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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404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9.17 03:54
조회
67
추천
5
글자
16쪽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DUMMY

사라가 벽에서 통째로 떼어져나온 강철문을 힘으로 들어 원래의 자리에 세워놓자, 하온은 치유의 기적으로 그 문과 연결되었던 벽을 고쳤다. 이음매와 고정쇠가 본디 있던 곳으로 조립되었고, 출입구는 다시 본래의 꽉 막힌 모습을 되찾았다.


문을 닫는동안 틈새로 저 복도 끝부터 내달려오는 적들이 보여서 사라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쫄았다. 틈이 완전히 메워지고 하온이 온 힘을 다해 문을 원래대로 고친 후에야 둘은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안심할 때는 아직 한참 이른데 말이다.


그 직후 문까지 도달한 암살단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문을 부수려 난리를 피웠고, 쾅 쾅 울리는 굉음과 함께 온 벽이 흔들리며 금이 가니 하온은 화들짝 놀라서 도로 벽에 붙어야만 했다.


암만 이 철문도 벽도 전부 황금시대의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수의 기적술사가 달라붙으면 뭔들 부술 수 없으랴. 실시간으로 패이고 부서지는 문짝에 손을 대고 하온은 다시금 치유의 기적을 발동했다.


재질이 단단한만큼 부수기는 어려울테지만, 하온의 치유 속도는 소재의 단단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적들이 깨부수며 만들어낸 균열과 찌그러짐을 그의 기적의 힘이 급속도로 복구하며 원상태로 되돌린다.


그렇게 두꺼운 쇠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하온과 암살단은 기묘한 힘겨루기를 시작한 것인데, 이 격렬한 교착상태로 인해 하온은 쉴 새도 하나 없이 모든 정신을 눈 앞의 문짝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불안한 미래를 상상하며 하온이 이를 악문다. 아니, 버티는 것은 둘째치고 버텨봤자 뭘 할 수 있는가. 이대로 여기서 천년만년 버티고 살 것도 아니다. 계속 시간을 끌어서 유리해지는건 반역자들이 아니라 저 밖에서 문을 두들기는 암살단들이다.


비록 지금은 문짝 하나에 가로막혀 있지만 그것은 저들이 단순 파괴력으로 승부하는 자들이 아니기 때문, 만일 이 방어선이 뚫리고 직접 대인전으로 맞닥뜨린다면 이미 녹초가 된 반역자들에게 승산은 없다.


도망쳐야한다. 하지만 어떻게? 망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떠오르는 수가 없다. 원래 계획은 적들이 미로를 헤메는 동안 금방 장치를 탈취해서 다른 길을 통해 빠져나가는 거였는데, 게스를 상대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버렸다.


방의 뒤쪽 벽을 부숴 또다른 출구를 만들어내고, 그리로 함께 재빨리 도망칠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불가능하다. 지금 사라와 하온의 몸으로는 암살단을 따돌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 그의 옆에서 상처를 손으로 틀어막은 채 쌕쌕대는 사라의 숨소리가 가쁘다.


사라를 치료하거나 도망치려고 잠시라도 문에서 손을 놓았다간, 금방 적들이 밀려들어와 그들을 작살낼 것이다.


외통수. 체스로는 체크메이트. 그들의 상황이 딱 그랬다. 이젠 오도가도 못하는 완전히 물려버린 상황. 반역자들은 이 방 안에 꼼짝없이 갇힌 셈이다.


하온과 사라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둘 모두 상대방이 뭔가 빛나는 발상으로 탈출구를 모색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으나, 곧 서로가 같은 생각을 하고있음을 느끼고는 둘 다 맥이 탁 풀려 한숨을 쉬었다.


탈출구란 없다. 세상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들은 역사상 있었던 수많은 실패자가 그랬듯 최선을 다했지만, 그럼에도 불가능이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반역자들은 그 불가능에 도전했고, 당연하게도 실패했을 뿐이다.


침울한 적막 속에서 둘은 말 한마디 없이 시간만 끌었다. 그러나 그 적막이란 것도 바깥에서 문을 부수려는 자들의 소란 탓에 시끄럽기가 그지 없어 더욱 그들을 우울하게 한다.


