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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61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9.11 23:26
조회
95
추천
5
글자
8쪽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DUMMY

실수해서는 안된다. 칼날이 동시에 날아드는 타이밍에 맞춰, 그녀의 몸이 한발짝 뒤로 물러나고 두 팔은 앞으로 곧게 뻗었다. 그리고 두 눈의 동체시력을 백분 발휘하며, 정확한 때를 계산한 뒤 그대로 손을 쥐었다.


손가락 안에 들어선 칼자루가 그녀의 악력에 짓눌려 그대로 고정된다. 무리하게 힘을 준 그녀의 근육은 상처에서 피를 뿜어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가뜩이나 몸 전체가 만신창이인 사라였는데, 손 안에서 날뛰는 검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을 보자면 아직도 서있는 것이 신기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라는 그대로 칼을 벽 안에 꽂아넣어서 고정시켰다. 단단한 석제 벽 안에 박힌 두 칼날은 돌을 가르려고 난동을 부리며 마구 흔들렸지만, 그 안에서 갇힌 채로는 사라의 완력에 눌려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래, 사라는 지금 성공적으로 적의 검을 제압한 것이다. 석제 벽이 검의 가동범위와 속도를 극적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그녀는 훨씬 편하고 간단히 자신을 향한 칼의 위협을 억누를 수 있었다.


그래봤자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제압이 가능하단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비록 길게 버틸 수는 없어도, 최소한 하온의 계획이 실행될 때 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사라는 곧바로, 잘 했냐는 듯한 표정으로 하온을 쳐다보았다. 동료를 안심시켜주려는 그녀 나름의 표현법이었는데, 그걸 본 하온은 그닥 만족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말하자면 그 반대로, 무지하게 걱정스러워 뵈는 표정으로 공허히 입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저 멍청이!’


그 입모양의 움직임을 읽으면 대충 위와 같은 말이 나왔지만, 사라는 그걸 읽을 틈도 없었다. 대신 머릿속을 섬광처럼 지나는 불길한 예감이 퍼뜩 떠올라 경종을 울렸다. 아차, 망했다. 그 한마디가 뇌에 꽈악 차올라 다른 모든 생각은 불투명해졌다.


이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0.1초쯤 지나자마자, 그녀의 바로 밑에서 하온이 그토록 걱정한 문제가 치솟은 것이다.


...잠시 까먹고 말았는데, 게스가 조종할 수 있는 무기가 딱 그 두가지 검으로 한정된 것은 아니지 않던가.


사라가 떨군 그녀 자신의 무기, 은빛으로 빛나는 길다란 창이 날을 세워 제 주인을 향해 돌진한다. 다섯 갈래로 뻗어나가는 서슬은 그녀의 얼굴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 목을 베려 작정을 한 듯 했다.


제 무기에게 참수당할 위기에 처했는데, 이 창날은 지나치게 크고 가지를 다섯개나 뻗어서 피할 구석도 없다. 회피한답시고 벽에 박힌 칼에서 손을 떼는 순간 곧바로 그 칼들이 그녀를 베고 말 것이다.


그런데 가만, 이것도 가능한가 싶어, 그녀는 한번 창에 대고 정신을 집중해보았다. 그녀의 바램이 창에 투영되어 늘 그랬듯 공명했고, 곧 이에 따른 반응이 왔다.


주인의 명령을 받은 창은 곧바로 서슬을 집어넣더니 본래의 짤막한 막대기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래, 늘 그랬듯이 창에는 변형 기능이 있었다. 손을 대고있지 않아도 가능했다는 건 처음 알았지만!


팍 쪼그라든 크기의 창(이젠 엄밀히 말하면 달랑 손잡이에 가까운)은 보기좋게 사라를 빗나갔고,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게스를 바라보며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건 말건, 창은 사라를 지나친 채 그대로 날아가서 멀찍이 저편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또다른 불길한 예감을 들게 했다. 곧 그것이 다시금 사라를 향해 돌진하며 가속하자, 예감은 확신이 되어 사라를 벙찌게 했다. 아차,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저 속도로 날아오면 암만 그냥 철제 막대기여도 치명적이기 그지없을텐데.


머리를 감싸쥐고 싶었지만 두 팔 모두 칼을 잡고 메여있느라 그마저도 마땅찮았다. 사라는 자신의 고뇌를 표현하는 건 포기하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우선하기로 했다.


