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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53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8.23 07:49
조회
63
추천
5
글자
8쪽

Episode108_대전투(16)

DUMMY

그 돌은 대지 위에 드러난 부분도 꽤나 컸지만, 땅 아래에 묻혀 뿌리내린 하부는 그보다도 커다랬던 아주 심지가 굳은 바위였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그 자리에서 버텨왔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이 불가사의한 바위는 오늘을 기점으로 자신을 품어왔던 따뜻한 대지와 영영 이별하게 된다.


돌가죽 혁명군의 잘나신 두령 마크가 그 통짜 바위를 뽑아내 그대로 들고 돌진하는 무식한 전법을 택한 탓인데, 설마 정말 실행할 충분한 힘이 있으리라곤 생각치 못했다.


땅을 억지로 헤집고 뜯어낸 탓에 지면이 금이 가고 뒤집어져 난장판이 되었다. 그 등쌀에 흙과 돌멩이가 이리저리 튀어 상황은 더욱 난잡해진다.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이라 용운도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그를 맞을 준비를 했지만, 상황은 그리 여유롭게 돌아가지 못했다. 사방에서 무수한 화살들이 용운에게 빗발쳐 그의 주의를 빼앗았다.


용운이 그것들의 무게를 줄이고 사슬로 튕겨내는 사이, 마크는 그 커다란 바위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 앞에다 내민 뒤, 그 상태로 앞으로 한발한발 나아갔다.


그 상태로 마크가 아군들을 향해 호응을 유도했다.


“구호—!!!”


그 말을 들은 돌가죽들은 다시한번 입을 모아 용기의 주문을 외치며, 떨어진 사기를 다시금 회복하려 시도했다.


“전군, 제창하라! 자유와 승리를 위하여!”


“싸워라! 자유와 승리를 위하여!!”


“싸워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다시금 전장에 퍼지며 그들 스스로의 의지를 고취시킨다. 인간에게는 귀가 멍멍할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다.


한편 용운은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우선 그의 능력은 물체를 가볍게 만드는데만 한정된 탓에 저 바위를 어찌할 수가 없다. 바위를 가볍게 했다간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이다.


거기에 이 커다란 돌덩이는 지금 마크의 몸 전체를 가려주고 있다. 그의 모습이 명확히 인지되지 않으면 기적의 힘도 못써먹는다. 아까와 같이 적을 멀리 날려보내는 전술을 또 쓰는건 불가능하단 뜻이다.


용운은 일단 한쪽 팔로는 첫째 철구를 휘둘러 화살비를 막아내고, 나머지 한쪽 팔을 뻗어내 둘째 철구를 바위를 향해 내던졌다.


철구는 돌덩이의 측면을 강타하며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바위 전체가 들썩이며 옆구리 부분이 잘게 부서질 정도의 강한 일격이었지만, 그것으로 둘 사이에 낀 바위를 걷어낼 수는 없었다.


마크는 이 따위 공격에 굴하지 않고, 힘으로 돌을 꽉 잡아 버텼던 것이다. 한스러운 물리법칙에 의해 몸 전체가 뒤로 밀려나는 일은 있어도, 손에 쥐고있는 물건은 결코 떨어트리지 않는다.


그러나 용운에게도 그 나름대로 수가 보였다. 지금 그의 공격으로 바위의 일부가 부서졌다는 건 그리 강도가 강하지 못한 돌덩이란 뜻이다. 치워내지 못한다면 갈아서 부숴버릴 수밖에!


활과 화살이란 다시 발사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재장전이 필요한 것, 그리고 화망이 잦아드는 지금 이 순간을 용운은 기다려왔다.


화살이 눈에 띄게 줄어든 지금, 양 팔에서 회전하던 철구가 앞으로 힘껏 직진하며 용운을 이끌었다. 그대로 바위를 향해 도약한 그들은 이내 충돌하여 돌의 앞부분을 강타해 큰 상처를 남겼다.


이대로 끝이 아니다. 반작용에 의해 튕긴 철구들은 사슬에 메인 원심력에 의해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무수한 연타를 가했다.


갑작스레 집중된 화력에 바위는 얼마 버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분쇄당했다. 말 그대로 갈아버린 것과 다름없다. 막대한 파편과 흙연기가 퍼져나와 주변을 뿌옇게 덮는다.


그렇게 용운이 온 힘을 공격에 집중한 이 순간, 마구 휘둘리는 철구 사이를 헤치고 화살 하나가 운 좋게 그의 옆까지 스쳐왔다. 목 옆에 상처를 내는 것에 그쳤지만, 자칫하면 죽음에 이르게 했을지도 모를 한 발.