그럼에도 말하기는 싫다. 지금은 뭘 말해도 패배를 인정하는 것밖에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에 댄 손바닥에 온 무게를 싣고 달려드는 하온, 완전히 지쳐서 벽에 몸을 기대고 쓰러져있는 사라. 사라는 아직도 필사적인 하온에게 달래는듯한 눈빛을 보내며 결국 스스로 총대를 매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늘이 우리가 보는 마지막 날이란걸 인정해야겠지?”


너무나 잔혹한 대사였지만, 동시에 동료를 위로하듯이 따스한 그 말. 하온은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아직 치료도 제대로 다 받지 못해 군데군데 살이 떨어져 피를 흘려대는 그녀는 암만 봐도 위로를 받아야 할 입장이다.


생각해보면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도 하온 자신의 탓이다. 그러나 하온은 그녀처럼 강하지 못한 모양이다. 사라를 위해 뭔가를 말해주고 싶었지만, 스스로도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해 헤메다 끝내 내뱉은 것은 아까 그녀의 읊조림에 대한 대답 뿐이었다.


“...그래, 오늘의 지금이 널 보는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 대답은 그녀를 위한 뭔가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뾰족한 대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하온은 솔직하게 그것을 긍정하기로 했다. 인정했다. 오늘이 그들이 마주보는 마지막 날이란 사실을...


완전히 글렀다. 이래서야 이곳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멈출 수도, 다 함께 살아 돌아갈 수도 없다. 두고 떠나버린 이들도 하온은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 일이 두 가지는 있다.


첫째는 사라를 살리는 일이다. 하온이 마지막으로 마주보는 날이라 표현한 것은 그 뜻이다. 둘 다 살아나갈 방법은 암만 생각해도 없지만, 그녀만이라도 살리고자 한다면 가능은 하다.


하온이 문을 붙들고 시간을 끄는 동안, 사라는 뒤쪽에서 벽을 부수고 그대로 빠져나가면 된다.


...그래, 하온도 알고있다. 그런다고 사라가 무사히 도망칠 확률은 지극히 낮다. 우선 지금의 몸 상태로는 벽에 구멍 하나 파는것도 어려울 것이고, 그동안 하온이 버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 뒤에 미로를 빠져나가는 것도 큰 문제다. 어찌 천운이 따라서 바깥까지 나가면, 그 앞은 피말리는 혈투가 벌어지는 전쟁터 한복판이다. 이미 모두의 주의를 잔뜩 끌었던 사라가 무사히 지나가리란 보장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만 있다간 정말로 죽어버릴 것 아닌가. 최소한 사라에게는 조금의 희망이라도 딸려보내고 싶다. 극히 적은 확률이라도 살 방법이 있다면 살리고 싶다!


하지만 그녀가 저 혼자서 도망칠 인간이 아님은 하온도 익히 알고있다. 그래서 문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사라 혼자 이곳을 빠져나갈 명분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계속 머릴 쥐어짜 생각한다 해서 그 보답이 성실히 이뤄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대신 하온은 조금 더 쉬운 일을 먼저 생각해보기로 하였다. 하온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두가지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둘째는··· 바로 저 눈 앞의 물건을 처리하는 일.


사라와 하온이 있는 이 방, 연구소의 미로 한가운데에는 그들이 그토록 찾아 마지않던 것이 기둥 위에 단단히 고정되어있다.


완전한 백색에 기하학적 구조를 가진 이 기둥은 군데군데에서 가지를 뻗듯이 기계장치가 달려 그 중심을 향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 커다란 투명의 구체가 박혀있었다.


구체는 유리처럼 단단하면서도 어쩐지 액체같은 질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를 떠다니는 입자가 뭔가를 표시하는 글자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다시금 그 구체의 중심부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문제의 장치가 고이 모셔져있다.


무한동력장치는 손 안을 꽉 채울 정도의 크기를 가졌고, 기이한 색채를 뿜어내는 흑광석을 복잡한 생김새의 금속부품이 감싸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 주위에는 또 두꺼운 금색 원형 테가 둘러져 있었는데, 테는 여타 무생물처럼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그 문양과 형태를 변화시키며 짤깍댔다.


하온은 사라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우리가 이 물건을 가지고 나갈 일은 죽었다 깨나도 없을거야.”


사라도 동의하는 바였다. 어차피 우리 몸도 못나갈 것이 뻔하니까. 게다가 하온의 속내대로 그녀가 혼자 도망친다고 쳐도, 이런 물건을 들고 튀었다간 적들은 결코 추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 결국 끝은 똑같이 죽음으로 귀결된다.


