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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Winterer 님의 서재입니다.

새벽의 시, 얼음의 용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완결

LWinterer
작품등록일 :
2019.07.01 19:36
최근연재일 :
2019.12.10 12:46
연재수 :
1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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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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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
글자수 :
2,473,044

작성
19.07.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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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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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30쪽

2장-막간幕間(1)

DUMMY

어느 밤, 하늘을 올려다본 날의 기억이 있다.

성의 가장 높은 탑에 올라,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을 가슴 가득히 안았던 기억.

차갑지만 기분 좋은 바람은 스스로 가슴을 열어 싱그러운 공기를 내어주었고, 별들은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서 타오르며 속삭여왔다.

아름다웠다.

어린 마음에도, 그것은 보기 드물만큼 아름다운 광경이라는 것을 느낄 있을 만큼.

검푸른 하늘위에 무수하게 반짝이는 별이란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 것일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 무수한 별들을 집어삼킬듯 크고 선명했던 달의 광채였다.

보름달보다는 초승달이 더 좋았다. 그 가느다란 선 안에 수많은 비밀을 감춘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려진 그림자에 무언가 숨어있으리라 생각해보면 작은 가슴이 콩닥콩닥 들뜨곤 했었다.

그러나 그 날 밤에 뜬 것은 한낮의 태양처럼 밝고 눈부신, 그리고 유난히 거대한 보름달이었다.

지상을 꿰뚫어보는 검은 용의 눈동자인 것만 같아 두려워했던 것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본능적인 자기보호였을지도 모른다.

만월, 세상을 거두어간다는 검은 용신 엘드리안의 힘이 충만해진다는 만월의 날, 아이카(달)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는 날이면 엘드리안의 총애를 받는, 내면에 잠들어있던 '그것'이 눈을 뜰지도 몰랐으니까······.



* * *




처음으로 눈을 뜬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티엘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에 희고 흐릿한 안개가 가득 떠있는 것처럼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여 안개를 걷어내려 했지만, 뜻밖에도 눈꺼풀은 녹슨 경첩처럼 뻑뻑하기만 했다.

어떻게 눈을 뜬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굳어버린 눈꺼풀은 그저 눈을 뜨고 감는 간단한 동작조차도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눈을 비비기 위해 팔을 들어올리려 했던 티엘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눈꺼풀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신이 무거운 물건에 눌린 것만 같아 몸을 뒤채기는 커녕 손가락 하나조차 움직일 힘이 없었다.

몇 분쯤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리던-혹은 그러기 위해 노력하던- 티엘은 오른쪽 어깨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며 짧게 비명을 질렀다.

'나······, 살아있어······?'

몸을 찌르는 아픔이 가져다준 뒤늦은 자각.

그러나 그와 동시에 떠오른 것은,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의 어지러웠던 기억들이었다. 절벽으로 뛰어내렸던 순간의 공포, 그리고 자신을 쫓는 병사들의 위협.

서서히 거슬러올라가던 기억끝에, 마침내 카릭스의 품에 안겨 도망치던 도중 상처를 입었던 것 까지 기억났다.

자신을 위해 목숨을 버렸던 기사의 얼굴이 떠오른 티엘은 마지막에 자신을 보내며 고함을 지르던 카릭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바르르 떨었다.

천근처럼 무거운 몸으로는 터져나오는 흐느낌은 막을 수 없었다. 눈물을 닦을 수도, 입을 틀어막을 수도 없는 몸이었지만, 숨죽인 오열만큼은 그만큼 더 격렬했다.

죽었다.

모두 죽었다.

카릭스도, 메리온도, 항쟁의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모두 죽어버렸다.

울다 울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진이 빠져버린 티엘은 젖은 눈으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어떤 의미에서, 그 순간 마음껏 울 수 있었던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아무리 강렬한 감정도 한 번 털어낸 이후에는 빠르게 걷히는 법이다.

가까운 사람들을 잃어버린 슬픔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껏 쏟아낸 눈물은 그 농도를 조금이나마 희석시켜주었다.

