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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83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10.02 22:06
조회
52
추천
5
글자
10쪽

Episode126_시험기동

DUMMY

쐐액, 쐐액.


···


“...”


“—아버지!!”


“...씨!”


“...뛰어!..!!”


“놓고온 게—”


“신경 꺼!”


“...어서...”


“사루비는?...”


“...”


“...기...”


“...”


···




털벅, 털벅.


······.






그날 오전, 높이 뜬 햇빛이 눈가를 따갑게 찌르던 그 시각에. 하온과 사라는 울을 데리고 탈출했다.


도망가던 중에 거리를 두고 기다리던 일행 한 명—필시 울로 추정됨—을 데리고 급히 도망쳤는데, 그 과정에서 짐도 얼마 챙기지 못했는지 그 자리에는 놓고 간 꾸러미가 여럿 널브러져 있다.


이후 그들의 궤적을 따라가기 위해 무수한 인력과 정예병이 반역자들의 자취를 찾아 빠르게 추적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발자국도 얼마 안가 숲과 강과 돌에 이리저리 흩어지고 부서진 탓에, 그들은 곧 추격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반역자를 쫒던 수색대는 임무가 실패했다는 보고를 올렸다.


사라, 하온, 울. 세 명의 반역자가 무한동력장치의 탈취에 성공한 채,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노라고.



***



—<하늘을 등지고> 3부, ‘하늘과 땅의 이별곡’.—



***



“거기, 거기, 거기! 조심해!”


“됐습니다! 전부 장착 완료했습니다!”


세계의 중심, 나라님의 황궁으로부터 2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말벌꽃 불구덩이라 불리우는 커다란 황야가 하나 있다.


여러 산이 둘러싼 협곡 안에는 평평하고 황폐한 지대가 넓게 펼쳐져있다. 보이는 바와 같이 사람이 거주할만한 곳은 못된다. 그러나 인간의 특이한 습성에 의해, 이 곳은 다른 장소와는 다른 험악한 역할을 부여받았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물건을 발명했을 때, 그 위력이나 특성을 실험하기 위해 마음껏 난장판을 벌여도 문제가 되지 않는 훌륭한 실험장이 되어준 것이다.


먼 옛날부터 같은 생각을 한 이들에 의해 이 장소의 지형은 수백, 수천번을 깎이고 움직이며 흉하게 변해왔고, 이후 또 그만큼의 세월을 시달리며 터지고 바스라진 덕분에 결국 끝에는 도로 평야로 돌아오는걸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이만큼이나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버려서 지금은 완전한 협곡의 모습이 되버렸다. 과거에는 그냥 평범한 광야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오늘에 와서, 황야는 또다른 크나큰 위기를 맞이할 차례가 되었다. 요즘들어 인간들이 특히 더 극성이었다. 황실의 연구원들이 찾아온 이래 이곳은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을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 이곳에서 일하는 젊은 기술자 하나는 문득 생각했다. 별 것도 아닌 잡생각이다. 전해져내려온 이 협곡의 이름은 말벌꽃 불구덩이라는데, 불구덩이는 알겠지만 그 앞에 붙은 말벌꽃은 뭘 의미하는 걸까?


과거에는 대체 여기서 얼마나 독특한 실험을 자행했길래, 말벌꽃이란 감도 안 잡히는 별명이 붙은건지. 탐구심 많은 젊은이는 은근슬쩍 농땡이를 피우며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이 달콤하고도 아슬아슬한 몽상은, 오늘따라 유독 빡빡하게 구는 감독관의 호통 한번에 바람과 같이 사라져버렸다.


“거기 너, 살판났냐! 정비 똑바로 못해!!”


젊은 기술자는 화들짝 놀라 자신은 못들은 양 딴청을 피우며 일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에이, 내 잘못은 맞지만 잠깐 멍때린 거에 너무 심하게 반응하는거 아닌가.


장치에 연결된 전선을 의미없이 뒤적이며 정리하다가, 문득 그것이 한데 모여 연결되어있는 거대한 기계장치를 바라본다.


이 기계가 바로 젊은 기술자가 여기로 불려나온 단 하나의 이유였다. 언제 봐도 참 크고, 복잡하고, 기묘하며, 또 그런만큼 아름답게 생긴 물건이다.


그 내면에 잠들어있는 폭풍과 같은 힘을 상상해보자면 더욱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아마 이런 감정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일꾼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내 앞의 이 고물은 얼마나 초라한가. 그리 혼자 생각하며, 젊은 기술자는 자신의 기중기로 올라타서 계기판 위의 부품을 스패너로 고정해 힘겹게 돌렸다. 그제서야 이 고물딱지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황금시대의 물건을 주워쓰는 입장에서 선조들에게 불만을 표할수는 없지만, 너무 늙어버린 기중기는 그 세월을 지나오며 이곳저곳에 하자가 너무 많이 생겨버렸다.


그 커다란 장치를 기동시켜 눈 앞에 있는 물건을 들어올린다. 이번 시험을 위해 특별히 맞춤제작된 것으로, 저 멋진 기계에 힘을 공급할 동력원이었다. 혹여 상처라도 날까 천천히 들어서 기계 위에 올려놓는다.


뒤늦게 기중기 위에 감독관이 올라타면서 이번 실험에 대한 지시사항을 말했다. 이번 지시는 아주 특별했다. 동시에 그가 오늘따라 왜 이리 예민한지를 단번에 납득시켜주었다.


“이번 시험기동에는 나라님이 직접 참관하러 오실거다. 그러니까 출력을 최대한 세게 해보자고.”


그 단어를 듣자마자 젊은 기술자는 깜짝 놀라 감독관을 쳐다봤다.


