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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62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8.27 08:35
조회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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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Episode109_대전투(17)

DUMMY

용운의 발목을 잡아채고 꽈악 쥐어짜는 마크의 거친 손. 강철이라도 금방 으스러질듯한 이 힘에는 암만 용운이라도 당해낼 방도가 없다.


다급히 신발을 벗어던지고 뛰지 않았더라면, 그가 두 발로 설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만일 그의 군화가 발목을 덮어주지 않았더라면, 0.1초라도 반응이 늦었더라면, 몸을 가볍게 해 단번에 도약하지 못했더라면, 그 때도 용운은 분명 제 발목과 안녕을 고했을 것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그 팔뚝이, 자기가 쥐어 으깨버린 군화를 몆번 문질러본다. 곧 그것이 빈 껍데기임을 알아챈 손은 성난듯이 홱 내던져버리더니, 곧 땅 아래에서 그 몸체를 모두 꺼내며 바위와 흙을 헤치고 올라온다.


지면을 깨트리며 마크의 거구가 다시 땅 위로 올라섰다. 그의 위에 얹혀진 모래와 돌멩이, 자갈들은 갑작스런 각도의 변화에 의해 밑으로 사르르 흘러내리고, 그 회색 장막이 걷어지며 마크의 살벌한 눈빛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맨발을 드러낸 채 사뿐히 착지하는 용운. 지금 당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가 스스로의 능력을 통해 가벼운 상태로 있는 도중에는, 발바닥에 무엇이 닿아도 상처를 입힐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의 주변에는 무수한 업보가 한가득 깔려있다. 용운의 철구가 부수고 깨트린 쇠와 철의 조각들이 예리한 날을 세우며 호시탐탐 그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무게가 남아있을 때 그 땅을 밟는 순간, 발의 살갗은 맥없이 찢어져 크나큰 고통을 남기리라.


감내해라. 감내해야만 한다. 용운은 아직 신발이 남아있는 쪽 발에 무게를 싣고는 다시 빙빙 철구를 돌려댔다. 이 모든 것은 신념에 따라 살생을 저지른 그가 짊어져야 할 업보, 징징대면서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다.


마음을 가라앉히자 머리는 다시 급속도로 냉정해졌고, 이젠 되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용운은 여유로이 웃었다. 되려 적에게 칭찬을 건넬 정도였다.


“세상에, 그대처럼 센 돌가죽은 난생 처음 보는군!”


이는 절반은 기싸움이기도 했지만 또 절반은 진심으로 하는 경탄이다. 그 짧은 순간에 이 깊고 단단한 땅을 파고들어 철구를 피한다니, 이런 발상을 실천해낼 자가 또 어디있는가? 심지어 지면을 뚫고 반격까지 할줄이야, 이걸 깡힘으로 해냈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에 마크는 코웃음만 치더니 웬 생뚱맞은 소리를 대답으로 내놓는다.


“그만큼의 기대와 염원이 내 등에 지워져 있기에 그렇다.”


사실 이런 진지한 정신적 고충을 나누고자 한 것은 아니었기에 용운은 살짝 당황했지만, 굳이 대꾸할 필요는 없는 듯 하여 그냥 날아오는 화살이나 재빨리 쳐내기로 했다.


물론 마크가 사춘기라서 그런 핀트에 어긋난 말을 대꾸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해, 이는 사실 용운의 감탄에 대한 이유를 정확히 짚어낸 대답이었던 것이다.


마크는 분명 누구보다도 강한 돌가죽이었다. 힘 세고 단단하며 강인한 최고의 전사다. 그러나 본래의 그는 지금과 같이 돌가죽을 초월했다 싶을 정도의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 마크가 내뿜은 이 기적과도 같은 힘은 엄밀히 말하자면 괴력이라고 할 수가 없었다.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마치 전설로 전해내려진 신의 기적과도 같은 불가사의한 현상. 그는 발을 굴러 강물을 반으로 가른 적도 있었고, 목소리로 적의 머리를 터트린 적도 있다.


그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다. 세상의 이치를 초월하는 어떠한 행운이 그에게 가득 머물러있는 듯 했다.


