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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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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작품등록일 :
2021.08.16 14:38
최근연재일 :
2021.09.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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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1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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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기초공사 (12)

DUMMY

29화. 기초공사 (12)



결계라고 해도 좋고, 눈속임이라고 해도 좋다.

그게 뭐든, 수연이는 가려진 무엇을 볼 수 있었다.

금칙어도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개발자란 존재도 무언가 숨기고 싶은 게 있었던 거다.

그래서 생물, 무생물 할 거 없이 기억을 지워버린다.

그런데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나데르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제거하고 싶을 지도 모른다.


‘혼자 둬도 과연 안전할까?’


지금까지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아니면 존재의 유무는 이미 알고 있는데,

적아가 구분되지 않아 그냥 두는 것일 수도 있다.


조용히 없는 척 지내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신부님이나 나덴처럼 사도도 헌터도 마스터도 그 무엇도 아니다.

그저 한 명의 각성자에 불과했다.


나데르 입장에서는 수연이를 어떻게든 영입하고 싶었다.

적에게 빼앗겨서는 안될 존재다.

죽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다쳐도 된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수연이가 안나만큼이나 어리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수연이 어머니를 설득할 수 있는 마땅한 당근책이 없었다.


“어머님, 각성자에 대해선 들어보셨죠?”

전 세계가 떠들썩한데, 못 들어봤다면 간첩까지는 아니어도,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거다.

“수연이 아빠가 하는 얘기를 들어본 것 같긴 해요.”

‘뉴스도 안 보나?’


“수연이가 각성자입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

“우리 수연이가요?”

나데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연이 어머니는 마치 적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듯

수연이를 자신의 옆으로 바짝 끌어 안았다.


나데르와 눈빛이 마주쳤다.


“오! 주님! 어째서!”

탄성, 혹은 탄식에 가깝게 읊조리며 나데르를 노려봤다.


놀란 건 확실한데, 좋은 쪽보단 나쁜 쪽이었다.

왜 내 딸을 시험에 들게 하냐고 따지는 것 같았다.

아니, 나데르가 그렇게 만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럼, 우리 수연이도 돌연변이와 싸워야 하는 건가요? 친구들과도 한번 싸워본 적 없는 애예요. 지금 고작 초등학교 5학년이란 말이에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에요? 말도 안돼요.”

그저 각성자라고 말한 것 밖에 없는데, 너무 나가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게 바로 엄마의 촉이란 건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

오히려 아이가 엄마 모습에 부끄러운 듯 엄마 손을 어깨에서 떼어냈다.

“넌 가만히 있어. 어른들 하는 말에 그렇게 끼어드는 거 아니야!”

원천 봉쇄다.

‘이거 그냥 둬도 문제겠는데? 그렇다고 딱히 방법도 없고.’


“신부님, 부탁이 또 있어요.”

“무슨 부탁이냐?”


신부님이 곁에 없었다면, 수연이 엄마는 수연이를 데리고 바로 일어났을 거다.

나데르는 역시 신부님께 부탁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이에게 사탄이 접근하지 못하게 도와주세요.”

유치한 대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적어도 이 공간에서 만큼은 먹히는 대사다.

신부님만 겨우 알아챌 수 있을 정도의 눈빛도 보냈다.


“루치아가 걱정하는 바를 모르는 것은 아니오. 그런데, 안젤라는 주님의 사명을 받은 아이 같군요. 혹시 이상한 일이 있거나, 위험해 보이는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주세요.”


신부님은 너무 과하지 않게, 수연이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어머님, 신부님께서 신도분들께 아직 말씀은 드리지 않으셨을 겁니다. 신부님도 각성자시거든요. 비밀은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신부님께서 수연이를 지키는 게 좀 더 쉬우실 겁니다.”


나데르 입장에서도, 수연이는 조력자라기 보단 짐에 가까웠다.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

그래서, 어쩌면 나데르의 약점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부담스런 존재였다.


아이는

그리고 그 아이가 수연이 같은 아이라면,

전투가 벌어지는 순간, 최우선 순위 보호대상이 된다.