게다가 흐리던 시야 역시, 눈물이 눈을 씻어내며 훨씬 개운해져 있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다시 떠오르려는 얼굴들을 밀어낸 티엘은 우선 눈을 이리저리 돌려 주변 상황을 살폈다.

몸을 일으킬 수 없다면,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에 전념하는게 좋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거친 통나무로 짜맞춘 천장과 벽이다.

덮고있는 이불은 깨끗하긴 해도 제법 낡아 꿰맨 자국이 몇 군데 보였다. 누워있는 침대보 아래로 빳빳하고 갸름한 무언가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침대 역시 지푸라기를 채워넣은 저렴한 것일 터였다.

꼼짝도 못하고 눈동자만 굴려 얻은 정보나마 조합해보자면 일단 감옥이나 그 비슷한 공간은 아니었다.

살아있다는 점에서, 혹시라도 레가야의 감옥으로 끌려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던 가슴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민가, 혹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숙박시설인 듯 했다.

'그럼 여긴 어딜까. 누가 옮겨준 건지도 모르겠는데······.'

대체 얼마만에 정신을 차린 건지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텐데.

기억에 남은 마지막 장면은 시퍼렇게 끓어오르며 빠르게 가까워지는 수면과 귀를 찢을 듯 날카로웠던 바람소리 뿐이었다.

절벽이나 암초에 부딪혀 즉사했다거나 그대로 가라앉아 익사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순간 뒤늦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던 순간의 공포가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상처조차 잊은 근육이 경직되어 막 아물어가던 상처가 다시 터져 옷을 붉게 물들였다.

아무렇지 않게 숨을 쉬고있는데도 숨이 막혀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공포. 그리고 아직 그 공포에서 확실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또다른 두려움.

아직 어린 마음으로는 다 담아내기 어려운 감정은 이내 공황상태로 변해갔다.


그때 조심스럽게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죽인 채 반 바퀴 돌아가는 문고리가 티엘의 시선을 잡아챘다.

죽음을 선고하려는 것처럼 천천히 열리는 문.

'싫어······. 그만해······. 싫······!'

숨을 쉴 수가 없다 싶더니 눈앞이 빠르게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찰나, 무의식중에 달각거리던 턱이 기적적으로 움직였다.

순간 티엘의 입에서는 그녀 자신도 깜짝 놀랄, 절규에 가까운 찢어지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싫어어어어어어어!"

"티엘!"

단단한 신발굽이 나무로 된 바닥을 짓누르며 삐걱이는 소리가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금방이라도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던 티엘은 자신이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고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길.

뺨과 머리칼을 어루만지고, 끝없이 귀에 '괜찮다'고 속삭이는 목소리.

주체할 수 없이 벌벌 떨며 공황상태에 빠져있던 티엘은 자신을 감싼 온기를 깨닫고 눈을 살짝 떴다.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자, 심호흡 하고. 천천히.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 숨 쉬고, 다시 내쉬어. 그래, 그렇지······."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쉬지 않고 안심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조그만 머릿속에 꽉 들어찼던 두려움은 끈적하게 들러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티엘이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는 것을 본 상대는 마치 아기를 안아주듯, 티엘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통, 통, 가볍게 뛰는 심장소리에 맞추어 차분하게 등을 두드리는 일정한 감촉.

터질 것처럼 날뛰며 불협화음을 일으키던 티엘의 심장이 천천히 귓가에 들리는 상대의 심장소리에 맞추어 제 속도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베개로 입과 코를 꽉 막은 것처럼 답답하던 가슴도 느릿하게 오르내리며 호흡도 정상적으로 되돌아왔다.

가까스로 주위를 지각할 수 있게 된 티엘은 여전히 자신을 쓰다듬으며 끈기있게 말을 건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익숙하고 친근한 얼굴이 애정어린 미소를 품은 채 가볍게 이마를 맞대왔다.

"아······, 아첼······?"