그리고 마크는 그 이유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온 세상에서 고통받고 저항하는 그 강철과 같은 의지의 돌가죽들, 그들의 자유와 해방을 염원하는 마음이 돌가죽에게 힘을 주고 있다. 정신적인 응원이 된다는 뜻이 아닌, 말 그대로 물리적 이해를 넘어서는 힘 그 자체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퍼져나가는 염원은 곧, 단 하나의 빼어난 영웅이 출현하면서 그에게 응집되었다. 그 강인하고 질긴 정신이 모여 그들의 우두머리에게 희망을 기대한 순간, 이는 결코 무시 못할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하여 가장 강한 힘과 목표에의 의지를 가진 자—마크가 그들의 ‘대행자’로써 모두에게 크나큰 가호를 받았다는 것을. 그 자신만은 어째선지 느낄 수 있었다.


그 감각을 겪어보지 못한 네게 설명해봤자, 알아먹을 리 있나. 그리 생각하여 마크는 입을 멈춘 것이다.


둘 사이에 피었던 잠깐의 여유는 이제 사그라들고, 다시금 맞붙을 준비를 하는 용운. 그리고 그에 맞서는 마크. 그러나 그가 어떻게 맞설 수 있겠는가?


분명 마크는 강적이지만, 지금 그에겐 더이상 용운의 공격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이제 그를 가려줄 바위도 없고 몸을 고정할만한 벽도 없다. 아까와 같이 하늘 멀리 날려보내려 한다면, 무슨 수로 바닥에 붙어있을 심산인가.


이번만은 정말 마크의 끝이 다가온 듯 했다. 그러니 용운은 결심했다. 지금 즉시 결판을 짓자고! 아무렴, 그에겐 이미 막아야할 이인조가 또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방심하지는 말자. 방심하지는 않아.


단번에 접근하여, 마크의 몸을 한껏 가벼이 만들고, 그대로 후려쳐 전장 바깥으로 쏘아올린다. 간단하고도 확실한 전법. 이를 실행하기 위해 드디어 용운은 도약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크 역시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몸을 피하는 게 유리한 이런 상황에서! 용운은 당황하여 자신이 생각치 못한 것이 무엇인지 그 짧은 시간 내에 머리를 굴려봤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봐도 바보같은 짓이다.


그리고 이 이해불능의 행동은 바로 다음 행동으로 곧바로 이해가 가능해졌다.


마크에게 날아오는 철구, 둘이 바짝 붙어 드디어 격돌하기 직전의 순간에, 이 기적의 결정체는 발을 번쩍 들어 그 육중함을 과시하더니 그대로 발굽을 땅에 내리꽂았다.


그러자 땅이 그대로 움푹 페이더니 그 발굽만한 구멍이 뚫려서 마크의 다리가 쑤욱 들어가는 것 아닌가. 세상에, 전혀 현실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 애초에 물리학적으로 조금도 허용될 리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미 말 했듯이, 마크는 모든 돌가죽의 염원을 지고있는 그들의 대행자다. 세상의 이치를 초월하는 의지가 함께하는 존재다.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 돌가죽 앞에서는 자제해야 할 말인 것이다. 발을 땅에 꽂아 몸을 고정한다는 발상도, 그가 해낸다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기세좋게 마크에게 날아간 철구는, 그토록 세게 강타를 했음에도 단 일 미터도 마크를 날려보내지 못했다. 양 발이 땅 속에 단단히 고정된 상태의 돌가죽은 그 일격을 맞고도 대지를 가르며 뒤로 조금 밀려났을 뿐.


이를 해내는 괴력도 괴력이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엄청난 내구력. 원래 뼈 몇개와 팔 하나쯤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위력임에도, 마크에게는 씨알도 안먹히고 좀 아파하는게 전부였다.


놀랄만한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용운이 곧장 철구를 되돌리려 했지만, 마크는 그보다도 빠르게 자신에게 부딪친 철구를 잡아채어 양 팔로 꽈악 안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포옹을 보라, 이 커다란 쇳덩어리를 마크는 지금 아예 가루로 분쇄해버릴 작정이다. 그리고 장담컨데, 이대로 놔뒀다간 틀림없이 그 목적을 이룰 것이다.


