할 놈 머릿수도 못 왼다니.


기억조차 안해준다고? 적들에게 얼굴이 찍히는 건 나쁜 일인줄은 알면서도 왠지 언짢다. 사루비는 결국 끝까지 우리 옆의 돌가죽 하나로만 기억되는건가?


쓸모없는 신경전을 제치고 먼저 내달려온건 푸른 눈 암살단원 쪽이었다. 거대해진 발을 쿵 쿵 굴리며 돌진하니 대단한 위압감이 있어 협곡 전체가 진동한다.


전신이 거대화한 것 만으로 질량과 힘이 엄청나게 증폭되었는데, 그에 더해 스스로의 능력인 신체능력 강화가 함쳐지니 그 기세는 걷잡을 수 없다.


온 몸을 감싼 가볍고 단단한 갑주도 함께 거대해졌기에, 마음껏 힘을 휘두르는데 거리낄 것도 없다. 살이 까질 일이 없는 것 만으로 훌륭하지 않은가.


거구의 몸집에서 나오는 믿을 수 없는 속도, 커다란 신발이 지면에 닿자 그 충격으로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린다. 기암거석 몇몇은 벌써부터 저 혼자 무너져내려 대혼돈을 방불케했다.


하온은 손이 남는다면 머릴 한번 감싸쥐고 싶었다. 이 정도의 힘은 정지의 기적으로 묶어두기도 힘들겠다. 더군다나 이걸 멈춰두고 뭐 할 수 있는 것도 그닥 없다. 몸 이곳저곳에 철판이 덧대져있으니 이런 두꺼운 갑주를 뚫고 공격하는건 사라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커다란 인간이 또 그만큼 커다란 주먹을 쥐고 땅을 향해 내려친다. 여기 스친 돌과 바위가 터져나가듯 부서지니, 사라는 가까스로 피했음에도 튀는 파편에 상처를 입는다.


피하는 도중에도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창을 휘둘러 적의 주먹을 공격하긴 했지만, 급하게 내지른 참격은 적의 살갗에 이르지 못하고 건틀릿의 표면만 긁었을 뿐이다. 간지럽지도 않으니 모기가 달라붙은 것만도 못한 영향력이다.


푸른 눈 암살단원은 땅에 박힌 팔을 그대로 옆으로 쓸어 지면을 광범위하게 갈아엎어버렸다. 뭘 좀 해보려던 하온도 여기 휘말려서 허무하게 멀리 나가떨어졌다.


팔에 부딪혀서 함께 쓸려가던 바위와 휘잉 날아가 협곡의 저쪽 반대편 벽에 쾅 박혀버렸다. 슬랩스틱을 방불케하는 과격한 리액션, 보호의 기적이 없었더라면 형체도 안남았을 것이다.


“하온—!!”


“...나@* 신ㄱ&ㅇ!!쓰지?...%*!!”


음, 하온은 멀쩡하다. 심지어 그녀에게 ‘난 신경쓰지 말고 적에게 집중하라’ 라는 조언까지 해주었다. 그 말 명심하도록 하자.


눈을 돌리고 곧 새로이 몰아칠 적의 공격을 기다리며 사라는 창을 고쳐쥔다. 바로 그 적, 푸른 눈 암살단원이 다시 주먹을 쥐고 한걸음 내딛는다. 단순한 준비동작 하나가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주먹이 그녀 앞에 한방, 그 뒤 다른 쪽 손이 날아와 강타, 이후 왼발, 다시 왼발이 그녀를 노리고 날아와 땅에 꽂힌다. 저런 커다란 몸이 어찌어찌 균형을 잡으며 이렇게나 재빠르게 연격을 퍼붓는걸 보자면 마치 곡예같기도 했다.


그렇게 공격을 피하고 되받을때마다 사라는 점점 뒷걸음질만 치게 되어서, 어느 순간 등에 갑자기 부딪힌 평평하고 딱딱한 감각에 깜짝 놀라버렸다.


정신없이 도망치다보니 혐곡의 한쪽 끝인 커다란 바위벽 아래까지 이른 것이다. 심지어 옆에는 아까 전까지 싸우고 있던 험악하고도 반가운 얼굴이 하나 쓰러져있었다. 비록 바위에 대충 뭉개져버렸지만.


제길, 이러면 적에게 조금 더 유리해진다. 뒤를 향하는 퇴로가 차단되어 버린 것 아닌가. 갈 수 있는 방향의 50%나 제한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녀의 속도라면 이정도는 상관없을 것이다. 그보다 우선 왼쪽으로 피해야 하나? 오른쪽으로 피해야 하나?