“나, 나라님이 직접 오신다구요? 여기에요···?”


“그래,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지! 그러니까 실수 한번이라도 했다간 큰일난다. 잘 해.”


“세상에! 이 기회에 얼굴 한번 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꿈 깨라. 저 멀리 산 아래에 지어놓은 정자에서 보실테니까.”


망할! 아까워라. 나라님의 용안 한번 뵐 수만 있다면 가문의 영광이었을 것을. 자신이 진심으로 존경해 마지않는 분과의 만남이 이토록 멀리서 이뤄져야만 한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하긴, 요즘 세상에 나라님을 존경치 않는 자가 있을리도 없지만 말이다.


물론 이 무기의 출력을 한눈에 보려면 그정도로 멀리서 보는 편이 분명 좋겠지만··· 그럼에도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입을 삐죽 내밀며 작업을 계속하는 그였다.


이후 동력원이 기계의 윗부분에 제대로 끼워지자, 기중기에서 내린 젊은 기술자는 사다리를 타고 그 위로 올라가 남은 설정을 조정했다.


계기판 아래 달린 십수개의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어떻게 어디로 움직일 것인지를 상세하게 입력했다. 감독관이 원한대로 출력은 최대한 강하게 설정한다.


비록 불완전한 동력원 탓에 당초 기대한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위력을 내는 상태긴 해도, 고운 것만 봐왔을 높으신 분들을 만족시키는데는 충분하다. 아니, 오히려 놀라 까무러칠 것이다.


자, 이제 나머지는 기적을 부리는 자들이 마무리할 차례다. 올라왔던 사다리를 통해 다시 내려간 기술자는 쭈욱 기지개를 펴며 감독관에게 일이 끝났음을 보고했다.


그러나 느긋이 쉴 시간은 없다. 곧 실험이 시작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이 평원을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 과정도 매우 고되고 힘들겠지만, 신무기 실험에 휘말려서 제 명 못다하고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무렴, 나같은 특급 인재가 이런 곳에서 비명횡사하면 인류에게 손해지. 그런 낮부끄러운 생각을 당당히도 표출하며, 젊은 기술자는 말벌꽃의 불구덩이를 횡단해 그곳을 빠져나왔다.



***



산 아래에 지어진 곱고 넓은 정자에, 네 마리 명마가 이끄는 마차가 하나 도달했다.


이 땅 위 모든 곳을 지배하는 자의 마차 치고는 소박한 생김새여도, 그 구조는 무척이나 튼튼해 낙석이 떨어져도 멀쩡할 정도였다.


어째서 그정도의 인물이 마차를 타고다닐까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왕실은 이미 애저녁에 모든 돌가죽 노예를 ‘처분’했기에 그 대신 말을 쓰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귀하신 손님이 마차 바깥에 몸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라님의 행차였다.


그를 맞이하는 이곳의 관리와 감독관은 어쩔줄 몰라하며 고개를 조아렸고, 나라님은 호위대장의 보호를 받으며 그들에게 손짓했다. 호들갑 떨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감독관이 혹여나 돌멩이 하나 밟으실까 염려되어 철저하게 정리한 고운 흙바닥을 밟으며, 나라님은 미리 준비된 좌석을 향했다.


그리로 앉으니 눈 앞에 펼쳐지는 전경에는 과연 그가 그토록 원하던 신무기의 모습이 원경으로 보기좋게 비춰지고 있다. 저기 조그맣게 보이는 강철더미의 집합체가 바로 그것이다.


멀리서 볼때는 철조각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것 같겠지만, 그 실체는 현 시대가 따라갈 수 있는 최대한의 기술력과 과거의 부품들을 모조리 때려넣어 정교하게 이은 현대 과학기술의 정수다.


“시작해라—!!”


감독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기적을 부리는 자 네 명이 나와 그 거대한 기계에 손을 올려놓고 집중력을 흘려넣었다. 내부에 든 흑광석이 그 일념에 따라 반응하자, 무기는 기존에 입력되어있던 명령체계를 받들어 서서히 가동을 시작했다.


서류 상의 보고로만 알았지 실제 기동을 보는 것이 처음인 나라님은, 그 위력이 어느정도까지 뻗을지를 가늠해보았다. 이론대로 행한다면 필시 이 협곡 전체를 쓸어버리며 난장판을 만들겠지.


그의 옆에서 참관을 돕는 감독관이 은근슬쩍 나라님에게 다가가서 혹시 모를 주의사항을 미리 밝혀두었다.


“저 바리카가 존경하는 나라님께 송구스럽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록 무기는 거의 완성되었다 하나, 그 동력원은 실험을 위해 임시로 제작된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 내보이는 위력은 기대치에 비하면 훨씬 약화되어있음을 염두해주십시오.”


그러나 감독관은 결코 나라님이 실망하시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는 오히려 밑밥을 깔아둔 격이었다. 곧 있을 실험의 대성공을 더욱 돋보이게 할 밑밥.


그 속내가 뻔히 보여 나라님은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았다. 미소 띤 중후한 표정을 유지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어디 보자꾸나. 너희가 그토록 열심히 완성해낸 무기의 편린을.


이십여분이 지난 후, 나라님은 그의 자신감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모습을 보고도 감탄치 못할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작가의말

3부 시작. 오랜만의 나라님 등장. 그리고 처음으로 등장하는 신무기.


다음 화도 잘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46 sj란
    작성일
    20.10.03 01:04
    No. 1

    으갸악... 그 장면이 투르나 성문 부수는 거였군요.... 그리고 나타난 나라님의 신무기! 무한동력장치 같은게 어떻게 사용될지 기대가 되네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Jy2315
    작성일
    20.10.04 13:40
    No. 2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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