"그래, 나야. 내가 우리 꼬맹이 두고 내가 어딜 가겠니."

어째서 곧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던걸까.

아첼의 따뜻한 목소리에 덜컥 마음이 놓인 티엘은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아직도 남은 눈물이 있었던 것일까

. 아첼이 소맷자락으로 티엘의 눈가를 몇 번이고 닦아주었지만 다시 한 번 터진 눈물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이 작은 꼬맹이가 얼마나 불안에 떨었던 걸까.

겨우 열세 살짜리 어린애가 까마득한 벼랑 아래로 몸을 던질 정도로 내몰렸을 때의 심정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몸에 난 상처라면 약이라도 발라줄 수 있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는 시간을 들여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후련해질 때까지 마음껏 울도록 가슴을 빌려줄 수 있었다.

티엘의 두 번째 울음이 그친 것은 거의 한 시간 가량이 훌쩍 넘은 뒤였다.

다행히도 아첼이 곁에 있다는 것을 실감한 티엘은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최악의 경우 기억을 일부분 지워야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던 아첼은 지쳐서 자신의 가슴에 기대있는 티엘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물론 말이 안정이지, 아첼이 사라진다면 금세 다시 마음이 무너질 터였다.

애늙은이니 대공가의 후계자니 해도 아직 성년이 되려면 먼 애다. 주위 환경이 송두리째 바뀌었는데 불안을 느끼지 않을리 없다.

평소에 투정을 부리긴 해도 눈물은 잘 보이지 않는 티엘이 이렇게까지 약해진 것을 마음아파하던 아첼은 문득 티엘의 어깨쪽이 붉게 젖어가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피가 배어나온게 아니라 상처가 다시 터진 거라는 사실을 눈치챈 아첼은 티엘을 안은 상태로 손수건을 꺼내 티엘의 어깨를 동여맸다.

하지만 부상은 티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듭을 짓는 아첼의 팔에 감겨있던 붕대가 티엘의 눈에 들어왔다.

"아첼, 다쳤······."

순간 잔뜩 갈라진 자신의 목소리에 티엘이 먼저 기겁하며 놀랐다.

안그래도 정신을 잃은동안 바싹 메말랐던 입에, 사정없이 울어버리며 마를대로 말라버린 입안은 모래를 머금은 것처럼 껄끄러웠다.

아첼은 처음 방에 들어올 때 함께 가져왔던 물그릇을 티엘의 입에 대주었다.

미지근하게 식은 물이 마른 입술 사이로 흘러들어왔다.

티엘은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물을 받아마셨다.

"얹힐라, 천천히 마셔."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동생이다.

결국 사레가 들려 콜록거리는 티엘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 마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었다.

티엘은 이번엔 기침때문에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아첼의 상처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아첼······. 많이 다쳤어······?"

"그럴리가. 우리 꼬맹이 티엘이 이렇게나 걱정해주는데 다칠리가 있겠니. 몇 군데 긁힌 것밖에 없어."

거짓말.

팔에 묶인 붕대는 제법 두꺼웠다. 화살에라도 맞은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바지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다리쪽에도 옷모양이 부자연스러운 곳이 두어 곳 더 보였다.

그러나 아첼이 무슨 뜻으로 거짓말을 하는지 알기에, 티엘은 굳이 거짓말을 들춰내지는 않았다.

티엘이 일부러 입을 다문다는 사실을 눈치챈 아첼 역시 조용히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어라······?'

순간 티엘은 못 보던 물건을 발견했다.

싸늘한 잿빛의 목걸이.

바로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는 기억에 없는 물건이었다.

아첼이 준 걸까?

하지만 아첼이 이런 물건을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예쁘지도, 그렇다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손톱만한 회색 돌이 매달린 수수한 목걸이일 뿐인 것을······.

그러나 금새 흥미를 잃은 티엘은 단순한 수호부라도 되겠거니 여기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그보다 더 급한 질문이 잔뜩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녹슨 쇠가 긁히는 것처럼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거슬렸지만, 물어보지 않고서는 견딜 자신이 없었다.