그런데 이런 고민이 무색하게, 직후 적이 공격한 곳은 사라가 있는 방향과는 전혀 달랐다. 그렇다고 하온을 향하는 것도 아니었다. 고개를 한참 위로 해야 보이는 높은 허공을 향해 내지르고 있다. 처음에는 무슨 술수를 부리는 것인지 알아채질 못했다.


그 속셈이 명확해진 것은 1초 뒤 그 주먹이 협곡의 벽에 부딪칠 즈음이다. 호쾌한 소리와 함께 벽 전체에 금이 가자 사라도 그의 수작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여기는 거대한 협곡 안. 사라는 커다란 바위의 벽을 등지고 있고, 그 앞에 혼자 솟아있는 푸른 눈 암살단원.


그녀 바로 위에서 절벽이 부서진다면 그 조각들은 바로 밑에 있는 사라를 향해 떨어질테고, 이 높이에서 저런 커다란 파편이 수백개가 떨어지는 꼴이니 재난이 따로 없다.


반사적으로 그녀의 날랜 다리가 움직이려 했으나, 그보다도 강한 이성이 발을 붙든다. 평소라면 뇌보다 몸이 먼저 움직여 사라에게 나아갈 수 있는 틈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허나 이번엔 안된다. 피할 수 없다! 사라는 떨어져내리는 바위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빗방울을 피할 수는 없다. 이토록 광범위하게 떨어지는 무수한 낙석을 그녀가 무슨 재간으로 안전히 피할꼬.


뭣보다 사라의 발 밑에는 정신을 잃은 험악한 암살단원이 쓰러져있다. 이대로 놔두면 필시 돌에 깔려 죽어버릴거다. 뭐, 제 동료가 대놓고 희생양으로 삼아버렸는데, 나라도 챙겨줘야지 않겠는가.


그렇게 머리가 돌아간 순간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녀가 떠올렸다고는 상상도 못할만큼 빠르고 정확한 판단.


우선 제자리에 똑바로 자세를 잡고, 창을 휘두른다. 발은 꼼짝도 않은 채 자신에게 떨어져내리는 바위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깨부수고 쳐낸다. 창이 움직이며 현란히 빛을 반사할때마다 돌이 부딪히고 부서지는 소리가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확산되간다.


그럴 줄 알았지! 푸른 눈 암살단원은 되려 쾌재를 부른다. 적은 그녀가 고작 이정도를 대처 못하리라 여길만큼 안일하지 않았다. 이는 노림수다. 이 떨어져내리는 바위가 그의 즉석 함정이었다.


사라 스스로 바위를 부숴 생긴 먼지가 그녀의 시야를 가려주고, 사방 어디든 돌이 떨어지니 도망칠 데가 없다. 반면 암살단원은 유난히 먼지가 많이 솟는 곳을 찾으면 그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적의 공격을 볼 방법도, 피할 방법도 없어지는 셈이니, 지금 공격한다면 사라는 이를 정면에서 받아내야만 한다. 그렇게 되면 암만 그녀가 강하고 튼튼해도 이 압도적인 질량의 차이를 이겨낼 수 없을 터.


발을 크게 들어 먼지가 크게 솟은 곳을 향해 힘껏 내려찍었다. 그만큼 더 커다란 먼지가 뿜어지며 주변에 쌓여있던 바위의 잔해가 일시에 자갈처럼 분해된다. 그리고 발 아래엔 그 어떤 저항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라로부터 돌아오는 반격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도망치거나 대항할 방법이 없었음은 알지만, 그럼에도 푸른 눈 암살단원은 안심이 되지 않아 바닥을 마구 긁고 발을 땅과 비벼댔다. 과격한 어린아이가 죽은 벌레를 확인사살하듯이 아주 제대로 즈려밟으며 혹시모를 적의 숨통을 끊으려 야단이었다.


부근의 바위가 죄 가루가 되고,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서야 그의 발광은 멈추었다. 이것으로 빨간머리는 끝장났다. 어디로 도망치지도 못했을테니 제자리서 가만히 그 거구의 발길질을 모두 받아냈을 것 아닌가.


이제 저 자갈더미를 뒤지면 반죽처럼 으깨진 놈의 시체가 있을 터, 허나 항상 방심해선 안되는 법이다. 최소한 적의 시체를 확인해두자. 그래서 팔을 뻗어 바닥을 헤집어보았다.


헌데 암만 흙을 쓸어보아도 시체가 없다. 빨간머리는 둘째치고, 함께 희생시키려던 험악한 암살단원의 핏자국도 하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당황해 주변을 둘러보려던 순간.


“너···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


갑작스레 들려오는 누군가의 의기양양한 목소리, 동시에 암살단원의 손등에 강렬한 진동이 전해져온다.