물론 사라는 동료의 생각대로 혼자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하온이 이 말을 꺼낸 것은 지금의 절망적인 상황에 못을 박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 뒤 하온이 덧붙인 말에 사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지만... 저 무한동력장치란 것을 꼭 가지고 나가야 하는 건 또 아냐.”


반드시 가지고 나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 반역자들이 장치를 꼭 어디에 써먹으려고 이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돌가죽을 멸종시킬 무기의 작동을 막는 것이고, 그 방법이 동력원의 부재였을 뿐이다.


그 말은, 나라님이 무한동력장치를 쓸 수 없게만 된다면 어찌 되든 좋다는 소리.


사라는 피를 잃고 힘빠진 몸을 추스려 천천히 일어섰다.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쑤시고 아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굳세게 일어선 뒤 창을 꺼내들어 서슬을 펼쳤다. 다섯 갈래 창날이 뻗어나와 그 중심의 가장 긴 날끝이 장치를 겨눈다.


‘어쩌면 내가 지금 하는 짓은, 인류에게 큰 중죄를 저지르는 걸지도 몰라. 아니, 분명한 역적질이지.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결심했다. 옳고 그른 것이 뭔지 사라는 알지 못한다. 허나 그렇다고 온 세상 학자들이 다 달려들었음에도 여지껏 견해가 제각각인 문제를 느긋이 풀고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선택의 때는 언제까지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제 그 때가 왔으니 그들은 무엇이 가장 옳아보이는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린 사라의 선택은, 결국 한 종족의 멸종을 막는 것이었다.


더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 즉시 그녀는 겨눈 창을 쏘아내듯 내질렀다. 투명한 구체로 창끝이 푸욱 들어가자 기하학적인 균열이 단번에 퍼지며 투명구가 깨졌다. 사각형으로 쪼개진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구체를 부수는 데 그치지 않고 창날은 더욱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무한동력장치에 닿는다. 그 순간 장치를 감싸고 있던 금색 테가 맹렬히 반응하며 진동하더니 그 형태를 이리저리 변화시키며 창끝을 가로막았다.


허나 그것도 한순간 뿐, 사라가 온 힘을 담은 모든 위력이 날붙이 끝의 자그마한 점에 집중되었으니, 창은 금테를 손쉽게 부수고 그대로 나아가 장치의 중심부를 향했다.


뿜어져나오는 무시무시한 압력의 충격파, 그 척력이 사라의 접근을 막으려 발악을 한다. 단 1미리라도 더 접근하는 것이 힘겨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녀를 막아내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사라는 땅에 발을 딛은 채 창을 위쪽으로 향하도록 내질렀고, 팔이 떨어지도록 앞으로 뻗었다. 누군가의 접근을 거부하려는 무한동력장치의 몸부림도 점차 끝이 도래하고 있었다.


마침내, 돌을 둘러싼 기계부품을 뚫고 창이 서서히 가까워지다가, 정말 마침내, 창끝이 그 중심부에 닿은 순간. 장치의 핵을 이루는 흑광석과 창이 드디어 만난 바로 그 순간.


창과 흑광석이 공명한다. 서로를 밀치고 당기고 하다가 곧 받아들이려 하더니 결국은 완전히 접촉을 거부해버린다. 창은 그 순간 창의 형상을 잃고 작은 막대의 형상으로 돌아가 멀리 튕겨나 버렸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무언가가 완전히 눈을 떴다.


방 전체를 울리던 충격파가 멎었다. 그 모든 진동이 잦아들더니 이젠 되려 주변의 소리를 빨아들인듯 부자연스러우리만치 고요해진다. 동시에 누군가에겐 갑작스런 섬광이 몰아친다. 사라의 정신이 그 기괴한 섬광에 휩쓸려 날아가버렸다.


이제껏 문을 고쳐 막아내는데 온 신경을 쓰고있던 하온은 갑작스레 바닥에 뭔가 풀썩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설마, 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사라가 싸늘한 주검처럼 쓰러져있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구별가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어찌나 놀랐던지 하온도 숨이 멎을 뻔했다.


“...사라?”


대답이 없다. 침묵만 돌아온다. 대신 바로 앞에서 쿵쿵대는 굉음이 울리며 하온을 더욱 섬짓하게 한다.


“사라! ...일어나 봐, 사라! 무슨 일이야?”