"······나 지금 얼마만에 일어난거야? 그리고 여기는 어디야?"

"나흘인가······ 아니, 닷새다. 일단 아르타야와의 국경 변경지역으로 왔어. 좀 쉬게 해주고 싶긴 했는데, 일단은 조금 무리해서라도 멀리 떨어지는게 좋을 것 같아서."

"아르타야?"

닷새나 의식이 없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 이상으로 뜬금없는 지명이 더더욱 놀라웠다.

제국의 남동부에 위치하며 레가야의 동쪽 국경과 마주한 대공국, 아르타야.

레가야와 함께 제국 남부의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나라지만 해안선이 온통 절벽으로 이루어져 변변찮은 항구조차 몇 없으며, 북쪽으로도 거친 산맥에 가로막혀 여섯 대공국 중에서도 가장 고립되어있는 나라였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황무지와 산맥으로 뒤덮인 척박한 땅까지, 살아남기에는 최악의 지역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아르타야는 대륙의 그 어떤 땅 보다도 생존에 너그러운 곳이다.

암살자, 용병, 청부업자,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선택한 덕에 아르타야의 유동인구는 대륙에서도 세 손 안에 꼽힌다.

대륙의 검은 인재들이 아르타야를 향하는 것이 바로 그런 배경 때문이다.

외부인, 탈주자가 숨어들어도 이 땅에서만큼은 주목받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무사히 국경을 넘어선 뒤라면,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한 건드리지 않는다.

척박한 자연이 길러낸 아르타야의 전사들도, 몰래 숨어든 검은 손길들도, 함부로 소란을 일으켰다간 상대와 전면전을 벌인 끝에 다음 날 길거리에 버려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상처입은 도망자 두 명이 숨어들기에는 최적의 땅인 셈이다.

그러나 티엘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떻게 나흘만에 레가야의 절반을 가로질러 아르타야 국경지대까지 왔는지였다.

말도 없이, 그것도 의식이 없는 한 사람을 데리고 주파하기에는 지나치게 먼 거리다.

뭔가 또 무리라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여과없이 얼굴에 드러났다.

그것을 본 아첼은 피식 웃으며 티엘을 다시 침대에 눕혔다.


악몽을 꾸는 동안 식은땀을 잔뜩 흘린탓에 옷도 갈아입히고 침대보와 이불도 갈아줘야 할테지만, 막 일어난 상태에서 너무 오랫동안 앉혀놓는 것도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가 짐덩이로 느껴진 탓인지, 자리에 도로 눕히는 순간 티엘의 눈에 다시 불안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버려지는건 아닐까.

겁먹은 티엘의 이마를 톡톡 건드린 아첼은 티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일단 걱정은 푹 놓고 쉬어. 우선 체력부터 회복해야지. 뭘 할래도 일단 몸이 버텨줘야하니까."

"아첼."

"왜."

"나 버리고 가면 안돼."

"풋. 걱정 말라니까, 이 꼬맹아. 그럴거면 널 주워오지도 않았어. 우선은 좀 더 자 둬. 무리하다 몸 축나면 혼낼거야."

환각계의 생령과 계약한 아첼에게 수면 마법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굳이 주문을 외울 것도 없이, 마력을 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간단했다.

티엘의 큰 눈이 몇 번 깜빡이다 마침내 완전히 감겼다.

악몽은 꾸지 않을 것이다.

꿈조차 꾸지 않는 깊은 잠이 들도록, 일부러 이프라이엘의 마력을 조금 섞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졸음에 저항하려던 티엘은 이내 완전히 잠결에 빠져들었다.

아첼은 고른 숨소리가 느릿하게 들리기 시작하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첼······."

옷깃이 살짝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첼은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감각을 맛보며 티엘을 돌아보았다.

"가지······마. 나만 두고······가지 마."

잠꼬대였다.