분명 죽었어야 할 사라가, 흙먼지 속에서 튀어나와 창으로 그의 손을 세차게 후려친 것이다. 비록 갑주 부분에 맞아 손등의 파츠가 조금 깨지는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놀라운 기습임은 분명했다.


조금 더 흙먼지가 걷히고 나서야 그녀가 어떻게 생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가 등진 바위의 밑에 작고 깊은 굴이 하나 파여있는 것이다.


푸른 눈 암살단원 입장에서는 대체 그녀가 무슨 수를 썼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사라는 돌이 떨어지는 동안 어찌어찌 벽 옆면에 큰 굴을 하나 뚫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그 후 저 벽 안으로 움푹 파인 구멍을 피난처로 삼았을테지. 저기는 돌이 떨어지지도 않고 거인의 커다란 공격이 들어가지도 않을테니까.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이 위기를 넘겼는지는 사라 스스로가 자신감에 가득 차 설명하고 있었다. 아직 적에겐 이해 못할 이야기겠지만 상관없다. 그녀가 잘난건 변함이 없으므로...


“내가 왜 네 수작에 넘어가서 제자리를 지키고 서있었겠냐!”


방금 전, 바위를 피하지 않은건 그저 암살단원을 살리기 위해서만 그런게 아니었다. 계속 꽁무니빼느라 창에 축적된 충격이 너무 적었으니까, 때려부술게 필요했다 그말이다.


그녀가 새로이 얻은 능력, 창에 가해진 충격과 에너지 따위를 축적한 뒤 한번에 방출하는 힘.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위를 부수며 축적된 에너지는 즉석에서 벽에 큰 구멍을 내기에 충분했다.


이 상황이 오죽 통쾌하고 즐거웠는지, 사라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외친다. 적의 실수마저 지적해줄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미안하지만 바위를 부순건 실수였어, 돌 떨어지는 굉음에 내가 구멍을 뚫는 소리까지 다 가려졌잖아!”


그런 그녀를 보며 푸른 눈의 암살단원은 경악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너··· 언제부터 그리 똑똑해진거냐···?!”


“어때, 좀 멋지냐? 요즘들어 머릿속에 번개같은 발상이 떠오른단 말야.”


호기롭게 답한 사라였으나 적의 의문 섞인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에 더없을 진지한 표정을 띤 암살단원은, 또 그만큼 진지하게 그녀로 인한 의혹을 입에 담았다.


“그럴리가··· 분명 반역자 중에서 빨간머리 쪽은 무식하게 센만큼 머리도 단순한게 약점이랬는데, 우리 정보가 틀렸었나···?”


“이걸 진짜 죽여버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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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pisode135_변화와 유실, 그리고 전진(3) 20.10.23 4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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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Episode133_변화와 유실, 그리고 전진(1) +4 20.10.19 48 4 17쪽
132 Episode132_변화와 유지, 그리고 반복(2) +2 20.10.17 50 5 12쪽
131 Episode131_변화와 유지, 그리고 반복(1) +2 20.10.15 53 5 10쪽
130 Episode130_이런 정신나간 것을 보았나(2) +2 20.10.15 53 5 10쪽
129 Episode129_이런 정신나간 것을 보았나(1) +4 20.10.12 63 5 13쪽
128 Episode128_파장(2) +3 20.10.09 44 3 12쪽
127 Episode127_파장(1) +5 20.10.05 60 4 10쪽
126 Episode126_시험기동 +2 20.10.02 53 5 10쪽
125 Episode125_더 깊은 내부에서(14) +2 20.10.01 67 5 11쪽
124 Episode124_더 깊은 내부에서(13) +2 20.09.27 63 4 12쪽
123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2 20.09.25 57 5 8쪽
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6 4 9쪽
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1 4 7쪽
120 Episode120_더 깊은 내부에서(9) +3 20.09.20 56 5 14쪽
119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3 20.09.17 67 5 16쪽
118 Episode118_더 깊은 내부에서(7) +2 20.09.15 61 5 13쪽
117 Episode117_더 깊은 내부에서(6) +4 20.09.12 59 5 9쪽
116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20.09.11 96 5 8쪽
115 Episode115_더 깊은 내부에서(4) +4 20.09.09 75 5 9쪽
114 Episode114_더 깊은 내부에서(3) 20.09.06 55 5 11쪽
113 Episode113_더 깊은 내부에서(2) +2 20.09.04 64 6 7쪽
112 Episode112_더 깊은 내부에서(1) +4 20.09.02 65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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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Episode109_대전투(17) +4 20.08.27 76 6 12쪽
108 Episode108_대전투(16) +4 20.08.23 64 5 8쪽
107 Episode107_대전투(15) +2 20.08.21 64 4 10쪽
106 Episode106_대전투(14) +4 20.08.18 9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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