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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91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8.21 06:35
조회
63
추천
4
글자
10쪽

Episode107_대전투(15)

DUMMY

용운의 도착으로 전장에 큰 파란이 일었을 무렵, 하온과 사라는 무수한 고난을 넘어 힘겹게 연구소를 해 돌진하고 있었다.


인간과 돌가죽 무리를 제치고 최대한 싸움을 피해가며, 정말 아슬아슬하게 전진을 계속해가는 살떨리는 질주.


사라는 두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력을 다해 달렸고, 하온은 그런 그녀에게 매달린 채 장애물들을 해치웠다.


체격 자체는 하온이 더 컸던 탓에 질질 끌려다니는 그 꼴이 그리 자연스럽진 못했지만, 육해공을 날뛰는 사라의 움직임에 따라가는 것만도 벅차 폼 따윈 생각할 새도 없었다.


사라가 날고 뛸 때마다 나부끼는 그 모습이 흡사 깃발이나 나뭇잎과도 같이 흔들려대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주위를 살피고 전황을 보며 사라에게 알맞는 경고를 해야했으니 그 노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잘 버텨왔음에도, 뒤쪽에서 픽픽 쓰러져 날아가는 저 거체를 보고있자면 속이 메슥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차 위에서도 나쁜 기억이 떠오르면 멀미가 나듯, 저기 저 광경을 선보이는 남자도 그들에게 영 좋지 못한 기억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뒤에 무슨 일 있어?!”


갑자기 말이 없어진 하온을 두고 불안한 눈치로 사라가 묻자, 하온은 황급히 대답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짧은 조언과 함께.


“아아니, 별 일 없어! ...그치만 뒤를 돌아보지는 마.”


돌아보면 멀미나...



***




“끄으...”


용운은 왼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신음했다. 엄청나게 지끈거려서 눈 앞이 빙빙 돈다. 분명 반역자들을 검거하기 직전에 웬 돌가죽에게 받았던 그 불시의 습격 탓이다.


머리에 그정도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여기까지 초고속으로 날아온 것도 모자라 이렇게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싸워댔으니, 별 것 아니던 증세라도 금세 악화되는 것이다.


“...전쟁터도 아닌 곳에서 흉터가 늘었다니, 이제 백전불패란 수식어는 못써먹겠군.”


그 말과 함께 용운은 자신의 밑에 깔린 돌가죽의 몸뚱아리를 피하며 움직였다. 전쟁에 있어 자신이 쓰러트린 적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예는, 늘 사과하고 기도하며 그들의 시체를 밟고 지나가지 않는 것 뿐이었다.


허나 무수히 많은 돌가죽이 죄다 곤죽이 되어 그의 밑에 쓰러져 있기에, 그들을 전부 피해가는 것은 꽤나 곤욕을 치르는 일이다.


그나마 목숨이 붙은 돌가죽은 용운에게 침을 뱉으며 애써 저주한다. 그리고 용운은 눈을 감고 감내한다. 누군가의 삶을 빼앗은 자로써 감내해야만 할 일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면서도 멈추지 않는 용운. 그가 다가갈 때마다 그 방향에 있는 적들은 모두 어쩔줄 몰라하며 뒷걸음질 친다.


온 몸에 동료의 혈액으로 피칠갑을 한 악귀놈. 증오스럽지만 동시에 두렵다.


누군가는 악에 받쳐 대들고, 누군가는 제자리에 서서 넋을 잃고, 심지어 극소수 몇몇은 도망치기까지 했다. 그 의지 강하던 돌가죽의 혁명군이 도망이라니!


그러나 그 뒤 용운이 내보인 모습을 함께 보았다면, 그런 도주자들을 마냥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땅 아래 꽂히면 대지가 울리고, 땅 위를 휩쓸면 어떤 적도 서있을 수 없다. 하늘 아래로 떨어지니 으깨지 못할 것이 없으며, 하늘 위로 치솟으니 창공 위에 한계없이 뻗는다.


텅 소리가 한번 날 때마다 돌가죽의 커다란 몸뚱아리가 하늘 위로 높이 치솟거나 땅에 메다꽃혀 대지를 울린다.


철구에 부딪친 무기들은 모조리 분쇄되어 쇳가루를 날리는 파편으로 전락한다. 칼이고 나무고 둔기고 상관 없이 말이다.


화살로 맞추려 해도 지상과 공중을 오가며 엄청난 스피드로 피해대는 것을 맞추기도 어려울 뿐더러, 저 고속으로 회전하는 철구와 사슬이 마치 방패처럼 화살을 가로막아 날아오는 투사체를 모조리 튕기거나 갈아내버린다.


그리하여 그가 한번 도약할 때마다 수 마리의 돌가죽이 한꺼번에 처치당하는 지경에 이르면, 투쟁심이고 뭐고 다 잊혀지고 등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시행한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사라가 인간에게 경고한 것과 같은 원리다. 그들이 도망치는 속도를 용운이 못 따라잡을 리 없다.


꽁무니를 내빼는 이들을 제치려, 다시금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용운. 비록 가엾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돌가죽은 그만큼 쇠고집, 지금의 이 환영과도 같은 공포에서 벗어나면 또다시 인류의 적으로 돌변할 것이 틀림없다. 그 전에 무방비하게 등을 노출한 지금 해치우는 편이 백번 이롭다.


