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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72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8.29 05:34
조회
60
추천
6
글자
8쪽

Episode110_대전투(18)

DUMMY

하온과 사라가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는 상관없이, 암살단원들은 용운이 나라님의 권한을 빌어 명령한 바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물론 암살단원은 지금 피치 못하게 스스로를 투르나의 정예부대라 소개했을 뿐, 실제로는 국왕 개인의 직속 비밀요원이나 다름 없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암만 용운이 나라님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해서 그들이 이를 따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암살단이 기꺼이 명령을 받아들인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인정하긴 싫었지만— 용운이란 남자가 그동안 쌓은 공적과 용력을 알기에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는, 그들 역시 사라와 하온을 그냥 둬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애당초에 연구소로 침입하려 드는 일 자체가 곧장 극형에 처할만한 일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반역자는 오로지 셋, 그마저도 하나가 줄어 지금은 둘 뿐이니, 이런 전쟁터에서는 가만 둬도 싸움에 휩쓸려 알아서 쓰러지리라 여겼다.


그렇기에 돌가죽을 막는 일에 우선적으로 열중한 것인데, 저들의 직진은 너무 오래간 지속되고 있다. 그러자 떠오른 것은 그들에게 패한 동료들의 증언. 쟁쟁한 기적술사를 상대로도 아득바득 승리를 쟁취해낸 그들의 전적.


이미 연구소에 매우 근접한 지금, 만일 그들이 다시 이전과 같은 성과를 낸다면. 이 고난을 뚫고 또 한번 성공에 이른다면 그 즉시 이 모든 돌가죽과의 너절한 싸움은 의미를 잃고 만다. 수천의 군사도 이로 흘린 피도 다 소용 없다.


그들이 만일 연구소에 침입해··· 그 안에서 개발중인 단 하나의 물건을 훔치는 순간··· 그래, 이를 막기 위해선 암살단이 잠시 전선을 이탈해 밀리는 한이 있더라도 반역자들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


“하온, 지금 상황은 어때?!”


“후방··· 아니, 사방에...”


그리하여, 사라와 하온이 그토록 부정코자했던 그 가설은 이제 빼도박도 못할 진실임이 드러나고 있었다.


“...우릴 노리는 정예병들이 집합 중···!!”


그래, 온다. 저 늑대떼가 반역자들을 포위하려 이빨을 들이대고 내달린다!


“사라! 빨리 가! 딴건 아무것도 생각 마, 그냥 연구소 안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해!”


괜히 상대하려 해선 안된다. 그냥 돌파하자! 지나가고, 피하고, 뭘 어쩌든 앞으로만 가면 그만이다!


그 때 뒤를 돌아본 하온의 눈에 밝은 섬광이 하나 번쩍였다. 즉시 쐐액 날아오는 그 기세에 반사적으로 발휘한 힘, 정지의 기적.


하온의 눈 바로 앞에서 가까스로 멈춘 그 투사체의 정체는 화살이다. 그것도 하온을 정확히 노린게 분명한 저격.


터질 것 같은 심장 고동에 떨리는 손가락, 그것으로 다급히 화살을 낚아챈 뒤 도로 앞을 바라본다. 거기엔 그새 따라붙은 적 하나가 그들을 노려보고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정말 속이 터질 것 같다 . 거의 다 왔는데, 정말 거의 다 왔는데! 설마 이 모든 시련을 막판에 몰아서 줄 줄이야, 하늘도 무심하다!


“사라, 2시—!!”


하온의 지시에 따라 하라의 손이 자동적으로 뻗어 2시 방향의 적에게 창을 꽃는다. 그 서슬이 어깨를 찌르더니 그대로 밀어낸다. 졸병 하나는 걷어냈다. 이제 오는 것은 십수명이 넘는 암살단원!


사방으로 눈이 틔인 하온이 사라를 대신한 눈이 되어 그녀가 보지 못하는 것을 대신 본다. 그리고 그들의 움직임을 한발 앞서 예측해 그대로 이른다.


“3시, 7시 방향! 멈춰! 뛰어! 4시 도약! 6시!”


마치 기계를 조종하듯 하온이 명령어를 입력하면, 사라는 그 말을 그대로 행한다. 그리고 하온이 보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사라가 대신 파악해 행동한다. 피하고, 막고, 공격한다. 서로가 서로를 메꾼다. 함께 생사를 넘어온 그들이기에, 각자의 역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적들은 진형을 좁히며 점점 더 몰아가고 있었다. 포위망을 뚫으려는 시도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꼼짝없이 당할 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이제 연구소는 그들 바로 앞에 있다. 완전히 몰리기 전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활로가 생길지 모른다. 이제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할 순간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 때, 온 몸에 철갑을 두른 자 하나가 돌진해온다. 어찌나 꽁꽁 싸맸는지 보이는 맨살이라곤 눈가 밖에 없다. 행색부터가 만만치 않다, 필시 기적을 사용하는 정예병이겠지. 그가 단단히 무장한 몸을 사라에게 들이대더니 그대로 몸통 박치기를 하려 든다.