상대에겐 그만큼 탐스런 먹이감도 별로 없다.

적 전력을 효율적으로 묶는 동시에, 아군을 더 폭넓게 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니까.


저쪽 세상의 안나가 그랬다.

안나가 없으면, 안나를 보호하기 위해 붙은 전력이 다른 식으로 전투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군에겐 그만큼 약점이 되었다.


신부님도 나덴도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혹시라도 수연이에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신부님을 찾아주세요. 신부님과 연락이 안되면 나덴이라도 찾아주세요. 수연이를 지켜줄 겁니다.”


세례명 루치아라는 이름을 가진 수연이 어머니는 그리하겠다는 대답과 함께 목례를 하고 본당을 빠져나갔다.

수연이가 잠시 고개를 돌려 나데르를 쳐다봤다.

나데르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을 한 후, 수연이는 등에 의식을 집중했다.


‘잘못 봤나?’

마나레이다에서나 보던, 마나에너지가 만들어는 빛의 사이클이다.

그것은 로열블루의 원을 그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것은 하트 모양을 그리는 것 같더니, 엄지척 모양을 만들어냈다.


“마리, 너도 저런 거 할 수 있어?”

“아뇨. 마스터가 괜한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마나에너지를 저렇게 다룰 수 있다니요.”


대낮인데도 보였다.

밤이면 주변을 비추고도 남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수연이는 자신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됐을까 궁금했다.

‘오케이, 사랑해요, 최고’

꼬맹이는 아이돌 대신 나데르를 선택했다.


“신부님은 혹시 보셨어요?”

“뭐를?”

나데르의 눈에만 보였나 보다. 비밀을 허물 수 있을 뿐 아니라, 만들 수도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해졌다.

어쩌면 레이나처럼 나데르의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수연이는 벙찐 표정의 나데르를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수연아! 이제 어린애도 아니고, 앞을 보고 가야지!”


수연이가 엄마한테 몰래 혀를 내미는 것 같았다.

‘벌써 사춘기인가?’


나데르는 벌써 몇 백미터도 더 벌어진 거리에서 수연이의 표정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


나데르는 김포로 올라가는 비행기 안에서 새로 알아낸 정보들을 정리했다.


‘저쪽에 나타난 사람들은 헌터와 사도, 그리고 나뿐이란 말이지. 각성자들은 이제 막 생겨났으니,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고. 저쪽에서 돌연변이도 오는데, 사람은 못 올까?’


‘지구로 건너오는 이유는 뭘까? 저쪽에는 더 이상 먹을 게 없어서?’

그렇게 따지기엔 쿠시 옆에 있던 숲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고 길게 뻗어 있었다.

쿠시 옆 숲에는 돌연변이보다는 보통의 동식물들이 훨씬 많았다.

지하도시를 빼면, 마나 화분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니, 쿠시 사람들이 일반 농작물도 기를 수 있었던 거고, 가축도 길렀던 거다.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사막과 숲이 마치 자로 그은 것처럼 분리되어 있었다.

하늘을 반으로 갈라

숲에는 비를 내리고, 사막엔 물 한 방울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말인가?

돌이켜 보면, 사막에선 비가 온 날이 없었다.


그런데 물은 흐른다.

페트라에는 도랑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물은 어디서 흘러온다는 얘기지?’


한국의 헌터들이 갔다는 그 동굴도 동굴 주변에는 이렇다 할 숲이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있었다고 했다.


나데르도 찾기가 힘들어서 그랬지, 우물이 있었다.

마냥 사막은 아니었다.


돌연변이들 사이엔,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인 데도 불구하고 서로 협력할 때가 있다.

그들은 인간과 마주칠 때에 한해서는 무슨 원수라도 진 것처럼 인간을 공격한다.

그것도 훈련 받은 군인처럼.


‘그들에게 인류는 공동의 적일까? 왜?’

그렇지 않고서야 돌연변이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저쪽은 인간만 줄어든 것 같다.

나머지는?

통계를 낼 순 없겠지만, 인간만 빼면, 동식물, 곤충들은 오히려 번성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선조는 나데르를 적대하는 존재가 자신의 적은 아닌 것처럼 말했다.