등골이 서늘해져 소름이 돋는 기분을 애써 억누르고, 용운은 바위가 완파되자마자 뒤로 도약해 거리를 벌렸다. 흙먼지로 시야가 가려진 상황에서는 적과 근접해서 좋을 게 없다.


하지만 다시 방어태세로 돌아가진 않았다. 반대로, 공중에서 사선으로 철구를 뻗어 흙먼지 속에 마구잡이로 공격을 날렸다. 한발만 맞으란 마음가짐이다.


자신을 맞추기 위해 따라붙는 화살이 숨을 멎게 만드는 가운데, 사방에서 돌가죽들이 외치는 구호와 그들의 발굽소리가 용운의 귀를 아프게 했다. 깨어난 이래 내내 사슬을 휘두른 손은 완전히 부르튼 나머지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이 봐주진 않는다. 그러니 용운도 스스로를 헤이하게 놔둘 순 없는 법. 입술을 깨문 채 망설임 없이 공격을 계속한다.


땅바닥에 수십번 부딪치는 철구의 공격에 날카로운 바람이 일었다. 황토색의 매캐한 구름은 이에 밀려 빠르게 걷혀갔다. 예상과 다르게 적은 아직도 연기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았다. 마크가 저 안개 속에서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냈다는 뜻인가?


아니다, 흙먼지가 완전히 걷어져 선명해진 시야에 마크는 아예 존재치도 않았다. 그렇다고 어디 갔는지 의문을 필요도 없었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피식 헛웃음이 나올 뻔 했다. 그 큰 바위를 바닥에서 뽑아냈다면 땅에는 그만큼의 공간이 비어 커다란 구멍이 생겨날 것 아닌가. 그래, 마크가 몸을 숨기고도 남을 정도로 큰 참호!


더 볼 것도 없이, 화살이 더 날아오기 전에 재빨리 하늘로 철구를 날렸다. 그리고 그 반동에 몸을 맡겨 이번에는 구덩이의 바로 위를 향했다. 구멍을 수직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직선상의 궤도다.


그리고 타이밍에 맞추어 반사적으로 철구를 구덩이 안에 던져넣었다. 제 아무리 구멍이 크다고 한들 결국 더 피할 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이는 너무나 작았다.


그리로 도망친 것은 자충수였다. 스스로를 이도저도 못하게 옭아메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설마 그 유명한 돌가죽의 두령이란 자가 이런 얕은 계책으로 자신을 상대했단 말인가?


그래서 문득 용운은 어떤 불안감이 들어, 재빨리 땅 위로 내려 착지한 뒤 서둘러 구멍 안을 내려다본다.


그곳에 보이는 것은 바닥에 박힌 철구 뿐, 놀랍게도 마크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구덩이 안에 처넣었던 그 철구를 다시 하늘로 끌어당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단단히 다져진 지면이 보일 뿐, 마크는 보이지 않는다.


꿈을 꾸는 건지 헷갈리는 이 상황에서, 사방을 울리는 적들의 시끄러운 구호 소리가 머릴 지끈거리게 한다. 고개를 돌려도 보이는 건 자신을 향해 활대를 겨누는 성난 돌가죽 병졸들 뿐. 마크는 어디로 사라진건가? 분명 기적을 사용하는 돌가죽은 이제껏 없었을텐데!


그리고 마크의 의문은 그 직후 곧장 해결되었다. 만일을 대비해 구멍과는 꽤나 거리를 두고 있었던 용운의 발 밑에서, 갑자기 커다랗고 우악스런 손 하나가 땅을 뚫고 솟아올랐던 것이다.


마크는 분명 구덩이 안에 있었다. 그러나 조금 다른 지점에 있었을 뿐이다. 구멍 안에서 볼 때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장소이자, 구멍 밖에서 볼 때는 상상도 못할 장소.


그는 구덩이 속에서 측면을 마구 파내고 후려쳐 자그마한 땅굴을 만들어내었다. 마크는 그렇게 땅 아래에서 수 미터를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크가 괴력으로 땅을 파내는 그 굉음은, 돌가죽들이 내는 시끄러운 구호와 소음 속에 묻혀 용운이 알아챌 방도도 없었다.


심지어 용운이 자신을 지나쳐 어느 방향 즈음에 착지하고 다가올 것인지도 계산한 마크는, 이 모든 것을 지금의 기회를 잡아내기 위해 안배해두었다.


지면 밑에서 팔을 뻗어내, 용운의 몸에 직접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마크의 그 거친 손이, 당황한 용운의 발목을 잡아챘다. 그리고 그대로 쥐어짰다. 힘껏, 가루가 되어 남아나는 것이 없도록.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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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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