꿈에서라도 아첼이 떠나버리지 않을까 두려워한 것인지,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아첼의 옷을 꼭 쥐고있었다.

이프라이엘의 마력은 어디까지나 조그만 위안거리일 뿐, 실제로 티엘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꼬마의 눈에서 자신도 모를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본 아첼은 말없이 티엘의 손을 풀어내고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

문득 아첼은 티엘이 이런 상황에서도 아버지인 미노스티야 대공이 아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점에 씁쓸함을 느꼈다.

티엘에게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던, 아버지라기보다는 '주인'에 가까웠던 대공.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러나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첼은 평소 미노스티야가 티엘을 매몰차게 대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가까웠다면 더더욱 큰 상처로 남았을테니까.


방을 나온 아첼은 한숨을 쉬며 창밖을 보았다.

며칠 전 그 난리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그러나 날씨와는 정 반대로 아첼의 머릿속은 우중충하기 짝이 없었다.

창가에 몸을 기대는 아첼의 숨결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뼈마디가 온통 아팠다. 손끝은 가늘게 떨리고 호흡도 거칠었다. 이마를 만져보면 아마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있을 터였다.

티엘의 앞이라 내색하지 않았을 뿐, 아첼 역시 그리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요양이 필요한 것은 티엘 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장 며칠이라도 충분히 휴식하고 회복에 전념하지 않으면 언제 쓰러질 지 몰랐다.

하지만 아첼은 작은 주머니에서 흰 가루를 조금 집어 입안에 털어넣을 뿐이었다.

단순한 진통제다.

중독성은 별로 없지만 약효도 매우 약해빠진 물건. 그나마도 자주 먹지 않으면 금새 온 몸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온다.

그러나 당장 티엘을 보호하면서 움직이기 위해서는 너무 독한 약으로 몸을 축낼 수는 없었다.

통증을 조금만 옅게 만들고, 그 뒤로는 이를 악물고 참아낼 뿐이다.

입가에 묻은 가루를 털어낸 아첼은 손을 들어 살짝 마력을 일으켜보았다.

'역시 무리였나보네······.'

등의 마력각인이 여전히 욱신거리고 있었다. 손을 따라 새겨지는 마력의 흐름은 눈에 띄게 약해져 있었다.

원래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진한 검은빛을 가지던 마력이 지금은 실내에서도 반대편이 비쳐보일 정도로 옅었다.

아마 몇 달 이상은 쉬어야 겨우 원래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의 마력은 생령처럼 타고난 것이 아니다.

목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명력에서 잉여분을 마력으로 전환하는 것 뿐이다.

때문에 한계를 넘어서 사용하면 생명력이 고갈되어 즉사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티엘을 구하기 위해 금기까지 손을 댄 아첼은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수명조차 몇 년 이상 날려버렸다.

하지만 정작 아첼의 표정은 고통으로 얼룩져있으면서도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칫하면 죽어버릴 뻔 했다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생명력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니, 결과적으로 잃어버린 것은 아첼 한 사람의 몇 년치 수명 정도다. 그 정도 댓가로 두 사람이 안전한 곳까지 피신할 수 있었다면, 분명 남는 장사가 아닌가.

'어차피 아르타야로 오긴 왔어야 할테니까······.'

나직하게 한숨을 쉰 아첼은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했다.

아르타야라고 해서 언제까지고 숨어있을 생각은 없었다.

국경을 넘었다지만 레가야에서 지나치게 가깝다.

아첼과 티엘이 숨어들었다고는 해도, 마찬가지로 두 사람을 죽이기 위한 추적자 역시 몰래 숨어들 수도 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멀리, 물리적으로 거리를 벌리는 것이 좋다.

때문에 아첼은 바다 건너에 있는 나라, 피앙투스 공화국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동안은 제국령 안에서 두 사람을 찾느라 정신없을것이고, 설사 아르타야를 의심한다 하더라도 일단 타국의 영토인만큼 함부로 개입할 수 없을 터.

