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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랑사람의 서재

하늘을 등지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구석4평
그림/삽화
lovendpeace
작품등록일 :
2019.12.26 00:03
최근연재일 :
2022.08.09 01:45
연재수 :
277 회
조회수 :
27,356
추천수 :
1,600
글자수 :
1,201,430

작성
20.09.04 12:31
조회
63
추천
6
글자
7쪽

Episode113_더 깊은 내부에서(2)

DUMMY

단순히 생각해보자면 지금은 반역자 측이 훨씬 우세한 상황이다. 우선 여기까지 미로를 헤메며 오는 동안, 하온이 각자의 상처를 치료했기에 둘은 상태가 썩 괜찮은 모양이다.


또한 이미 한번 싸운 상대이기에 게스의 능력은 이미 알고있는 바, 게스도 그들에 대해 암살단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이 있으니 그 점에 있어서는 셋은 동등한 관계로 보였다.


다만 적 진영에는 한 명, 아군 진영에는 두 명(하온 품 속에서 별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 왕눈이 괴물을 제했을 때 말이다)이 있으니, 반역자들은 수적 우세라는 말할 것도 없는 어드벤티지를 가진다.


무엇보다, 아무리 게스가 강해졌다 한들··· 이전과 같은 감각으로 그들을 상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 반역자들도 강해졌다. 여정이 이어지는 시간동안 놀랄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게스 뿐이 아니다. 그동안 사라와 하온도 막대한 역량과 경험을 쌓아올린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양 측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다. 이전의 승부에선 반역자가 승리했으니, 게스가 그들 두명분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어야 승리의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과연 게스는··· 그만큼 강해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보인다. 이런 짧은 시간에 그렇게 달라질리 없다. 방심이 나쁘다는 건 알지만 상식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럼 이제 문제는 다른 적들이 몰려오기 전까지 얼마나 빨리 저 자를 쓰러트리냐다. 아마 적들도 깨나 헤멜테니 어지간해선 시간은 충분하겠지만, 그래도 이 역시 방심해선 안된다.


일 초라도 줄여서 저 문으로 들어가 방 안에 있는 무한동력장치를 탈취하고, 그대로 미로를 빠져나와 돌아서 나간다. 비록 적들이 많지만 이 넓은 미로 안에서 그들을 한꺼번에 마주칠 확률은 적다.


출구 찾기가 뭣하면 미로를 이루는 벽 한두개 정도 박살낼 시간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암만 단단한 벽이라도 무적은 아니니까. 솔직히 말해 지금 그들에게는 어느정도 희망이 보인다.


물론 연구소 밖에 나가면 그땐 정말 각오해야겠지만, 일단 앞길이 꽉막힌 것은 아니라는 것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불가능은 아니야.


심호흡과 함께 발을 통통 구르며, 사라는 게스를 향해 발을 옮겼다. 길쭉한 복도의 끝과 끝에서 서로 가까워지는 그들. 그런데 아직 한참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그녀는 무언가 불안하다. 그리고 적의 손끝이 움직인 바로 그 순간.


땅 속에서 울리는 미세한 진동에 사라의 예민한 반사신경이 반응했다. 순전히 감으로 지면에서 도약해 뒤로 뛰어오른 것은 그 직관성 만큼이나 정확한 판단이었고, 벽돌 바닥을 뚫고 올라오는 게스의 검은 사라의 앞을 스치는데 그쳤다.


검은 빛의 거대한 대검, 보통 사람은 지면에서 발끝만치도 떼어내지 못할 법 한 무식한 물건이 사라의 코 끝을 슬쩍 스쳐 작은 상처를 남겼다. 얼핏 둔탁해뵈는 외모와 달리 섬세한 예리함까지 가졌음을 증명해낸 것이다.


살았다고 생각한 그녀였으나 방심은 금물, 다른 방향에서 또다시 바닥을 뚫고 백색 칼날이 솟아올랐다. 이 칼 역시 보통의 무기를 생각하면 꽤나 커다란 축에 속했지만, 검은빛 대검과 비교하자면 되려 홀쭉하고 날렵한 인상을 띄었다.


지금 시점에서 사라가 속으로 중얼댄 말은 심의규정에 의해 이 단락에 적어넣을 순 없겠지만, 그녀가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했음은 확실하다.


게스의 능력을 알고있다는 그들의 예상은 절반이 틀린 것과 같았다. 그가 설욕을 준비하는동안 쌓아온 힘과 기술은 들인 시간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성장치였다. 이 정도면 최소 두 배는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었다.


두 배란 말 그대로다. 한번에 조종할 수 있는 무기의 수가 두 개로 늘었다는 것이며, 그 예리함은 이전에 비해 전혀 녹슬지 않았다.


