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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63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9.25 15:36
조회
56
추천
5
글자
8쪽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DUMMY

그제서야 사라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고 경악했다.


“맞다! 썅, 나 지금 전쟁터 한복판에 있었어!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어떡하면 되지?”


이 엿같은 꿈에서 빨리 깨어야 해. 스스로 뺨을 때리고 꼬집고 눈을 감았다 뜨거나 수면 시도까지 해보았지만 모두 헛거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사라가 희망을 기댈 수 있는 대상은 하나로 좁혀졌다.


허나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한 여인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무정한 마귀들은 조금의 동요도 없이 도움이 필요한 자를 냉정하게 쳐내버리고 만다.


“나한테서 뭘 기대하는거냐. 말했다. 인간 좋은 일은 안한다고.”


“...히잉.한번만 봐줘요.”


그에 맞서 사라가 취한 행동은 마치 어린아이가 원하는 바를 얻어낼 때 쓰는 필살기인 떼쓰기. 이 순수하기 그지없는 열망의 표현에 마귀가 되돌려준 답은 이러했다.


“꺼져.”


“치사빵꾸다, 에이 마귀같은 놈들.”


이것으로 다 글렀다는 것을 깨달은 사라는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대며 등을 돌렸다. 이렇게 된 이상 사라 혼자의 힘으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데 뭘 어쩌면 좋은가. 머리를 굴려보니 그나마 떠오른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그래서 사라는 근처에 놓여있던 기괴한 물건으로 다가갔다. 솔직히 대체 뭘 형상화한건지도 모를 이상한 생김새의 것이었지만, 일단 딱딱하고 커다란 물건이면 뭐든 좋았다.


사라의 추측으론 현실에서 의식을 잃어 여기에 왔으니, 반대로 이곳에서 의식을 잃으면 도로 현실로 돌아갈 것 같았다. 문제는 뭔 짓을 해도 잠이 오질 않는다는 점인데, 그렇다면 기절을 하는 방법밖엔 없다.


따라서 사라가 어딘가에 머리를 세게 박으면 그대로 의식을 잃고 하온에게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라는 제 옆에 있는 그 무언가를 손으로 굳건히 잡고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이대로 시간을 끌어봤자 별다른 뾰족한 수도 없다. 머리싸매고 고민하는건 그녀의 성미에도 맞지 않는다. 그냥 눈 딱 감고 들이대보는 수밖에.


마음의 준비도 마쳤겠다. 사라가 목을 뒤로 한껏 젖혔다. 한방에 최대한 세게 부딪쳐서 기절해버리자!


그러나 사라가 스스로 제 골통을 부수기 직전, 마귀들이 갑작스레 그녀의 무의미한 희생을 제지했다. 워낙 뜬금없는 질문을 꺼냈기에 사라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들의 말을 경청한 것이다.


“네가 읇조린 하온이라는 자는 누구지?”


사라는 잠시 고개를 돌려 마귀를 가만 바라보았다. 이것들이 왜 뜬금없이 하온에게 관심을 가지는진 몰라도, 저놈들도 질문에 대답을 안해주는데 그냥 나도 쟤들 질문을 생까버려?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삐져봤자 본인 손해라는 금언을 받들어 이번만은 성실히 대답해주기로 했다.


“저기 현실에서 나랑 같이 역적질 하는 친구 하나 있다. 아주 친절하고 마음씨 고운 아이야. 니들과 달리.”


마귀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또 침묵을 지켰다. 그러더니 저들끼리 이리저리 형태를 바꿔대면서 움츠러들고 꼬이고 꿈틀댄다. 그 꼴이 워낙에 기괴하고 인상깊던지라 사라는 자신의 머리를 들이박는 작전도 까먹고 이를 빤히 구경하고 말았다.


그렇게 꼬이고 압축되던 것이 갑자기 확 풀어지더니, 다시 여러겹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오며 새로운 질문이 전해진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사라가 예상치 못한 정보가 담겨있었다.


“그 자는 혹여 늘 옆에 붙어서 널 치료하던 그 청년을 말하는 것인가?”


사라는 순간 깜짝 놀랐다. 마귀가 말하는 대상에 적합한 자는 단 한 명 밖에 없다. 하지만 하온은 이들을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지 않은가.


이 이상한 공간이 아닌 바깥의 일을 알고있다는 건 또다른 사실 하나를 증명한다. 마귀들의 눈은 이제껏 계속 외부세계를 향해 열려있었다는 뜻이다.


“...보고있었어?”


이 놈들은 사라의 현실에서의 모습을 알고있다. 그렇게밖엔 생각할 수 없다. 직후 마귀들이 이에 대꾸하면서 그 의혹을 사실로 확정지었다.