그러나 무거운 쇳덩이를 달고있는 둔한 움직임이라 큰 문제가 되지는 못한다. 그리 생각하고 사라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해 지나갔다.


그 때 앞에서 튀어나온 전사 하나가 온 몸에서 가시이빨을 드러내 사라를 집어삼킬듯 몰아가는 바람에, 순간 그녀의 발이 뒷걸음질을 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철갑옷이 그 육중한 철완을 무기삼아 사라에게 휘두른다.


그러나 이 정도 물리력 역시 위협은 되지 못한다! 사라는 가볍게 쇠로 싸인 팔뚝을 손으로 걷어내고 반격을 가하려 했다. 손바닥이 갑옷에 닿아 움직임을 멈춘 뒤, 그 팔을 그대로 움직여 적의 얼굴을 가격하려 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손바닥은 갑옷에 붙은 채로 미동을 않는다. 접착제를 쓴 듯이 조금도 떼어지지 않고 단단히 붙어있는 것이다.


당황한 사라가 팔을 마구 흔들어 억지로 떼어낸 뒤에야 손이 떨어졌다. 쩌적 하고 손바닥 살점이 다 찢어져서 말이다. 적의 갑옷 철판에 빨갛게 붙어있는 그녀의 핏덩이. 그리고 그제서야, 사라는 적이 무슨 술수를 썼는지 알았다.


붉고 끔찍한 흉이 진 그녀의 손바닥은 그러나 그 어떤 고통도 출혈도 느끼지 못한다. 다만 점차 녹아가며 느껴지는 한기가 사라를 섬짓하게 한다. 방금 갑옷에 살이 닿은 순간, 느끼지도 못할 정도의 급속빙결이 일어나 손바닥이 얼어붙은 것이다. 적의 갑옷 전체가 극저온의 냉동장치나 다름 없다.


“이런 제길—”


다급히 다른 한 쪽 팔로 창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그마저도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밑을 향해있던 그녀의 창을 향해, 땅이 쩌적 갈라지며 입을 벌렸다. 정말 짐승의 입같이 이빨이 달린 그 기괴한 형상은 은창을 강하게 씹어 입을 닫았다. 창은 그대로 땅에 고정되어 버렸다.


다른 적들은 사라가 태세를 정비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았다. 온 몸을 철갑으로 두른 자도, 몸에서 가시이빨을 뽑아내는 자도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반역자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둘 모두 처리하기가 까다롭다. 창을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철갑의 전사에게 손을 댔다간 그 냉기로 되려 피해를 입는 것이다. 손바닥의 상처는 어느새 해동되어 피를 흘리며 고통을 전달했다. 다 헐어서 보라색이 된 이 끔찍한 꼬라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멀리서 다른 암살단원이 또 수작을 부린다. 사라의 발까지 저 홀로 움직이는 사슬로 묶여 움직임이 봉쇄된다. 조금도 반격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는 철저한 의지, 신물이 난다.


그리고 적은 다가온다. 망할! 뼈까지 얼어붙는 한기를 품은, 철갑의 전사가 다가온다. 사라는 닿아서도 안되고, 막아서도 안되지만, 피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게 뭐지? 머리가 하얘지고 눈 앞이 깜깜한, 바로 그 순간.


사라의 등에 타고있던 하온이 그녀 앞으로 몸을 날렸다.


작가의말

허허 개판일세.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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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Episode128_파장(2) +3 20.10.09 44 3 12쪽
127 Episode127_파장(1) +5 20.10.05 59 4 10쪽
126 Episode126_시험기동 +2 20.10.02 52 5 10쪽
125 Episode125_더 깊은 내부에서(14) +2 20.10.01 66 5 11쪽
124 Episode124_더 깊은 내부에서(13) +2 20.09.27 63 4 12쪽
123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2 20.09.25 57 5 8쪽
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6 4 9쪽
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1 4 7쪽
120 Episode120_더 깊은 내부에서(9) +3 20.09.20 56 5 14쪽
119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3 20.09.17 67 5 16쪽
118 Episode118_더 깊은 내부에서(7) +2 20.09.15 61 5 13쪽
117 Episode117_더 깊은 내부에서(6) +4 20.09.12 5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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