재빨리 벽에 박힌 칼에 발을 대고 콱 눌러 고정한 뒤, 팔을 빼서 몸을 기울였다. 비록 일시적이지만 그녀의 몸 전체가 꽤 큰 공간을 움직일 수 있었고, 자그마한 막대기 하나정도는 충분히 피할 여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게스의 명령 아래 창의 이동은 무척이나 자유로웠기 때문에, 은색 막대는 곧장 방향을 틀어 다시 사라의 얼굴을 향했다. 상당한 관성을 견디며 비틀어진 궤도는 이내 적에게 직선을 그리며 전진한다.


이 때를 노렸노라, 사라는 자신있게 외치고 싶었다. 그럴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럴 수 없고 말고. 그녀의 입에는 다른 할 일이 있다. 관성을 버티느라 느려진 지금의 틈을 타서, 사라의 머리가 갑작스레 은 막대기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당황한 게스가 방향을 틀기 전에, 재빨리 이빨로 막대를 콱 깨물었다. 강인한 악력 사이에 가로로 끼인 막대는 재갈처럼 턱에 물려서 옴싹달싹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미친 놈을 봤나. 게스가 느끼는 감정은 이제 당황에서 황당함으로 변하고 있었다. 눈 앞에서 보여지는 이 여자의 차력쇼가 이제 납득할 수 있는 현상의 한계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으극··· 으그그극—···!!”


잇몸에서 피가 흐를 정도로 악을 써대며 버텨대는 사라의 희생 덕에, 하온은 순조롭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시간을 벌었다. 이대로면 하온이 뭔가 수작을 부릴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사라는 다시 두 손으로 남은 두 칼을 억눌렀고, 그렇게 세 개의 무기를 전부 자신의 제어(?) 하에 놓을 수 있었다.


그녀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디 창이었던 은색 막대는 마구 흔들리고 난동을 피워댔지만, 굳센 사라의 목근육과 치악력이 막대의 해방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이에 막대는 웬일로 잠시 잠잠해지더니, 곧 아까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방을 꾀한다


은색 막대—이제 사실상 재갈이라 불러야 할—는 이제 전략을 바꿔서 한쪽으로만 계속 힘을 흘리며 움직이려 했다. 한 방향으로 계속 힘을 축적함에 따라, 재갈은 점점 한쪽으로 쏠리며 이빨 사이를 미끄러져 갔다.


이대로면 창은 계속 옆쪽으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그녀의 입을 스륵 빠져나가버린다. 이는 그녀가 아무리 강하게 막대를 깨물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번에 힘으로 탈출하는건 막을 수 있어도, 서서히 미끄러져 나가는건 막을 수 없다.


“아각··· 아가각—!!”


빠득, 빠드득! 이빨이 부러질 기세로 재갈을 깨물어댔다.


하온이 마음 속으로 그녀를 애타게 응원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사라는 이를 썩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철제 재갈은 순조롭게 옆으로 미끄러져가며 그녀의 입을 벗어나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대로 놓쳤다간 미래가 없으니, 최소한 시간이라도 벌어야 한다.


시간을 번다 치면··· 망할, 그 수밖에 있을리가 없지. 사라는 도로 정신을 창에 집중했다. 아까 썼던 수법의 반대로, 다시한번 변형을 명령한다.


거의 재갈과 같은 막대였던 것이 다시금 창의 형상을 되찾았다. 원기둥이 길게 늘어나 창자루가 되고 그 끝에서 창날이 뻗어나와 무기로써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창날은 알 바 아니고, 중요한건 창자루다.


그녀가 입에 물고있을 수 있는 부위의 길이가 대폭 늘어남에 따라, 그녀는 조금은 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게 되었다. 퍽도 경사스러워라.


창은 이전과 같이 창끝이 향하는 한 방향으로만 계속 움직였다. 사라의 이빨이 매끄로운 창자루를 타고 끼기긱 긁는 소리는 그녀의 온 몸에 진동을 전달해 소름끼치게 한다.


그러나 놓치는 일은 없다. 오늘 기필코 턱관절에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겠다는 의지라도 다진듯이,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것이다. 창의 길이도 늘어났고, 치악력도 악어보다 강하다. 이대로라면 버틴다. 버틴다!


작가의말

저번 작가의말에서 말씀드린 삽화 문제를 다시 문의해봤습니다.


분명히 모바일 컴퓨터 크롬 익스 엣지 뭘로 해도 수정불가라는걸 말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이전과 똑같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매크로 답변 뿐이더군요. 기껏 말해준 해결방안도 이전에 말한 것과 똑같았습니다. 내 글을 읽기는 했니... 쿠키 삭제도 이미 했고 집안 모든 전자기기와 네트워크를 사용해도 똑같이 안되는데 어떻게 너희만 문제를 발견 못하니...


차라리 저희도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라도 해줬으면 이해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저러나 별 수 없는 것,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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