“썩 멀쩡한 상태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네가 여기서 멍때리는 동안 바깥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가는지도 알고 말이야.”


“언제부터?”


다시 이어진 사라의 질문에도 마귀들은 친절히 대답해주었다. 아까 전까지 그리 튕기던 놈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네가 우릴 처음 깨운 이래부터.”


사라는 직감적으로 그들이 말하는 때를 알아챘다. 그날이다! 도무지 창같지도 않던 막대가 사라의 손에 들어가 처음 펼쳐진 그 순간부터, 그녀가 거쳐온 모든 여행과 싸움, 모험의 역사를, 마귀들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너희는 내가 들고있던 창 안에 잠들어있던거야?”


“너는 질문만 해대는군. 예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어. 그러니 이번엔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해보지 그래.”


흥, 좋으실대로! 사라는 잔뜩 삐뚤어진 입으로 팔짱을 끼며 맘대로 하시란 뜻을 전했다. 허나 마귀들은 사라의 반항심리의 표출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원하던 질문을 전했다.


“네가 우리에게 피를 묻히면서까지 이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가 뭐지? 정신이 혼탁하고 일부만이 깨어났던 그 시절의 우리는 이에 대한 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말해라. 어째서 위험 속으로 뛰어들었지?”


이건 또 의외의 질문이다. 하고 많은 의문 중에 왜 하필 이런걸 물을까 싶으면서도, 사라는 이에 성실히 대답했다.


적절한 답을 생각해내는건 꽤나 쉬웠다. 사라는 자신이 왜 이런 위험한 짓을 자청했는지를 매일 밤 후회하면서도 또 매일 밤 이유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대해서 그녀는 이미 수없이 많이 고찰해온 참이다.


“...인간들이 돌가죽이란 한 종족을 통째로 멸망시킬 작정이야. 나같은 일개 농부가 전쟁사에 참견할 자격이 되는지는 몰라도, 인간적으로 아예 멸종시키는건 심했잖아. 그걸 막고싶어서 나라님에게 대항한거지.”


그 단순명쾌한 말에 마귀들은 상당히 놀랐나보다. 아니, 솔직히 그 기괴한 생김새 탓에 감정표현이 혼란스러워서 정말 동요한건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눈의 떨림이나 신체 부위의 움직임으로 대충 짐작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말을 들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그럼 너희는 돌가죽을 위해 사람에게 대들었단 말이냐? 인간의 적의 편에 서서, 인간을 배신했다는 뜻인가? 그것도 너희 스스로는 인간이면서!”


하지만 사라의 입장에서는 그건 별로 만족스런 해석은 아니었다. 무슨 그녀가 종족의 배반자같은 거창한 존재로 격상된 것 같아 손을 내저으며 다급히 반박했다.


“뭐? 아냐,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서 이런 게 아니라, 우린 그냥···! 아니, 애초에 먼저 배신때린건 인간 황실 쪽이거든!”


...그런데 또 다시 생각해보니 종족의 배반자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아리까리하다. 어찌보면 인간도 해수구제를 하는 것인데, 뜬금없이 선 넘었다면서 이를 가로막는 걸 역적질이 아니라 하기엔 조금 찔린다. 농부 시절을 기억해보면 특히 그렇다.


“...아니란 말이지··· 흠, 믿거나 말거나지만...”


아리송한 사라의 표정을 응시하면서, 마귀들은 꾸물대며 생각한다. 그들 역시 무언가가 아리송한지 한참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가 또 그 형태가 부산히 변화하더니, 공간 전체에 울리는 스무겹의 목소리로 가장 의외의 말을 입에 담는 것이다.


“좋다. 나가게 해주마. 썩 꺼져서 네 갈길 한번 가 봐라.”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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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Episode128_파장(2) +3 20.10.09 44 3 12쪽
127 Episode127_파장(1) +5 20.10.05 59 4 10쪽
126 Episode126_시험기동 +2 20.10.02 52 5 10쪽
125 Episode125_더 깊은 내부에서(14) +2 20.10.01 66 5 11쪽
124 Episode124_더 깊은 내부에서(13) +2 20.09.27 62 4 12쪽
»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2 20.09.25 57 5 8쪽
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6 4 9쪽
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1 4 7쪽
120 Episode120_더 깊은 내부에서(9) +3 20.09.20 56 5 14쪽
119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3 20.09.17 67 5 16쪽
118 Episode118_더 깊은 내부에서(7) +2 20.09.15 61 5 13쪽
117 Episode117_더 깊은 내부에서(6) +4 20.09.12 59 5 9쪽
116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20.09.11 96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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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pisode108_대전투(16) +4 20.08.23 64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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