곧 그 단단한 강철공이 균열이 가며 부서졌다. 이와 함께 마크의 팔에 감싸인 철조각은 산산히 부서져 못써먹게 되었다. 오늘 그토록 많은 공격을 계속해온 철구는 이미 내부에 상당한 충격이 누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용운이 뒤늦게 거둬들인 사슬의 끄트머리에는, 구체의 형상조차 거의 잃고 가냘프게 붙어있는 자그마한 조각만이 메달려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날아가는 것에도 상당한 지장이 따를 것이다. 그 뿐이 아니라, 지금 당장 그를 노리는 화살비를 막아내는 데만도 벅차다. 이정도로 몰리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단 한 마리의 돌가죽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고달프게 할 줄이야...


아무래도, 저기서 달려가는 반역자 이인조를 그의 손으로 막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 같다. 오늘 그는 호적수를 만나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얼마 가지 않아도, 둘의 의지는 대군 앞에 휩쓸려 결국 꺾이고 말 것이다. 하온과 사라의 저력을 그가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 그들의 행위는 단언컨데 과욕이었다. 같이 다니던 돌가죽도 이미 당한 모양인데 저들 둘이서 어찌 살아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역시나, 그는 사라와 하온의 저력을 아는 인간이다. 무슨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저들은 특별히 유의해야 할 놈들이다. 어쩌면 이 전투의 행방을 쥘 지도 모르는 자들을 이 이상 살려둬서는 안된다. 큰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용운은 외쳤다.


“나 용운이, 누구보다 높으신 나라님의 대리인으로써 지금만은 너희에게 명하노라!!!”


자신에게 있는 가장 큰 권한을 지금 발휘하면서 말이다.


“이곳에 있는 모든 정예병력은 들어라! 붉은 머리 여자와 검은 머리 남자, 두 반역자에게 모두 달려들어 반드시 저지하도록 해라! 전장의 그 어떤 다른 곳도 신경쓰지 마라, 최우선은 그들이다!!”


이 모든 것은 사라와 하온, 두 변수덩어리를 배제하기 위한, 용운의 이를 악문 결정.


“그리고 부탁하건데, 반드시 사살조치 하라! 생포할 생각은 결코 해선 안된다, 발견 즉시 처치하도록 하라!!”


자신이 그토록 마음깊이 살리고 싶노라 생각했던 두 남녀를 향한 처형 명령이었다.


그 말을 내뱉은 후, 용운은 숨을 들이쉬며 또 내쉬었다. 마치 남은 미련을 털어내듯이 말이다.


효과가 있었는지, 이제 마크를 쳐다보는 그의 눈빛은 더는 망설임도 미련도 존재치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눈 앞의 상대와 끝장을 보는 것 뿐, 지금이야말로 둘은 진정한 호각의 결투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



같은 시각, 애써 뒤를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나가는 하온과 사라에게 메아리치는 외침 하나.


<이곳에 있는 모든 정예병력은 들어라! 붉은 머리 여자와 검은 머리 남자, 두 반역자에게 모두 달려들어 반드시 저지하도록 해라! 전장의 그 어떤 다른 곳도 신경쓰지 마라, 최우선은 그들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설명. 이를 들은 사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하온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들은 저 소리가··· 우리보고 하는 말은 아니지?”


“...”


아닐거야. 설마 아닐거야... 라는 하온의 말은 안타깝게도 입이 떼어지지 않아 소리로 나오지는 못했다.


<그리고 부탁하건데, 반드시 사살조치 하라! 생포할 생각은 결코 해선 안된다, 발견 즉시 처치하도록 하라!!>


이 우울한 분위기에 한번 더 찬물을 끼얹는 용운의 발언(그렇다. 이제는 용운이 말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둘의 마음에 짙은 먹구름이 끼었고 하온은 제정신을 유지키 위해 계속 긍정적인 자기암시를 걸었다.


기분탓이다. 그래, 기분탓일거야. 설마 정말 그들에게 병력이 집중될까? 이렇게 전장이 난리통인데! 아닐거야··· 설마 아닐거야···


비록 이리로 익숙한 얼굴들이 눈을 부라리며 달려오고는 있지만, 설마 정말 자기네들에게 덤벼올라구.


아닐거야··· 우릴 향해 오는건 정말로 아닐거야...


작가의말

지난주 못쓴 분량은 곧 추가로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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