그런즉 이미 한번 몸을 날려 피한 사라에게 또 하나의 공격이 날아왔으니, 이번에는 피할 방도가 없어뵈어서 손으로 직접 칼날을 잡았다. 그녀의 감이 또다시 사라를 살린 셈이지만, 이번엔 특히 행운을 많이 요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적의 행동이 그칠리가 있나. 하얀 칼은 갑자기 오른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무슨 목적인지는 뻔할 뻔자, 이대로 날을 잡고있는 사라의 손을 베어낼 작정이다!


순간적인 손목의 유연성으로 팔을 비틀어 피해보려 하지만 당연히 어림도 없는 바, 대신 사라는 몸 전체를 튕겨서 옆돌기를 하는 것으로 그 비범한 동물적 발상을 발휘했다.


“으아아아—!!”


날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해서, 칼과 같은 방향으로 180도를 도는 공중회전. 그것은 마치 곡예를 하는 듯한 거창한 몸놀림이었지만, 그만큼의 효과는 있었다. 그렇게 한바퀴를 도는 시간만으로도 사라가 칼을 제대로 처리하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칼을 용케 끌어잡아 가로로 돌린 뒤, 공중회전에서 내려오는 박자에 맞추어 무게를 싣고 바닥으로 운동방향을 바꿨다. 땅 아래에서 그녀를 습격한 칼이 다시 되돌아가서 땅에 박힌다.


그대로 칼자루를 눌러 제압하려 했다. 사람도 아닌 무기를 가지고 제압한다는 말이 어울리는가 싶을 수는 있어도, 이 떠다니는 검들은 사실상 적의 또다른 팔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호신술에서 적의 팔을 눌러 제압하는 행위는 늘 효과적이다.


...만약 다른 한쪽 팔이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팔이 지 혼자 허공에서 움직이는 게스에게는 당연히 해당되지 않는다. 곧장 다른 흑색의 검이 그 무식한 칼끝을 들이대고 사라에게 돌진한다.


그렇다고 손에 쥔 백색의 칼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 이도저도 못하는 사라를 구한 건 하온의 정지의 기적이었다. 허공에 잠시 멈춘 대검을 뒤로하고 하온은 재빨리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칼이 꽃혀있던 바닥에 하온이 손을 올리고 지체없이 치유의 기적을 쏟아붓는다. 칼날에 쑤셔져 헐렁하게 벌어져있던 벽돌들이 그에 의해 복구되었고, 구멍은 메워진다. 이에 칼은 비집고 빠져나갈 틈새를 찾지 못한 채 그 압도적인 마찰로 인해 계속 구속된 상태로 남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칼은 엄연히 납작하고 매끄러운 물건 아닌가. 암만 마찰이니 뭐니 해도 이런 방식으로는 기기긱대며 일센치씩 삐져나오는 칼을 완전히 제어하는건 불가능했다. 곧 구속을 풀게 될 터. 그 전에 하온은 다급히 외쳤다.


“사라, 당장 돌진—!!!”


그 짧은 문장 안에는, 자신이 이걸 잡고 버티는 동안, 그녀는 저 멀리서 무기만 깔짝대며 안전히 뻗대는 게스를 향해 달리라는 의미가 전부 함축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다음 화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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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Episode128_파장(2) +3 20.10.09 44 3 12쪽
127 Episode127_파장(1) +5 20.10.05 59 4 10쪽
126 Episode126_시험기동 +2 20.10.02 52 5 10쪽
125 Episode125_더 깊은 내부에서(14) +2 20.10.01 66 5 11쪽
124 Episode124_더 깊은 내부에서(13) +2 20.09.27 62 4 12쪽
123 Episode123_더 깊은 내부에서(12) +2 20.09.25 56 5 8쪽
122 Episode122_더 깊은 내부에서(11) 20.09.24 56 4 9쪽
121 Episode121_더 깊은 내부에서(10) +2 20.09.23 60 4 7쪽
120 Episode120_더 깊은 내부에서(9) +3 20.09.20 56 5 14쪽
119 Episode119_더 깊은 내부에서(8) +3 20.09.17 67 5 16쪽
118 Episode118_더 깊은 내부에서(7) +2 20.09.15 61 5 13쪽
117 Episode117_더 깊은 내부에서(6) +4 20.09.12 58 5 9쪽
116 Episode116_더 깊은 내부에서(5) 20.09.11 95 5 8쪽
115 Episode115_더 깊은 내부에서(4) +4 20.09.09 74 5 9쪽
114 Episode114_더 깊은 내부에서(3) 20.09.06 55 5 11쪽
» Episode113_더 깊은 내부에서(2) +2 20.09.04 64 6 7쪽
112 Episode112_더 깊은 내부에서(1) +4 20.09.02 65 6 11쪽
111 Episode111_대전투(19) +2 20.08.31 7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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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Episode109_대전투(17) +4 20.08.27 75 6 12쪽
108 Episode108_대전투(16) +4 20.08.23 64 5 8쪽
107 Episode107_대전투(15) +2 20.08.21 6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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