그 사이 제대로 몸만 숨기면 된다.

공화국의 인구밀집은 수도인 팔람으로 집중된다.

제국처럼 몇 조각으로 갈라진 것도 아니니 수도만 피한다면 유동인구는 크게 떨어진다.

한적한 시골 어디든 자리만 잡는다면 마음먹고 결계를 쌓아 두 사람의 존재를 완전히 은닉하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피앙투스.

그 이름을 떠올리자 괜히 가슴이 술렁였다.

어렸을 때 떠나온 후 한 번도 돌아간 적이 없었던 고향땅이다.

연고자는 이미 아무도 없고, 딱히 추억거리랄 것도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조금은 옛 기억에 움직이는 모양이다.

쓰게 웃은 아첼은 어깨를 풀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티엘을 간호하느라 닷새간 제대로 쉬질 못해 전신이 뻐근했다. 조금이라도 자두는게 좋을 것 같았다.

안그래도 무거운 머리는, 그것을 간신히 억누르던 티엘의 무사를 확인한 순간 몇 배로 무거워져왔다.

'잠시만 쉬자.'

아무리 진통제로 통증을 억눌러도, 피로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다.

진통제 겸 수면제로, 한 잔 몸을 녹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마침 아첼이 아랫층으로 내려갔을 때에는 판매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아첼은 피식 웃으며 잔을 닦고있던 여관 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주문?"

"그냥 아무거나 한 잔 주세요. 기왕이면 센 걸로. 먹고 곯아떨어지고 싶네요."

"······잠시 기다리게."

여관주인은 닦던 잔을 내려놓고는 선반 앞에 섰다.

제국 남부로 내려갈수록 상당히 독한 술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인이 가지고 돌아온 몇 가지의 술을 본 아첼은 조금 미간을 찌푸렸다. 공화국 출신인 아첼에게는 독주라고 할 것도 없는 것들이었다.

아첼은 손을 휘휘 저어 맨 아래쪽의 술을 가리켰다.

마시고 행패 부리는 일은 없겠지.

좀시 눈썹을 꿈틀거리던 주인은 술병을 꺼내 아첼에게 건넸다. 진한 호박색의 액체가 주먹 하나 크기의 조그만 병에 담겨 찰랑거렸다.

"그 꼬마는 아직도 못 일어난건가?"

"방금 깼다 도로 자요. 망할 계집애, 사람 속을 어지간히 썩여야 말이죠."

"짐덩이라면 빨리 버리는게 한 사람이라도 사는 길이겠지."

아첼이 유리로 만든 잔을 집어들려는 순간, 무득 주인의 삭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아첼의 눈매가 날카롭게 변했다.

유리로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던 잔이 단숨에 산산조각나며 사방으로 파편을 내던졌다.

집어던지거나 탁자에 내려쳤다면 그리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테지만, 하얗게 질릴 정도로 움켜쥐었던 손이 펼쳐지며 떨어지는 파편들은 단순히 맨손으로 잔을 쥐어 으깨버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첼은 서슬푸른 눈을 들어 주인을 노려보았다.

오랜 세월, 거친 인간쓰레기들을 상대하는 데 이골이 나 왔던 여관 주인조차도 순간적으로 움찔할 정도로 매서운 얼굴이었다.

"누가 그래? 당신이? 웃기지 마. 그 애는 짐덩이 같은게 아니야. 말 함부로 하지 마."

유리 조각에 베인 손에서 피 섞인 술이 뚝뚝 떨어졌다. 마력을 두르지도 않고, 말 그대로 맨손으로 잔을 깨버린 탓이었다.

그러나 이내 아첼은 콧잔등을 누르며 신음을 흘렸다.

역시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것들이 뿌리째 와르르 무너졌는데도 아무렇지 않을리가 없다.

심호흡을 하며 냉정하게 스스로를 돌아본 아첼은 가슴을 몇 번 두드리며 달아오른 심장을 식혔다.

"······미안해요. 조금 날카로웠던 것 같네요."