그러나 그 때 용운의 눈에는 보였다. 본디 그의 목표였던 반역자들, 하온과 사라의 모습이!


“저 자들은···!!”


이럴수가, 지금껏 그는 자신이 딴 길로 샜다고 생각했다. 이 반역자들을 찾기 위해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급한 불을 끄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그들이 벌써 도착하여, 여기서 대놓고 전장을 헤집고 있었을 줄이야! 이런 전쟁터에서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리고 든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이제 너무 늦어버렸다. 용운은 그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이 바보같은 놈들, 끝끝내 여기까지 오다니. 그토록 말렸는데도! 이렇게 되면 저들을 살릴 방법이 없다!


사실상의 군사시설에 발을 들이려 한 것 만도 중형인데, 전쟁이 일어나는 한복판에서 후방을 교란시키고 있다니. 이제 이건 정당방위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게 진작에 자신을 따라왔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어째서 고집을 꺾지 않는가.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되면··· 용운이라고 해서 더는 그들을 봐줄 수가 없다.


‘적어도 내 철구로 멈춰야 한다!’


되도않는 자비를 부려 이 반역자들을 여기까지 도달하게 한 것은 분명 용운 자신의 책임이다. 그렇다면 그의 손으로 저들의 목숨을 끊어주는 것이 합당하리라.


그렇게 생각하여 용운은 하온 일행을 향해 날아가려 철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막 반동을 타려 시도하기 직전의 순간.


후방에서 들려오는 쐐액 소리에 다급히 그 회전의 방향을 자신의 뒤쪽으로 돌렸다.


그를 향해 날아오던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이에 갈려 파스스 가루가 되어 주위로 흩뿌려졌다. 그것이 눈에 들어가려던 것을 용운이 황급히 눈을 감아 막았다.


게다가 공격을 막아내기는 했어도 사슬이 충격을 받아 흔들린 탓에, 용운은 일단 땅 위로 다시 착지해야 했다.


이후 눈을 뜨자 그제서야 그에게 돌을 던진 장본인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하지만 보나마나, 이 높이의 용운에게 이정도 크기의 돌을 이 속도로 내던질만한 돌가죽은, 그가 알기론 하나 뿐이다.


그 커다란 몸집의 돌가죽이 멀쩡한 용운의 모습을 보며 혀를 한번 찼다.


“칫.”


돌팔매질을 한 것은 다름이 아닌, 그가 아까 전 멀찍이 날려보낸 마크다. 돌가죽 혁명군의 두령 말이다.


그리고 말 안했던가··· 그에게도 용운처럼 특별한 수식어구가 하나 있다.


여지껏 존재한 돌가죽 중에서도 가장 강한, 최강의 돌가죽이란 타이틀이 떡하니 붙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 측의 최강자와 돌가죽 측의 최강자, 둘이 맞붙게 되는 이 역사적인 현장은 그러나 이미 두번째인지라 그 감동이 덜하다. 용운측의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마크가 멀리 날려보내져 한번 원치않는 이별을 맞았던 탓이다.


그런데 온 힘을 다해 멀리 날렸던 그 마크가 지금 여기에 있다. 암만 빨라도 설마 벌써 도착할 줄이야. 용운은 그가 정말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렇게 느낀 것은 마크도 매한가지. 더군다나 이제껏 모든 싸움을 근육으로 때워온 그에게 있어선 용운의 이 희한한 전법이 더욱 재미있고 인상깊은 것이었다.


흥미롭다. 아주 흥미로워. 그러나 위험하다. 마크는 생각했다. 이대로 제멋대로 날뛰게 뒀다간 위험하다. 이전과의 전법을 그대로 고수하다간 지속되는 소모전에 더해 아군의 피해만 극심히 늘어날 뿐이다. 이 남자에겐 특별처방이 필요해!


마크는 용운 단 한 명을 위해 전선의 운영을 완전히 뒤바꿀 필요성을 느꼈던 것이다.


“다들 저 자에게 가까이 가지 마라! 놈을 당해낼 수 있는 건 나 뿐이다!!”


스스로 상대하겠다는, 아까 주윤에 대고 한 말과 비슷한 명령.


허나 이번에는 허울뿐인 선언이 아니다. 진심으로 신청한 일대일의 결투다. 거짓 하나 없이, 이 전장에서 저 자와 붙어있을 수 있는 자는 두령 단 한마리 뿐이다.


그리고 그런만큼, 정정당당하게 대해줄 생각은 꿈에도 하나 없다.


“주위의 궁병은 모두 화살을 이 남자에게 집중하라! 내가 맞을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껏 퍼부어야 한다!!”


일개 인간에게 모든 원거리 공격수단을 집중한다는 그 발언에는 용운도 흠칫했다. 하지만 그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계속 피하고 막아내는 것은 익숙했으니까.


하지만 마크의 다음 행동에는 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땅바닥에 박혀있던 그 거대한 바위덩어리를, 좀 힘 줬다고 뻥 뽑아내더니, 이 커다란 물건을 들고 괴성을 지르고 돌격해오는 것이다.


“어디 날 한번 막아봐라-!!!”


그 초대형 바위에 가려져서 마크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쩌렁쩌렁한 굉음을 내지르는 자가 두렵지 않은건 또 아니었기에, 용운은 서둘러 철구를 빙빙 돌려댔다.


작가의말

사실 사슬을 저렇게 돌린다는 것은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슬 사이에 살 낑기면 피멍들어서 개아프거든요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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