여전히 동료는 대답하지 않는다. 혼란스럽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방금 전까지 서슬을 드러내고 있던 창은 어느새 작은 막대 모습으로 돌아가있었고, 사라는 앞서 말했듯이 시체처럼 쓰러져 생사조차 불명이다.


“사라···!”


애절하기까지 한 하온의 마지막 읊조림이 사라에게 닿는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마찬가지다. 그녀에게선 무엇도 돌아오지 않았다. 하온은 소름이 돋았다.


우리가 무슨 짓을 한거지? 후회가 넘쳐흘러 눈가에 맺힌다. 설마 장치에 위해가 가면 작동하는 어떠한 안전장치라도 설계되어 있던걸까? 하지만 맨손으로 접촉한 것도 아닌데 그런게 가능할 줄이야. 오판이다. 오판이었다.


박살난 구체 안에 아슬아슬 얹혀있던 무한동력장치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마치 하온을 조롱하듯 아주 절묘한 순간에 말이다.


장치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는 곧 암살단원이 문을 쾅 쾅 두들기는 굉음에 묻혀버렸다. 동시에 하온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또 한번 소름이 돋았다. 이전엔 상상조차 못했을 정도로 시리고 차디찬 공포가 척추를 타고 흐름이 느껴졌다.


사라의 몸에 새로이 생겨난 상처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온은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깨어나질 않는걸까. 왜 꼭 죽은 것처럼 아무것도 하질 못할까. 이제 하온은 이대로 버티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고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 숨이 막혀 혼자 죽어버릴 지경이다.


정말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라도 살릴 수 없고 무한동력장치도 처리할 수 없다. 압도적인 절망감. 발버둥 칠 방법도 없다는 아득한 어지러움. 두려움.


숨이 막혀 죽는다. 질식사 할 것 같다. 죽는다. 이대론 죽는다! 오늘, 사라와 하온은 여기서 죽는다! 울고불고 질질 짜도 소용없다. 자업자득으로 인해, 나는 지금 죽는다. 죽는다고?


지금껏 계속 참아왔던 감정의 동요는 그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며 완전히 해방되고 말았다. 억눌러왔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이제 거리낄 것 없이 마음껏 날뛰며 하온의 영혼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른다. 이제껏 전사인 체 가장하던 그의 여린 마음이 결국 그 속을 드러내고 말았다. 갑옷이 벗겨진 하온의 본성은 약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낸 채 질질 짜고 있었다. 그러나 뭘 어쩌라는 건가. 죽음을 앞둔 자가 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구해줘요...”


그래서, 그 어떤 인간도 들어주지 못할 이딴 쓸모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날, 우릴, 제발··· 구해줘···!”


제발 나를 구해줘.


그리고 이미 말했듯이, 그 어떤 인간도 이 과분한 소원을 이뤄줄 수는 없었다. 대신...


벽이 무너진다. 하온이 붙들고 있는 문의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방의 한 면을 이루는 단단한 석재가 금이 가며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해진 강한 충격에 의해 금이 간 파편이 모두 분해되며 큰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을 통해 누군가가 들어왔다. 키는 2미터를 넘고 근육덩어리에 두꺼운 가죽, 뭣보다 피투성이의 이 섬뜩한 몰골을 보아하니 인간이 아님은 분명했다.


그의 뒤로 일렬로 죽 늘어선 구멍이 보인다. 이 자는 미로를 복잡하게 찾아 돌아다니는 대신 주먹이 다 작살나도록 벽을 부숴서 그대로 십수겹의 방을 뚫고 돌파해왔다.


그 장본인의 얼굴을 본 하온은 입이 떡 벌어진 채 말을 잇지도 못했다. 첫 글자만 계속 중얼대며 제 눈을 의심했다. 이건··· 이 돌가죽은··· 그는 너무나 잘 알고있다··· 비록 험한 꼴이 되어 다소 달라진 생김새지만, 이 자는 분명...


“사··· 사...”

119 .png

이젠 걸레짝이 다 되었지만, 사루비. 지금 그들에게 도달했다.


작가의말

리빙포인트: 한 회차를 끊을 부분이 애매하면 분량을 두 배로 늘리면 된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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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1 4 7쪽
120 Episode120_더 깊은 내부에서(9) +3 20.09.20 56 5 14쪽
»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3 20.09.17 68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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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20.09.11 96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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