"아니, 내가 실수했다는 건 인정하지. 미안하군."

주인은 시선을 돌리며 새로운 잔을 내밀었다.

잠시 머릿속을 메운 흥분을 흩어낸 아첼은 잔을 채우고 단숨에 비웠다.

차가운 불꽃이 가슴을 쓰라리게 태우며 맥맥히 흘러갔다.

급하게 마신 술로 머리가 핑 돌며 입안에서 알싸한 향이 맴돌았다. 그러나 아첼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곧바로 두 번째 잔을 비웠다.

지킬 사람을 두고 인사불성이 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딱 잠들 정도로만 마시려고 했던 생각은 요동치는 가슴 속에서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 때 이후로 처음인가? 하아,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거로구나.'

피앙투스 공화국.

모국인데도 이젠 오히려 낯설기까지 한 나라였다.

재능, 혹은 운, 나이와는 관련없이 빠르게 성장할 수도, 영원히 머무를 수도 있는 흑마법의 특성상, 십대 초반에 이미 레가야로 가는 배를 탔던 아첼에게는 이미 레가야가 고국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태어난 나라, 그녀의 삶이 시작된 나라가 피앙투스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십년이 넘은 지금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사전적인 의미에서, 태어난 지역을 의미하는 '고향'은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그녀의 스승과 함께 '가족'이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느껴본 곳을 고향으로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의 기억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닌 아첼에게는 그야말로 '고향'에 가까운 곳이다.

아첼은 쓴웃음을 대신하듯 잔을 비웠다.

짜르르, 하는 감각이 목을 타고 흐르며 조금 어지럽던 머리가 말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걸로 세 잔. 수면제 대용이라면 이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그러나 아첼은 네 번째 잔을 청하며 주인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 공화국쪽에 뭐 특별한 소식 있어요? 공화국 출신인데 그동안 소식을 통 못들어서요."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소만."

"말 험하게 한건 피차 잘못이니까 넘어가자구요. 한 잔 살테니까, 진짜 뭐라도 들은 거 없어요?"

아첼은 금화 한 닢을 손가락으로 튕겨주며 옆자리를 가리켰다.

금화를 받아든 주인은 쓰게 웃고는 카운터 아래에서 병 하나를 꺼내며 마주앉았다.

아첼은 그 향기를 금새 알아차렸다.

피야른 주, 피앙투스 북부에서 추위를 쫓기 위해 즐겨 마시는 술이다.

미라야의 샌님들이라면 한 잔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술이지만, 주인장은 그 엄청난 술을 병째로 비워대면서도 안색하나 변하지 않은 채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아첼은 차분하게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수많은 이야기가 모이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곳이 이런 술집이고, 여관이다.

그 속에서 쓸만한 이야기를 건질 수 있는 것은 끈기있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사람들 뿐인 법이다.

"그러고보니 악령의 전위대, 그 수장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검은 가지의 기사단장이?"

"전대 단장에 대해서는 전혀 들리질 않네만, 현 단장이 취임안 이후로 마법 관련 범죄자들의 검거율이 크게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네. 영마사······, 아니, 공화국이니 흑마법사라고 불러야겠군."

단순히 용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똑같이 흑마법을 다루더라도, 제국의 '영마사'인지, 아니면 공화국의 '흑마법사'인지에 따라 아첼이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의 폭이 달라진다.

조금 전 주인이 입에 담은 이름 때문이었다.

검은 가지 기사단. 흑기사단, 마른 가시나무의 그림자들, 검은 수호자, 혹은 악령의 전위대 등 수많은 이름만큼이나 악명높은 피앙투스 공화국의 특수 기사단.

통령 외의 그 누구도 그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어마어마한 면책권과 겨우 이십여 명뿐인 인원수, 그리고 그들 전원이 강력한 흑마법사라는 특이한 구성으로 유명했다.