‘인간만 없어지면 된다는 건가?’


핵무기를 쓰면, 다른 생명체도 공멸하지만, 마나는 그렇지 않을 거다.


‘돌연변이들을 무조건 처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럼 헌터들은 왜 돌연변이들을 처단했지? 목적을 달성한 사냥개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도도, 헌터도, 나데르 자신도 돌연변이를 처단하고 나면 뭔가의 보상이 주어졌다. 나데르가 적이라고 간주한 상대 또한 돌연변이들이 달갑지 않은 존재란 얘기다.


‘혹시 신들의 정화 작업? 노아의 홍수처럼? 아닌데 홍수는 동식물도 가리지 않았는데? 핀셋처방인가?’


뭐가 됐든 그것은 적의를 가진 명백한 침공이었다.

인간이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장애물일 수도 있다.


‘인간이 없는 청정 지구를 원한다?’


뇌피셜이지만,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지구는 이미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고, 북극의 빙하는 다 녹았다.

해수면이 올라가 도쿄도 상해도 도시의 반 이상이 상습침수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다음은 인천과 부산이라는 경고가 이젠 사실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

인류에 의해서 금세기 안에 지구상 생명체의 70% 이상이 모두 멸종한다는 얘기도 있다.


종말론이 힘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신이 행하는 역사라면, 자신이 끼어들어서 막을 수 있을까 싶지만,


‘약을 치려면, 진작 쳤어야지. 지금 치면 멸종을 멈출 수 있나? 이것도 말이 안돼.’


그렇게 따지기엔 신이 너무 무심했다.


한 시간이 금방 흘렀다.

어쩌면 아포칼립스는 예정된 미래인지도 모른다.

나데르는 공항에 내려서도 사무실로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모르겠다. 내가 인류를 구원할 것도 아니고, 사는 동안만이라도 보람 있게 살면 되지.’


신부님이 맨날 주님의 뜻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아버지가 ‘인샬라’를 외치는 거나, 신부님이 주님의 뜻이라고 하는 거나 다 같은 뜻이다.


“인샬라!”


얼마 만인지,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


신기한 건, 나데르가 가는 균열마다 헌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돌연변이 퇴치는 각성자들의 몫으로 남기고,

나데르는 헌터들을 자신의 사도로 귀속시키는데 전력을 다했다.

이쯤 되면, 엔릴이 자신의 적이 아니라 아군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넘어오는 헌터들의 규모가 점점 더 커졌지만, 나데르의 아군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모두 앞섰다.


이제는 남아도는 헌터들을 돌연변이가 출몰하는 균열로 파견도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마리, 로키팀은 인왕산으로, 아폴로팀은 검단산으로 보내”

마리에게 명령을 내리면, 마리가 마나통신으로 개별 헌터들에게 임무를 배분한다.


나데르의 헌터들은 중국 포로들까지 합쳐 총 11개 팀으로 늘었다.

병력이라고 계산하면, 거의 2개 소대에 달하는 다국적군이었다.


“박 팀장님, 이번에는 적대적인 헌터들에게 대응하느라 큰 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정보를 모으는 차원을 넘어서 적어도 서울과 경기 북부권 안에서는 대부분의 돌연변이들을 일망타진했다.

불과 나흘만의 성과였다.

물론 군부대가 밀집되어 있다는 덕도 봤다.

덕분에 민간인 피해는 신고하다가 사망한 케이스 몇몇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한 상황.


어!어?어어? 하는 사이에 나데르 휘하 헌터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박 팀장은 자신이 어떻게 해볼 사이도 없이 나데르가 성장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실적을 앞세워 박 팀장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도움되는 일 밖에 없었다.


‘정도껏 차이가 나야 비벼보기라도 하지.’

황 과장이라고 박 팀장과 다를 게 없었다. 질투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른다.

나데르가 다른 마음을 품게 된다면?


나데르의 실적을 어디까지 보고해야 할지를 놓고 박 팀장은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말

마지막 전개가 너무 급하지 않았나 싶기도  ㅜㅜ

카페가 문 닫을 시간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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