물론, 피앙투스라고 흑마법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가 차원에서 흑마법을 공식적으로 수용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마령 강림지역을 토벌하거나, 문제를 일으킬만한 마법사를 처리하는 데, 흑마법사 이상으로 뛰어난 자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흑마법사였다.

흑마법사는 각인이 나타났음에도 '원'에 소속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하며, 사살당하거나 검은 가지의 일원으로 강제 징집된다.

'이런······. 까맣게 잊고 있었군.'

위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기분을 애써 감췄다.

지금 아첼은 레가야의 '검은 문' 소속이다.

당연히 피앙투스의 명부에는 그녀의 이름이 없으며, 그런 그녀가 피앙투스 땅을 밟는 순간 그녀는 불법적으로 마법을 다루는 흑마법사가 된다.

명부 이전을 신청하면 되긴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녀가 피앙투스로 왔다는 것을 대놓고 광고하는 셈이니 그다지 추천할 방법은 아니다.

아첼과 티엘이 검은 가지의 눈에 들었을 때, 최악의 상황이라면 기사단과 싸우던 도망치던 해야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만전의 상태라면 쉽게 지진 않을것이다. 그러나 한 두 번의 싸움으로 끝날만한 일도 아니며, 그 이전에 지금의 몸상태로는 시간이라도 끌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조용히 아첼을 응시하던 주인은 모르는 척 한 마디를 던졌다.

"공화국쪽 마법 관련 법이 여간 엄해야 말이지······. 그 쪽도 눈은 최대한 피하는게 좋을거요. 영격사인지 흑마법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쟁이 일어나면 몇 안되는 생존자들이 모이는 곳은 언제나 아르타야다.

더군다나 지방 영주도 아니고 대공국의 주인이 바뀌는 커다란 항쟁이 있었으니 아첼이 어디에서 왔는지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굳이 모른척 해주는 것은 항쟁으로 피폐해진 이들을 위한 나름의 배려이리라.

아첼은 주인이 은연중에 던진 말을 알아채고 쓰게 웃었다.

"확실히 근육도 별로 붙지 않은 여자가 들고다니기엔 어울리지 않는 무기죠. 물어보는 사람마다 일일이 아스트라를 보여줄 수도 없고, 확실히 번거로워지겠네요."

"흑마법사일지 모른다는 의심만 받아도 제법 시끄러울거요. 레가야에서 왔다는걸 알게되면 더더욱."

"충고 고맙네요."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눈치 빠른 늙은이 같으니.

이제껏 레가야에서 왔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저 여관 주인은 티엘의 머리칼만 보고도 이미 대강의 사정은 눈치챈 모양이었다. 제국에서 저 검은 머리칼은 레가야의 대공가를 포함한 몇 안되는 핏줄에서만 보이는 것이니.

그리고 그 레가야 출신이며 마력을 다룰 줄 안다면 십중팔구는 흑마법사라는 뜻이다.

어딜가더라도 흑마법사라는 이름은 낙인처럼 남는다.

다가오는 이를 무차별적으로 물어뜯는 야수처럼, 언제 어떤 이유로 재앙이 될 지 모르는 흑마법사를 반겨줄 이는 없으리라.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럴만도 하다고 긍정하는 순간, 스스로의 가슴에 칼을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티엘만큼은······.'

아첼은 이를 악물었다. 평소에는 다소 즐기던 술의 향기조차, 쓰디쓴 독으로 느껴졌다.


작가의말

흑마법사는 어느 날 갑자기 폭주해 적이고 아군이고 덮칠 위험성이 있기에(정확히는, 그렇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꺼려지는 존재입니다. 레가야에선 전 국토에 깔린 특별한 마법진으로 저 폭주를 억누르지만 그 외의 나라들은 그게 불가능하기때문에 대부분 흑마법사를 배척하는 편이죠.

그나마 공화국은 흑마법사를 국가에서 거두긴 하지만 인식은 별로 안 좋은 편이에요. 굳이 비유하자면 원자력이 위험하다는걸 알고, 꺼리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원자로 돌리는 느낌이랑 비슷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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